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35)
〈 435화 〉 435 최흉과 최강의 사이
* * *
1.
삼백년의 시간동안 도깨비왕은 죽어갔다.
가혹한 시간의 굴레 속에서 도깨비왕이 어떤 투지와 집념을 품으며 버텼는지 묵언검객은 지켜보았다.
지켜보고.
지켜보고.
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서지 마시게.]꼿꼿한 등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풍랑 앞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위태롭게 나부끼어도, 끝내 오뚝이처럼 제자리를 되찾았으니까.
참담했다.
가혹했다.
동시에 그 최후는 찬란했다.
무적과 무적.
화경과 화경.
정상과 정상의 결전이라면, 그것은 우열을 가리는 진검승부의 영역이다.
도깨비왕은 그 결전에 참여할 자격조차도 없었다.
그는 같은 선상에 올라오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패배는 확정되었다.
‘다른 계열의 고수여도 상위경지를 이기는 것은 어려울 터인데, 하물며 대요괴와 도깨비왕은 같은 계열의 고수였었죠.’
자연과 사물로부터 기를 흡수하는 도깨비왕.
생명체와 지성체로부터 기를 흡수하는 대요괴.
둘은 모두 흡기공???의 고수였다.
동도??를 추구하는 무학의 선후배는 앞서가는 이의 경지가 정체되지 않는 한, 뒤따라가는 이가 맞설 방법 따위는 없다.
불과 세 초식이나 다름없는 세 걸음이라도 예외는 없다.
조화경과 동격의 극마경.
이와 어깨를 견줄 극요경에 올라선 대요괴라면 더욱 그렇다.
대요괴의 힘은 그 자신의 미래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도깨비왕이 승천을 하여 이루었을 미래의 가능성이기도 한 것이다.
‘알고 있었어요. 그 모든 사실을. 도깨비왕도.’
객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삼년의 체감시간조차 한계라고 여겼다.
삼십년의 체감시간마저도 기적이라고 여겼다.
그녀가 재단한 도깨비왕의 한계와 기적을 도깨비왕은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 의미를 모를 그녀가 아니다.
도깨비왕은 매 순간 뛰어넘었던 것이다.
정신의 한계를.
육신의 한계를.
영혼의 한계를.
자신이 지닌 모든 종류의 한계를.
피이잉─
눈물이 감돌았다.
오랜 여정을 함께 한 동료도 아니었다.
개인 대 개인으로 호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눈물이 감돈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도깨비왕의 투지가 영혼을 떨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인의 혼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칼을 한 번 쥐어보지도 않았던, 심지어는 인간조차도 아닌 존재였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삼백년의 싸움은 반요곡에서 보아온 그 누구보다도 무림인의 본질에 가까웠다.
쿠구구구구!
솟구친다.
삼백년을 벼려왔던 검기가.
유백색의 검강이.
승천을 꿈꿔왔던 도깨비왕의 육신은 하늘에 닿지 못했지만, 그의 고귀한 영혼이라면 이 검과 함께 하늘에 올라서도 좋다.
세상이 그를 부정한다 하더라도 그녀만큼은, 삼백 년의 시간을 지켜본 그녀만큼은 그를 인정한다.
“두려울 정도로 엄청난 업의 형상이구나.”
“그 검이 너의 마지막인가?”
해응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텐가요?”
“설마.”
격의 수복을 위해 삼백년의 찍어 누름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대요괴다.
“증명하겠다.”
“이번에야말로 이 대요괴가 요괴왕이 될 인과를 갖춘, 흉성이 점지한 운명에 걸맞은 요괴임을.”
“최흉을 넘어선 최강을!!”
수천만 원령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진대.
그들이 건재했을 적을 돌아보게 만드는.
나아가 그때 이상의 영압을 홀로 전개하는 묵언검객.
삼백 년의 결의조차 세 걸음으로 부숴버리는.
잔혹무애한 독심으로 굳게 세워올린.
요괴왕의 인과에 걸맞은 자격을 증명하려는 대요괴.
조화경과 극마경의 고수가.
반요곡의 두 최강의 기가 허공을 물들였다.
거대한 반요곡.
수많은 인간과 반요, 요괴들이 살아가는 곳.
수많은 업이 소용돌이치는 장소.
지금 이 순간.
그 중심은 틀림없이 바로 이 자리였다.
2.
선수를 취한 것은 대요괴였다.
묵언검객에게 공격기회를 허락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참살지옥이다.
몸소 겪었기에 누구보다 더욱 체감하고 있다.
저 여자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최흉은 자신이다.
그러나 최강마저 자신이라 단언할 수 없다.
진즉에 경쟁에서 나가떨어진 백령신군 따위와는 비할 수도 없다.
백령신군은 대국의 호적수.
묵언검객은 간격의 지배자.
먼 곳에서 성가신 상대는 백령신군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두려운 것은 묵언검객이다.
이 방대한 반요곡에서.
오직 묵언검객만이 그를 죽일 역량이 있다.
그렇기에 필승의 책략을 찾았다.
“허락하지 않겠다.”
“너의 간격이 나의 생을 노릴 기회.”
“간격에 침입할 기회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대요괴의 손을 따라 모여든 독연.
와류를 그리며 회전하던 기운이 묵언검객의 진행방향을 따라 펼쳐지며 정지했다.
찰나지간에 별의 반뜩임을 담아낸 독연의 와류.
은하수와도 같은 독연은 정지하되 멈추지 않았으니.
