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0)
〈 450화 〉 450 좀비해저드의 퀘스트
* * *
1.
좀비해저드에도 간혹 퀘스트가 등장한다.
이루기 힘든 목표에 도전할 때, 자신과의 싸움처럼 목표를 이루어낸 플레이어에게 커다란 보상을 시스템이 약속한다.
퀘스트 발동조건은 대부분 플레이어가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행동에 나설 것 내지 연계행동이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선택일 것.
“그래서 우리가 이번 임무에서 죽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거야.”
“우에엥. 지수가 자꾸 이상한 얘기해!”
“지수야. 한나 겁주지 마. 한나는 텐션 떨어지면 금방 짐짝 된단 말야.”
“조사했던 정보가 나와서 알려주고 싶었는데…”
“아, 너까지 우울해하지는 말고.”
애를 둘이나 키우는 엄마 심정이 이럴까.
차지연은 한숨을 쉬며 유리창을 깨고 파이프로 창틀에 걸린 유리파편을 드르륵 긁어내었다.
마무리로 파편에 출혈이 생기지 않도록 두툼한 모포를 깔고 기능을 이용해 가볍게 저택 내부에 침투하기!
“여일아! 당신! 집에 있어?!”
“아 진짜. 아저씨, 막 뛰쳐나가다가 좀비 만나면 위험하다고요.”
폭주하려는 NPC를 살살 달래며 먼저 모든 방을 확인하였다.
아기자기한 핑크빛으로 가득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까지 거칠게 이어졌던 발자국에 좀비의 존재를 의심했는데, 역시나 좀비가 나왔다.
푸슉
주아영에게 배운대로 좁은 곳에서는 휘두르기 대신 찌르기로 가슴을 찔러 저지한다.
“그워어!”
심장이 꿰뚫리고도 창을 향해 몸을 밀어 넣으며 다가오는 좀비.
모르고 찔렀다면 당황했겠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해왔던 차지연은 보조용 쇠파이프를 뽑아 머리를 가격했다.
[둔기술로 좀비를 해치웠습니다.] [둔기술경험치 +0.1%]처음에는 한 마리만 잡아도 10%씩 오르던 경험치가 어느덧 0.1%까지 줄었다.
쇠파이프가 아닌 창을 들면 0.01%라는 암담한 수치가 나온다.
5마리만 잡아도 승급을 했던 기능등급이 이제는 일만 마리를 넘보아야 한다.
“한나가 몬가 찾았다요!”
한나의 외침에 주방으로 가니 식탁에 메모가 남아있었다.
[여일아빠, 우린 연주대학교 대피소로 가요. 혹시 집에 오거든 저희가 간 대학교로 오거나 다른 안전한 장소에 숨어있어요.] [의 목표가 변경되었습니다.]주택가 수색
연주대학교 대피소 수색
지도를 본 주아영이 혀를 찼다.
“대로변은 한 그룹으로 묶인 좀비들과 특수좀비 한 마리가 있어. 자기만의 독자적인 좀비세력을 구축한 걸로 봐서 제법 강한 패거리일거야.”
“다른 길은 없어요? 여기 샛길이라던가.”
“지수가 말한 길도 있는데 뒷문으로 가는 길은 폭이 좁아. 기습을 당하면 물릴 위험이 굉장히 높을 거야. 대신 큰 교전은 피할 수 있어.”
“크게 한 번 해보자!”
전투에 그다지 자신이 없어보였던 한나가 용기를 발휘했다.
“길드장님도 분명 그걸 바라고 계실 거야! 한나는 최고의 스테이지를 보여드리고 싶어!”
평소의 그녀들이라면 어떻게든 교전을 회피했겠지만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난간에 걸터앉아 그녀들을 내려다보는 길드장의 존재가 용기를 선사했다.
자신들에게 기대를 거는 길드장의 호기심어린 눈을 실망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럼 대형을 갖추자. 차량으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적을 유인하면 개활지에서 다수의 좀비를 마주하는 것보단 나을 거야. 차량을 벽으로 삼는 거야.”
주아영은 반요곡을 보며 언젠가 대군을 지휘할 날에 대비해 쌓은 병법을 선보였다.
“간이방패를 든 사람들은 손잡이를 꽉 쥐고 절대 놓치지 말아요. 공격은 뒤에 선 사람들이 해줄 거라고 믿고 버티는 것만 신경 써요!”
약자에게는 약자의 지혜가 있다.
주아영은 아무리 무공을 배워도 언니만큼 강해질 수 있다고는 확신하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방법에 눈을 떴다.
언니의 무공을 모두 따라잡을 수 없다면, 언니의 전공만큼은 따라잡는다.
혼자가 아닌 다수가 싸우는 방법이라면.
병법을 통달하여 전장지휘에 능해진다면.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적이라도 능히 모두의 힘을 빌려 해치울 수 있다.
“이번 교전은 한정된 지형에서 몰려오는 적을 순차적으로 해치우는 전투에요.”
“방어조와 공격조를 나누세요.”
“차량의 배치가 끝나는 즉시 경적을 울려 좀비들을 유인하고 처리하는 거에요.”
이만한 준비를 하고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NPC들의 모습에 한나가 능청스레 나섰다.
“아저씨들도 참. 이런 걸로 일일이 쫄면 어떡해? 한나보다 겁쟁이야?”
“하, 공익 따위가 그게 할 소리냐?”
