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3)
〈 453화 〉 453 괜찮을지도
* * *
1.
한나는 지수의 시체를 앞두고 엉엉 울었다.
“빨리 못 따라가서 미안해……!”
지수가 두고 간 전기톱을 넘겨받은 김한나.
그녀는 곧바로 적진을 돌파했던 예지수와 달리, 앞을 가로막는 좀비들과 교전을 벌이다가 그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사이에서 나타난 좀비 중 일부가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투다당!
총탄이 빗발치며 나무박스가 깨지고 톱밥과 불똥이 정신없이 튀었다.
“무슨 좀비들이 총까지 쏴!”
엄폐물 뒤에 숨어서 비명을 지르는 생존자들.
후방의 교전상황을 종료시킨 것은 총성이 그친 틈을 타서 한나가 전기톱으로 병사좀비를 모두 쓰러뜨린 뒤였다.
뒤늦게 지수가 올라갔던 길을 뒤따랐지만 감염되었던 지수는 이미 주아영의 손으로 떠나보냈으니.
“힝잉잉. 나 자꾸 눈물 나와.”
한나는 반쯤 좀비화를 일으키다가 만 지수의 머리를 보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일어나. 얼른 생존자 구하고 빠져나가야지. 경찰아저씨들이 뭔가를 저지를 시간이 되기 전에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우리 다 죽어.”
“훌쩍. 지수, 지수 머리도 데리고 갈 거야.”
“지수는 로그아웃해서 방송으로 보고 있을 걸? 아영언니 부축 안 해주면 언니도 밖에서 보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아?”
“안 돼! 에이스인 아영언니까지 로그아웃하면 한나가 에이스잖아. 한나가 잘난 건 알지만 에이스가 되는 건 메인댄서 하나로도 충분해!”
“언제부터 니가 메인 댄서였어? 한나 넌 예능담당이잖아.”
“지수가 죽었으니까 내가 메인이지!”
“그래그래. 너가 메인댄서 해.”
울면서 헛소리를 해가면서 주아영을 부축해 일어서는 김한나.
뒤따라 온 생존자들이 다른 생존자들을 구출하고는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총구를 들고 본관 창문 앞을 지키던 특수대원들이 급히 들 것을 들고 와서 주아영을 눕혔다.
“먼저 진입했던 분대들도 모두 전멸했던 강적을 정말로 해치우다니. 놀랍군. 너희는 특수부대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어. 감사를 표하마.”
“인사는 됐어요. 그보다 저희 아영언니 치료해주실 수 있어요?”
“의무병을 붙여주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자를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살려보겠다.”
다행히도 놀라운 분전으로 맹활약을 펼친 주아영이 부상악화로 죽는 허망한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응급치료 레벨이 매우 높은 의무병이 부상을 치료했습니다.] [신체에 파고든 총알파편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부러진 뼈에 부목을 댔습니다.] [근육파열이 일어난 신체부위에 적절한 압박을 가해 부종발생과 혈액손실을 막았습니다.]팔에는 깁스를 차고 한쪽 다리에는 목발까지 짚은 주아영.
그녀는 명백히 전력 외가 되었다.
“우리 언니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그런 소리는 마라. 우리에게 칭찬을 자격 따위는 없으니. 대원들의 복수는 우리들의 손으로 직접 해야 했는데 결국 민간인의 손을 빌린 꼴이 아닌가.”
“아무튼 살았으면 됐죠.”
차지연은 주아영과 김한나 대신 리더대리로 나서서 하정수 특공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에서 뭔가를 찾아서 나온 것 같던데. 원하는 물건은 찾았나요?”
“원래라면 대외비라고 답해야겠지만… 우리를 위해 큰 희생까지 치른 민간인들에게까지 비밀로 삼기엔 자존심이 상하는군.”
하정수는 비밀을 실토했다.
2.
경찰특공대 SIZ(Special Information Zap).
