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6)
〈 456화 〉 456 여기가 더 재밌어보였어요
* * *
1.
무전기 너머로 들리는 한나의 목소리.
이미 죽음을 각오한 고집스러운 목소리에 차지연의 눈가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이 바보, 똥고집, 엄길동!”
“어허. 심한 말 하면 못써요. 지연이는 애기야. 착한 말만 써야해! 나쁜 말은 한나가 다 할꼬야!”
끝내 죽을 작정인 한나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차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필요한 희생이다.”
함께 운전석을 지키던 한정수는 브레이크를 쥐려던 차지연의 손을 제 손으로 덮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분했다.
왜 항상 희생을 치러야만 하지?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그녀는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인가?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아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먼저 떠난 동료들의 복수?
언니들의 도움?
그런 건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다.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경연프로그램부터 언제나 함께 해왔던 동료들과 헤어지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내려요.”
“…뭐?”
“다들 열차에서 내려요. 저 안 멈출 거야.”
“멈추지 않을 거면 이대로”
“선로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
고집이라고 해도 좋다.
오기라고 해도 좋다.
그녀에게는 설득에 필요한 근거가 있었다.
“저 괴물, 지하에 있는 우리를 쫓아왔죠. 지하철이 내는 소리와 진동을 쫓아왔다는 뜻이에요. 선로를 바꾼다고 한나만 덮치고 끝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이대로 한나를 버리고 간들, 선로에 진입해도 결국은 따라잡힐 운명이라면.
“지하철을 버리고 두 발로 직접 뛰어서 내려가요. 그 틈에 저는…… 저 앞에서 오는 괴물을 이 지하철로 선로 저 끝까지 치어버릴 거니깐!”
미쳤다.
터무니없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저지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료를 구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김한나와 차지연.
방법은 달라도 두 사람이 보인 마음은 같았다.
그녀들의 순수한 마음에 한정수는 경례를 올렸다.
“……기억하겠다. 적어도 마지막까지, 이 모든 사태가 끝나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 너희의 희생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노라고 반드시 알리겠다.”
특수대원들이 뛰어내렸다.
차단기와 교차로가 보이는 갈림길.
“싫어! 한나가 죽을 거야! 차단기는 절대로 못 놔! 빨리 아래로 내려가라구!”
무전기 너머로 악을 쓰는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예지수가 총을 들었다.
깨진 창문 너머로 소총이 겨누는 대상은… 차단기.
퍽!
[차단기가 파괴되었습니다.] [선로가 원상복구 되었습니다.]황망한 표정의 김한나와 고장난 차단기, 교차로를 지나치며 지하철이 올곧게 정규노선을 따라 전진했다.
그 앞, 당장이라도 한나를 덮칠 것처럼 달려들던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크기의 좀비를 치어버리면서.
쾅!!
구구구궁 구구구궁 구구구궁
속도를 올린 지하철은 멈추는 일 없이 선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나야, 얼른 가자!”
“지연이는 이미 늦었어. 저 희생까지 헛되게 만들 셈이야?”
“흐어엉. 한나 빼고 다 주거써.”
울면서 백화점부터 함께 해온 생존자들을 따라 비밀통로의 선로를 따라 달려 내려가는 한나.
그 서러움에 복받친 목소리를 누군가의 무전 너머로 들으며 차지연도 눈물을 흘렸다.
“바보. 어차피 게임인데 너무 진지하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좀비해저드에 진심인 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팔을 들어 눈물을 닦고는 힘껏 손을 휘둘러 눈물방울을 떨쳐냈다.
한나와는 헤어졌지만 그녀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열차자동제어장치ATC가 충돌을 감지했습니다.] [감속을 개시합니다.]열차의 감속은 곧 괴물의 자유를 뜻한다.
이 앞으로 괴물이 지나치는 일 따위, 결단코,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다.
[수리공 부가기능 을 발동합니다.] [수리공 3레벨 지하철 조작이 가능해집니다.] [수리공 6레벨 열차자동운전장치ATO의 가동이 가능해집니다.] [수리공 9레벨 열차자동제어장치ATC의 해제가 가능해집니다.] [연결구간 인터페이스를 감지했습니다.]힘든 싸움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왔던 노력이 시스템의 보조기능으로 되돌아왔다.
빨갛게 반짝거리는 인터페이스 조작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자 계기판에 경고문이 떠올랐다.
[ATC 해제코드를 입력하십시오.]“그딴 거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해커 직업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시도라도 해봤겠지만 자신은 수리공이다.
계기판을 이용한 해제는 불가능.
점점 줄어드는 차량속도에 이를 악물고 벽에 걸린 비상탈출용 손도끼를 꺼내들었다.
