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33)
〈 433화 〉 433 왕의 자존심
* * *
1.
원령들의 영혼을 쥐어짜내며 발휘하던 힘이 사라진 순간부로, 그녀는 전과 같은 위세와 속도를 이어나갈 수 없어졌다.
사독의 기운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한정된 내공으로 싸움을 이어나간다.
수많은 현실적인 제약을 홀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지금의 신체로는 더 이상 조화경의 한계를 초월한 원자참살의 극쾌의 분광검을 펼칠 수 없었다.
대요괴를 원자참살로 죽이더라도.
그 뒤에는 독에 당해 자신이 죽으니까.
한 번의 멸함으로는 최후가 찾아오지 않는 대요괴.
그가 자신의 시간이 묵언검객의 것보다 길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요괴 단독토벌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분하네요. 정말 한끝 차이였는데.”
“솔직히 압도당했다. 개인의 몸으로 그만한 무위를 발휘한 것에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한 순간이지만 내 운명의 최후마저 직감하였지.”
스토리모드의 재생이 없더라도 둘은 전장 속의 고요를 체감하듯, 손을 멈추었다.
찰나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붙잡고 싶은 것처럼 순간의 감상을 입에 담았다.
“요괴왕의 무를 능가하는 신외지신의 검에 경외를 표하마. 앞선 말을 번복하는 것은 수치스럽지만 그 수치를 무릅쓰고서라도 감히 단언하지.”
“너는 살려둘 수 없다.”
“네가 지닌 재능이 두렵다.”
“찰나의 순간에 맛보았던 지옥이 두렵다.”
“그것이 언젠가 너 자신의 의지로 재현될 수 있으리라는 직감이 너무나도 두렵다.”
“그러니 결심했다.”
“자신의 말을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격의 손상을 각오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여기서.”
“묵언검객.”
“그대만큼은 반드시 죽이겠노라고.”
[경고. 경고. 경고.] [대요괴가 존재의 소멸을 각오하고 미래의 힘을 불러옵니다.] [대요괴가 자신의 의지로 페이즈를 스킵합니다.]앞서 대요괴가 느꼈던 죽음의 직감.
존재가 소멸하는 공포.
그것과 흡사한 위기감을 이번에는 묵언검객이 역으로 느꼈다.
저 힘은 위험하다.
평범한 요력이 아니다.
다른 난이도, 다른 플레이어라면 그저 공격력의 상승이나 공격속도의 상승 따위에, 일개 게임 속의 수치변동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달랐다.
백면귀의 정신오염에 버금간다.
플레이어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는 상단전의 영능에 버금가는 힘이다.
대요괴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제관을 쓴 왕의 형상.
알 수 없는 형상이 지금의 그가 지니지 못한, 언젠가 지닐 수 있는 힘을 끌어왔다.
[예정조화의 특이점에 반하는 강대한 힘에 요괴왕이 스스로 확정된 미래의 군림을 포기합니다.] [주의하십시오.] [자신의 영생불사의 군림과 맞바꾸어 빌려온 힘은 전율스러울 정도로 강대합니다.]출력된 시스템메시지를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저것이 어떤 힘인지.
“요괴왕의 힘이군요. 언젠가 당신이 도달했을지도 모를 미래의.”
“아니. 틀림없이 도달했을 힘이다. 그리고 이제는 두 번 다시 도달할 수 없을 사라져버린 미래의 힘이기도 하지. 이것이 만에 하나라도 그대의 천외천에 당하지 않기 위한 짐의 진심이니라.”
“그렇게까지 진심이 될 필요는 없는데요.”
“당한만큼은 갚아줘야 하지 않겠나. 짐의 미래를 닫아낸 갚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요괴왕의 압도적인 힘이 대지를 박찼다.
교전초기.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했던 대요괴의 체구는 그 반의반조차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느껴지는 흉험함이란.
대요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의 힘.
제 3대 요괴왕의 저력이란.
지금껏 체감했던 대요괴의 모든 강함을 명백하게,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꽈아앙!
온몸이 뼈마디가 저린다.
흘릴 대로 흘려낸 힘이 이 정도이다.
회피로는 끝을 볼 수 없다.
먼저 끝나는 것은 자신이다.
역습의 기회를 만들고자 펼쳐낸 궁여지책??之?.
궁지에서 벗어나고자 내놓은 하나의 꾀.
여섯 겹의 호신강기가 일격에 모조리 깨졌다.
‘끝났군요.’
불과 열합의 공방을 채 넘기지 못하고 대요괴의 진심어린 일격이 그녀의 몸을 후려쳤다.
[막대한 충격에 의 지속이 위태로워집니다.] [심각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운기조식으로 내상을 추스르지 않을 시, 부상이 점점 악화됩니다.] [사독의 기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승패는 뒤집혔다.
지금의 그녀는 대요괴를 이길 수 없다.
