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3)
〈 443화 〉 443 간만의 외출
* * *
1.
대쉬맨이 수련에 정진하는 사이.
세간에는 알음알음 묵언검객의 대요괴 토벌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300년의 정신수양.
그 고행의 벽을 뚫어낸 이가 나타난 건 아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그 너머를 목격한 산증인이 제 입으로 무용담을 뽐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마크2는 대요괴에게 한방 먹였던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한 방이었던 겁니다.”
이걸 마크2가 게임 속에 난입을 했다고?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우린 못 봐
ㅠㅠㅠㅠㅠ
어떻게 방송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마크2 무용담 끼워맞추기로 들어야하지?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적기사의 말 뒤는 불편했고, 공기는 너무 나빴고, 평소보다 큰 힘을 써서 신이 났고, 뚜따는 너무 겁쟁이였다는 거죠?
그래서 대요괴는 어떻게 됐냐고!!
문제는 역사의 산증인도 해응응 못지 않게 제멋대로인 성격이라는 사실이었다.
“불만. 다들 마크2가 얼마나 멋있었는지는 관심이 없는 겁니다. 대요괴가 어떻게 됐는 지만 계속 묻고 얘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나쁜 어른들입니다.”
어떤 새끼가 재촉했어!
아저씨들이 혼내줄게!!
엉엉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줘ㅠㅠㅠ
“기억. 마마는 이럴 때 연좌죄를 물으라고 했습니다. 마크2는 삐졌으니까 이제 모두에게 죄를 물어 무용담을 얘기하지 않는 겁니다.”
실례지만 연좌죄가 아니라 연좌제입니다만.
아무튼 죄 지은 건 맞으니까 연좌죄라고
지금 그게 중요해?
넌씨눈
‘넌’ 그날 울었지 새 생명의 ‘씨’앗 하나 싹트지 않는 나라에서 ‘눈’물 흘려 본 적 있냐고
혼란을 틈탄 넌씨눈 삼행시는 뭔데ㅋㅋㅋ
망해버린 반요곡의 요괴가 지은 시임?
고관대면 인생 최후의 시조
ㅋㅋㅋㅋㅋ
생전 고관대면의 개쩌는 삼행시를 감상하시겠습니다
같은 한 표 강제 체험시키기ㅂㄷㅂㄷ
벌꿀사탕 10개 살 돈 후원해드릴 테니 한 번만 봐주세요ㅠㅠㅠ
“분노. 매우매우 분노. 마크2는 벌꿀사탕을 졸업한지 3시간이나 지났습니다. 아이 취급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겁니다.”
ㅁㄴㅇㄹㅁㄴㅇㄹㅁㄴㅇㄹ
3시간이면 그냥 잠깐 안 먹는 거잖아!!
저 저 고얀 년! 지어미 자식 아니랄까봐 못된 버릇은 쏙 빼닮은 것 봐라
사준대도 난리야!!
대요괴 토벌전 조각모음 오늘도 개같이 실패
제발죽어!!
토벌전이 끝난 지 한 달.
오늘도 묵언검객 시청자들은 고통 받고 있다.
2.
최근 한복남 김제철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엄길동으로 삼행시좀
스크린워치에 떠오르는 댓글알람.
자판을 펼친 그가 타닥타닥 답글을 작성했다.
엄동설한에 떠나보낸 그이가 돌아온 것은
길 위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동사한 시체 앞에 목 노아 울었네.
세 글자만 보면 어디서든 삼행시를 지으며 짝이 없는 자신의 설움을 풀어내는 취미!
자판을 두들기던 김제철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재빨리 창을 닫았다.
휴게실 창문 너머로 고개를 들이민 가시인간이 그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오늘 수련 끝났냐? 왜 벌써 쉬고 있어?”
“검이 영 잡히질 않았소.”
아무리 인생이 수련뿐인 독종 3+2인방이라도 수련의 성과 자체가 보이질 않으면 힘이 빠진다.