[전방 동력차의 ATC 차상설비 설치위치를 감지했습니다.] [열차자동방호장치ATP 차상설비가 ATC 설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부서져. 빨리 부서지라고!”
그오오오오오오!
차창 너머로 열차에 치인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특수좀비가 사납게 포효를 내질렀다.
하반신이 차량에 치여 선로에 갈리면서도 상반신의 힘만으로 버텨낸 특수좀비의 반쪽짜리 몸이 열차 안을, 전방동력칸의 차지연을 노려보았다.
ㅎㄷㄷㄷㄷ
저렇게 생긴 좀비도 있었음?
ㅁㅊ
0티어 특수좀비 타이탄이잖아
저거 강해?
차저를 한 손으로 붙잡아 터뜨릴 수 있는 괴물임
ㅁㅊ
저딴 걸 어떻게 죽여
보통 장갑차로 힘겨루기 들어가는 사이에 유탄발사기 존나 갈기거나 미사일 쏴야됨
종합난이도 수준에서도 최종미션에서나 나오는 최종보스급 좀비인데 이게 중간에 나오네
이것도 반요곡이랑 레벨링 시스템이 비슷하구나
ㅇㅇ 비슷함
엄길동이 출현구간 공략한 거 있는데 종합난이도 7 이상부터 타이탄 출현 가능함.
어려움이 7~8이고 매우어려움이 8~10인데 지금 이건 난이도설정 전부 최대치로 올렸으니까 종합난이도 15 최고난이도 대재앙모드임
난이도 이름부터 살의만 느껴지는데요?
최고난이도는 원래 다 그럼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차지연의 판단은 대체로 다 옳았다.
그러나 그녀의 힘이.
현실에서 단련된 근육과 내공이 부족했다.
단단한 방호장치가 도끼질 한 번 마다 찌그러지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차량이 먼저 멈출 지경!
이시발 모르겠다 후원펀딩 들어가!
근력부터 올려!(1/50)
기능 중급으로 올리자(1/200)
응 근력은 형이 일시불로 하나 올렸어
하나로 안 돼 더 올려!(1/100)
흙먼지단의 자존심을 걸고 지연이는 우리가 지킨다!
+9강 합금도끼 보냈음
덜컹!
천장 뚜껑이 열리더니 차지연의 옆에 +9강 합금도끼가 떨어졌다.
“흙먼지들아 고마워!”
작은 손도끼는 냉큼 내던지고 합금도끼를 들어서 힘껏 내려치는 차지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애를 먹이던 보호장치가 일격에 동강나며 제어장치까지 같이 파괴됐다.
[열차자동방호장치ATP가 파손되었습니다.] [열차자동제어장치ATC가 파손되었습니다.] [자동감속제어가 중지됩니다.]덜컹!
감속은 풀렸지만 조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어가 사라진 만큼 열차를 조종하는 일을 차지연 그녀가 홀로 해내야만 한다.
[속도를 올립니다.] [70km/h] [80km/h] [90km/h]탈선조차 각오해야 할 정도로 점점 무섭게 올라가는 열차속도.
[수리공 직업레벨이 12가 되었습니다.] [12레벨 특전 발동]차량 밖의 광경과 이대로 속도를 가속하여 코너에 진입할 때 일어날 현상이 머릿속에 시뮬레이터처럼 저절로 그려졌다.
‘가능해. 열차칸을 분리만 하면!’
급히 객실 몇 개를 돌아가 이중문을 활짝 열고 열차와 열차 사이를 잇는 연결기를 분리했다.
덜커덩!
“악!”
순간적으로 좀비 시체더미를 밟고 떠올랐던 몸을 벽을 박차며 보법을 응용해 다시 열차 칸 내부에 착지했다.
간신히 낙사를 면하고 돌아온 그녀를 해응응이 수고했다며 손을 내밀었다.
“휴, 고마워요 길드장님. 방금은 진짜 죽는줄 알았어요. 무공도 배우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더니, 이럴 때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게 무공의 매력이죠.]이중문을 닫고는 헤헤 웃으며 한숨 돌리는 차지연.
그녀의 웃음이 뚝 그쳤다.
“…근데 길드장님이 왜 여기에 있어요?”
차지연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까 사람들이랑 같이 내려갔어야죠!”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미처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내려갔으리라 생각했던 길드장 해응응.
그녀가 예상을 깨고 죽음을 각오한 그녀의 열차에 함께 탑승해있었다.
[이유가 있어요.]“무슨 이유요! 설마 절 믿지 못했다는 건가요?!”
[여기가 더 재밌어보였어요.]“…….”
길드장은 원래 이런 분이셨지.
어질어질함을 참지 못한 차지연이 휘청거리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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