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0)
〈 440화 〉 440 대요괴의 최후
* * *
1.
스토리모드.
강제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보아왔다.
마크2의 각오를.
부기걸의 일장을.
방랑상인의 복수를.
적기사의 돌격을.
부하들의 희생을.
‘그렇군요. 이 게임은 원래 이런 식으로 끝을 보도록 정해져있었어요.’
플레이어를 위해 군세가 희생하고 네임드 장수들이 분투한다.
그 끝에, 플레이어가 둘로 분리된 미래와 현재의 대요괴를 무찌르고 비로소 승리를 거둔다.
제정신인 난이도가 아니다.
극상의 고수.
언젠가 한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조화예정의 미래만을 반복했을 게임.
난이도가 낮아지고.
패턴이 한정되고.
실존하는 생명이 아닌 AI에 지배당하는.
인공세계 속의 거짓된 연극에 그쳤을 게임이다.
‘오랜 기다림이었겠죠.’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좌절했을까.
반복되는 연극에 속았을까.
이제는 그 거짓에 종지부를 맺을 때가 도래했다.
[Player mode]스토리모드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플레이어모드.
묵언검객의 시간이다.
“원통하다.”
대요괴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은 어찌하여 이 대요괴를 낳고 묵언검객을 낳았단 말인가.”
“당신의 업보가 그만큼 컸을 뿐이에요.”
반요곡의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면.
피지컬 갓겜으로 악명을 떨치지 않았다면.
그 원흉으로 대요괴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묵언검객이 나타날 일은 없었다.
그녀가 플레이할 게임도 다른 게임이 되었을 테니까.
반대로 보자면 대요괴의 집념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의 비열한 행각을 칭찬할 수는 없지만 최흉이자 최강의 요괴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힘든 싸움이었어요.’
현대에 돌아온 이후로 이만큼이나 애를 먹었던 적수가 있었던가.
검투사키우기에서 이해찬과 전쟁을 벌였을 때에도 이 정도로 힘겨운 싸움은 아니었다.
한국최강이라 불리던 한국십강과 그 필두로 손꼽히던 일성길드의 조일성도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오직 한 명. 당신만이 저보다 위에서 진정으로 제 대적수가 될 자격이 있었죠.’
영원히 계속되는 꿈은 없듯이 대요괴와의 기나긴 보스전도 마침내 끝을 맞이했다.
“짐은 무적일진대. 별이 점지한 요괴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을진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단 말인가?”
“스스로도 느끼고 있겠죠. 당신의 무적은 이미 끝났음을. 만요의 끝에 군림할 최후의 요괴란, 누구에게도 군림하지 못할 당신에게 걸맞은 전승이 아님을.”
[대요괴가 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하였습니다.] [전승 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대요괴의 불멸의 운명이 소실되었습니다.]대요괴는 희망을 잃었다.
더는 보이지 않았다.
마크2에게 당한 직후에도 악착같이 찾아내었던 일말의 가능성이.
자신이 요괴왕으로 거듭나는 미래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묵언검객.
그녀가 자신의 앞에 돌아온 시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그의 일생은 끝난 것이다.
“묵언검객. 반요곡의 너머로부터 찾아온 처형자여. 그대는 알고 있는가? 이 대요괴의 운명이 본디부터 요괴왕으로 거듭날 운명은 아니었음을.”
“유언인가요?”
“그렇다.”
“그럼 들어드리죠.”
늘어나는 체감시간.
찰나의 매 순간이 연장되는 두 사람만의 시간.
대요괴의 손끝에서 별빛이 반짝였다.
그것은 자신의 피로 자아낸 흉성의 번뜩임.
그러나 사투가 아닌 오직 보여주기를 위한 전승의 활용법이었다.
그의 별빛이 담아낸 광경은 자신의 과거.
전대 요괴왕의 앞에 섰던 그의 모습이었다.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자가 스스로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너는 크게 될 수 없는 요괴다.
네놈 같은 자가 누군가의 위에 올라설 방법이란 배신과 모략으로 세상에 고통과 절망을 창궐시키고 만악의 끝에 군림하는 방법뿐이겠지.
설령 만 마리의 요괴를 굴복시킬지라도 그 너머로는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너의 숙명이자 한계이다.
제 2대 요괴왕.
인계침공에 성공하고 초대 요괴왕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하였던 존재.
그 강대한 자가 대요괴의 한계를 규정했다.
[만요의 끝에 군림할 최후의 요괴.] [그 전승은 본래 이처럼 요괴왕이 짐의 영혼에 새겼던 낙인이자 저주였다.] [요괴왕이 될 운명 따위는 결코 아니었지.] [그것이 분했다.] [밑바닥부터 수많은 요괴들을 집어삼키며 올라온 하찮은 잡귀의 삶을 부정하는 고고한 요괴왕이 미치도록 증오스러웠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누리는 혈족의 힘을, 계승받은 전승을, 재능으로 일궈내는 자신만의 업을 남에게서 빼앗지 않으면 갖지 못할 서러움을.]추한 발버둥이다.