“쯧쯧. 슬럼프라고 퍼지면 더 안 된다? 뭐든 막힐 때 더 열심히 해야 뚫리지 안 된다고 손 놓아버리면 진짜 나락가는 거야.”
여자와 사귀면 돈 보고 만나는 것이 확실한 예비퐁퐁남 가시인간.
인생 진짜 수련밖에 없는 가시인간이 하는 말에는 업계 최고 권위자의 발언처럼 신뢰도가 엄청났다.
“우리 같은 놈들은 진짜 죽을 각오로 수련만 해야 해. 대쉬맨 같은 녀석 봐. 안 그래도 잘난 녀석이 하루 18시간씩 폐관수련만 하니까 장난 아니잖아.”
“그냥 요즘 따라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하오. 인생 더 산다고 내 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힘든 수련은 뭐하려 하냐고.”
가시인간은 순간 욱하고 화가 올라왔다.
생긴 건 대쉬맨보다 더 잘난 놈이 이소혜가 아닌 딴 여자만 고르면 고르는 족족 다 사귈 수 있으면서 기만질을 하다니.
진짜로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자신 같은 인간은 살아있지도 말라는 뜻인가?
“혼자 지지리 궁상떨고 있을 거면 휴게실에 죽치고 앉아있지 말고 차라리 밖이나 나가!”
반쯤 쫓겨나듯이 수련동에서 나온 김제철.
그는 부쩍 지나간 계절을 실감했다.
‘대회중독증 있는 길드장님이 대회라도 하나 개최해주시면 안 되나?’
그럼 다시 예전처럼 대회를 핑계로 이소혜와 마주칠 일이 생길 텐데.
“안녕하살법 액션!”
“안녕하살법 액션 받아치기!”
와장창!
오늘도 객잔에서 테이블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인사법에 마주 인사를 시도하려다가 테이블보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진 손님이 나온 객잔.
의사를 찾으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 출혈이 이는 어깨를 짚었다.
“점혈을 했지만 안에 피가 고일 수 있으니 의사에게 꼭 전해주시오. 해남파 의원면허 일류등급 미만은 풀 수 없는 점혈이라고도 잊지 말고 전하고.”
“감사합니다, 손님! 서비스로 만한정석 한 번 차려드릴게요!”
“필요 없소. 홀몸으로 다 먹지도 못할 잔치음식은 무슨. 죽엽청 한 병이면 충분하오.”
존나 멋있어.
반할 것 같아.
귓가에 들리는 쓸데없는 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객잔을 나온 김제철.
병나발을 불며 대낮부터 폐인처럼 걷던 그는 어느덧 주변에 인파가 모여들었음을 깨달았다.
“저 사람이야?”
“맞아. 그 한복남.”
“대박. 뭔데 저렇게 멋지지?”
“여기가 야외화보촬영 한다는 곳이야?”
“죽엽청 광고래.”
“카메라맨은 어딨어?”
“요즘 세상에 카메라맨은 무슨 카메라맨이야? 어디서 드론으로 촬영하고 있겠지.”
“한복 입으면 인기 있어지는 거 맞지? 나도 한복세트 풀템으로 플렉스한다.”
“그만둬. 니가 입으면 전교조 한복 선생님이야.”
“뒤질래 진짜?”
여자들은 이 남자 갖고 싶다는 흠모의 눈빛을.
남자들은 저 인기 부럽다는 선망의 눈빛을.
감정이 실린 눈빛을 사방에서 받는다.
인기에 취하거나 당황할 법도 하건만.
살면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이제는 익숙한 광경에 김제철은 여전히 세상 시름은 저 홀로 떠안은 사람처럼 죽상을 지으며 일어났다.
‘조용한 곳에서 마저 한 병 비워야겠군.’
자리를 일어서던 그때.
빵빵 소리와 함께 꺄아악 하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물러서는 인파.
쏟아지는 욕설.
그 너머로 생각지도 못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씨, 비키라고! 무슨 차도까지 모여서 길 막고 난리야!”
“이소혜?”
“앗. 너가 왜 여깄어?”
