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29)
〈 429화 〉 429 욕심과 낭비
* * *
1.
대요괴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깟 창 하나로 쌓아올린 업의 무게 따위, 잘나봤자 얼마나 대단하다는 거냐. 분신이 아닌 본체로 직접 보니 더욱 선기가 느껴지는 신선의 기운과 달리, 네놈의 검에 서린 요기는 하찮고도 미미할진대!”
통렬한 지적이다.
최강의 요계답게 대요괴는 그 안목 또한 범상치 않으니, 귀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도 남달랐다.
부정하고 싶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
적기사는 수긍했다.
“그 말이 옳다. 귀물이 된 창으로도 해낼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
“동시에 깨달았다.”
“촌각을 나누어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이 창의 가치를 깎아내려야 할 정도로 대요괴, 당신이 궁지에 몰려있다는 것을.”
그렇다. 대요괴에게 이만한 시간을 할애하며 참견할 여유는 없다.
그 잠깐의 참견으로 묵언검객의 검이 그의 거대한 팔을 타고 오르는 용 모양의 상흔을 깊이 새기니,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그 사실을 모를 대요괴가 아닌데도 참견한 이유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요괴의 진체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하찮은 귀물이겠지. 하지만 이 안에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조금이라도 주군의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적기사의 창에 적색강기가 어렸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두 번의 기회를 바라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한 번.”
“한 번이라도 대요괴의 진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
“그 일격으로 귀물이 파괴되어도 좋다.”
“이 적기사의 힘이 소실되어도 좋다.”
“바라는 것은 요괴들의 절멸.”
“바라는 것은 저주받은 반요곡의 최후.”
“주군의 몰살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이 귀물, 이 목숨. 기꺼이 바치겠다.”
대요괴는 깨달았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결과에 끝내 적기사가 도달했음을.
기계가 아닌 이상에야 세상 모든 생물체의 강함에는 편차치가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100의 강함을 지닌 이도 컨디션이 나쁘면 80으로 강함이 줄고, 명정한 정신에 심신이 합일을 이루면 120의 강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전력개방은 그런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섰다.
귀물이 지닌 가치.
전승에 잠재된 위력.
그것을 200, 300, 나아가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순간의 과출력으로 장시간의 출력다운을 감내하는 수준을 넘어서 귀물의 영구적인 소실마저 각오하는 전력개방에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각오하는 자에 한하여, 단 한 번에 한하여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할 잠재력이.
“받아보아라, 대요괴여. 뒤를 돌아보지 않는 자의 생을 불사르는 강함을!”
머나먼 변방의 요새로 좌천되어 죽는 그 순간까지 고국의 부름을 기다리던 장병들.
무너진 요새 너머 세상 모든 생명체를 적으로 둔 그들이 다시금 전장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적이 따라주었던가.
“그리도 짓밟히기를 원한다면 밟아주마. 나락의 밑바닥까지!”
삽시간에 늘어나는 대요괴의 분신체.
그것을 묵언검객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육약화의 저주는 피아를 가리지 않으니.
묵언검객 또한 분신체를 죽이면 저주를 받는다.
‘주군의 도움 따위는 처음부터 바라지 않았다. 이 목숨을 걸고 주군의 도움이 되기만을 바랐을 뿐.’
느껴진다.
대요괴가 얼마만큼의 분신을 할애했는지.
이길 수 없다.
여기가 끝이다.
복수도, 갈망도, 모두 잿더미 속에 흩날려 사라진다.
바람은 스산하고 갑옷은 차갑다.
나쁘지 않다.
흉성처럼 빛나는 적의 안광의 위협적임도.
샛별처럼 반짝이는 자신의 창의 초라함도.
질주하며 좁혀지는 간격만큼 줄어드는 수명도.
이것이 생애 마지막 광경이라면.
기사 된 자가 누리기에는 퍽 아름답지 않은가.
그러니 실망하지 않는다.
이 창이 적을 꿰뚫되, 쓰러뜨리지 못했음에.
창대에 꿰뚫린 분신체가 스스로 창을 비집고 들어오며 목을 조임에.
‘노리는 것은 같았는가.’
적기사는 깨달았다.
여기서 자신이 멈춘다면 그의 목을 꺾은 분신체가 그대로 묵언검객을 공격할 것임을.
부하들의 힘으로 대요괴에게 살해약화의 저주를 유도했던 묵언검객의 수를 분신의 힘으로 묵언검객에게 살해약화의 저주를 유도하는 수로 반격 당한다.
그런 참변은.
그런 미래는.
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허락할 수 없다.
적기사는 달렸다.
창에 꿰뚫리고도 죽지 않은 적을 손 끝에 실은 채.
당장이라도 꺼질 것처럼 흔들리는 생을 붙들고.
“이 미련한 녀석이…! 전장의 끝까지 달릴 셈이냐?”
“포기해라. 네놈은 이미 졌다.”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창을 잃은 널 살려주마.”
