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69)
〈 469화 〉 469 좀비커맨더의 역습
* * *
1.
좀비커맨더에게는 많은 시운이 따랐다.
그가 힘을 키워야 할 때.
플레이어들은 리츠비어드 스토리를 먼저 노렸다.
방공호 순회가 끝난 뒤.
플레이어들의 다음 표적은 우주에서 온 위험이었다.
그를 제외한 모든 위험이 사라졌을 때.
좀비커맨더는 비로소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인간. 너희의 약점은 이미 깨달았다.
좀비커맨더는 수많은 좀비들에게 념파를 전송해 그들을 먹이로 불러 모으는 한편, 생존자 주변의 좀비들을 도청기처럼 활용했다.
묵언검객의 약점은 수명의 한계.
그녀는 싸울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
그 중대한 정보를 입수한 시점에서 그는 궁리했다.
어떻게 해야 묵언검객의 수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가.
독존은 답이 아니었다.
그녀의 강함을 정면에서 1 대 1로 싸운다면 누구도 능가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정했다.
묵언검객이 유의미한 전투력과 수명을 소모할 정도로 거대하고 튼튼한 좀비들을 만들어내기로.
기억한다. 좀비를 양산하는 방법도.
좀비커맨더는 지면에 특수좀비 몇을 심어두고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시켰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차저가 탄생합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샤우터가 탄생합니다.] […] [……]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타이탄이 탄생합니다.]현존하는 모든 특수좀비 중에서 순위권에 드는 강력한 특수좀비들을 거대화시킨 유니크좀비들.
그 거대한 자이언트 좀비들이 마경이 된 서울에서 걸어 나오며 연주시로 향하기 시작했다.
2.
해응응은 솔직히 감탄했다.
‘가불기를 썼군요.’
척봐도 보통 단단한 좀비가 아니다.
막지 않으면 연주 시에 집결한 인류가 전멸한다.
반대로 막으면 그녀의 기 소모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한 체도 아닌 수어 체. 전부 막는다면 좀비커맨더가 도달하기도 전에 단전의 기를 마지막 한 줌까지 전부 쥐어짜내겠죠.’
좀비 따위는 다 잡은 물고기처럼 생각했다.
좀비의 능력을 이용하는 인간, 세븐 리츠비어드가 차라리 더 위협적인 적이라고 여겼다.
지금에서야 그 생각이 바뀌었다.
좀비해저드 최후의 적.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좀비커맨더야말로 가장 강력한 위험요소라고.
“길드장님, 어떡하죠?!”
[요격태세를 갖춰주세요.] [제 힘을 어디까지 아끼면서 막아낼 수 있느냐가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거예요.]연주시의 생존자들을 인솔하는 지휘관, 차지연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세요.”
장비는 충분히 갖췄다.
물자도 충분히 존재한다.
부족한 것은 오직 인력뿐이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세븐 코퍼레이션의 생존자들을 모두 집결시켰습니다. 총인원 5500명입니다.”
“연주시로 모인 민간 생존자들은 도합 7000명이네. 저쪽은 용케도 저 정도로 살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한 숫자야.”
SIZ 특수대장 한정수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븐 코퍼레이션의 구심점 알티어 로엔이 이끄는 직원들을 모두 모은 것을 한국 내 생존자들의 숫자를 모두 합쳐도 간신히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정말로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사실을 싫어도 실감하게 됐다.
“도대체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거지?”
“위성관측결과 150m로 잡혔습니다.”
“세븐 코퍼레이션은 위성도 있는 건가?”
“저희는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리츠비어드 가문에 맞서기 위해 세워진 기업입니다. 독자적인 위성 정도는 당연히 지니고 있습니다.”
“그 위성으로 저 괴물 녀석들을 해치울 수도 있으면 참 좋겠군.”
“…동감입니다. 지금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무기는 기껏해야 인근 군 시설에서 긁어모은 물자가 전부이니 말입니다.”
