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16)
〈 416화 〉 416 봉인된 전승
* * *
1.
“멈춰! 잉간아, 그 대결에 응해선 안 돼!”
몰살검을 올려놓으려던 묵언검객을 방랑상인이 급히 만류하였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아무래도 암흑상인이 내놓은 에 대해 무언가 눈치 챈 기색이었다.
“이런. 두려우십니까?”
“두려울 수밖에 없지. 그런 물건을 올려놓다니, 비겁하잖아!”
“크후후. 아무리 나이 어린 도깨비라도 나름 상인다운 안목은 있군요. 이것을 알아차리다니.”
짐꾼이 물었다.
“방랑상인님? 그 폐가 무엇이기에 그리 두려워하십니까? 묵언검객의 몰살검의 가치는 헤아리기도 두려울 정도로 드높을 터인데.”
“귀물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아요. 무얼 내놓아도 저것보다 뛰어남을 증명하려면 저 폐를 부숴야 하니까. 그렇겠죠?”
“방랑상인의 말대로입니다. 저는 제 폐에 봉인된 전승에 자신이 있습니다. 제 것보다 자신의 전승이 뛰어나다고 확신한다면 어디 폐를 부숴보시지요.”
기묘할 정도의 자신감 앞에 움츠러드는 부하들.
방랑상인은 저것에 가까이 가기도 싫은지 굉장히 싫은 티를 내었다.
“저건 일종의 저주상자야. 안에 봉인된 전승의 가치를 인정하면 해를 끼치지 않지만, 그 저주를 의심한다면 상자를 부수는 자가 저주를 받게 되어있어.”
“그럼 대결에 응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단 말입니까?”
짐꾼의 입이 쩍 벌어졌다.
부기걸이 귀물의 주인이 되어 빼돌린 점에 착안하여 이번에는 누구도 이 귀물에 맞서 내기에 응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대결.
열지 않으면 무엇보다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검증하고자 열면 저주를 받는다.
“유폐된 전승의 모순. 섣불리 도전한다면 목숨을 잃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 가혹한 저주를 겪게 될 겁니다. 크후후후.”
열지 않으면 패배하고 연다면 저주에 당한다.
유폐된 전승의 딜레마.
암흑상인도 단단히 작정하고 귀물을 내어놓았다.
귀물 그 자체의 가치로 승부를 보려던 1 라운드에서의 패배를 이런 식으로 설욕하려 들다니.
확실히 보통 비범한 자가 아니다.
“두려우십니까? 두렵다면 기권해도 됩니다만?”
“아니닷! 기권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닷!”
뚜따가 겁먹은 얼굴을 한 주제에 빼액 소리쳤다.
‘손이 축축해요.’
식은땀이 맺힌 손으로 묵언검객의 다리를 꼭 붙잡은 뚜따.
그 정도로 긴장한 주제에 물러서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한 말이라는 뜻이다.
“이 내기, 같은 전승을 두 번 내놓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이런. 눈치 채셨습니까? 크후후후.”
짐꾼도 한발 늦게 그 의미를 깨닫고 전율했다.
“이런 악독한…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상자를 부숴 저주에 당하지 않으면 3라운드에도 같은 수에 당하게 됩니다. 이 내기에서 이기려면 이번 라운드, 우리는 저주에 당할 희생양을 골라야 합니다!”
그것이 방랑상인과 뚜따가 묵언검객을 애타게 말린 이유였다.
“호에엑!! 너무 무섭닷!! 어떻게 서로가 즐거워야 할 내기에서 이런 잔인한 저주받은 귀물을 내놓을 수 있냔 말이닷!!”
“동감이야. 저런 건 도깨비상인이라고 할 수 없어. 반짝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아!”
“이런. 어린 도깨비 상인에게 미움을 받았군요. 요생을 먼저 살아가는 선배로서 같은 종족에게 조금은 가르침을 베풀도록 할까요.”
암흑상인이 크후후후, 하고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그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잔인한 기색이 어렸다.
“어린 도깨비들은 흔히 착각하고는 합니다. 빛나고 아름다운 보물이란 자연 속의 풍경, 소중한 추억을 담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내가 틀렸다는 거야?”
“틀리진 않았습니다. 단지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더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도 있기 마련이죠. 자식 대신 죽음을 자처하는 어머니와 같은 ‘희생’ 말입니다.”
“!!”
“지성체가 희생을 결심하는 순간, 그것은 무엇과도 비할 바 없는 반짝임과 아름다움을 품습니다. 자신은 암흑 속으로 전락하지만 제 뜻을 이어받을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의지, 각오의 반짝임. 그것이 아름답지 않으면 무엇이 아름답겠습니까?”
해응응은 깨달았다.
눈앞의 존재가 이라 불리는 이유를.
이 요괴는 지성체의 마음을 암흑 속으로 몰아넣고, 극한의 상황에서 품는 숭고한 결의에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유폐된 폐 속의 전승은 그런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미끼.
이번 제 2 라운드의 대결이야말로 암흑상인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진심대결이었다.
“대체 얼마나 가혹한 저주를 가두었길래…….”
“죽느니만 못한 저주가 대체 뭐지?”
“뭐가 됐든 제가 당하고 싶지는 않군요.”
모두가 두려움에 빠졌다.
누구도 그런 가혹한 처지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침묵과 어둠, 절망이 찾아온다.
그야말로 암흑천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길한 암흑의 전망만이 감돈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한 요괴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
“이미 한 번 죽어 죽느니만 못했던 연명을 누렸던 추한 목숨. 주군의 앞길을 열 수 있다면 어떤 저주를 받더라도 두려움은 없습니다.”
