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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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6화 〉 436 맞바꾼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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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기걸은 당황했다.
아프다.
두텁다.
묵언검객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치는 자와지시의 영역을 부기걸의 손은 넘지 못했다.
‘이 정도였나?’
요괴왕의 경지에 도달한 대요괴의 힘.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상대하는 것은 달랐다.
정면대결도 아니다.
기습을 막고자 펼쳐낸 배후의 벽일 뿐이다.
그 벽 하나를 넘고자 했을 뿐인데.
주먹이 비틀려 빨려 들어가고.
손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손가락이 종잇장처럼 찢겨져나간다.
권장지???.
주먹과 손바닥, 손가락.
무엇 하나 그 영역을 넘어설 수 없었다.
자와지시.
도깨비왕을 세 걸음 만에 파멸시킨 힘.
‘이런 힘을 두 번이나 견뎌내었단 말인가?’
이 순간, 부기걸은 커다란 패배감을 느꼈다.
자신이 도깨비왕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에.
좋게 말하면 숭고한 희생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삼초지적조차 되지 못한 그였다.
그런 도깨비왕보다 못한 자신은 무엇인가.
일초지적조차 될 수 없는 논외의 하등한 존재.
이 대국에서 한 번의 시선조차 받을 자격이 없는 잡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의 결전이다.
그 정도의 강자들이다.
분하지만 인정했다.
대요괴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그럼에도 부기걸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한한 손에 끝을 볼 작정으로 후방에서부터 맹렬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하찮은 짓을.’
대요괴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다.
부기걸에게는 무리다.
묵언검객이 배후를 점했다면.
하다못해 도깨비왕이 배후를 점했다면.
경을 치며 대응했겠지만, 그녀만큼은 아니다.
한 번 패하여 약해진 자.
오랜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힘을 잃고 영락한 존재.
삼백 년의 체감시간에 진입하지 못한 자.
그녀의 사투 따위, 이 대국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하찮지 않다.’
부기걸의 눈에 흉광이 어렸다.
자와지시의 영역에 닿아 부서지고 소멸하면서도.
요석자루 너머로 끝없이 손을 뻗어내었다.
“그만두어라! 그러다가는 네 손이 모두 사라져 죽을 것이다!!”
전장 저편에서 들려오는 극곰장수의 외침.
복수를 갈망하면서도 극곰장수는 현실을 인식했다.
힘이 닿지 못한다면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약자의 복수.
살아있지 못하다면 복수도 이어나갈 수 없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부기걸은 부정했다.
그녀의 복수는 그런 무른 것이 아니다.
“두려움은 의지가 꺾임에 있으니.”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 손으로 직접 붙잡아 쟁취해내는 것이다!!”
부기걸은 기억하고 있다.
명백히 자신보다 강한 존재였던 요괴대장군을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쟁취해낸 묵언검객의 저력을.
요력의 발동을 봉인당하고 짐짝이나 다름없는 옷장이 되었음에도 그녀를 끌어주며 버리지 않고 함께 쓰레기장을 헤쳐나왔던 묵언검객의 헌신을.
귀한 진혈을 미련하나 없이 기꺼이 동료와 부하들에게 내주었던 묵언검객의 대범함을.
동료와 부하를 위해서라면 팔 하나쯤은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묵언검객의 대의를.
‘핑계 따위는 한 번도 대지 않았다.’
적이 강하다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양보하기에는 너무 큰 기회라고.
희생하기에는 가치가 덜하다고.
재고, 가늠하고, 망설이고, 물러서는.
그런 길을, 그녀는 한 번도 걷고자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하게 승천의 기둥에 쫓겼을 때조차도.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격노하며 버티고자 안간힘을 썼었다.
이제는 안다.
그런 그녀였기에 강해질 수 있었음을.
자신은 그렇지 못했기에 진혈을 얻고도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음을.
‘그런가.’
그녀는 언제나 한 걸음 물러섰다.
대요괴에게 복수하고자.
이 힘을 사용할 곳은 여기가 아니니까.
보다 나은 기회를 노리고자.
동료의 죽음조차 감수해야 할 희생이라고 여기며.
그렇게 견디고 견딘 끝에.
대요괴를 눈앞에 두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말한다.
지켜보라고.
아직도 기회가 아니라고.
‘이 몸은, 자신도 모르게 영락해버린 것인가.’
안일한 사고에. 더딘 성장에.
옷장과 요석자루에 갇혀버리면서.
생의 모든 것을 거는 감각을 잊고 말았다.
진혈추적자는 달랐다.
그 아둔한 요괴는 대요괴의 뜻에 속았을지언정.
자신의 전부를 거는 우직함이 있었다.
“지금을 위한 순간이 아니었던가.”
“오늘만을 위해 쌓아왔던 변명이 아닌가.”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 뚫어내지 못한다면.”
“무엇을 위한 인내이며 축적인가!!”
지금까지의 배 이상의 기세로 쏟아져 나오는 팔들.