대요괴의 분신체의 간언.
그 안에 실린 절박함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큭큭.
웃음과 함께 피거품이 새어나와도 멈출 수가 없었다.
대요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으니까.
부하와 분신의 싸움은 얼마나 정교하게 힘을 배분하여 적정한 크기의 분신을 내보내느냐에 대요괴와 묵언검객 사이의 승패가 기울어진다.
쓸데없이 많은 분신의 힘을 담아봤자 적을 죽이고 약화된 만큼 그 기운은 효율이 감소한다.
그 효율감소를 무릅쓰고, 대요괴는 무리를 했다.
과한 힘을 분신에게 허락했다.
그것을 지금, 적기사의 창이 꿰뚫은 채 전장의 끝까지 돌진하고 있다.
돌아갈 수 없다.
합류할 수 없다.
확실하게 적기사를 해치우고 묵언검객을 위협한다는 변수를 창출하기 위한 힘이 가장 중요한 대장전의 전장으로부터 배제된다.
‘이 희생은 덧없지 않았다.’
백령신군의 백귀야행의 무리를 지나치고.
또 다른 원수나 다름없는 백령신군의 곁마저 스치면서도.
창의 예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인마일체의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주군이시여. 나아가소서.’
이 창이 가리키는 승리를 향하여.
세상의 끝까지.
이 적기사는 그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으니…….
“대단한 충심이다. 힘도 목숨도 옛 동료와 국가마저도 모두 버려낼 수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힘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걸까.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음을 알면서도 대요괴의 분신체가 큭큭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지?’
그것이 불안했다.
무언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처럼 심장이 조여왔다.
실수 따윈 없을 것이다.
자신은 분명하게 이득을 보았다.
대요괴는 과욕을 부렸고, 그 욕심의 결정체는 지금 자신의 손에 꿰뚫려 전장을 이탈했다.
암천의 대지마저 사라진 황야 속에 그와 분신체, 단 둘만이 남아있다.
‘허세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안일했다.
도무지 그런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절대적인 유리함.
이루어낸 승리.
그 어디에 문제가 있단 말인가.
“깨닫지 못했나? 어째서 네 목숨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적의 지적을 듣고서야 생각했다.
어째서 이 목숨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진즉에 목이 비틀려 죽어야 마땅했을진대.
마치 힘이 부족한 것처럼 분신체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아니, 부족한 것은 분신체의 힘이 아니다.
그가 강해졌다.
이 돌격이 이루어지는 사이에.
목이 조여드는 와중에.
전장을 이탈하는 적기사 바로 그 자신이.
‘각성? 진화? 아니, 이건 그런 종류의 강함이 아니다. 나는 이 현상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지극히 최근, 바로 얼마 전에도!’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하여 툭툭 끊기는 사고 너머로, 한층 더 힘이 솟아났다.
꽈드득
목을 조이는 손보다 더욱 강건해진 육체가 대요괴의 분신체의 교살시도를 견뎌낸다.
나아가, 점점 밀어내고 있다.
자신의 목을 조이지 못하도록.
압박당하던 혈관이 조금씩 풀려난다.
목의 압박이 해소되며 온전히 산소가 뇌에 공급되는 순간, 적기사의 두뇌에는 별의 번뜩임을 담은 깨달음이 휘몰아쳤다.
“아아, 어찌하여 이런 일이!! 멈춰라. 이 이상 전장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적기사의 외침과 신호에 급히 방향을 돌리는 그의 전용 해골마.
“큭큭. 크하하!”
“깨달았다 한들 이미 늦었다.”
“목숨. 충절. 사명. 너희 알량한 족속들이 걸 수 있는 것이란 그런 것밖에 없을진대. 그것을 이 대요괴가 정녕 몰랐으리라 믿었는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으니까, 대비할 수 있었다.”
“신선 묵언검객. 그녀의 공략법을.”
분신체의 얼굴에 귀기어린 웃음이 어렸다.
그것은 생을 포기하였던 적기사의 것과 같으면서도 다른 결연함이 어렸다.
같은 각오.
같은 광기.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악의였다.
적기사가 선의와 충심에서 비롯된 돌격이라면.
분신체는 악의와 농락에서 비롯된 함정이다.
“느껴지는가? 병귀군단. 너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네게 바치는 힘이.”
지금이 아닌 다른 때라면 누구보다도 가슴 깊이 벅차오름을 느끼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 진명개방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그 목숨은 전장에서 바쳐야 한다고 그리도 당부했을 텐데!”
“적기사여. 그대는 잊고 있지 않았나?”
대요괴의 분신체가 이를 드러내고 웃음을 지으며 잔혹한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대의 목소리는 군단에서 멀어질수록 그들에게 닿지 않지만, 이 대요괴의 분신들은 여전히 전장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대요괴의 감언이설에 군단이 속았다.
이 돌격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돌격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