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25)
〈 425화 〉 425 군단의 의지
* * *
1.
이들의 용맹은 인정하나, 다리도 없는 이들에게 정찰을 맡기는 것은 너무한 처사다.
오랜 기간 다리 없이 살다가 뒤늦게 하반신이 재생된 개체들도 있지만 근육의 발달이 더딘 탓에 기동력은 그리 대단치 못하다.
이미 잘 다룰 수 있는 팔이 있는 마당에 힘겹게 다리를 쓰려 애쓰는 낙귀들은 별로 없었다.
‘보내더라도 생환은 힘들겠죠.’
결정을 재고하려던 그녀의 앞에서 괴력의 우완의 부관이 쿵 소리가 나도록 지면에 머리를 박았다.
“대장을 잃은 부관은 살아있느니만 못합니다. 차라리 그날, 대장에게 진명을 바쳤으면 대장이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시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
“목숨을 걸고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어떤 임무든 기필코 성공해내겠습니다!”
남자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때가 있다.
괴력의 우완의 부관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해응응은 무릎을 꿇은 그를 친히 일으켜 세웠다.
[당신의 이름을 들려주세요.]괴력의 우완의 부관.
그의 눈에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진정한 목소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만들어진 감정에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일말의 불안을 모조리 의식의 저편으로 찍어눌렀다.
주군께서 이름을 물었다.
그보다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밑바닥의 야크샤입니다.”
해응응은 그의 어깨에 현혹의 꼬리를 얹었다.
【군령장】
[백령신군의 생존유무를 확인하고 돌아오세요.] [임무는 살아 돌아오는 것까지.] [돌아오지 못한다면 괴력의 우완의 설욕은 할 수 없어요.]이제는 현혹의 힘으로 시스템메시지까지 직접 만들어 출력하는 해응응.
보는 이들의 놀람이야 어찌 되었건, 군령장을 받은 야크샤는 몹시 기뻐하였다.
[낙귀군단의 새로운 군단장이 로 식별되었습니다.] [야크샤의 낙귀군단이 전력정찰을 위해 급히 남부필드로 출정합니다.]전력정찰이 시작됐다.
2.
[Story mode]병력을 파견하는 순간, 그녀의 시야가 변했다.
초원을 달리면서도 올곧게 앞을 바라보는 시야.
바로 낙귀군단의 시야였다.
[지독하구나.] [무엇 하나 성한 것이 없다니.]강대한 요괴는 한 지역을 홀로 집어삼킨다.
초목 하나, 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자연의 힘을 모두 집어삼키며 군림하는 악귀.
그런 악귀들도 기척만으로 필드를 사멸의 적토로 물들이지는 못했다.
물들이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자연지기가 메마를 때까지 착취를 해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었다.
[머무르지 않고 단지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대지가 죽어나가다니.] [대요괴는 이렇게까지 강해졌단 말인가?]갈수록 두려움은 커져가지만 동시에 확신도 들었다.
대요괴는 한 번, 이곳에 들렀다.
그리고 더욱 아래로 남하하였다.
잃어버린 다리 대신 발달된 팔근육으로 힘껏 지면을 박차는 두 개의 팔과 무른 다리.
다리보다는 꼬리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균형을 잡는 용도로만 사용하는데도 낙귀들의 다리에는 멍이 들고 핏기가 어렸다.
그들의 무른 다리로는 격렬한 기동을 미처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돌벽에 부딪치고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긁힌다.
다리는 아프고 팔은 저리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마라. 우리는 이미 한 번 전장의 흐름에 뒤처졌다가 지휘관을 잃고 살아남은 잡졸이다.] [두 번 다시 그날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느냐.] [증명해라. 자신의 강함을.] [그리하면 떳떳해질 수 있다. 스스로에게.] [나아가 먼저 떠난 동료들과 대장에게.]밑바닥의 야크샤. 그의 격려는 낙귀들의 사기를 적절한 시기에 올려주었다.
[주군의 혜안이 옳았다.]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소리는 들렸다.
저곳, 불길한 검은 장막의 저편에서 굉음이 들린다.
[돌아갑시다. 이만하면 충분히 봤습니다.] [아니. 우리는 확인해야 한다. 백령신군의 생존을.]백령신군의 북벌군단.
정예로 유명한 그들의 시체가 차츰 눈에 띄었다.
