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27)
〈 427화 〉 427 당신에게만큼은 허락하지 않겠어요
* * *
1.
[몰살루트] [월드보스 토벌전에 돌입합니다.]결전이 시작됐다.
대요괴. 백령신군. 묵언검객.
삼존일정三?一?의 대립구도에서 가장 불리한 자는 대요괴였다.
‘우둔한 자에게 발목이 잡힌 소감은 어떤가.’
‘드디어 결판을 낼 수 있게 되었군요.’
세 명의 절대자 중 두 명이 하나를 노린다.
각개격파를 꾀하던 대요괴로서는 결코 달갑잖은 상황.
그럼에도 그는 웃었다.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어 다섯 장의 만드라의 꽃잎을 허비해버린 백령신군.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만드라만을 간직한 백령신군 따위, 이미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전락했다.
“착각하고 있구나.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이대 일의 구도?”
“개인 대 세력의 구도?”
“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홀로 강해질 수 없었던 약자들의 결집이 초래한 결과를 보아라.”
“빼앗을 가치도 느끼지 못한 불순물들은 시체의 산으로 전락했고, 그 안식마저 농락당했다. 정작 그들의 피와 살은 짐의 힘이 되었으니.”
“백만대군이 몰려온다 한들, 짐에게는 배불리 살찌울 양식에 불과할 진저. 그 어디에 너희 작고 하찮은 것들의 승산이 있는가!”
폐부를 찌르는 가혹한 진실의 무게에 백령신군의 백귀야행과 묵언검객의 군세가 공포에 휩싸여 크게 휘청거렸다.
병귀들의 해골마가 뒷걸음질 치며 주저앉고 두땃쥐인간들이 끝내 굴을 파며 땅 속에 숨었다.
[미안하게 되었군, 묵언검객.] [그대가 도달할 시간을 벌기 위해 소환하였던 백귀야행의 군세들은 대요괴의 힘을 더욱 키웠다.] [지금의 그는 격의 탈피를 목전에 둔 상황.] [이 전투, 승리를 위해서는 그가 소화한 힘을 모두 소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할 수 있겠는가?]여기까지 와놓고 그 무슨 무의미한 물음인가.
‘긴말은 하지 말아요.’
‘약해보이니까.’
아홉 개의 꼬리가 펼쳐지며 사멸해버린 대지 위로 죽은 자들의 무덤이 솟아올랐다.
대요괴는 업의 수확자.
인간과 반요, 요괴,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조차 하지 않고 세상만물을 집어삼킨다.
그런 그조차도 먹어치울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육체를 버리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
사무치는 복수심에 구천을 떠도는 원령들의 존재다.
‘탐욕스러운 당신이라면 분명 혼백마저도 소화하겠다고 남겨두었겠죠.’
재액을 부르는 꼬리를 따라 대요괴의 몸에서 줄기줄기 솟구쳐 나오는 혼령들.
그것들이 제 집을 되찾은 것처럼 죽은 자들의 무덤 위로 깃든다.
[죽여라.] [복수해라.] [우리의 원한을 따라라!]혼령들의 외침에 해응응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혼령들의 듯대로 대요괴를 친다.
그런 무른 마음으로는 일초도 견딜 수 없다.
그녀의 뜻에 혼령들이 감응한다.
그 방식이 아니라면 당신들에게 주어질 복수의 기회는 없어요.
명령하는 쪽은 저에요.
맹렬하게 진동하며 혼령들을 위협하는 몰살검.
서슬 퍼런 귀물의 으르렁거림에 혼백들이 두 눈 가득 살심을 피우며 묵언검객을 노려보았다.
수십만.
나아가 수백만.
이 자리에서 대요괴에 의해 사살당한 요괴들이, 옛 왕국의 주민들이, 백령신군의 백귀야행을 따르던 요괴들이 새하얀 구슬이 되어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수백만의 죽은 영혼들을 통해 늘어나는 힘.
삽시간에 불어나는 묵언검객의 체급에 대요괴가 포효를 내질렀다.
“하찮은 것들의 찌꺼기를 모아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신선이여. 버러지들의 혼으로 금기를 범한 몸의 붕괴를 연장해왔는가?”
“혼을 벼려내어 시간을 벌고 싶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보아라.”
“죽음과 절망, 피학과 공포에 물든 병들고 나약한 영혼들이 함께하는 만큼 더욱 약해지리라!”
혼위비상???上.
작고 하찮은 패배자들의 혼을 모아 복수를 약속하며 힘을 빌리려던 묵언검객의 술수.
그것을 대요괴는 단번에 뒤집었다.
패자소인?者小人.
패배한 자는 빈자처럼 허리를 굽히며 자존과 자립을 누리지 못하니, 낮고 하찮은 존재로 영락한다.
대요괴는 자신의 존재감만으로 제게서 벗어난 혼령들을 단숨에 품어서는 안 될 독으로 역변시켰다.
[소인의 혼이 1000개 수집되었습니다.] [패배자들의 망설임에 공격속도가 느려집니다.] [소인의 혼이 3000개 수집되었습니다.] [패배자들의 굼뜬 의지에 이동속도가 느려집니다.] [……] […………] [심대한 디버프가 가해집니다.] [막대한 디버프가 중첩됩니다.] [너무나도 커다란 무기력함과 절망에 육신이 악영향을 받습니다.]이길 수 없어.
