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4)
〈 444화 〉 444 아라크네의 현대적응
* * *
1.
그간 아라크네가 회수마법진에 흡수당하지 않도록 간간히 찾아가 공허석에 탁기만 담았던 해응응.
한동안은 현상유지에 그쳤지만 각성자협회에서 게이트 두 개를 해남동에 추가로 개방한 이후, 해남동의 자연지기분포농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 정도 수치면 게이트 밖에서 탁기를 모으는 집적진으로 아라크네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의 던전보스를 능가하는 강력한 계층보스, 아라크네.
그녀가 침입자를 배제하는 사명을 위배하자 도로 게이트에 흡수하려던 회수마법진.
그 회수마법진의 기운을 주기적으로 줄이지 않아도 외부에서 안전하게 아라크네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기술적으로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고가 많았어요. 시설건축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대한 안전하게 준비해주세요.]소경석에게 확실한 일처리를 당부하였던 것이 마침내 오늘의 이송작전으로 돌아왔다.
“소경석 이 인간, 실은 상업의 능력이라도 지니고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무일푼이나 다름없던 해남파 가지고 몇 년 사이에 이런 시설까지 지어?”
“본인도 몰랐던 타고난 천직이겠지. 누구에게든 그런 재능이 하나씩은 있지 않겠소.”
이소혜가 채찍을 잘 다루고 김제철 본인이 우울해지기를 잘하듯이 소경석은 돈을 굴리고 사업을 발전시키는 일에 재능이 있었다.
이동에 필요한 내공이 어지간히도 많았던 탓에 뒤늦게 현장에 불려와 특수운송차량에 에너지를 메챠쿠챠 주입했던 수련동 동료들.
그들도 초주검이 되어서는 나란히 링겔을 꽂은 채 병실에서 스크린폰으로 현장상황을 보고 있었다.
“들었어? 저 안에 있는 거. 엄청 큰 인면지주래.”
“인간여자의 상반신에 거미의 다리가 달랬다는데?”
“저기 저게 창문 아니야?”
양귀호의 말에 스크린폰을 양손으로 슥슥 훑으며 화면을 확대하는 환자들.
창문 사이로 무언가가 비치는가 싶더니 돌연 새카만 무언가가 줄기줄기 위에서부터 드리웠다.
“거슬리네.”
“아까부터 뭐가 보이는 거야?”
“뭐가 있기는 한데.”
“머리카락 아니오?”
김제철의 말에 환자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에이 설마.”
“기분 탓이겠지.”
“무슨 머리카락이 저렇게 길고 많아?”
“아라크네는 덩치가 아주 크다고 들었소. 애초에 덩치가 크지 않으면 운송용 케이지도 저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있겠소?”
“…그만 볼까?”
“그러자. 왠지 느낌이 싸해.”
겁에 질린 환자들이 시청을 포기하려던 그때.
확대한 화면 너머.
창문 위에서부터 불쑥 고개가 들이밀어졌다.
“으아악!”
“아아악!”
“엄마야!”
위에서부터 거꾸로 매달려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자세로 창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자세.
때 아닌 호러특집처럼 섬뜩한 등장을 한 거미인간 아라크네.
그녀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환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스크린폰을 집어던지거나 긴급히 종료했다.
“저런 게 게이트 밖으로 나와도 되는 거야?”
“살해당하는 줄 알았어.”
“존나 무서워 진짜.”
“그보다 넌 이걸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딱 봐도 여자머리카락이니까.”
김제철의 시큰둥한 대답에 동료들이 배신감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는 잘생겼다 이거야?”
“여자가 머리카락도 보여주시겠다?”
“미친놈아 머리카락은 원래 보이잖아. 넌 뭐 대머리하고만 다녀?”
“여자가 주변에 없다 시발!”
“저런.”
우리가 아무리 심해도 저 정도는 아니지.
자신을 보며 위안을 얻는 동료들의 행태에 진심으로 욱하며 성깔이 치밀던 가시인간.
그는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고자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김제철 넌 언제 여자를 봤는데? 요즘은 우리랑 같이 수련만 했잖아.”
“오는 길에 잠깐 이소혜의 호버바이크에 같이 탑승했었소. 타고 내리면서 헬멧을 벗을 때 봤는데 잊히지가 않더군.”
“?”
“?”
“바이크를 타? 이소혜랑 같이? 이소혜를 좋아하는 네가?”
이쪽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잖아.
연애이야기에 꺄꺄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처럼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김제철을 닦달하는 동료들.
밖에서 괜히 김제철을 데려왔다가 병원신세를 지게 만들어서 미안한 마음에 병문안을 왔던 이소혜는 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떨떠름해졌다.
‘여고생들이냐고.’
차마 저 혼란의 도가니에 발을 들일 용기는 없었던 이소혜는 그냥 걸음을 돌렸다.
“와씨, 방금 발소리 들었어?”
“문 바로 앞까지 왔다가 돌아갔잖아.”
“그거 이소혜 매니쟈 발소리지?”
물론 수련에 미친 이들은 발소리만 듣고도 사람을 분간하는 재주에 눈을 떴고, 김제철을 향한 놀림과 닦달은 더욱 커졌다.
‘뭐지? 진짜 나한테 다시 마음이 생겼나?’
하루종일 계속되는 동료들의 헛소리에 김제철도 무심코 그런 생각을 품었다.
물론 설레발이었다.
2.
아라크네에게 괴물화의 저주를 풀어준다는 약속을 지키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게이트에서 벗어나는 것까지는 이루어주는데 성공했다.