가상신도시 연주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모든 종류의 위험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기동력을 지닌 경찰특공대이다.
정부에서는 좀비사태에 대응할 주요인사의 호위를 위해 그들을 파견했다.
“자네들에게는 이 사태가 단순한 천재지변일지 몰라도 위에서는 인간에 의해 일어난 인재지변이라 보고 있네. 알고 싶은가? 세계가 이 지경이 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럼 15일 뒤에 수송기가 도착할 때까지 반드시 나를 지키게. 시설까지 무사히 대피한다면 그때는 자네에게도 알려주지.”
연구가운을 입은 닥터 황.
그는 좀비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아는 극소수의 인물이었다.
이 모든 사태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으며 대응방안이 있다는 사실도 은연중에 암시했다.
그러나 진상을 알려주겠다던 약속은 이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밤.
불현 듯 찾아온 생존자들과 그들을 미끼 삼아 침입로를 열어낸 좀비들의 습격에 대피소가 무너지고 본관 건물을 통째로 빼앗겼으니까.
살아남기를 바랐던 의문의 과학자 닥터 황은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미 살해당한지 오래였다.
“그 대신, 우리가 찾아낸 것이 그의 연구가운에서 발견한 카드키일세.”
“이 카드키 하나를 위해서 그 많은 특수대원들이 죽었던 건가요.”
“가질 수 없다면 적어도 괴물이 이 카드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정밀타격으로 건물을 폭파시킬 각오마저도 했었지.”
무전기를 들어 보인 그가 걱정 말라며 덧붙였다.
“물론 정밀폭격지원요청은 취소했네. 지금쯤이면 폭격기도 돌아갔겠지.”
“의외네요. 아직 그 정도의 전력이 이 나라에 남아있었다니.”
“군과는 별개의 명령체계로 돌아가는 경찰항공전력이라니. 위에서 뭔가를 알고 있던 게 아니고서야 이런 것까지 준비해둘 이유는 없지.”
황정수는 카드키의 주소를 가리켰다.
“우리는 이 주소로 찾아가거든 박사가 말하고자 했떤 비밀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믿네. 정밀폭격을 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좀비가 접근하지 않길 원한 주소이니만큼 분명 뭔가 있겠지.”
“그걸 저희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함께 가세. 자네들의 용기라면 분명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걸세.”
[연계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상의할 시간이 필요해요.”
“10분을 주지. 우리는 좀비들의 반응이 뜸한 지금이 주소지를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보고 있으니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순 없네.”
차지연은 주아영과 김한나에게 정보를 공유했다.
“어떡할래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한나랑 아저씨들이 다 떠나면 마트에 남은 사람들은 누가 지켜? 벌써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어!”
“몇 명까지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어봐줄래? 카드키가 있는 곳까지는 어떻게 이동할지도.”
주아영의 물음을 전한 차지연이 하정수에게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까지는 다 같이 이동할 수 있대요. 비상용으로 마련된 전용지하노선을 이용해서 시설에 접근할 거랬어요. 대신 이 이상은 안 된다고…”
“마트 사람들은 다 버리고 이대로 출발하자는 거네. 게임 참 쉽지 않아.”
주아영이 핸드폰을 한손으로 꾹꾹 눌렀다.
이어지는 기본벨소리 수신음.
전화가 연결되자 주아영이 말했다.
“언니. 다 보고 듣고 계셨죠?”
“…….”
“애들 부탁해요. 전 생존자들이랑 마트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툭툭.
꼬리로 바닥을 두 번치는 소리가 대답 대신 들렸다.
피식 웃으며 통화를 끊은 주아영.
그녀가 한나를 불렀다.
“한나야.”
“넹?”
“이제부터는 니가 돌격대장이야.”
“히에엑!”
“부담스러워도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길드장님한테 보여드리고 싶다며? 시한부여도 해낼 수 있다고.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해도 해낼 수 있다고.”
“이야다いやだ! 한나는 아영언니처럼 강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그리고, 게다가……!”