비겁한 변명이다.
그렇기에 진심이었고.
그렇기에 절실하였다.
한 세계의 절대자가 규정한 운명.
미래를 닫는 가혹한 낙인이었지만.
대요괴는 멈추지 않았다.
[짐이 세상을 먹어치울 수는 있어도 세상이 짐을 먹어치울 수는 없다.]방법은 추잡하고 잔혹했을지언정 운명에 맞서는 그 의지만큼은 실로 대단했다.
한 세계의 천하제일인이 규정하는 운명을 그의 사후에나마 힘으로 능가하여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과연 최흉이자 최강으로 손꼽히던 요괴세력 필두의 강함이었다.
[묻고 싶다.] [묵언검객이여. 그대라면 어찌하였겠는가.] [하찮은 잡귀로서 핍박받는 삶에 잡아먹혀 일개 비천한 잡귀로 죽겠는가.]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는 운명에 고개를 숙인 채, 만요의 위에 올라선 삶에 안주하며 죽겠는가.] [그도 아니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요괴왕이 낙인찍은 운명에 맞서 저항하고 한 세계의 정점에 군림하겠는가.]그것은 삶에 임하는 자세.
역경과 시련 앞에 떳떳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이에요.]대요괴는 조소했다.
[가난하기에 무시당하고 약하기에 짓밟히는 삶은 부끄럽지 않은가?] [더 가진 자의 삶을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죄악이라면 현실에 순응하고 절망하는 노예의 삶은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가?]해응응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는 달라요.] [제게 있어서의 부끄럽지 않은 삶이란, 저를 위해 죽어갔던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노라 말할 수 있는 삶.] [손쓸 도리 없이 강대한 원수들에게 복수를 끝마치고 사문의 무맥이 끊이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이었죠. 제게도 투쟁의 시간이 있었고요.]대요괴는 물었다.
[무엇이 달랐지?]해응응은 답했다.
[재능의 유무였을지도 모르죠.] [제게도 재능이 없었다면, 당신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마공에 모든 것을 거는 말로가 기다렸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감히 단언할 수 있어요. 그 길을 걸어 성공했다고 한들, 저는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먼저 떠나간 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제가 일구어낸 모든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들의 희생이 덧없지 않았노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요.]대요괴는 깨달았다.
그녀와 자신의 결정적인 차이를.
[기대 받고 있었군.] [과분하게도요.] [부럽군.] [당신에게도 있었지 않았나요? 그런 요괴들이.] [그랬었지. 분명 그랬었어.]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연인과 충성스러운 수하들.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던 기회가.
정상에 오르는 시간은 느릴지언정.
혼자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의 당신이 처한 처지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유를 얻은 뒤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정상 하나만을 추구했다면, 누구에게도 인정을 구해서도 안 되겠죠.] [제게서 인정을 구했다면, 저는 또 다른 낙인을 내릴 뿐이에요. 당신의 삶은 실패했노라고.]대요괴는 조소했다.
죽을 날이 가까워지거든 마음이 약해진다더니.
인정을 갈구하던 자신이 그 꼴이 아닌가.
[그렇군. 그런 건 최흉의 요괴답지 못하지.]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요.] […?] [아무리 쓰레기 같은 삶이었어도 그것이 당신의 삶이라면, 적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은 최흉의 쓰레기로서의 스스로를 잃지 말아야한다고.] [크하하! 베는 맛이 있는 최후를 보이란 말이냐?]하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거렸다.
기가 막히는 여자다.
인정을 갈구하는 요괴에게 쓰레기답게 죽으라니.
최강뿐만 아니라 최흉의 자격마저 넘겨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역시 무리다.
최강이라면 몰라도 최흉만큼은.
전대 요괴왕조차도 능가한다고 자부하는 진정한 정체성만큼은.
[그 말이 옳다. 짐은 만요의 끝에 군림할 최흉의 요괴. 죽어서도 이 반요곡에 최흉의 요괴가 누구였냐 묻거든 당당히 언급될 수 있는 존재.] [최강이여. 짧은 승리에 만족하여도 좋다. 그대의 검이 짐을 죽일지라도 최흉의 이름만큼은 영겁토록 이어지리니.] [언젠가는 최흉이 최강을 이기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하리라!]생애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게 외치는 대요괴의 선언에, 묵언검객은 그의 육신을 베어 넘겼다.
[월드보스 대요괴 토벌완료]반요곡 최강의 요괴.
대요괴의 끈질긴 생명에 끝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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