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17)
〈 417화 〉 417 뱁새가 황새 따라하면 일어나는 일
* * *
1.
암흑상인은 넙죽 엎드려 빌었다.
“제발 이 일은 다른 이들에게는 비밀로 함구해주십시오. 지금 있는 이들만이라면 어떻게든 입막음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해응응은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보았다.
검투사키우기의 동물애호가들이 세상 떳떳하게 신생비행날먹말박왕국을 건국한 것과 달리, 암흑상인은 수치를 아는 도깨비였다.
그의 절박한 태도를 보아서는 어떤 조건이라도 능히 수락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떠올렸다.
그녀에게 가장 유리한 제안을.
[앞으로 2 턴, 제 군세에 합류하여 지시를 따르도록 하세요.]대요괴와 백령신군.
두 대적이 등장하는 턴 동안 알뜰하게 써먹겠다는 의지가 담긴 요구사항이었다.
앞서 암흑상인이 [3턴] 간 자신들의 퇴각을 요청했다면 그녀가 내기승리로 제시할 추가요청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받아들이겠습니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도깨비상인은 인간보다도 체면을 중시한다고.
개인적으로도 납득이 됐다.
악마와의 계약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대결상대에게 치부를 드러내는 약점을 담은 상자를 들이밀 배짱이라면 저주가 강화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무림비망록의 황제나 혈교 교주 혈목린에게 남자였던 시절의 C드라이브 폴더가 들킨다면 그때의 수치심을 과연 자신은 견딜 수 있을까?
호오. 여자와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은밀하게… 천하제일미에게 이런 고상한 취미가 있었다니. 황제가 아니라 황후의 유혹을 받아야 넘어왔겠구나.
납치 구속플레이. 강제로 연속으로 가는…? 혈강시 치고는 정신력이 뛰어나다 싶었더니, 실은 이런 걸 바라고 있었구나!
무림에서라면 이런 어질어질한 소리를 들으며 어렵게 지켜왔던 순결을 잃었을 위기였겠지.
‘적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일어나지만…… 이런 도깨비가 같은 상상을 하는 눈으로 절 바라보는 건 조금 그러네요.’
암흑상인의 눈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아쉬움은 이내 마크2의 눈에도 떠올랐다.
[마크2. 이번 소환은 여기까지예요.]우리 애를 저런 불순한 도깨비 근처에서 돌아다니게 두어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지.
“마마. 나중에 또 부르는 겁니다. 방랑상인과는 모래가 예쁜 모래사장에 같이 놀러가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뚜따와도 같이 놀기로 약속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놀 약속까지 잡다니.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친화력 하나는 참 대단하다.
‘저라면 다음 만남이 두려워서라도 약속은 절대 기피할 텐데요.’
이브를 떠나보낸 상심으로도 아직은 아이 특유의 해맑은 성정은 변치 않는다는 건가보다.
[마크2가 역소환되었습니다.]어린이가 떠났다면 이제는 거칠 것이 없다.
해응응의 온화했던 기색이 고개 한 번 돌리는 사이에 돌변했다.
배웅할 때 짓던 미소 어디감?
표정변화 실화임?
속검의 달인은 표정변화도 쥰내 빠르시네요
2.
[필드가 신속하게 공략되었습니다.] [행동횟수가 차감되지 않습니다.]묵언검객이 로 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드를 가로지르는 사이, 일부 시청자들은 포럼게시판에서 대화했다.
[후반필드 의외로 별 거 아닌데?][7] [전승대결 첫 타만 이기면 자동승리 아님?][13] [내가 해도 저건 깨겠다][9]묵언검객이 하니까 너무 쉬워 보이는 필드!
오죽하면 엄길동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형 오랜만에 세이브 좀 부른다. 생 트라이로 저기까지 가긴 너무 멀잖아. 인정?”
ㅇㅈ
가는 길에 하루종일 숨져서 암흑상인 보기 전에 우리가 늙어 죽을 듯
선생님은 혹시 하루살이십니까?
혹시 오해하실까봐 풀어서 설명해드리면 오늘만 사는 새끼냐는 물음임
오해하지 말라고 풀어서 딜 박네
이래야 엄길단이지
[세이브파일 리스트를 불러옵니다.] [SAVE 96. 반요루트 도깨비마을] [기록을 불러옵니다.]반요곡에도 멀티세이브 기능은 있다.
자체 철인모드로 기본세이브파일 하나만 가지고 첫 도전에 도장깨기처럼 냅다 들이받고 전부 부수고 다니는 묵언검객은 희귀케이스다.
보통은 여러 개의 세이브 슬롯이 활성화되는 쉬운 난이도까지 사망횟수를 조정한 뒤, 매 필드마다 세이브파일을 남겨둔다.
특히 엄길동처럼 뇌지컬 스트리머라면 특정구간에서의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거나 자료제작용으로 참고해야 할 경우가 잦은 상황.
세이브파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내가 이때 무슨 귀물을 가지고 있더라?”
배낭을 주섬주섬 뒤지는 엄길동.
방랑상인이 사라진 후반필드라 그런지 몬스터의 체액, 뜯어진 다리, 잿가루 따위의 잡템이 두서없이 잔뜩 나왔다.
곤충채집가세요?
정리 좀 해!!
자동정렬 마렵네
인벤토리면 클릭한번에 깨끗해졌다ㄹㅇ
인벤토리가 그렇게 좋음?
주부경력 3년차ㅇㅈ
육아경력 3년차ㅇㅈ
이게 야스지!!
쏟아지는 잡템더미 너머로 휘황찬란한 귀물 몇 개가 나타났다.
