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5)
〈 455화 〉 455 선로전환기
* * *
1.
지하시설에 도착하기 위한 비밀노선의 지하철은 모종의 이유로 정지해있고, 그곳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하노선을 따라 중간까지 이동해야 한다.
“첩첩산중이네. 다들 멈춰요. 이 앞의 길이 지하철로 막혔는데 그 안에 좀비가 많아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방법이 있어요.”
하정수는 차지연의 미니맵에 의한 탐지기능을 수상쩍게 여겼지만 다 같이 이동하는 처지에 수단이야 어쨌건 도움만 되면 그만 아닌가 생각하며 넘어갔다.
“우회로가 있다.”
하정수가 전술테블릿을 두들기며 노선도 정보를 빠르게 불러왔다.
“목적지는 과 사이. 직선으로 짧게 가는 길 대신, 순환로를 통해 정거장 여덟 개를 원형으로 돌아서 재진입하는 길이지.”
“시간이 더 걸리겠네요.”
“직선이라면 30분. 우회로라면 4시간은 걸리지.”
차지연은 결심했다.
“직선으로 가요.”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지하통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현명한 생각 같지 않아요. 아저씨도 말했잖아요? 좀비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잠잠해질지 모른다고.”
좀비들이 서로 잡아먹으며 특수좀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현재, 강력한 좀비들이 서로를 포식하기를 포기한다면 목표는 남은 생존자들이 된다.
살아남은 인간들을 향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의 습격이 재개되는 것이다.
차지연은 그런 미래를 이해했고, 4시간의 여유조차도 감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저기 뒤에서 담배나 뻐끔거리고 있는 저 평화로운 얼굴의 길드장이 난이도를 높이는 항목이라면 전부 최대치로 밀어버린 결과가 어떤가.
[진행가속도가 최대치로 설정되었습니다.] [주요이벤트를 진행할 시, 게임 내 위협요소의 출몰시간이 최대속도로 앞당겨집니다.]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어디서 덜미를 잡힐지 모를 무시무시한 사항까지 최대치가 됐다.
“돌격하죠.”
쿵, 쿵, 쿵!
지하철 안에서 기척을 느낀 좀비들이 유리창과 객실문을 두들겼다.
타다당!
한정수는 총소리로 좀비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했고, 뚫린 문과 깨진 창에서 쏟아져 나온 좀비들을 향한 화력공격이 시작됐다.
“당할 때에는 어질어질했는데 같은 편이 되어서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한나는 응원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저것들, 숫자가 굉장히 많은데다가 탄약은 가급적 아끼고 싶을 테니까요.”
어느 정도 수가 줄었다 싶을 즈음, 특수대원들이 총을 뒤로 물리고 진압방패와 삼단봉을 들었다.
“특공대원들의 옆에 서세요. 머릿수를 보강해서 통로를 일렬로 막고 달려드는 놈들을 밀쳐내는 틈에 대기하던 인원들이 쓰러뜨리는 거예요.”
“하잇! 와카리마싯따! 한나가 다 잡겠습니닷!”
주아영의 전략을 이어받은 차지연과 전기톱을 들고 역습에 나서는 김한나.
공방의 벨런스를 갖춘 진열이 좀비들의 돌격을 받아내며 착실하게 덤벼드는 적들을 분쇄했다.
“끄아아아악!!”
“산성독이다!”
“저 좀비, 닿으면 장비가 녹는 독을 뱉었어.”
[특수좀비 고버Gobber가 출현했습니다.] [고버의 침은 닿은 대상의 표면 위에 덩어리처럼 뭉치며 표면을 융해하는 독성을 띠고 있습니다.]“침에 닿은 장비는 바로 버려요!”
“저건 쏴죽여야겠군.”
하정수가 총을 들어 빠르게 고버를 겨냥했다.
탕!
총소리와 함께 좀비의 머리가 터졌지만 모두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저 녀석, 다른 좀비를 방패처럼 들었어?”
“점점 지능 높은 좀비가 늘어나는군.”
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다른 좀비를 방패삼아 막는 재주까지 지녔다.
“이잉. 전기톱이 저거에 닿으면 어떡해?”
“계속 밀어붙여! 다른 좀비를 모두 해치우면 더는 방패로 삼을 좀비도 없을 거야!”
격렬한 전장.
지근거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어딘지 동떨어진 분위기를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무르네요. 저러면 시체를 들면 그만인데. 거봐요. 역시 시체로 막았네.’
아 저거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를 생각하면서 현장에서 전투를 직관하는 해응응이 그 주인공이었다.
소풍 나온 애기들 구경하는 부모님의 눈 무엇
학부모참관회ㅋㅋ
학부모참관회에서 누가 좀비를 잡아요ㅅㅂ
해남파에서는 그렇게 한단 말입니다!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손가락 두 개를 들어올려 허공에 대고 딱밤을 날리자 땅 소리와 함께 도탄 되어 날아오던 총탄이 특수좀비의 한쪽 어깨를 날렸다.
방금 봄??
뭐 튕겼음?
총알 같은데
그걸 손가락으로 튕겨?
손가락 내구도 미쳤네
애들이야 돕지 말라고 아우성이지만 티 안 나게 도우면 도움 받은 사실도 모를 것 아닌가.