수백 수천의 손이 뒤엉키며 하나의 거대한 검을 이루듯이 자와요시의 영역을 벤다.
그 힘이 자와요시의 영역을 넘지 못해도 괜찮다.
뻗어내는 족족 모두 소멸해도 상관없다.
여기가 자신의 최후라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다.
‘내 앞을 가로막은 촉수가 잘려나갔던 것은.’
‘묵언검객도 대요괴도 손을 쓰지 않았음에도 내 길이 열렸던 것은.’
‘분명 이것을 바랬던 것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도깨비왕.’
묵언검객은 자신의 의지로 그의 뜻을 검에 담았지만.
도깨비왕은 자신의 의지로 부기걸의 길을 열었다.
진정으로 도깨비왕의 의지를 이어갈 요괴는.
그녀를 도우라며 선택받은 사람은.
이 전장에서 오직 부기걸 한 명밖에 없다.
“되어주겠다.”
“너의 뜻을 이어받고.”
“나의 오랜 복수에 종지부를 맺을.”
“한 수의 기적을 펼쳐보겠다.”
“그러니 꺼트려라.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저 역겨운 흉성의 빛을 꺼트리란 말이다!!”
무학에 눈을 떴음에도 그녀는 무인이 아니었다.
수많은 손으로 펼쳐내는 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힘을 더할 새로운 손으로 무학을 선택했을 뿐.
진정한 무인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적은 없었기에.
복수를 위해 날이 잘 드는 칼.
그녀가 인식해왔던 무학이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는 높았다.
이해도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그것은 전승도 무술도 아니었다.
우악스레 휘두르는 힘의 총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강자에게 맞서는 약자의 투지가.
자신의 진심을 올곧게 바라보는 마음이.
도깨비왕이 삼백년의 시간 속에서 열어주었던 그녀의 앞길이.
마음속에 일어난 작은 파문을.
한 번의 흔들림에 그치지 않고, 그녀의 정신을 한 차원 높은 경지까지 도야시켰다.
필요하다면 어떤 힘이든 다룬다.
그런 기질이 묵언검객은 가르친 적도 없었던 소림의 정종무공에 닿았다.
육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없다면 정신의 힘으로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런 집념이 여래신장을 구성하는 여러 깨달음 중 하나, 천수관음에 도달했다.
“!!”
찰나지간.
부기걸은 가장 먼저 깨달았다.
자신의 손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경지의 무학을 담아내고 있음을.
동시에 영혼의 비명을 느꼈다.
이 기운은 몇 번이고 거듭 펼칠 수 없다고.
필요한 것은 자신의 육신.
무한히 재생되는 팔.
그것의 을, 을 포기해야 한다고.
미래를 도모하는 영원한 팔.
패배해도 거듭되는 기회.
그것을 버리고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를 현재에 모든 것을 건다.
이것이 그녀의 영혼이 느낀 두려움의 실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가혹한 현실.
미래와 맞바꾸어 현재를 손에 넣는다.
“그런 것 따위, 이 결전에 참전하기 위한 시작점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다!!”
파바박
검은 손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미증유의 무게가 실린 독연의 독방울들이 차츰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 많던 손을 하나로 엮어 휘두른 대살귀의 대살겁의 초식조차도 어찌하지 못했던 독방울이.
수많은 세월의 축적으로 쌓인 자와지시의 벽이.
손가락 하나 파고들 수 없었던 틈새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벌어졌다.
‘모든 손을 잃어도 좋다.’
‘미래가 없어도 괜찮다.’
‘두 번 다시 복수를 꿈꿀 수 없다면,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대요괴를 무찌르지 못했음에도 나의 팔이 남아있는 것!!’
불살라라.
마지막 하나의 팔까지.
잡아 벌려라.
단 하나의 팔이라도 그 너머로 향할 때까지.
“!!”
심상치 않다.
이 기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다.
대요괴는 두려웠다.
자신의 배후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언가,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이 다가온다는 예감이.
하지만 돌아볼 수 없다.
손 한 번만 뻗으면 찍어 누를 수 있지만.
그 한 번의 틈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감히, 이 저를 상대로 여념을 남겨둘 셈인가요?]첨예하게 펼쳐지는 예술의 경지에 달한 검격.
별의 빛과 밤의 장막을 담아낸 요괴왕의 힘으로도 간신히 평형을 이루는 백중지세.
한 호흡도.
한 걸음도.
뒤를 향해 할애할 여유는 없다!!
“넘었다.”
혼신을 다하는 결전.
최흉과 최강의 격돌.
그 배후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을 때.
대요괴는 깨달았다.
그가 느꼈던 불안의 원천을.
무엇이 그를 이토록 두렵게 하였는지를.
대요괴와 묵언검객.
둘의 백중지세의 균형을 깨뜨리는 절묘한 한 수.
“너도냐.”
“너마저도 한계를 넘어섰단 말이냐! 부기걸!!”
부기걸의 팔 하나가 난입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