도망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목숨을 구걸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
엉덩이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받아들여.
솟아오르는 잡념들을 해응응은 훗 하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떨쳐내었다.
‘그딴 무력감, 무림에서도 질리도록 느껴왔어요.’
정파무림의 꼭대기에 올라선 무림맹.
사파의 다섯 악인들이 모인 오왕문.
비인의 금술에 손을 뻗은 혈교.
중원의 모든 세력 위에 군림하는 지존, 황제.
천하쟁투의 주역, 신주이십사강.
‘마음이 꺾이는 경험은 수도 없이 겪었어요.’
몇 번이고 부러지고 짓밟혔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도 믿지 못했다.
타인이 규정하는 말을 믿고 무너졌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조종당하던 시절마저 있었다.
그런 바닥을 경험했기에 일어설 수 있다.
그런 바닥 속에서도 순결을 지킨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단언할 수 있다.
그런 바닥을 딛고 올라선 복수의 달성자이기에 주저앉은 영혼들을 짊어지고 검 한 자루로 중원의 한복판에서 재패를 부르짖을 수 있다.
‘무너진 뒤에도 삶은 끝나지 않아요. 즐거움을 꾀하는 마음은 어디서든 사라지지 않으니.’
작고 하찮은 병든 영혼들을 벼려내며 한 걸음, 그녀가 나아갔다.
[동화율이 상승합니다.] [동화율이 상승합니다.] [동화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OUT BREAK!] [동화율의 상한을 돌파합니다.]벽을 넘어서는 것 따위, 어렵지 않다.
믿고 지지해줄 이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부모.
스승.
연인.
지인.
천륜으로 닿은 인연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부족한 만큼 인륜으로 잡아내면 된다.
‘제가 당신들의 인륜이 되어드리겠어요.’
[막대한 피로감 속에서도 동화율을 낮추지 않고 정면으로 감각과 맞서 싸웠습니다.] [97%] [지독한 절망감과 감응하고도 이에 잡아먹히지 않은 투지가 패자소인의 혼령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킵니다.] [98%] [대요괴의 전율스러운 영압을 가르는 전진에 혼령들이 전율합니다.] [99%] [이제, 당신의 뜻을 저지하는 제약은 없습니다. 온전한 진체로서 모든 성패를 온전히 이룹니다.] [100%]‘그러니 당신들은 제 힘이 되도록 하세요.’
개전초기.
혼백의 타락에도 굴하지 않고 더럽혀진 영혼을 짊어지며 벼려낸 묵언검객.
“감히 승산을 논할 셈인가?”
“짐을 상대로 희망이 있다고 믿는가!”
“하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마.”
“하늘아래 이 대요괴만한 절대강자는 없음을.”
“별의 흉성마저도 집어삼키는 최흉의 강함을!”
“모조리 절망의 구렁텅이로 다시 처박아주마!!!”
암천의 주인.
무너지고 쇠락한 세계의 군림자.
승자독식의 낙원의 주인이 달려들었다.
지축이 뒤집어진다.
포연처럼 솟구친 잿가루가 하늘을 뒤덮는다.
벽력같은 노호성에 산천이 일그러지고.
역발산기개세에 암천의 경계가 확장되며.
영혼을 짓뭉개는 일격이 묵언검객을 짓눌렀다.
진정한 강함 앞에 무술은 필요 없다.
강자는 강해지기 위한 노력도 필요치 않다.
진정한 맹수란 힘껏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정상에 군림할 수 있으니.
짐승. 야수. 맹수.
인류가 초원을 헤매던 고대부터 맹수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식사일 뿐이다.”
“지천에 널린,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먹이들.”
“인간도, 요괴도.”
“내게는 그 정도에 불과하다.”
“우정?”
“연민?”
“노력?”
“극복?”
“약자들의 자기위안 따위, 일말의 가치도 없다.”
“탄생 이래, 단 한 번도 결핍을 느껴보지 못했다.”
“내게는 매 순간이 낙원이었다.”
“세상만물은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빛난다.”
“다른 생물을 짓밟고 먹어치움에 비로소 삶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짓밟고 먹어치운 이 몸보다 삶을 실감하는 존재는, 밝게 빛나는 흉성은 없으니.”
“오늘 여기서 너희 작은 것들의 발버둥을 짓밟고 하늘 위에 올라서겠다.”
“짐이야말로 새로운 요괴왕.”
“반요곡 너머, 삼천세계가 두려워할 포식의 군주가 될 것이니라!!”
해응응은 긍정했다.
꿈이란 크게 가지고 볼 일이다.
사내였을 적의 그도 종종 꿈꾸고는 했었다.
세계제일.
천하통일.
한낮 오락거리에 불과하다고 한들.
게임 속에서는 몇 번이고 실현해보았다.
때로는 노력으로.
때로는 치트를 써서.
때로는 남이 만든 공략을 보고.
그러니 알 수 있다.
대요괴가 바라는 경지와 그 너머의 경치를.
그가 걷는 길의 무상함을.
‘얻고 나면 인생무상을 느끼고 삶의 모든 의욕이 사라지죠. 정상의 경치란 생각보다 시시해요.’
누구보다도 그 경치의 보잘것없음을 알지만.
지금만큼은 고집하고 싶다.
‘그 시시함을, 당신에게만큼은 허락하지 않겠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