몰래 돕는 재미가 들려서 문을 열고 뛰쳐나오려던 뒤 칸 좀비들의 증원을 슬쩍 발로 걷어찬 캔으로 문을 맞춰 도로 지하철 안에 쑤셔 넣기도 했다.
바닥을 기며 접근하는 좀비들의 모습에 기지개를 펴는 척, 천장에 장풍을 쏴서 흙무더기로 좀비를 깔아뭉개기도 했다.
구름의 힘을 사용해 총연과 흙먼지를 몰아내어 시야를 열어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특수좀비 고버Gobber를 격퇴했습니다.]“이예! 한나가 해냈다!”
“다들 피해상황 빠르게 점검하고 진입하죠.”
“한나 칭찬 안해죠…?”
“진짜 귀찮게 구네. 에잇, 에잇.”
“악, 하지 마, 하지마아!”
칭얼거리는 한나를 붙잡아다가 볼에 마구 뽀뽀를 해버리며 조용히 시켜버린 차지연.
생존자 아저씨들의 부럽다는 시선에 한나가 우쭐거리는 틈에 차지연은 재빨리 파손된 지하철의 반대편 끝으로 넘어갔다.
“휴. 다행이다. 이거 아직 작동해요.”
“중간에 비밀선로로 이동해야 하니 이건 쓸 수 없을 텐데?”
“그거야 선로상황을 봐야 알죠.”
갓겜에는 언제나 플랜B가 있다. 진행이 막히는 사태를 방지하고 플레이어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다.
“근처까지는 저속으로 이동해보죠.”
지하철의 버튼을 조작하다가 감을 잡은 차지연이 운행을 시작했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이동을 시작하니 지하통로를 따라 흩어졌던 좀비들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은 지하철에 깔려 죽거나 튕겨나갔다.
운 좋게 위에 올라탄 몇 마리는 열차 칸 내부를 지키던 특공대원과 생존자들의 손에 죽었다.
“좋았어! 역시 노선이 이어져있어요.”
차지연의 예상대로 노선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비밀지하선로로 이어지는 선로가 정규선로와 이어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 한 가지 남아있었다.
“대신 선로전환기가 고장 나서 직접 수동으로 전환해야 해요.”
“넵, 한나가 가겠습니닷!”
“별일이네? 한나 너가 귀찮고 힘든 일을 먼저 하려고 하고.”
“따, 딱히 포상으로 받았던 뽀뽀가 기분 좋았다거나 또 받고 싶은 건 아니라구!”
“으엑. 기분 나빠.”
“기분 나빠는 너무하잖아…….”
잠시 정차한 지하철.
이 틈에 신호기까지 쪼르르 달려간 한나가 열심히 장치를 만지작거렸다.
“선로전환기의 수동작동법이… 이건가?”
[선로가 전환되었습니다.]“헤헹. 별 거 아니네! 인텔리전쓰!”
INT!
능지가 1 상승합니다.
이제 한나는 IQ30 앵무새 아니야. IQ40 까마귀야.
거기서 거긴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씨잉. 한나는 앵무새도 까마귀도 다 싫어!”
시청자들과 투덜거리며 열차로 돌아가던 도중, 한나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으잉?”
왜 갑자기 점프?
점프 아님. 땅이 흔들렸음.
“이거 모에요?”
몰?루
느낌 싸하다
빨리 열차로 돌아가
한나가 열차로 돌아가려는 그때.
덜컹 소리와 함께 선로전환기의 레버가 풀렸다.
[선로가 원상복구 되었습니다.]“헐.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쿵. 쿵.
연달아 울리는 진동.
점점 커지는 굉음.
싫어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무언가,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것이 통로 저편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상당히 가까운 곳까지.
“한나야, 선로가 왜 돌아왔어?!”
“이거 장치가 고장났나봐. 계속 잡고 있지 않으면 지 멋대로 풀려!”
“빨리 열차로 돌아와. 후진으로 도망쳐야해!”
차지연의 외침에 한나는 바로 지척의 비밀통로로 향하는 선로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이 선로에 진입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다시 진입할 수 있을까.
“있는 힘껏 가속해서 노선도를 한 바퀴 빙글빙글 돌면 다시 진입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지금은 일단 도망쳐야해!”
차지연의 계획은 그럴싸했다.
성공할 가능성도 제법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만일 한 바퀴를 도는 사이에 너무 많은 좀비를 치어버린 지하철이 고장 난다면?
거대한 적의 습격으로 인해 선로가 파괴되어 있어서 도중에 운행이 정지된다면?
“……한나는 안 돌아가.”
“무슨 말이야? 돌아오지 않겠다니!”
무전기 너머로 차지연이 외쳤다.
“멍청한 생각 말고 빨리 타!”
“흥, 한나 바보 아니다! 차단기만 계속 잡고 있으면 지하통로로 진입할 수 있어. 그러면 한 바퀴 돌지 않고도 저 괴물을 피해서 비밀선로로 갈 수 있다고.”
“너가 못 따라오잖아!!”
“그니까 한나를 버리고 가라고 말하는 거야.”
한나는 솔직히 부러웠다.
“지수가 멋지게 갔을 때 생각했어. 다음엔 분명 한나 차례라고. 지연이는 똑똑하니까 분명 아영언니한테도 길드장님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결심했다.
방년 21세, 꽃다운 나이 김한나가 죽을 자리는 바로 여기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