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34)
〈 434화 〉 434 삼백년이라면 부족하지 않아요
* * *
1.
“대요괴여. 근본 없는 그대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집어삼켜온 잡스러운 기운이 구름성채의 대요집적진으로 모아온 요력에 비할 수 있다고 믿는가?”
도깨비왕은 애써 허세를 부렸다.
우드득!
도깨비왕의 손이 부기걸의 손 주변에 얽히고설킨 가시촉수를 연달아 꺾였다.
[도깨비왕이 에 중독되었습니다.(중독1중첩)] [……(중독2중첩)] [……(중독9중첩)] [도깨비왕이 가시촉수를 거칠게 잡아뜯습니다.(중독10중첩)] [사독의 독성이 강해지며 요기 사이로 확산됩니다.]몸을 보호하던 요력의 댐이 뚫렸다.
가시감옥에 갇힌 부기걸을 끄집어낸 대가로 도깨비왕은 스스로 사독에 중독되었다.
그 어리석음을 대요괴는 비웃지 못했다.
“영웅의 곁에는 영웅이 모인다더니, 이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는 가상함이 실로 대단하구나. 백령신군의 군세보다 너희가 낫도다.”
“대요괴. 당신의 군세에도 능히 이름을 떨친 영웅호걸들은 있었다. 그들을 내친 것은 다름 아닌 당신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렇군.”
대요괴는 인정했다.
만일 지금의 국면까지 그를 따르는 부하들이 남아있었다면 분신체를 만드는 것보다도 효과적으로 적을 격퇴했을 것임을.
부기걸이나 도깨비왕과 같은 강대한 실력자들도 감히 그의 지척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을.
“그것은 짐의 과오다. 인정하지.”
“그렇지만 짐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그 모든 대가를 제물로 바쳐 힘을 얻은 짐의 강함이 한계를 넘어설 때,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
“아득한 미래.”
“3대 요괴왕의 자리에 취임할 짐의 진체는 과연 얼마나 대단할 것인지.”
도깨비왕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이 아무리 작더라도, 적어도 네놈의 알량한 허장성세가 통할 정도는 아니다.”
[도깨비왕의 전승 가 파훼됩니다.] [대요괴가 운신의 자유를 얻습니다.]“왕의 존귀함에 필부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흥미로운 전승이다. 어디 역으로 시험해보지.”
대요괴가 말했다.
“지금부터 너를 향해 세 걸음을 걷겠다. 그 세 걸음의 압박을 견디고 자리를 지킨다면 그 용기를 봐서라도 대살귀 하나는 살려주지.”
[대요괴가 전승 를 발동합니다.] [대요괴가 전승 을 발동합니다.]수백 걸음에 걸친 도깨비왕의 시험.
그것을 단 세 걸음으로 압축해내어 시험하겠다며 대요괴가 도깨비왕에게 역으로 압박을 가했다.
‘필패의 시련이구나.’
도깨비왕은 깨달았다.
이 내기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을.
“도망쳐라.”
부기걸의 말에도 그는 따르지 않았다.
하등 가치가 없는 내기.
그저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인 대요괴가 자신을 꺾는 일에 집착하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묵언검객에게 압도당한 경험이 당신의 전승에 심대한 피해를 입혔군. 이 내기로 그 힘을 조금이라도 수복하고 싶은 건가?”
대요괴의 낯이 굳었다.
정곡을 찔린 탓이다.
“걱정 마라. 그 도전을 거절할 생각은 없으니.”
이것은 묵언검객의 분투가 만들어낸 기회.
부기걸이 목숨을 걸고 난입해 벌어낸 시간.
세 걸음의 시험으로 벌 시간이 아무리 짧을지라도, 그것이 묵언검객의 시간이 되어준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 도망치고 삼백 년을 더 살아남는다고 한들, 그 시간의 가치는 지금 물러서지 않고 견디는 3초만큼도 못하다!”
“그렇다면 세 걸음에 불과한 시간이라도 헛되이 날릴 수는 없다.”
“대요괴. 그대의 도전에 응하겠소.”
시간을 번다. 그 하나의 각오로 도깨비왕이 필패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슬픈 영혼이구나. 자신의 꿈을 접고 모든 희망을 타인에게 맡기는 삶이란 이렇게나 가여운가.”
