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8)
〈 458화 〉 458 축 처지는 꼬리
* * *
1.
“우와아아앙! 지연이 바보! 죽은 줄 알았잖아!”
“미안. 헤헤. 길드장님 아니면 진짜 죽을 뻔했어.”
도와주러 간 사람이 도움을 받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 핀잔을 받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던 차지연은 아무튼 살았으니 잘됐다는 한나의 반응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가슴 깊이 차오르는 안도감에 한숨을 돌리니 잊고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립스틱은 뭐야? 도대체 언제 왜 바른 거야?’
차지연은 떠올렸다.
길드장님에 대한 은밀한 소문을.
길드장님은 여자 좋아하지 않아?
야천명랑처럼 잘생긴 남자도 돌보듯이 하더라
백소천님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도 아닌데 추문 한 번 없었지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는 길드장님.
혹시 여자 좋아하는 건 아닐까?
은밀한 가십이었지만 처음 들었을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어넘겼는데.
립스틱 바르기를 당한 뒤로는 심장이 콩콩 뛰었다.
진짜 좋아하시면 어쩌지?
난 남자랑 사귀고 싶은데.
그래도 길드장님 정도로 대단한 여자라면 어지간한 남자보다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얼굴만 봐도 행복한 느낌도 들고.
성격은 조금 별나지만 그래서 더 재밌고.
쑥스러움을 타는 그녀의 볼을 한나가 쿡 찔렀다.
“히야앗!”
“이상한 표정.”
“내, 내 표정이 어쨌다고!”
“드라마에서 본 사랑에 빠진 소녀 얼굴이었는걸.”
“아니거든?”
장난삼아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고 가볍게 찔러봤는데 돌아오는 의외로 톡톡 튀는 강한 반응에 한나의 얼굴이 개구쟁이처럼 변했다.
얘가 진짜로 누구를 의식하고 있구나!
“헤헹. 길드장님한테 구해져서 반했다거나 한 건 아니지? 세상에서 경쟁률 가장 높은 상대라고?”
“아… 그래?”
“…지연이 너 진짜 길드장님한테 반했구나?”
“아, 아니야!”
한나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지연이는 이제 애기 아니야. 사랑에 눈 떴어.”
“아니라니깐!”
“엄마는 우리 딸이 시집가서 섭섭해. 흑흑.”
“니가 왜 우리 엄마야. 자꾸 놀리면 화낸다?”
“히히. 아라쏘! 우리 귀염둥이 빨리 가자.”
어부바를 하듯이 차지연의 등에 매달리고 칭얼거리며 사이좋게 걷는 두 사람.
김한나와 차지연의 모습에 큰 고비를 넘긴 생존자와 특수대원들의 경직되었던 얼굴에도 한결 여유가 되돌아왔다.
“전방 정차된 지하철 발견.”
“좀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 났군. 일이 아주 어렵게 됐어.”
“왜요? 좀비가 없으니 좋은 거 아니에요?”
“핏자국은 있지만 좀비는 없다. 그게 뭘 의미하겠나.”
한정수는 저 아래의 비밀시설을 노려보았다.
“인간의 시체를 남기지 않는 지능이 있는 개체가 단독으로 열차를 습격했다. 그리고 저 아래, 비밀시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는 거다.”
“!!”
“서두르지 않으면 굉장한 일이 되어버리겠군.”
지하선로에서 13km나 더 이동한 지점에 멈춘 기차.
도중에 이벤트 컷과 함께 자동으로 시간이 경과했는데, 흘러간 시간이 적지도 않았다.
“지하철부터 고쳐볼게요. 사람만 습격당하고 열차가 파손된 흔적은 없으니 금방 갈 수 있을 거예요.”
차지연은 게임시스템의 기능보조를 통해 지하철을 재가동시켰다.
“지연이 없었으면 지하철 타고 내려와도 여기서 가만히 서있던 열차랑 충돌하고 걸어서 내려가야 했겠네. 그 정도 굉음이면 괴물도 또 쫓아왔을 테고.”
한나는 으으, 하고 몸서리를 쳤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 지연이의 목숨을 건 희생이 물거품이 되고도 도보로 달려서 도망쳐야 하는 처지라니. 그렇게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길드장님은 괜찮은 걸까.
한나는 마냥 안심했지만 차지연은 걱정이었다.
특수좀비 타이탄과의 싸움에서 해응응이 펼친 무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내공과 이를 다루는 공력의 존재도 무공을 배우며 알게 되었기에 그녀의 걱정은 더욱 심각했다.
심후한 내공을 상대의 체내에 강제로 침투시켜서 신체 전체를 폭발시킨다.
엄청난 내공을 동원하며 막강한 공력을 펼쳤으니 몸이 터진 타이탄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부담이 몸에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길드장님이 꼬리로 풍압을 발산해 파리를 때려잡고 있는 저 한가로운 모습도 엄청난 고통을 억지로 참는 노력이 뒷받침되는 덕분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럴 거야. 길드장님의 감각링크에 들어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뭔가 아프다, 몸 상태가 이상해, 같은 말을 많이 했으니까.’
