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8)
〈 448화 〉 448 필요한 경험
* * *
1.
좀비는 이성을 상실한 본능의 짐승이다.
보통의 하등한 좀비라면 그렇다.
동족포식으로 힘과 민첩, 지혜가 올라간 좀비들은 조금씩 지능이 올라간다.
그렇게 특수좀비로 진화에 성공한다면.
그때는 인간 못지않은, 먹이를 사냥하는 방법으로는 인간 이상의 지능을 얻게 된다.
‘부족하다.’
차저 2호는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좀비를 향한 두려움이 없는 매화냄새의 악마.
인간의 탈을 쓴 별격의 존재.
도미를 든 유사인간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특수좀비 정도의 지능으로는 안 된다.
한층 더.
보다 더.
고등한 힘과 지능이 필요했다.
‘더 많은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자신만 강해지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동족들도 함께 성장시켜야만 했다.
천적.
종의 존속을 건 숙적.
이 유사인간의 강함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다.
종의 존속을 걸고 변이를 거듭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자신들이니까.
[차저2호가 좀비커맨더로 진화합니다.]절실함이 차저 2호의 극적인 진화를 성공시켰다.
등장확률 0.001%.
특수좀비가 좀비 10만 마리 이상 포식하면 탄생하는 존재.
상급특수좀비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 좀비는 바란다.
묵언검객의 죽음을.
그녀를 해치울 변이인자가 탄생하는 것을.
더 많은 특수좀비를 만드는 것을.
그리하면 하나쯤은 나타날지도 모른다.
저 묵언검객을 해치울 수 있는 좀비가.
천적의 천적에 해당하는 변이인자를 지닌 좀비가.
2.
느슨해진 좀비해저드에 긴장감을 부르는 지휘관 타입의 특수좀비, 좀비커맨더의 등장과 함께 게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어라? 언니. 이제 웨이브는 안 보내요?”
[놀이는 끝이에요. 창밖을 봐요.]정문을 통해 당당히 아영이와 해남아이돌즈가 머무르던 빌딩에 들어온 해응응.
그녀가 가리킨 거리에서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어? 좀비들이 왜 저래요?”
“와! 동족상잔!”
“저희 이제 살았어요?”
“엄마 찾으러 가도 돼요?”
좀비들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동족상잔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인간만을 노리던 좀비의 리미트를 누군가 해제라도 한 것처럼.
좀비게임에서 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기묘한 광경이었다.
[찾고 있는 거예요.]“뭐를요?”
[저를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덤덤한 얼굴로 고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였지만…… 누구도 딴죽을 걸지 못했다.
‘치사하잖아요. 그런 얼굴은.’
선물을 기대하는 마크2처럼 설레 하는 얼굴을 봐버리면 어찌 무어라 한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건 주아영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넵, 한나는 질문이 있습니다!”
[하세요.]“그걸 왜 보고만 계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찾을 시간을 줘야 즐기죠. 게임이잖아요.]“길드장님이 재밌어지면 한나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나의 진심 100%의 비명에 해응응은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아이돌 식 화내기인가요? 투정 부리는 게 마크2처럼 귀엽네요.]“틀렸어. 우리 길드장님 눈에는 살려달라는 애원도 반찬투정 급으로밖에 보이지 않나봐…….”
해남아이돌즈 일동은 이 무친 길드장이 거리웨이브를 넘어서 지역웨이브를 기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럴 시간에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언니야 알아서 어련히 살아남겠지만 우리는 바리게이트도 보강하고 준비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죽을 걸?”
좀비해저드 인게임 13일차.
인간과 좀비의 기묘한 휴전과 전쟁준비가 시작됐다.
3.
“우윽. 한나는 당분간 해산물은 못 먹을지도.”
마트 측 생존자들과 합류한 사인방을 반긴 것은 검 대신 1m 이상 길이의 꽁꽁 언 물고기들을 들고 순찰을 도는 마트 자경단이었다.
물고기 대가리에 묻은 핏자국과 좀비살점에 한나는 진저리를 쳤다.
“한나야. 그러면 안 돼. 아이돌은 언제 어디서 CF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민실장.. 아니, 사장님도 말씀하셨잖아. 잘 견디면 해남아이돌즈가 수산물시장홍보대사가 될지도 몰라.”
“이야다! 한나는 그런 홍보대사 하고 싶지 않아. 손에 감기는 느낌도 미끌미끌하고 비린내도 나고 먹는 걸로 장난치는 것 같잖아!”
“한나는 오랜만에 게임 들어왔다고 아직 살만한가보다? 먹을 거 타령이나 하고. 이참에 특훈 좀 해도 되겠는데?”
마트 옥상 태양광 발전기 패널 위에 올라가 고양이처럼 쪼그려 앉은 채, 좀비들이 서로 싸우며 진화하는 꼴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묵언검객.