독연을 이루는 알갱이와 같은 독방울들이.
그 한 방울 한 방울들이.
모두 극한의 중?의 상태를 유지하며 진동했다.
유백색의 강환이 하늘과 맞닿으며 폭발하더니, 천공으로부터 찢겨진 강기가 비처럼 쏟아진다.
이에 맞서, 정지되었던 궤적이 재차 흐르며 강기의 비가 진격하는 경로를 틀어막는다.
독무를 구성하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독방울의 밀도가 강기에 버금가니, 찢겨진 강기다발 따위로는 도저히 뚫어낼 수준이 아니었다.
오색찬란한 빛과 함께 정면에서 쏘아지는 강환.
앞서 분열했던 유백승천의 강환과 달리, 이번 강환은 주와지시의 독방울의 벽을 뚫고자 정면으로 강하게 파고들었다.
넓게 퍼뜨려 뚫을 수 없다면 힘으로 찢겠다는 의지!
“눈에 뻔히 보이는 침입을 허용할까보냐!!”
독물로 자아낸 독방울의 벽이 서로 맞닿으며 그물처럼 펼쳐진 채로 강환을 덮쳤다.
사라라락
회전하는 강환의 힘에 말려들어가면서도 독연의 베일은 걷히지 않았다.
끝없는 밤처럼 계속되는 베일.
전승이 허락하는 인과의 힘으로 장막이 무한하게 펼쳐지니, 그물망에 부딪힌 공처럼 맹렬하게 회전하던 강환도 끝내 기세를 잃고 픽 꺼졌다.
묵언검객의 공세가 끝나기 무섭게 이번에는 대요괴의 역습이 날아들었다.
적의 인지감각이 아닌 물질의 운동력을 강제로 수년에서 수백년 사이로 응축시키는 주와지시의 전승.
가히 권능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응용법에 한계까지 힘이 응축된 독연이 채찍의 궤적을 그리며 묵언검객의 뒤를 쫓았다.
파바바박!
몰살검을 검날이 아닌 검면으로 비스듬히 들어 풍압으로 흘려보낸다.
한 수의 재간이 펼쳐지기 무섭게 곧바로 독연이 검에 달라붙으며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더니 몰살검의 주변에서 단단히 굳었다.
주와지시의 정지의 힘을 지척에서 펼쳐 검의 진로를 가두어버린 것이다.
“한 번은 세상의 끝을 무한한 검속의 사이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그 검을 봉함으로서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짐의 최후를 방지하겠다.”
“우등생의 답안이군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너무 커다란 편법을 사용했어요.”
검을 쥔 오른팔에서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힘.
그 힘으로도 이 한 수의 봉인만큼은 뚫을 수 없으리라 자신하던 대요괴의 요력이 삐걱, 흔들렸다.
다르다.
무언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힘이 그녀에게서 느껴진다.
샘솟는 투지의 색이 단숨에 검붉게 물들며 파괴적인 패기로 돌변했다.
“!!”
그것은 반요곡에 속하지 않은 힘.
그러나 명백한 인과를 지니고 있는 업적이다.
존재에 영속된 미래의 힘을 부른다.
그것이 인과의 서순을 뒤집는 순간.
그의 적수에 속한 묵언검객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
서순이 어긋나는 힘.
반요곡에서 그녀가 아직 쌓아올리지 못했지만 마땅히 얻을 수 있는 힘을 불러올 기회가.
그녀는 기꺼이 힘을 불렀다.
반요곡이 아닌 채찍 시뮬레이터로부터.
종말의 거인.
하나의 세계를 채찍 하나로 멸망의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형체가 지닌 경이로운 힘을.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와 무공조차도 반요곡에서 통용되었죠. 검투사키우기의 힘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채찍 시뮬레이터의 힘만이 예외가 될 리 없어요.’
주와지시의 은하대절편과 종말의 거인의 강기다발을 뭉쳐 빚어낸 채찍이 서로 격돌했다.
별빛을 담아낸 독연의 채찍이 흩어지고 종말의 거인의 괴력을 담아낸 강기다발이 산산이 흩어졌다.
다음 순간, 양자의 손에서 흩어진 채찍이 시간을 역행하듯 다시금 생성되었다.
소멸과 생성.
격돌에 이은 격돌.
잘려나간 채찍다발이 지면에 떨어져 꿈틀거리니.
그 궤적을 따라 갈라진 대지가 난도질당하고 지면 채로 주저앉았다.
땅의 모양이 변하고 대기의 기압이 변화했다.
백중지세.
묵언검객의 전력을, 대요괴의 전력이 막아냈다.
뒤집힌 힘의 우위에도 누구도 이를 비웃지 못했다.
한 세계의 패자를 가릴 결전에는 모두의 경외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 대결 앞에 경외를 보이지 않는 요괴는.
이 순간, 오직 한 명밖에 없었다.
“이 나를 들러리 취급하다니.”
“육신을 잃고 복수를 꿈꾸며 진혈과 전승을 수복해왔던 이 나를.”
“그 눈으로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니.”
갈라진 촉수더미.
되찾은 자유.
“좋다. 그것이 너의 자부심이라면, 내가 그 자부심이 오만이었음을 증명해주마.”
부기걸.
삼백년의 체감시간의 격돌 속에서 잊힌 존재.
이 결전에 참전할 자격이 있는 또 다른 요괴가 대요괴의 배후를 잡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