연민하며 내딛은 한 걸음.
그 한 걸음에 도깨비왕의 눈앞에 별빛이 펼쳐졌다.
흩날리는 핏방울.
떨어지는 땀방울.
공중에 걸린 것처럼 멍울진 채로 늘어진 액체들에 별이 맺혔다.
고조되는 감각.
늘어지는 시간.
핏방울 하나의 추락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달팽이가 달리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인간에게는 그 얼마나 덧없는 시간인가.
대요괴에게는 도깨비왕이 누리는 시간이 그토록 덧없는 시간이었다.
싫어도 깨닫고 만다.
달팽이는 자신을 가리키는 것임을.
억겁의 흐름 속에 끝없이 더해지는 공포의 파문을.
이것은 도깨비왕의 의지를 꺾기 위한 고문이자 영원처럼 이어지는 찰나의 지옥.
자신의 말의 무게를 스스로 느낀다.
이런 업을 강요당할 줄 알았다면 기세를 탄 말 따위, 함부로 내뱉지 말았어야 했다.
죽도록 후회했다.
어서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염원했다.
대요괴는 그에게 오직 하나의 의지만을 강요하였다.
[포기해라. 그리하면 편해질 것이다.]전부 내던져라.
자신이 내던진 말의 무게도.
왕으로서의 지위와 체면도.
모든 것을 내던지고 뒤돌아 도망치지 않으면 이 지옥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으니.
베풀 수 있는 자비는 절대적인 항복뿐이다.
[하고 싶다.] [전부 내던져버리고 싶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그 유혹을 따라 편해지고 싶지만!]도깨비왕은 찰나 속에서 홀로 울부짖었다.
[저들의 뜨거운 싸움을 보고도 어찌 뒤돌아 달아날 수 있단 말인가!!]만용에서 시작된 도전이라 하더라도.
영혼이 꺾일 것만 같이 괴로워도.
쿵!!
버텨내었다.
요괴왕의 경지에 도달한 대요괴의 한 걸음을.
백년 치의 가혹한 체감시간을.
왕의 관록이라며 찌든 군살도, 지방도 그 한 걸음을 버틸 심력을 쥐어짜내면서 모두 빠졌다.
장대한 체구가 홀쭉해졌지만 도깨비왕의 두 눈만큼은 더욱 강렬한 의지를 품었다.
대요괴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어렸다.
[좋다.] [도깨비들의 왕이여.] [야인으로 살아남길 원치 않는다면 왕으로서 죽기를 허락하노라.] [주와지시의 삼보지옥.] [그 이보를 받아보아라!!]퍼벅 퍽
한계까지 혹사된 감각이 고통을 호소하며 힘줄이 솟아나고 신경이 터지기 시작한다.
찌지직 지지지지직
혈관에 구멍이 뚫리고 힘줄이 부러진다.
신경이 충혈 되다 못해 실핏줄이 터지며 두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칠공에서 피가 흐르며 한계까지 혹사당한 감각이 비명을 내질렀다.
도깨비왕의 자존심은 삼보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았지만 그의 신체는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퍽 퍼벅
손 하나 닿지 않고도 살가죽이 터지며 핏물이 튄다.
도깨비왕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공포에 시달렸다.
도망쳐.
그만둬.
고통뿐인 이 삶을 당장 끝마쳐.
지옥뿐인 고문으로부터 당장 벗어나.
육신의 절규는 정신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잊었다.
하늘과 맞닿은 하늘도깨비의 본질을.
정령을 모사하는 숲도깨비의 기원을.
재물에 집착하는 상인도깨비의 이유를.
한낱 사물로까지 영락한 잡도깨비의 전승을.
일천 년에 걸친 도깨비왕의 역사는 가혹한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졌다.
[무엇이냐.] [무엇이 널 이렇게까지 집착하게 만드는가.]도깨비왕이 피가 쏟아지는 입을 벌렸다.
떨어지는 속도마저도 더딘 핏물 너머로, 말조차 되지 못한 의지의 표상이 맴돌았다.