위풍당당하게 붉은 망토를 흩날리며 앞으로 나서는 적기사.
그의 결의에 모두가 놀랐다.
“적기사! 당신은 군단장이잖아. 당신이 없으면 잉간이도 곤란해질 거야!”
“이 낡고 비루한 육신은 오직 주군을 위해 존재한다. 주군은 반요곡의 끝을 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불합리한 여정을 극복하고 이곳까지 이르렀지.”
적기사는 말했다.
“이것이 얼마만큼의 기적인지 너희는 모른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요괴와 백령신군, 모두에게 버림받았던 병졸들이, 민초들이, 인간과 반요, 요괴가 한 사람의 등을 쫓아 당당히 세력을 일구어냈다.”
“주군이 아니라면 성립할 수 없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 그 길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기적처럼 찾아온 두 번째 생의 종군에 여한은 없다!”
[적기사의 전승 , , 이 진화합니다.] [적기사가 전승 을 얻었습니다.]과거의 영예.
주군을 모시는 충심.
적색군단장의 대장으로서의 명성.
그 모든 이름은 이제 의 전승 아래에 수렴되었다.
지나간 과거의 영광보다 묵언검객의 제 1 군단장으로서의 자신이 더욱 가치 있고 숭고하다고 느끼기에 비롯된 전승의 힘이다.
“마마. 적기사가 약골 주제에 또 강한 척을 합니다. 얼른 혼내주지 않으면 또 다치는 겁니다.”
ㅋㅋㅋ
마크2한테는 적기사도 종잇장이라고
마크2 오피셜 적기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매일 맞고 다니는 분이 말하시니까 설득력이 넘치네요
니가 제일 약해!!
적기사의 갑주 아래로 보이는 눈은 한 점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던 이브와 같은 눈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희생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물러서고 또 게임을 로그아웃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벨 수 있게 되었어요.’
모든 무공이 ‘기’로부터 비롯된다면.
모든 전승은 ‘요기’로부터 비롯된다.
[묵언검객 님이 를 자신의 패로 내놓았습니다.]보스전을 성립시키는 인과도 검으로 벨 수 있다면.
저주 하나를 베지 못할 것이 무어가 있겠는가.
콰직!
폐를 부수는 검.
풀려난 저주가 일어나기도 전에 그녀의 검은 이미 태세를 갖추었다.
어떤 저주가 날아오든 되돌려 벤다.
방랑상인과 뚜따, 모든 요괴들은 위험하다며 경고했지만 긴 만류의 끝에 깨달았다.
자신이 베지 않으면 결국 부하들이 한 명씩 잘려나가는 희생이 계속 될 것임을.
그런 각오로 무장한 묵언검객의 검은 무엇이든 벨 각오가 되어있었다.
“하. 이걸 진짜로 베어버리네.”
탄식하는 암흑상인.
날아들지 않는 저주.
어색한 정적 속에 그가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
“그 상자에 가둔 저주는 보는 이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미지의 두려움에 대한 전승입니다.”
“!!”
[암흑상인의 이 가하는 불안감을 이겨냈습니다.] [제 2 라운드 승] [3판2선승을 거두었습니다.]이걸 블러프를 걸었다고?
배짱보소
의외로 모르면 당했을지도ㅇㅇ;
하긴 누가 봐도 제대로 된 승부로는 저런 거 못 이기지
상인답게 말빨로 후려치려고 했네
저주는 없다.
그제야 모두가 긴장을 풀고 안도했다.
정말 배짱 하나는 두둑한 상대였다.
암흑상인도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충심과 책임감. 하나도 아니고 둘에게 동시에 꺾인 전승으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약속대로 구름성채로 향하는 통행증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추가조건도 들어드리죠. 제게 무엇을 더 원하십니까?”
암흑상인.
도깨비들의 암시장 필드의 필드보스.
그의 말에 모두가 말했다.
“역겨운 도깨비상인들을 모아 자살시킵시다!”
“방랑상인과 달리 저것들은 살아있어서는 안 될 악독한 존재입니다. 폐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뚜따는 도깨비들을 노예로 삼아 전장에서 써먹고 싶은 것이닷!”
소리 높여 나오는 의견들.
해응응은 보았다.
그런 혼란을 틈타서 암흑상인의 발이 부서진 상자의 잔해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로 짚어 슬금슬금 제 아래로 당기고 있는 모습을.
툭
가볍게 발로 걷어차자 암흑상인이 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의 발치에서 나온 물건은 어디서 많이 본 물건이었다.
“아니, 이놈의 도깨비들은 춘화집이 없으면 살지를 못하나!”
“신성한 전승내기에 인간과의 성애를 담은 춘화집을 담은 상자를 들이밀다니, 이 무슨 모욕인가! 우리들의 군주에게 삿된 마음을 품기라도 했단 말인가?!”
“주군, 제게 저 자의 목을 벨 기회를 허락해주십시오!”
성난 부하들의 외침에 암흑상인이 다급히 손을 저었다.
“오해입니다! 전승이란 본디 위험을 부담함으로써 그 위력을 더욱 키우죠. 저는 도깨비 사회에서 사회적 말살을 당할 각오를 바탕으로 저주의 힘을 키웠던 겁니다!!”
암흑상인의 우렁찬 외침에 부하들은 납득했다.
“세상에!”
“암흑상인이 인간박이였다니!”
“세상이 말세로구나!”
“저런 놈을 우두머리로 모시고 살아왔단 말인가?”
“역겨운 녀석.”
“…….”
내기를 구경하던 도깨비 상인들이 보이는 날 것 그대로의 경멸이 말하고 있다.
저 요괴는 정말로 사회적 말살을 당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