[어떤가요. 게이트 너머의 현실세계에서 전용공방을 가지게 된 소감은.]“최고야. 특히 내 컬렉션들도 같이 가져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아. 어때, 내가 만든 옷들이?”
아라크네의 거대한 운반용 케이지에는 그녀만이 들어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껏 그녀가 손수 베틀을 돌려가며 만들어낸 자아를 지닌 기생형 갑옷, 리빙아머들도 있었다.
[리빙아머 12302호기] [타입 나선형 콘돔] [리빙아머 64826호기] [타입 차이나드레스가 어울리는 경단머리 미소녀모양 슈트] [리빙아머 2205호기] [타입 마이크로 비키니]그간 심심할 때마다 짜냈던 리빙아머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비장의 컬렉션만을 모아놓은 아라크네 엄선 베스트 걸작 리빙아머 모음!
뛰어난 장비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씌워져 조종당하는 갑옷형 구세대 리빙아머와 달리, 매력적인 생김새로 착용의지를 불어넣는 신세대 리빙아머들.
문지기 노릇을 하며 종종 리빙아머를 평가해왔던 태백길드 출신 각성자 신도철도 최신형 리빙아머에 이르러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입기만 하면 미소녀처럼 체형과 근골을 교정하는 리빙아머는 절대 못 참거든요.”
“문지기의 변태적인 욕구에 힘입어 인간들이라면 착용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리빙아머를 잔뜩 만들어왔어. 어때? 굉장하지?”
천참사 브레지어에 이어 어떤 걸작들이 개발되었을지 상상해왔던 해응응의 기대감이 와장창 무너지는 리빙아머들의 향연이었다.
[굉장한 취향이기는 하네요.]“오오. 알아주시는 겁니까? 제 취향을.”
눈을 빛내는 신도철의 옆에서 아라크네도 자신의 역작들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리빙아머는 원래 착용자의 신체를 강제로 조종하다가 뼈와 근육을 파괴하며 죽이는 잔혹한 몬스터였지만 최신형 리빙아머들은 좀 더 인간친화적이야.”
[어떤 점에서 말이죠?]“정해진 키에 정해진 체중, 정해진 골격량을 얻을 때까지 점진적으로 꾸준히 열량을 소모시키고 자극을 주어서 신체를 변형시켜.”
[…뭐 하러 그런 갑옷을 만든 건가요?]“매번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고생하느니 안정적으로 하나의 먹잇감을 길들이도록 리빙아머의 생존전략을 바꾼 거야.”
특이취향의 사람들에게는 참 매력적이겠다 싶은 리빙아머들이지만 해응응은 회의감이 들었다.
[만들기는 했지만 이걸 쓸 날이 오기는 할까요?]게이트도 던전도 아니고 이제는 안전한 공방에서 생활하는데.
침입자를 붙잡을 일도 없지 않은가.
“판매를 하면 되잖아.”
“!”
리빙아머를 판매하다니.
아라크네의 놀라운 판매의사에 뜻밖에도 소경석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였다.
“아, 파실 거라면 저에게 외주를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작품마다 고유넘버를 붙여서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리빙아머로 판매해보겠습니다.”
“그렇다는데? 인간아. 내 비장의 리빙아머들, 몇 개만 팔아도 될까?”
기껏 열심히 만들어왔을 갑옷들을 빛도 못 보고 공방에 박아두기만 하기도 그렇다.
상식적으로 리빙아머 같은 위험한 물건을 판매해서는 안 되겠지만…
“안 돼?”
오랫동안 게이트에 갇혀지냈던 아라크네와 좀 더 자주 와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 인면지주를 향한 죄책감 등이 발현되니 말릴 수가 없었다.
[판매자가 범죄에 악용할 여지가 없고, 리빙아머가 사고를 일으키면 보상금 지불과 함께 시중에 판매된 모든 제품을 회수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요.]이렇게까지 조치를 취해두면 생각이 있는 인간들은 무서워서라도 사지 않겠지.
이 옷을 입으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조건이 붙은 옷을 세상에 어느 누가 입겠는가.
[차이나드레스가 어울리는 경단머리 미소녀모양 슈트 리빙아머 착용후기][34288]「긴말 안한다.
3개월 전 사진이랑 착용 3개월 후 사진임.
(사진1 리빙아머에 개조당하기 전)
(사진2 리빙아머에 개조당한 후)」
바디슈트 실화야?
진짜 인간가죽으로 만든 거 아니죠?ㄷㄷㄷ
천참사 짜서 만들었대
가능
돼지새끼가 미소녀가 된 원리가 뭐임?
리빙아머가 칼로리 소모하고 신체재구성하고 인공 환골탈태를 만들어버림
내분비계 호르몬도 조절한다는데?
개미쳤네
SHUT THE MOUTH AND TAKE MY MONEY!
돈이 있는데 왜 사질 못하니…
와 가격 미쳤다
알아서 운동시키고 살도 빼주고 전신성형수술도 대신해주는 최첨단 리빙아머를 입는데 저 정도 금액이면 합리적이지ㅇㅇ…
아라크네 디자이너님의 현대사회활동을 적극 지지합니다(1/10000)
지지합니다(2/10000)
……
…
만 명 달성!(10000/10000)
아라크네는 1인 1 리빙아머를 보급하라!
서민용 저가형 리빙아머는 안 파나요?ㅠㅠ
“…….”
공전의 대히트를 쳐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