비행고도 3m의 고가형 호버바이크 위에서 혹시나 사람들을 칠까봐 식겁하며 소리치던 바디슈트를 입은 여자는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소혜였다.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 제일 불편한 남자 1순위인 자기가 찬 남자와 마주쳐버린 이소혜는 굉장히 떨떠름해하며 헬맷을 벗었다.
사르르.
헬맷 아래로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 모습에 넋 놓고 그녀를 올려다보던 김제철.
“마침 잘됐네.”
“?”
“야, 타!”
대뜸 채찍을 던져 김제철의 허리춤을 휘어감은 이소혜가 그를 휙 끌어당겼다.
“지나가던 행인을 채찍으로 납치하다니, 이 무슨 경우 없는 짓이오?!”
“대낮부터 사람들 몰고 다니면서 낮술 하는 꼬라지는 경우 있는 짓이고?”
“윽…….”
“꽉 잡아. 급한 일이니까. 속도 좀 올릴 거야.”
김제철의 머리에 헬멧을 씌워주고는 바이크에 수납된 여분의 헬멧을 꺼내 쓰는 이소혜.
한때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여자를 이제는 자신이 짝사랑하게 된 김제철은 그녀의 샴푸냄새가 벤 헬멧을 쓰며 허리춤에 손을 감는 상황에 넋이 나갔다.
“대체 이게 무슨….”
“해남동 게이트 하나를 오늘 클리어 했어. 거기서 VIP 수송임무를 해야 한다고 도와달래. 손 비는 사람들은 다 그리로 가는 길이야.”
“하늘을 나는 바이크는 대체 어디서 난 것이오?”
“소경석 사업본부장이 이번에 인수한 기업이 호버바이크 개발사라던데. 작년에 인수해서 개발비 좀 집어넣고 몬스터 소재로 신개발한 신제품이야.”
“바이크를 좋아했었소?”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광고모델 좀 한 번만 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도 사정을 해서 했더니 선물로 하나 주더라고. 그것도 원래는 길드장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나보고 알아서 하래서 내가 갔다 왔으니 참 골 때리지 않아?”
김제철은 감동스러웠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그녀와의 대화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가시인간.
그 녀석, 모태솔로 주제에 가끔씩 건방지게 훈수를 둬서 건방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충고를 받고 수련동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기적 같은 일상은 누릴 수 없었으리란 생각에 깊은 감사의 마음이 떠올랐다.
‘고맙다, 가시인간. 수련동 동료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 혐오스러운 얼굴이라 아직도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한 적은 없지만 넌 정말 좋은 벗이야.’
김제철의 꿈만 같은 호버바이크 드라이빙은 목적지에 도착하며 끝이 났다.
“손.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미, 미안하오.”
“쯧. 얼굴 값 못하기는.”
허리를 감은 손을 풀고 황급히 바이크에서 내린 김제철.
헬멧을 넘겨두려던 그의 손이 덜컥 멈췄다.
화물용 컨테이너 두 대를 합친 것처럼 거대한 케이지 너머로 다각다각 울리는 발소리.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거미의 다리.
그 앞에서 곤란함을 감추지 못하는 노인 한 명과 완전무장한 길드원 여럿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래, 자네가 길드장의 매니저라고?”
“직접 뵙는 건 처음이네요. 신성곽 어르신.”
“인사치례는 됐네. 그보다 저 치도 마력이나 내공은 좀 있는 편인가?”
김제철이 쭈뼛쭈뼛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는 됐다고. 자네 레벨은 몇인가?”
“241레벨입니다.”
“충분하군. 저리로 가서 내공 좀 충전하게.”
“예?”
“말 안했나? 아라크네를 운반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커서 각성자나 무림인이 필요하다고.”
이소혜가 웬일로 자신을 살갑게 대하나했더니, 짐꾼으로 불려온 것이었다.
“급한 일이라고 했잖아. 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계층보스 보고 비명 지르는 꼴 보고 싶어?”
“그런 건 아니오만…”
“그럼 빨리 가서 내공 주입해!”
김제철은 시무룩한 얼굴로 주입구에 가서 에너지를 주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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