[처참하구나.] [이제는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조차 잊었는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떠올리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위한 인내인지도 잊은 주제에.] [그저 생의 오기 하나로 버티고 있을 뿐인가.]짐승의 본능이나 다름없다.
이미 의지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피 따위는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모두 증발해 사라질 정도의 열을 발휘하면서.
생의 모든 집념과 정신, 자아를 쥐어짜내면서.
뼈만 앙상한 목내이가 되어서도.
끝끝내 그는 도달하고야 말았다.
쿵!!
두 번째의 백년이 담긴 1초.
주와지시의 삼보지옥 중 이보째의 내딛음에.
[쓰러져라.] [자신이 존재할 이유마저 잊어버린 분에 넘치는 뜻을 품었던 패배자여.]몸도 영혼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껍질만이 남아버린 짐승으로 영락한 도깨비왕.
그의 몸에 마지막 정념이 번뜩였다.
[아직…….] [너는… 아직 나를…….] [왕의 자존심을… 굴복시키지 못했다!!]육신도 영혼도 잊어버렸지만 그의 뜻이 담긴 잔념만은 남아있으니.
이백 년에 걸친 체감시간 속에서 존재가 생보다 앞서 추구하는 첫 번째 명제가 되어버린 사명이 그의 육신이 쓰러지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대요괴는 전율했다.
[짐의 대업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인간을 손에 꼽으라면 주저 없이 묵언검객을 손꼽는다.] [짐의 대업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요괴를 손에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백령신군을 손꼽겠지.] [허나 짐의 가슴에 가장 깊이 새겨진 적수는 묵언검객도, 백령신군도 아니다.]생의 정점에 도달해야 비로소 개화할 가능성.
3대 요괴왕의 진심이 담긴 힘이다.
그 묵언검객마저도 내상을 입고 전투불능이 되었던.
옛 연인이었던 대살귀마저 극복치 못한.
진정한 요괴왕의 힘과 의지다.
그것을.
승천에 실패한 패배자 따위가.
한낱 도깨비왕 따위가.
존재의 모든 것을 걸고 200년의 체감시간동안 버텨내었다.
초월이었다.
도깨비왕은 이미 영육의 한계를 초월했다.
그 의지를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자다.
이자야말로 진정한 그의 적이다.
그가 인정해마지 않을 반요곡에서 가장 경이로운 정신을 지닌 왕이다.
[짐이 인정한 최강의 호적수여.] [그대의 끝없는 집념에 경의를 표하며 이 한 걸음을 바친다.] [스러져라.] [최후의 한 걸음에.]체공시간 삼백년.
공포의 백년과 절망의 이백년에 이은 파멸의 삼백년.
영육의 종언을 고하는 마지막 한 걸음.
쿵!!
그 한 걸음이 끝났을 때.
도깨비왕은 제자리에 선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대요괴의 전승 의 삼보지옥이 끝났습니다.] [존재를 건 내기의 끝에 도깨비왕이 패배합니다.]고개 숙인 도깨비왕의 몸이 바람에 기울었다.
파사삭
육신의 열량과 정신의 요력, 영육의 영력.
모든 자원을 소모해버린 도깨비왕.
그는 한 줄기 바람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헛되구나. 삼백 년의 의지조차 불과 세 걸음 앞에 무너지는 삶이란.”
요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그를, 도깨비왕의 집념보다 더한 의지가 부정했다.
“헛되지 않았어요.”
내상을 수습하기도 벅찼어야 할 묵언검객이 자신의 발로 우뚝 선 채, 다시금 검을 겨누었다.
도깨비왕이 존재의 소멸과 맞바꾸어 벌어낸 3초.
고작 3초의 시간으로 수습할 수 있는 내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네년. 진심이냐?”
요괴왕은 전신을 타고 흐르는 오싹함을 느꼈다.
3초로 수습하기에는 부족한 내상.
“나와 도깨비왕이 겨루었던 그 삼백년이 담긴 3초를.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쫓아왔단 말이냐?!”
삼백년이라면 부족하지 않았다.
삼백년의 체감시간동안 도깨비왕의 투지를, 집념을, 최후를 지켜보며 갈아왔던 칼이라면.
요괴왕으로 거듭난 대요괴에게 다시 맞서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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