나름 다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소재지나 입수방법이 알려진, 혹은 시작부터 회차보너스를 투자해서 입수한 귀물들이었다.
내기소재는 생겼다.
엄길동은 거침없이 야시장 필드를 찾아갔다.
그리고 문전박대 당했다.
“어딜 하찮은 반요 따위가 암흑상인님을 만나 뵈려고 들어?”
입ㅋㅋ구ㅋㅋ컷ㅋㅋㅋㅋ
쯧 수질 떨어지게 뭐 저런 놈이 얼쩡거려?
존나 늙어 보이네
입구컷이 그 입구컷이었냐고
수귀자폭병 제발!! 멈춰!!!
저게 왜 수귀자폭병임?
아앗… 클럽 한 번도 안 가본 순수한 영혼이 있었네…
아ㅋㅋㅋ 뉴비는 자기가 공격받은 줄도 모른다고
근데 쟤가 뉴비라고 했지 못생겼다고는 안했잖아
아
보호중지 아군이 아니다
보호중지ㅇㅈㄹㅋㅋㅋ
입구컷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엄길동은 금방 플랜 B를 찾았다.
“약소하지만 제 마음을 담은 성의입니다.”
“흠흠. 뭘 이런 걸 다.”
“아니?!”
“하하! 약점이 들킨 요괴는 한방감이지. 죽어라!”
“크엑!”
요괴를 죽이면 힘이 약해진다지만 전승대결 하나 하려고 게임 켠 엄길동은 페널티도 개의치 않았다.
거침없이 암흑상인의 거처까지 들이닥치자 암흑상인이 호기심을 보였다.
“이런 막나가는 반요놈을 봤나. 네놈은 겁도 없느냐?”
“없다! 그러니 나하고도 전승내기를 하자! 3판2선승에 같은 전승은 다시 낼 수 없는 규칙이다!”
“좋다. 그럼 내기의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라.”
쾌속진행ㅋㅋ
봤던 루트 공략할 때는 이런 게 편해서 좋아
첫 번째 귀물승부.
엄길동은 자신이 지닌 가장 가치 있는 전승을 내놓았다.
[엄길동 님이 을 패로 내놓았습니다.]“호오. 이것은?”
“사용한다면 무명소졸도 한 세력의 수장과 능히 견줄 수 있는 존재감을 얻는 [존재감 강화10] 기능이 달린 전승이다!”
“내게는 그 전승을 사용하지 않았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하찮게 보일 수가 없을 테니까. 사용횟수가 달려서 쓰기가 아까웠나보지?”
“…….”
같은 상인 아니랄까봐 너무 잘 아는데?ㅋㅋㅋ
사용횟수 1/5 칼같이 맞추네ㄷㄷ
2회차부터 특전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전승.
그 효과는 당연히 대단하다.
“마침 내게도 상인으로서 견줄만한 전승이 있지. 어떤 상대에게든 위압감을 느끼게 만드는 의 전승이다.”
“어? 대살귀의 파편은?”
“대살귀의 파편? 그건 또 무어냐.”
암흑상인의 태연스러운 대꾸에 엄길동은 깨달았다.
맞춤형 스토리.
플레이어의 행적에 따른 전개의 변화.
그것이 내기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암흑상인의 소지귀물과 전승은 플레이어에 따라 매번 변화하는 것이다.
[제 1 라운드 승]물론 최저난이도에서의 도전이었기에 승리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대망의 2라운드다.
“이번 대결에서 진다면 패배인가. 비장의 전승을 꺼낼 수밖에 없겠군.”
암흑상인이 마침내 그것을 꺼내들었다.
[암흑상인이 속의 전승을 내놓았습니다.]귀물 한 개로 3판2선승 대결에서 이기기.
공적 뻥튀기와 날먹공략이 가능한가.
그 검증을 위해 엄길동이 나섰다.
“그 전승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주마!”
무지성으로 칼을 뽑아들고 상자를 부순 엄길동.
그를 부서진 상자에서 나온 시커먼 연기가 덮쳤다.
“크아악! 이, 이런 건 없었잖아!”
페이크가 아니었어?!
그때 훈훈한 대화는 머였는데???
실은 페이크가 아니었다면?
묵언검객이 저주를 검으로 벤 것이라면?
그냥 분위기 훈훈하게 보이고 싶어서 눈감아줬던 거라면?
소오오오오름
오늘도 강자들의 유희에 희생당하는 길동이형ㅠㅠ
“날먹이잖아… 날먹이었잖아…!”
“흐흐흐. 어디서 다른 놈의 폐를 보기라도 했나보군. 어차피 죽을 목숨, 좋은 걸 보여주지.”
암흑상인은 자신의 보따리에서 같은 모양의 폐를 꺼내고, 꺼내고, 또 꺼냈다.
2열 횡대로 늘여놓은 패만 무려 스무 개!
“나는 전승을 담은 폐를 스무 개나 가지고 있지. 만만한 상대에게는 만만한 폐를, 강한 상대에게는 강한 폐를 꺼낸다. 너는 만만했구나.”
“아니 이건, 존나 너무하잖아… 꼐르륵.”
[당신은 저주사 당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날먹이 아니었다고?
2열 횡대 농락플레이ㅋㅋㅋ
진짜 많기도 하네
저거 사실상 랜덤박스 아님?
그럼 묵언검객이 본 건 개노답으로 강하다 싶을 때만 꺼내는 거네?
결론 : 날먹은 불가능.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묵언검객 루트는 그들이 따라할 것이 못 된다고.
전승내기를 하더라도 3판2선승이 아니라 단판내기로 끝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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