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2)
〈 442화 〉 442 끝나지 않는 4시간 15분 7초
* * *
1.
긴 플레이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해응응.
왠지 이럴 거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바짓단 너머로 풍성한 꼬리가 나왔다.
아쉬움이 있다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걸까.
게임 속에서 벗어난 제약 덕분에 제약이 약간은 가벼워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당한 힘을 갖추고 제약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제약을 깨부수면 역풍을 겪는다.
‘초조해할 것 없어요. 시간은 제 편이니.’
살랑살랑
기분이 좋아지자 꼬리가 절로 흔들렸다.
흔들리는 꼬리를 본 이소혜가 참다 못해 물었다.
“만져도 돼?”
해응응은 고개를 저었다.
[뿔과 꼬리는 감각이 민감해요.]“하아. 이렇게 탐스러운 꼬리를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말라니. 너무 고문이잖아.”
[그보다 대쉬맨은 어떤가요?]“눈에 제법 투지가 돌기 시작했어. 실력이 부족해서 방송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나봐.”
[감각링크에 도전했나보군요.]“아닌데?”
[?]“뭐야. 설마 모르고 있었어?”
고개를 갸웃하는 해응응.
그녀의 반응에 이소혜가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직접 봐. 보면 무슨 말인지 아니까.”
이소혜는 게임포럼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여주었다.
[왜 너만 게임해? 왜 너만 게임해? 왜 너만 게임해? 왜 너만 게임해?][3] [그래서 보스전 어케 이겼냐고 그래서 보스전 어케 이겼냐고 그래서 보스전 어케 이겼냐고!!][5] [아니싯팔 무슨 게임이 하수는 구경도 못하냐고!!!][17]게시판은 폭동 수준으로 난리가 나있었다.
2.
사건의 계기는 대요괴가 사용했던 주와지시??之?의 권능에 있었다.
달팽이의 시간을 강요하는 극한의 저속세계.
확장된 인지감각의 순간들.
삼백년의 시간이 시청자의 시각에도 개입했다.
캬 삼백년의 지옥ㄷㄷㄷ
간지 개오지네
근데 왜 움직이지를 않음?
이 무친놈들 설마 삼백년 동안 슬로우모션 함??
ㅋㅋㅋㅋㅋㅋ
아니 잠깐 그럼 우린 이거 삼백년 봐야해?
한 번 싸우면 다 늙어죽겠다!
이 너머를 보고 싶은 자.
대요괴의 싸움을 관측하려는 자.
삼백년을 견뎌야 하니.
체감시간 삼백년.
실제시간 삼백년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영혼이 털리는 탈력감에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누구 버팀?
머릿속으로 오목좌표계 그리고 오목 두던 애들도 오목 오래 두니까 두통 심해진다고 gg치고 나옴
삼백년 빡공부 자격증시험 딴다던 놈은?
그거 난데 채팅창이랑 사인펜 불러오기 그림그리기 말고는 되는 기능이 없어서 공부하려면 문제집을 전부 암기하고 있어야함
ㅋㅋㅋㅋㅋㅋㅋ
공부를 하고 싶으면 일단 암기는 다 끝내라고
그게 암기가 됐으면 공부가 필요 없지 않?을까!
복습 말고는 허락되지 않는 냉혹한 공부ㄷㄷ
그럼 묵언검객도 복습만 하고 있는 거임?
뭘 복습했을까?
그보다 머리 깨질 것 같던데 저걸 어케 버티지?
나가떨어진 사람들과 달리 현실에서는 3초 만에 끝나버린 상황.
문제는 그 3초 뒤의 상황을 시청자들은 열람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력한 시계열 권능이 감지되었습니다.] [주와자시의 삼백년을 돌파하지 못할 시, 이후의 세계를 관측하실 수 없습니다.]반요곡 만든 새끼 누구야!!
시미럴 사 당신들 무슨 게임을 만든 거야!!
방송은 리얼타임으로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는데 우리는 못 봄
아ㅋㅋ 꼬우면 감각링크 결제해서 10배속 기능 해금하라고
감각링크 바이럴 ㅅㅂㅋㅋ
자매품 고급결제로 100배속 기능해제도 있어요
99만원 결제해서 100배속 해제하면 3년만 식물인간처럼 지내면 되는 거 맞지?
나 병원 캡슐에서 방송 시청하는 전신마비 환자인데 너무 지겹고 괴로워서 1개월 존버하다가 탈출했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진짜 식물인간도 포기한 감각링크;;
조졌네
결국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요괴 토벌전은 어떻게 끝났는지 도깨비왕이 당당히 나선 이후는 하나도 열람 못한 시청자들.
다시보기 영상이라도 보겠다고 덤벼든 그들은 국가안보국의 영상삭제라는 이중고로 뒤통수를 맞으며 토벌전영상을 몰수당했다.
진짜정신나갈것같애 진짜정신나갈것같애 진짜정신나갈것같애
제발토벌전풀영상돌려줘 제발토벌전풀영상돌려줘 제발토벌전풀영상돌려줘
영상 누가 지우는 거야!!