“지금이라면 알겠구나. 네가 신선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놀랐다.”
“진정 인간의 힘으로 신선과 같은 방식으로 요기를 소화하고 제 것처럼 다루어낸 경지에.”
“역시 운명은 옳았다.”
“짐을 몰아붙였던 위기는 요괴의 힘에서도, 신선의 힘에서도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인간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차례 깨졌던 마음의 강함까지 되찾은 대요괴.
심신 모두 완전체로 거듭난 그를 이길 수 있는 미래는 일말의 가능성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군요.’
대요괴를 이기는 미래는.
그녀 ‘혼자서’ 대요괴를 이길 미래는.
“끝이다.”
“섭섭하군. 대요괴여. 끝을 고하기에는 아직 끝마치지 못한 악연이 남아있지 않은가.”
“이 목소리는……!”
벼랑 끝 궁지에 몰린 묵언검객.
그녀를 끝내고자 치켜든 대요괴의 팔을 수많은 팔들이 뒤로 감싸며 강제로 잡아당겼다.
“대살귀!”
그 팔들은 하나같이 맹독에 노출되어 녹색을 띄고 있지만, 부기걸의 요력은 야크샤와 낙귀군단의 진명을 합친 것보다 더욱 대단했다.
“그 독연은 짐이 아닌 어느 누구도 중독을 피할 수 없을 텐데. 그것이 한 번 당하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독임을 알고는 있는가?”
[모를 리가 없지.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군. 누구도 믿지 않고 세상 모두를 배신하며 힘을 길러온 배신자의 독이란.]“어리석구나. 기껏 연명한 목숨. 부질없이 제 발로 찾아와 죽음을 자처하다니.”
[독 따윈 옛 저녁부터 중독되어 있었다.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몸을 잃은 요괴로 전락한 그날부터. 복수라는 이름의 헤어나올 수 없는 독에!]언제나 두려울 정도로 불길한 목소리 속에 한줄기 냉정함을 품어왔던 부기걸.
그녀가 진심으로 격노하며 아껴왔던 모든 힘을 발휘하니, 미래의 요괴왕의 가능성에마저 닿았던 대요괴조차도 제 팔을 뜻대로 가누지 못했다.
“끝까지 방해할 셈이라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지. 이 대요괴의 패권을 가로막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는 자에게는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부기걸의 무수한 팔에 맞서 대요괴의 몸체 위로 가시들이 돋아났다.
감옥처럼 펼쳐진 가시감옥은 단숨에 부기걸을 집어삼키고 그녀의 팔을 조였다.
“선택해라. 이 팔을 붙잡은 채로 가시에 찔려 더 많은 사독을 주입당해 한 줌의 독물로 전락할지. 지금이라도 자비를 애원하며 목숨을 구걸할지!”
“그렇게는 둘 수 없다네.”
대요괴의 사독을 품은 독안개.
독연이라고 생각했던 안개가 흩어지며 홀연히 도깨비왕이 나타났다.
“승천의 꿈이 좌절되었을지언정 대국의 최후의 승자마저 내어준 기억은 없다.”
묵언검객이 진심격돌을 벌일 적에는 차마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압도당한 그였지만, 그녀의 승기가 다하고 대요괴가 진심이 된 지금은 달랐다.
버겁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실감하지만, 그럼에도 맞서 싸울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대요괴의 최고점은.
묵언검객의 최고점보다 낮다.
그 불변의 사실이 도깨비왕에게 용기를 선사했다.
묵언검객과 부기걸.
둘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자신의 힘으로 대요괴와 정면격돌에 나설 용기를.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경천무겁의 전승.
요괴조차 두려워하는 가증포마의 전승.
두 전승이 맞물린 도깨비왕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온 세상 요괴들이 두려워하며 다가설 수 없는 요력과 존재감을 발휘한다.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그 기세는 감히 3대 요괴왕의 경지에 올라선 대요괴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묵언검객이여. 그대가 기회를 잡을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른다.’
‘부기걸. 그대가 무슨 수로 이 현격한 힘의 차이를 극복하고 대요괴와 맞설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둔한 왕이지만 감히 앎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존재한다.’
묵언검객이 내상을 추스르고.
부기걸이 가시감옥에 갇혀 한 줌의 독물로 전락하기 직전의 상황.
지금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자는 오직 자신밖에 없음을.
“네놈 또한 왕을 자처하는 자라면 더욱 분명히 실감하고 있을 텐데? 지금의 내게 맞서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고 있다마다. 지금도 도망치고 싶은 다리를 억누르느라 필사적이네.”
“여정을 함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과 다름없을 것을, 헛된 인연에 얽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녀들에게 반하기라도 했나?”
그랬다면 차라리 좋았겠지.
사랑에 눈이 멀어 공포라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두려움을 알면서도 그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
“이 몸 또한 왕을 자처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왕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