여유가 넘치는 그녀와 달리, 다가올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아영은 해남아이돌즈를 특훈 시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예지수는 괜히 수련검객의 수제자인 주아영의 수련 스위치가 켜졌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는 발뺌을 시도하였다.
“아영언니, 농담하지 마요. 기술전수는 기능이 한 단계 이상 차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잖아요.”
주아영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창 한 자루를 들어 회오리치듯이 크게 세 바퀴를 휘두른 끝에 오른팔에 창을 감아쥐었다.
척.
창대가 수평을 그리고 멈춰서고 3초 후.
쾅 덜컹
후두두두둑!
진열대 하나가 순식간에 박살이 나서 내용물을 후두둑 쏟아냈다.
[동료 님이 상급창술을 펼쳤습니다.] [격상의 창술입니다.] [기능전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이래도 전수가 안 될 것 같아?”
“살살 가르쳐주세요…….”
기능전수가 시작됐다.
ㅋㅋㅋㅋㅋ
기능전수가 원래 이런 거 맞아?
보통은 배선 따는 법이나 생존기술 같은 걸 배우지
2대 마니쟈 진짜 쥰내 강해졌네ㄷㄷㄷㄷ
묵언검객 매니저는 왜 하나같이 다 강하지?
갓직히 아영이까지 갈 거 없이 초대 매니쟈 이소혜 선에서 대한민국 상위 0.01%까지 컷 당할 듯
초대마니쟈 이소혜 vs 2대마니쟈 주아영 누가 더 쌤?
당연히 각성자 선배인 이소혜가 훨씬 더 강할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모르겠음
특수좀비 차저 따위에게 고전했던 예전과 달리, 실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수련을 거듭한 주아영은 전에 비할 수 없이 강해졌다.
지금이라면 그녀도 혼자서 좀비들이 가득한 거리를 달려나가 시체 수백 구를 쌓고 유유히 혼자 걸어서 나올 자신이 있었다.
[동료 이 창술을 전수받았습니다.(하급 EXP 66%)] [동료 가 창술을 전수받았습니다.(중급 EXP 38%)] [동료 이 창술을 전수받았습니다.(중급 EXP 5%)]“쿠궁! 예능력 만렙인 한나쟝이 좀비해저드에선 창술 최약체?”
“한나야. 이상한 소리 하면서 놀지 말고 빨리 와서 창문에 용접도 배워.”
“힝. 용접하는 아이돌이 세상에 어딨어. 이런 건 아이돌이 아니야!”
어이 김씨. 헛소리 말고 가서 용접이나 해
안녕하세요 작업소장입니다. 공사 중에 인부들의 잡담으로 주민 여러분께 불만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거 C8 납땜이나 잘할 것이지…
존나 너무하네ㅋㅋㅋ
C4 납땜은 안 되나요?
C4는 플라스틱 폭탄이야… 터지면 죽어…
건들면 터지는 애기
차지연은 김한나와 다른 의미로 회의적이었다.
“창 휘두를 시간에 엄마를 찾으러 갔으면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지들끼리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좀비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그래도 특수좀비가 된 뒤로는 좀비도 다들 어디론가 사라졌잖아요.”
게임을 게임으로만 보는 주아영과 달리 차지연은 가상의 엄마에 대한 몰입도 하나로 용기를 내어 위기상황에도 제 실력 이상의 용기를 보였다.
반대로 남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수련에 매진하며 다가올 습격에 대비하는 와중에도 엄마를 구하러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능률을 저하시켰다.
“기능레벨 따위, 현실스펙 그대로 게임에 들어온 지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몸이 반응하지 못할 땐 최후의 구명줄이 될 거야.”
“그렇게 실컷 연마해봤자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
“으휴. 이 바보. 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말로는 핀잔을 줬지만 현실에서도 가상에서도 부모가 없는 주아영은 차지연의 열정이 내심 부러웠다.
“언니. 지연이가 가상세계의 엄마를 구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구하러 가고 싶나요?]“지연이는 그렇다고 하고 마트의 NPC들도 찾고 싶은 사람이나 들르고 싶은 집이 있다고 하는데…….”
해응응은 생각했다.
만일 어린 시절의 자신이 같은 좀비사태에 처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역시 구하러 갔겠죠.’
힘이 있다면.
여력이 된다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닌가.
[좋아요. 한 번 자원자들을 이끌고 다녀와보세요. 지금의 당신이라면 거리로 나가더라도 충분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겠죠.]“고마워요, 언니. 절 믿어주셔서.”
이 게임의 목적은 내공증진.
주아영이 활약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내공증진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 감사받을 일은 아니에요.’
여차할 때에는 사람이 죽어나갈지도 모른다.
그것을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 경험한다면.
그 경험마저 성장에 도움 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