운 좋게 영상이 삭제당하기 전에 개인소장에 성공한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 또한 주와지시의 전승이 발동한 이후의 시간대를 열람하려고 시간막대를 클릭하거든 예의 삼백년의 구간으로 방송화면이 되돌아갔다.
마의 그 구간 뚫은 사람?
없음
없워요
넘어갈 수 없는 4시간 15분 7초.
4시간 15분 7초의 다음을 볼 수 없는 영상.
생환율 0%.
자동재생도 통하지 않는 레전드 악몽.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4시간 15분 10초의 도달에 실패한 21세기 도시괴담이 탄생했다.
3.
“그래서 그 뒤엔 무슨 일이 있었어?”
“버틸 자신이 없으니까 묻는 거잖아.”
궁금증에 미칠 것만 같은 이소혜의 물음.
해응응의 얼굴에는 심술이 잔뜩 묻어났다.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사람이 진짜 못됐어. 쓰레기 같은 채팅들 쳐내느라 고생하는 매니저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대요괴는 무찔렀어요. 대신 다른 골칫거리가 나타났고요.]“백령신군?”
[있어요. 그런 게.]“아아악! 갑갑해! 진짜 정신나갈 것 같아!!”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간 이소혜.
그녀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해응응도 그녀가 자신의 사정을 헤아려줬으면 싶었다.
‘한 번 제 손으로 버린 인연이 돌아온다는 건. 그것도 악연으로 돌아온 것을 목격하는 기분은 남에게 설명하고 싶을 정도로 속편한 기분은 아닌걸요.’
그래도 한 사람.
그런 그녀라도 이 사람이라면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엇. 오셨습니까, 길드장님?”
“오늘도 비둘기 잡으러 갑니… 아니, 그거 뭡니까? 꼬리? 그거 진짜죠?”
“반요곡에서 목소리를 되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해남파의 인생 수련뿐인 독종 3인방.
가시인간. 양귀호. 김제철.
“전에는 부산에서 사는 새우깡이랑 서울에서 사는 새우깡이 맛이 다른지 궁금하다고 부산까지 보내시더니, 이번엔 제주도까지 저 보내시려는 건 아니죠?”
그들의 옆에 붙은 덤이자 3+1인방의 +1에 해당하는 떨거지 우지우.
그 단위를 +2로 바꿔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최근들어 폐관수련 수준으로 불철주야 수련에 열심인 대쉬맨이 그 대상이었다.
[수련중에 방해해서 미안해요. 대쉬맨과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 왔으니 신경 쓰지 말아요.]세상에 여우처럼 꼬리가 난 절세미인이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는가.
3+1인방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대쉬맨은 해응응의 호출을 받아 수련을 마치고 나왔다.
[방송은 보셨나요?]“봤습니다. ‘그 구간’은 넘지 못했지만요.”
[알려줄까요? 그 뒤에 있던 일.]대쉬맨에게는 자격이 있다.
이브를 떠나보내고 같은 슬픔을 느꼈던 그라면.
그가 나아가고자 했던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반요곡을 플레이한 자신이라면.
이 사람에게만큼은 들려줄 수 있다고.
그렇게 마음먹은 해응응에게 대쉬맨은 흔들림 없는 눈을 보여주었다.
“원하지 않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요?]“끝나지 않는 4시간 15분 7초. 저는 그 영상의 4시간 15분 8초를 도달했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연장되는 인지감각의 세계.
1초가 100년처럼 흘러가는 삼보지옥에서 일보를, 백 년을 버텼다는 말이 아닌가.
“동화율을 낮춰서 도전할 때는 몰랐지만, 동화율을 높여서 재도전해보니 그 3초는 엄청난 위압감과 공포와 매 순간 맞서 싸워야만 했었죠.”
[큰 성과를 얻었군요.]“겨우 첫 걸음을 뗀 수준입니다. 그래도 그 세 걸음을 견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게 무엇이 부족한지도 전부 깨달았습니다.”
그런가.
그녀의 사투를 끝까지 본 이는 누구 하나 없었지만.
적어도 한 사람만큼은.
가장 봐주었으면 하는 사람만큼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
대쉬맨에게는 그녀의 게임을 시청하기 위한 도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여쭙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도깨비왕은 그 세 걸음을 넘어섰습니까?”
해응응은 미소 지었다.
자신이 느꼈던 도깨비왕의 투지를.
그의 뜨거운 의지를.
대쉬맨도 느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무언의 정이 있다.
[직접 확인하는 편이 더욱 마음에 크게 와닿을 거라고 생각해요.]이소혜에게는 한없이 얄미웠을 대답이겠지만.
대쉬맨은 불평 한 마디 않고 포권지례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성장하는 것은 반요곡 안의 동료들만이 아니다.
현실에도 꾸준히 정진하는 이들은 존재하니.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이 조금은 기뻤던 해응응은 오늘도 꼬리를 살랑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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