“꼴이 참 우스워졌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공익이 육군 만기전역자한테 꼽을 다 주고.”
가상세계도 어느 정도는 현실에 근간을 둔다.
현역들의 현역부심은 공익한나의 도발을 용서할 수 없었고, NPC들은 사기를 되찾았다.
빠아아아앙
경적소리에 어그로가 끌린 좀비들이 일제히 눈을 뒤집고 달려든다.
쿵 쿵 쿵
사전에 배치했던 차량이 들썩거리며 뒤집힐 것처럼 기울었지만 미리 차량 뒤에 세워둔 지지대와 사람들의 체중이 어떻게든 차량의 전복을 저지했다.
첫 돌격에서 길을 뚫지 못한 좀비들은 열린 길을 통해 달려들었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방어조의 방패들이었다.
“막아!”
“차량에서 한 번 힘 빠진 녀석들이야.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버텨! 공익보다 먼저 쓰러지는 놈은 개망신이다!”
이 악물고 돌격을 버텨낸 방어조.
공격조의 창이 좀비들의 목과 머리를 찔렀다.
밀어낸다.
공포의 상징이었던 좀비들을.
숨어살기 급급했던 인간들이.
[특수좀비 블러드체이서BloodChaser가 출현했습니다.] [블러드체이서는 피냄새나 핏자국을 따라다니며 공격하는 특수좀비입니다.] [좀비의 혈액보다 인간의 혈액을 좋아하기에 먹잇감을 감염시키지 않지만, 대신 주둥이가 혈관에 꽂히게 되면 순식간에 피를 빨려죽습니다.]흡혈을 위한 진화.
더 빠르게 더 많은 피를 빨아 마시기 위한 신체.
두려움의 상징인 특수좀비.
그를 보고도 주아영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에는 조소마저 어렸다.
‘하고 싶은 일 따위, 내게도 얼마든지 있었어.’
언니와 데이트를 하러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치스럽게 쇼핑도 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나날을, 사치스럽다면 사치스러운 나날을 꿈꿨다.
하지만 전부 미뤄두었다.
찾아오지 않을 언제가를 위하여.
몇 안 되는 식사와 쇼핑, 데이트를 영원처럼 속으로 떠올리며 되새겼다.
추억을 간직한 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가 오고 눈이 내려도 언제나 수련에 정진했다.
‘언니의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언니의 기대를 충족하고 싶으니까.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전부 외면했어.’
누구보다도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쌓아온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에 비하면 이 특수좀비의 진화는 대체 무엇인가.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는 커다란 입 대신 모기를 닮은 주둥이를 지닌 것?
흡혈이라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체?
그딴 건 희생도 뭣도 아니다.
그런 얄팍한 희생과 각오 따위.
‘모두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혼자서도 압도한다고!’
블러드체이서의 단단한 주둥이가 창에 맞아 부러지고,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하는 좀비의 머리를 창대가 후려쳐 쓰러뜨렸다.
빡 빠악
내리치고, 또 내리치고, 거듭 쓰러뜨린다.
반항조차 잠잠해지며 피웅덩이가 바닥에 고일 무렵.
[특수좀비 블러드체이서BloodChaser를 격퇴했습니다.] [창술경험치 +5%]강해졌다.
아니, 이제야 적의 약함을 깨달았다.
주아영은 알 수 있었다.
그저 욕망에 눈이 먼 좀비들의 진화가 얼마나 열등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강해지는 속도는 무림인보다 훨씬 빠를지 몰라도 이들의 진화에 깊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파손된 장비는 트렁크에 적재한 여분의 장비로 바꿔. 힘을 많이 쓰거나 지친 사람들이 경계조로 밖에 남아서 자리를 지키는 사이에 나머지는 수색조로 대피소 안을 수색하겠어.”
주아영의 신속한 지휘에 모두가 각자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움직였다.
“아영언니 되게 듬직하지 않아?”
“길드장님이 그만큼 걱정되신 거겠지.”
“힘내자. 우리도 여기서 한 건 해보는 거야. 잘하면 지연이 너네 엄마도 여기 계실지 몰라.”
“울 엄마는 도시 밖에 계신 것 같아서 아마도 여기에는 없을 거야.”
“그래?”
“그래도 저분들 가족은 여기에 있을 거니까 같이 힘내서 찾아보자.”
각자 조를 나눠서 자신을 따르는 NPC들과 함께 수색에 나선 김한나와 예지수, 차지연.
“여기서 당연히 죽을 것 같았던 사람들을 우리가 구하면 길드장님도 힘을 내지 않을까?”
“한나도 같은 생각이다요!”
“울 엄마도 암 투병할 때 의사는 3개월 생각하라고 했는데 3년 지난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계셔. 지수 말대로 사람들이 살아남는 모습을 보면 길드장님도 시한부지만 오래 사실지도 몰라!”
그녀들은 생각했다.
생존자를 구하는 만큼 길드장님의 수명이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시체 겁나 많은데?”
그래서 대피소의 꼬라지를 보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건물마다 창문은 깨져있고 사방에 핏자국과 먹다 남긴 사람의 뼈가 즐비하다.
“길드장님 죽어…?”
“비, 비유를 생존자로 했을 뿐이지 딱히 생존자들이 죽는다고 길드장님이 어찌 되는 건 아니야!”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하는 삼인방.
아닌 척 시치미를 떼면서도 고개는 자연스럽게 주아영에게 돌아갔다.
괜한 소리를 해서 너무 눈치 보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