장막 너머, 어둠 속을 달리자 공포는 커졌다.
숨소리도 내고 싶지 않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다.
수많은 요괴의 피와 죽음을 몰고 다니는 대요괴가 요괴들을 찢어죽이고 있다.
개미처럼 날아다니는 요괴들의 시체 너머.
폭력의 화신의 날뛰었다.
하지만 그 너머.
무수한 주검의 저편에는, 분명하게 「적」이 있었다.
저 대요괴가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는 적이.
[백령신군이 살아있다.] [이 사실을 반드시 주군께 알려야만 한다!]몸을 돌린 낙귀들.
그들의 어깨를, 몸통을, 발목을.
전장의 바닥에 잠복한 촉수들이 연달아 휘어 감았다.
“보내줄 것 같으냐? 하찮은 쥐새끼들아.”
[도망쳐!!!]낙귀들의 크고 작은 전승이 일제히 발동했다.
그와 동시에 저항에 실패한 이들이 촉수에 끌려들어가 대요괴의 몸에 집어삼켜졌다.
수라장.
지옥도.
땅을 한 번 딛을 때마다 천 단위의 낙귀들이 죽어나가는 지옥의 한복판에서 낙귀들은 달렸다.
한 명이라도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이 전쟁의 승패를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3.
[Story mode] [야크샤 side]낙귀군단장 야크샤.
그와 살아남은 낙귀들은 수를 모두 헤아려도 일천조차도 넘지 못했다.
이미 자신의 촉수함정에 들어왔으면서도 충분히 깊게 낙귀들이 들어오도록 무시하였던 대요괴.
그의 심계에 당한 탓에 엄청난 희생이 발생했다.
그마저도 그들을 살려 보내기 위해 백령신군이 힘을 쓰지 않았다면 전멸은 피할 수 없었다.
“야속하구나. 주군께서 바라는 정보를 얻었건만 이 더딘 몸이, 지치고 병든 몸이 말을 듣지 않다니.”
낙귀들의 움직임이 더뎌졌다.
차츰,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늘었다.
[에 중독되었습니다.] [에 걸렸습니다.]깃털 한 장에 담긴 독만으로도 죽이지 못할 생명체가 없다는 맹독을 지닌 요괴 의 독을 피안개처럼 뿌리고도 모자라 저주까지 심었다.
다가가도 독에 걸리는데 그로부터 멀어지면 점점 더 많은 독이 발병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걸음마다 독이 더 늘어나 만 걸음에 이르러서는 만독에 걸리는 만독의 저주.
“우리의 몫까지 전해주십시오.”
“낙귀군단의 의지를, 야크샤님이…… 끄르륵!”
“우리는, 쿨럭. 용감…했다고 주군… 쿨럭쿨럭! 대장님께, 크허헉.”
한 줄기 빛이 되어 쓰러지는 낙귀들.
그들의 힘이 야크샤의 몸에 깃들었다.
[낙귀군단의 진명의 힘이 당신의 생명력을 북돋아줍니다.]개개인의 힘으로는 버틸 수 없다.
그러나 모두의 이름을 바쳐 힘을 보탠다면.
야크샤 한명쯤은 대요괴의 저주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마음.
물려받은 설욕의 소망.
야크샤의 두 눈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고난의 산맥에서 벗어난 이래로 걸림돌만큼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두의 희생으로 간신히 얻은 기회, 이번에야말로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냐. 남은 군단 전원의 진명을 짊어지고도 고작 천 걸음에 그치다니…!”
패배의 요인은 많았다.
무사히 벗어난 낙귀들이 너무 적었다.
대요괴의 함정에 당했다.
괴력의 우완에 비해 그의 자질이 부족했다.
비참할 정도로 잔인한 현실이다.
뜻의 높음에 비해 능력이 부족했다.
단지 그뿐이다.
주르륵.
눈가의 눈물은 피눈물로 변한지 오래다.
내장이 녹아내리는 끔찍한 기분은 진즉에 끝났다.
더는 고통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자신의 형체가, 육신이 무너져 내림을 느낀다.
그것을 억지로 막아내려고 필사적으로 힘을 돌린다.
버텨라.
조금만 더 버텨라.
다리 따위, 다시 잃어도 좋다.
소화기관 따위, 없어도 그만이다.
앞을 보지 못해도 방향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그러니 눈도 포기하겠다.
맛을 느끼는 재미도 포기하겠다.