살아서 돌아왔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아남았기에 길드장님이 위험을 감수했다.
안 그래도 시한부인 길드장님의 몸에 데미지가 더 쌓였다면 그것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동화율.
현실과 가상의 감각을 일치시키는 퍼센테이지.
일치도가 기본 90%에 최대 99%도 찍는 길드장님이라면 가상에서 입는 거의 모든 고통이 현실의 몸에도 후유증을 남긴다고 봐야 한다.
‘바보, 바보! 아영언니가 길드장님을 부탁한다고 그렇게 당부까지 했는데, 나라는 녀석은 무슨 짓을 저질러버린 거야!’
외면해왔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을 돌아보는 순간 화기애애한 여정의 이면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시간제한이 눈에 들어왔다.
길드장님은 앞으로 몇 번이나 그런 싸움을 하실 수 있을까.
그 행위가 가뜩이나 시한부인 길드장님의 수명을 얼마나 크게 줄이는 위험천만한 일인가.
게임이지만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현실이나 다를 바 없다.
긴장감의 차원이 달라졌다.
“한나야. 잠깐만 방송 프라이빗 모드로 돌려줘.”
“에에~ 시청자들 눈 귀 닫고 뭐하려고? 한나한테 야한 짓 하려고?“
“장난치지 말고 얼른.”
“무섭게 왜 그래? 알았어. 하면 되잖아. 언니오빠들, 한나는 지연이랑 잠깐 데이트하고 올게용! 빠이!”
[프라이빗 모드를 실행합니다.] [방송 송출이 잠시 중지됩니다.]???
왜 너희만 좋은 거 해!
여자랑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남몰래
나도 보여줘!!
현역아이돌의 비밀스러운 만남 못 참거든요?
근데 진짜 프라이빗모드 왜 킴?
화장실 갔다오는 거 아님?
아이돌이 화장실을 왜 감? 이슬만 마시는데?
요정족이세요?
아이돌도 밥은 먹어 무친놈아
아닌데? 아이돌은 이슬만 먹는데? 아이돌은 이슬만 먹는데? 아이돌은 이슬만 먹는데? 아이돌은 이슬만 먹는데? 아이돌은 이슬만 먹는데?
으아악 미친놈이다!
‘혼모노’가 나타났다!
아악 나 너무 무서워 매니쟈 빨리 저거 밴해줘!
장난스러운 채팅방과 달리, 프라이빗 모드를 실행한 차지연은 진지하게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한나에게도 전달하였다.
장난스러웠던 분위기의 한나도 생각지 못한 무거운 화제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면 안 되잖아. 우리 때문에 길드장님의 건강이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니. 당장 합방을 중지하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길드장님은 알고도 우리를 돕겠다고 합방을 하셨어. 분명 이미 각오를 마치셨겠지. 우리가 그만두자고 하는 건 길드장님의 각오에 대한 모욕일지도 몰라.”
“힝. 한나 너무 부담돼.”
“더 부담스러워야해. 우리가 힘내지 않으면 그만큼 길드장님이 괴로워지는 거야.”
한나가 주먹을 꼭 모아 쥐었다.
“알았어. 어떻게든 해볼게!”
“교차로에서 했던 ‘내가 희생할게’도 금지.”
“왜애! 지연이 너도 했잖아.”
“그거 했다가 길드장님이 구한다고 더 힘들어지셨잖아.”
“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죽을 위기에 처해서도 안 된다.
게임이 게임 같지가 않았다.
“힝. 생각할 거 너무 많아. 게임 너무 빡세. 앞으로 길드장님이랑은 같이 게임 안 할 거야!”
한나는 솔직하게 본심을 토로했다.
프라이빗 모드를 켰으니 시청자들에게는 들키지 않을 거라고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잊고 있었다.
길드장님의 청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마음만 먹으면 1km 밖에 있는 사람의 통화내용도 엿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2.
해응응은 내심 뿌듯했다.
죽을 뻔했던 지연이를 살려주고 무사히 모두와 합류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함께 게임하는 동료로서 나름 1인분은 한 셈이 아닐까.
아무리 건강이 걱정되어서 배려를 해준다고 해도 너무 날먹 버스만 타면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굳이 말하자면 해응응은 여왕벌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개척하는 하드코어 플레이어에 가깝다.
“힝. 생각할 거 너무 많아. 게임 너무 빡세. 앞으로 길드장님이랑은 같이 게임 안 할 거야!”
그래서 더욱 충격이 컸다.
자신의 노력이 한나에게는 부담으로 전해졌다니.
아이들을 도울 생각으로 시작했던 게임이 업무의 연장처럼 느껴지게 만들다니.
이런 모습, 남자였던 시절에 많이 봤다.
주로 드라마에서.
퇴근하고 싶은 직원들을 붙잡고 회식타령을 하는 눈치 없는 부장님의 모습으로 말이다.
추욱
파리들을 괴롭히며 활기차게 공기를 팡팡 때리던 꼬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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