“한나가 나만큼 강해진다면 분명 그건 기적이겠지?”
“기적이에요…”
“그 기적을 보여줘. 언니한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게 해줘. 지수가 목숨을 걸었던 것처럼, 내가 열심히 싸웠던 것처럼. 이 모든 시간과 노력,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증명해줘.”
김한나는 깜짝 놀랐다.
“언니 울어요?”
“시간이 필요해. 이 몸이 회복되려면. 같이 가고 싶지만 짐밖에 되지 않는 이 몸으로는 후방에서 기다리는 것이 한계야. 분해. 너무 분하다고.”
“언니…….”
“내 몫까지 해줄 수 있겠어?”
“할게요. 한나가 지수랑 언니 몫까지 열심히 할래!”
언제나 멋있고 씩씩한 주아영의 우는 모습이 김한나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지연아. 한나는 한번 불이 붙으면 고점은 높지만 그만큼 불이 꺼지기도 쉬운 아이야. 너희 그룹원이니까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너가 더 잘 알고 있지?”
차지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잘 챙겨줄게요.”
가슴속에 뜨거운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은 차지연도 마찬가지였다.
위기의 순간, 지수를 따라가려고 시도라도 했던 한나와 달리, 그녀는 보탬조차도 되지 못했다.
가장 뒤에서 생존자들을 지휘하며 착실하게 전선을 밀어올리기만 했다.
위층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난 뒤.
그것이 너무 분했다.
겁 없는 용기 대신 이성적인 판단만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같은 상황에 다시 처하더라도 그 결정을 바꾸진 않을 거라는 사실이.
그렇기에 그녀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돕기로 결정했다.
한나만큼은 아영언니나 지수같은 꼴을 겪게 두지 않겠다고.
마지막까지 착실하게 한나의 뒤를 지탱하며 좀비해저드의 끝을 보겠다고.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도 큰일을 해내는 기적을 일으켰으니 길드장님처럼 대단한 분은 훨씬 쉽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반드시 증명해내겠어.’
생존자 그룹은 둘로 나뉘었다.
경찰특공대와 함께 카드키의 주소지로 향하는 전용지하노선으로 떠나는 전투부대와 부상을 추스르며 백화점 거점에서 소식을 기다릴 거점부대로.
주아영을 비롯해 방금 구한 생존자들과 그들의 가족 이루가 이탈했지만, 전투부대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닥터 황의 비밀.
그것을 접하는 순간, 분명 좀비사태를 해결할 희망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3.
‘뭐죠 이 분위기.’
한나와 지연이가 열 번 걸었다가 한 번 이쪽을 올려다보며 훌쩍 하고, 또 스무 번 걸었다가 한 번 이쪽을 올려다보며 의지를 다진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큰 실수를 하거나 큰 위기에 처해도 ‘길드장님이 지켜보니까 괜찮아’ 하는 무력토템이었던 자신이 ‘길드장님을 위해서라도 힘내야해’ 하는 이미지로 변했다.
항상 누군가를 지키거나 앞서 달려나가는 입장이었던 자신이 역으로 보호받는 입장이 된 상황.
‘누가 누굴 지키겠다고 저러는 걸까요.’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애기가 된 것 같고 마크2가 된 기분이 들었다.
마크2라.
문득 자신이 지켜본 마크2의 일과가 떠올랐다.
툭하면 우지우를 찾아가 벌꿀사탕을 삥 뜯고 정원을 뽈뽈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 뒤를 쫓아다니다가 심심하면 마당의 돌에 안광플래시빔도 써준다.
그러다 질리면 마마인 자신에게 달려와서 재잘재잘 그간 있었던 일을 떠들고 칭찬받는다.
가끔 열심히 수련하는 아영이에게 찾아가서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하고 훈수를 두다가 졸리면 정령계로 돌아가서 자는 평화로운 일과.
‘응애가 되는 거, 나쁘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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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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