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5)
〈 445화 〉 445 정말정말 비싼 옷
* * *
1.
[현실판 인면지주 아라크네좌][7] [아라크네좌 직찍][39] [바디슈트의 창시자 아라크네좌를 알아보자][87]일약 인기스타가 된 아라크네.
그녀는 문지기에서 전용비서로 승진한 신도철에게 물었다.
“인면지주가 뭔데 자꾸 인면지주라고 부르는 거야?”
신도철은 상상했다.
인면지주의 사진을 본 아라크네의 반응을.
이런 못생긴 녀석이랑 내가 닮았다고?
무례한 녀석들!!
실패작 리빙아머를 커다란 다리로 짓밟아 구겨버리듯이 홧김에 스크린폰이 달린 자신의 팔과 몸을 짓밟거든 그대로 피떡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해응응 길드장님께 직접 여쭤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인면지주는 그분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
차마 피떡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신도철은 해응응에게 어그로를 돌렸다.
해남파 인근 아라크네 전용공방에 방문한 해응응이 신도철이 상상에서나 저지르던 스크린폰으로 인면지주 사진 보여주기를 대신 저질렀다.
“이런 못생긴 녀석이랑 내가 닮았다고!”
“헉.”
상상이랑 똑같은, 아니 상상보다 훨씬 더 기분 나쁜 티를 가득 내며 일그러지는 얼굴.
그 뒤에 일어날 일도 상상과 똑같지는 않을까 식겁하며 벌벌 떨던 신도철.
그는 예상과 현실이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인면지주는 제 친구였어요.]친구의 외모가 욕을 먹자 차마 시무룩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해응응.
괜히 나쁜 짓을 저지른 기분에 눈치를 살살 보던 아라크네가 마지못해 말했다.
“자, 잘 보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 해.”
[정말요?]“그보다 그거 얘기 들었어? 재밌겠더라.”
노골적으로 화제를 피하는 말 돌리기였지만 해응응은 모르는 체 넘어가줬다.
[뭐를요?]“반요곡. 너희가 가상현실게임이라고 부르는 거.”
놀랍게도 아라크네가 가상현실게임에, 그것도 반요곡에 호기심을 보였다.
[직접 해보려고요?]“아니. 정주행만 하려고. 묵언검객이라고 했지? 가상세계에서의 네 이름.”
[부끄럽네요. 아는 사람이 제 영상을 본다는 건.]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흔들리는 꼬리.
아라크네가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다리를 들어 꼬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놀라 흠칫 곤두선 꼬리가 해응응의 다리 사이로 말려들어갔다.
[꼬리는 건들지 마요. 민감하단 말이에요.]“민감해? 정말~?”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는 아라크네의 얼굴.
해응응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여덟 개의 커다란 다리들이 그녀의 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쿵쿵쾅쾅쾅
사람을 짓밟으면 퍽 하고 터질 것처럼 엄청난 크기와 질량을 지닌 다리들이 내리 찍히는 광경에 신도철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저 인간 같지도 않은 괴물은 그새 얼마나 강해졌는지 잡히지도 않고 요리저리 잘만 도망친다.
“헥… 헥… 왜 이렇게 빨라!”
끝내 추격을 포기한 아라크네.
그녀가 줄자를 들었다.
“그래서, 꼬리가 거슬리지 않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달라고?”
[치마는 꼬리에 말려 올라가더라고요. 바지는 꼬리 밑이 쓸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고요.]“그럼 치수부터 재야지. 일로와.”
옷 제작을 위해 치수를 잰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해응응을 제 다리 위에 앉힌 아라크네.
그녀의 커다란 다리가 은근슬쩍 해응응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쭈뼛!
흠칫 놀라 꼬리가 쭈뼛 선 해응응.
그녀가 불만스레 쳐다보자 아라크네는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미안미안, 하고 사과를 했다.
물론 사과도 잠시.
탐스럽게 흔들리는 새하얀 꼬리에 홀린 듯이 다리를 뻗으며 그 뒤로도 세 번은 더 쓰다듬었다.
퍽
“아얏!”
끝내 화를 참지 못한 해응응의 가벼운 투정이 담긴 주먹질이 아라크네의 다리를 때렸다.
다리에서 전해지는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충격에 놀란 아라크네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천장의 거미줄로 달아났다.
일부로 꼬리를 괴롭히지만 않으면 때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해응응의 설득에 아라크네는 한참 뒤에야 거미줄에서 내려왔다.
2.
주아영이 물었다.
“그래서 언니가 아라크네님께 이 특별한 맞춤복 세트들을 제작 받고 왔다는 거죠?”
[어떤가요? 아영이가 보기에는.]해응응에게 가장 먼저 여자의 옷차림에 대해 알려주었던 사람은 주아영.
무술에 있어서는 그녀가 해응응의 수제자일지 몰라도 패션센스에 있어서는 주아영이 그녀의 스승이었다.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천마가 제게 가르쳐준 마교의 여러 무공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제 첫 스승은 해남파 사문의 어르신들이었죠.’
오랜 시간이 지나 무림에서 새로운 해남파를 설립하고 사문의 어르신들의 묘를 세운 뒤.