냄새를 맡는 즐거움도 포기하겠다.
깎아내고 또 깎아내며.
독에 몸을 내어준다.
그럼으로써 남은 요기와 진명을 집중했다.
다리 대신 땅을 지탱할 두 팔 만큼은.
백령신군의 생존을 알릴 목소리만큼은.
“이것으로도 부족하단 말이냐? 대요괴를 한 번 마주치고 달아나는 것조차 이렇게나 가혹하단 말이냐!”
야크샤는 깨달았다.
아직 자신에게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남았음을.
뜻을 전하는 것 따위, 목소리가 없어도 된다.
자신은 전령.
뜻을 전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 몸에 상처를 새긴다.
스스로의 의지로, 무너져가는 몸의 일말의 생환가능성을 더욱 죽인다.
“…….”
귀에서 피를 쏟아도.
입에서 피를 쏟아도.
그는 지난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웃을 수 있다.
누구보다도 중요한 사명을 맡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멈추면 안 돼.’
‘쓰러지더라도 몸으로 구르면 안 돼.’
‘배에 새긴 상처만큼은…….’
아아, 불안하다.
독이 몸을 녹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한계다.
진탕이 된 내장이 뚫린 복부로 흘러내린다.
목소리를 잃는 것으로도 부족했다.
끝내 자신은 모두의 사명을 짊어지고도 2000걸음의 고비 앞에서 무너졌다.
실패다.
한없는 절망이 치민다.
넘어졌다.
분한 마음에 내리친 왼손이 뭉개졌다.
손의 형체마저도 유지할 수 없다.
절망의 끝.
쓰러진 그의 앞에 진동이 느껴졌다.
토독 톡
튀어 오르는 돌멩이.
온 몸으로 느끼는 대지의 진동.
모를 리가 없다.
이 감각, 잊을 리가 없다.
묵언검객의 군세가 출정할 때면 일어나는 진군의 소리다.
정찰병이 도착하지도 못했건만.
그런데도 혹여나 정찰의 결과를 들고 돌아올 때에 대비해 군세가 마중을 나왔다.
자신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목소리도, 배에 새긴 전언도 사라진 그가 어찌하면 뜻을 전할 수 있을까.
‘아직도 있구나.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었어.’
오른팔의 손가락을 들어 녹아내리는 몸의 독에 가득히 묻혔다.
손가락으로 지면에 대고 글을 새겼다.
이것을 본다면 전언은 전해진다.
전령으로서의 역할을 완수할 수 있다.
‘끝이구나.’
전언을 새긴 지면에 무기를 꽂았다.
녹아내리는 자신의 시체가 전언을 덮지 않도록 바닥을 기었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그런 그의 몸에 부드러운 감각이 닿았다.
주군이 왔다.
‘저는… 제 역할을 완수했습니까…?’
손바닥을 간질거리며 꼬리로 글씨를 쓴다.
생?.
전해졌다.
백령신군의 생존을 인지했다.
고통이 걷어진다.
앞을 볼 수 없을 그에게도 다시 한 번, 군세가 도열하며 그를 맞이한다.
“수고했어요. 이 뒤는 저희에게 맡기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묵언검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크샤는 말했다.
“낙귀군단의 마지막 의지를, 저희들의 진명을 거두어주십시오. 육신을 잃더라도 이 싸움의 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묵언검객은 오른팔을 내밀었다.
괴력의 우완.
그와 낙귀군단의 의지로 벼려낸 귀물에 무릎을 굽히고 입을 맞추었다.
파아앗!!
눈부신 빛과 함께 고통이 사라진 육신과 영혼이 빨려 들어갔다.
영혼만이 남은 야크샤.
그의 앞에 유난히 거대한 오른팔을 지닌 요괴가 호탕하게 웃으며 옆을 가리켰다.
오른팔의 오른팔인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괴력의 우완의 우측에 기립하며 낙귀군단은 비로소 다시 완전해졌다.
4.
[낙귀군단의 마지막 군단장 야크샤와 최후의 군단원들의 진명이 새겨졌습니다.] [귀물 이 전우들의 희생에 커다란 감동을 느낍니다.] [귀물 이 성장합니다.]낙귀군단은 전멸했다.
하지만 그 뜻은 이어진다.
‘수고했어요. 당신들의 뜻은 이 오른팔과 함께 제가 이어가겠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