그녀는 이따금 묘지를 방문해 시연이라도 하듯이 자신이 그간 배웠던 무를 하나씩 펼치고는 하였다.
그리하면 돌아가신 스승님들도 그녀의 무를 봐줄 것만 같아서 그랬다.
‘패션센스와 무술이 서로 다른 분야라고 해도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은 같아야겠죠.’
아무리 업계 최고 권위자에게 전용의복을 맞춤제작 받고 왔더라도 처음으로 여성복 패션을 가르쳐준 스승 주아영에게 보고를 함은 당연한 일.
그런 무림인의 신조가 지금 주아영의 앞에서 뜬금없이 패션쇼를 벌이는 이유였다.
‘아라크네님 감사해요!!!’
주아영은 당연히 기뻤다.
나아가, 격하게 감동받았다.
언니와 수련 외의 시간도 함께 보내고 싶지만 소중한 시간을 자신 때문에 빼앗길까봐 말도 함부로 걸지 못하던 나날이었건만.
패션을 평가받고 싶다는 그럴싸한 핑계가 생기니 그녀도 마음 놓고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 맞춤복도 하나같이 세계 제일의 디자이너라는 평가답게 굉장한 솜씨를 자랑했다.
“바지 뒷면을 힙 모양으로 나누어서 꼬리를 덮지 않는 복장도 매력적이고, 구멍을 뚫어 꼬리가 나올 자리를 마련한 원피스도 굉장해요! 다 너무 좋아요!”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뛰어난 의복의 향연에 마치 아름다운 모델언니를 보는 것처럼 선망과 동경의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왠지 언니가 아이돌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한나랑 지수랑 지연이가 무대의상을 자랑할 때마다 이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이 훨씬 더 이뻐요!”
[저라서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고요?]“하핳. 너무 자신감 넘치잖아요. 언니야 그렇게 자신감이 넘칠 자격이야 차고도 넘치지만 너무 그러면 얄밉다고요?”
[그럼 입어볼래요?]“네?”
[제가 받아온 옷이요.]주아영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지 마요. 언니랑 저는 치수도 안 맞고 괜히 저 때문에 옷이 늘어날지도 몰라요. 맞춤복은 원래 남이 입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요?]“애초에 자기가 입는 옷은 원래 남한테 함부로 입으라고 주는 거 아니라고요.”
[우리가 남은 아니잖아요.]“……!”
생애 그 어떤 시간보다 무림인으로 살아온 시간에 가장 충실했던 해응응.
그녀는 스승의 무술을 대신 시연하고, 스승이 자신의 무술을 손수 펼치며 평가하듯이 무림인이 무술을 대하는 감각으로 의복을 선뜻 내어주었다.
“그래도 싫어요. 부끄러운걸요.”
[아깝네요. 모처럼 아영이가 수련복 말고 예쁜 옷을 입은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옷을 챙겨가는 해응응.
아쉬운 마음이야 주아영도 같았다.
언니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지만 역시 이건 무리다.
언니의 옷을 입는 것도 부끄럽지만…
‘메이드복에 캣슈트 같은 옷을 직접 입는 건 정말 부끄러운걸요.’
언니가 입은 모습을 보고 즐기는 것만이라면 몰라도 자신이 직접 입기에는 코스프레복 같아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웠던 그녀였다.
“언니.”
[역시 입어보고 싶나요?]“그건 아니고요.”
시무룩해져서 축 처지는 꼬리.
그만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얼굴에 힘을 꽉 주었다.
“혹시 인면지주도 저희 문파의 비전을… 그, 그걸 아는 건 아니죠?”
[문신 말인가요?]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주아영.
해응응은 고개를 저었다.
[치수를 재는데 복부를 드러낼 필요는 없는걸요.]“헤헤. 그럼 됐어요.”
언니에게 이런저런 옷을 만들어 입힌 디자이너라는 생각에 잠깐 질투심도 들었지만 언니와 자신에게는 두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 있다.
아라크네가 아무리 옷을 잘 만들더라도 옷 아래에 감추어진 은밀한 비밀은 두 사람만의 것이다.
언니와 가장 가까운 사이는 여전히 자신이라는 확신에 주아영은 깊이 안도했다.
3.
맞춤복 패션쇼가 열린지 며칠 뒤.
“아영씨! 저 좀 살려주십쇼.”
“네? 갑자기요?”
“길드장님과 가장 친한 사람이 이소혜라는 말도 있지만 실은 수제자인 아영씨야말로 가장 길드장님과 긴밀한 사이 아닙니까!”
그 날의 기억 때문일까.
어느 날 약속도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가시인간의 닦달에도 주아영은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도리어 언니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저도 리빙아머를 입고 싶습니다. 부디 길드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십쇼!”
“네…? 가시인간님은 리빙아머 입는다고 딱히 범죄를 저지르고 그러진 않을 거잖아요. 그냥 직접 사면 되지 않아요?”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제 돈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단 말입니다……!”
울먹이며 외치는 가시인간.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며 가격표를 본 주아영의 입이 턱 빠진 사람처럼 쩍 벌어졌다.
“이 사람 옷이 이렇게까지 비싼 거였어요?!”
공이 열두 개가 찍혀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