좀비사태 초기, 좀비들의 발생으로 궤멸해버린 군대였지만 도리어 그 덕분에 군수물자와 군용병기가 넉넉하게 남았다.
“총기의 사용법은 모두 숙지시켰다. 숙련도는 낮지만 여기까지가 가르칠 수 있는 최선이군.”
“군 병기의 사용은 저희 세븐사 직원들이 숙지를 끝마쳤습니다.”
한정수와 알티어 로엔은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총 하나, 병기 하나라도 더 들려주며 전력이 될 수 있는 인원을 늘렸다.
저 멀리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지축이 울리는 거대좀비를 보면 그마저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상 이 이상의 준비는 불가능했다.
“개떼처럼 좀비들이 몰려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확실히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요.”
도시에서 총기의 사용은 어마어마한 물량의 좀비들의 습격을 각오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대놓고 거대좀비 하나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화기사용으로 더 많은 좀비가 몰려들 걱정은 없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제 1 자이언트, 사거리 내 진입확인.”
“자주포 일제사격을 개시하겠다.”
“1번 차량부터 9번 차량까지 일제사격개시!”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포 사격소리와 함께 차량반동도 없이 연달아 쏘아지는 포탄들.
위협적인 사격에 거대좀비의 신체 일부가 무너지기도 잠시, 근처 무너진 교각을 손으로 훑은 좀비가 잔해더미를 쥐고 자주포를 향해 집어던졌다.
쾅쾅! 쾅쾅쾅!
“3번 차량 신호소실!”
“7번 차량 주포소실!”
“전 차량 신호소실! 완전침묵 상태입니다.”
“초장부터 뼈아픈 손실이군.”
“하지만 시간은 벌었습니다. 차지연 지휘관이 늦지 않게 작업을 끝마쳤군요.”
[차지연님이 빌딩의 을 끝마쳤습니다.] [해당빌딩 내에서 요새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다들 잘 버텨줬어요. 예비차량은 전부 후퇴. 빌딩 뒤로 물러나세요.”
차지연은 손에 땀을 쥐며 차량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빌딩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절대로 포신 하나 보이게 해서는 안 돼요. 표적이 빌딩 앞까지 쫓아오거든 그 한 순간을 노려야만 해요. 다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콰콰쾅!
자이언트 차저의 투척공격에 도로가 초토화되고 차량 몇 대가 폭발했다.
당장이라도 지원사격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빌딩 안 포병들과 사수들은 숨소리까지 죽이며 무전에 귀를 기울였다.
두 대. 다섯 대. 아홉 대.
자주포에 이어 차량피해마저 급격히 늘어나는 순간, 마침내 차지연이 힘껏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요새화 빌딩 내부에서 포신을 가린 천들이 일제히 걷혔다.
자이언트 차저가 포신의 번뜩임을 보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투콰콰콰콰쾅!!!
빌딩 크기의 거대한 자이언트 차저가 다리 한 쪽을 잃고 주저앉으며, 땅을 짚을 팔마저 잃고 기울어 모로 쿵 쓰러졌다.
비대화된 차저의 반대쪽 팔을 앞세워 머리만을 어떻게 지켜보려 시도했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정수가 연이어 외쳤다.
“집중사격! 손목의 인대를 끊어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좀비라도 신체구조는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근육을 지탱할 인대가 끊어지면 손이 축 늘어지고 더 이상 효과적으로 머리를 감싸지 못한다.
“지금입니다. 머리를 향해 일제 발포!”
알티어 로엔의 지휘에 세븐사 직원들의 총포사격이 자이언트 차저의 머리에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차저를 격퇴했습니다.] [제 1 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사기가 증진됩니다.]막아냈다.
해응응의 도움 없이도 모두의 힘을 모아 자이언트 좀비 하나를 무찔렀다.
기적 같은 전공이었지만 환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가 침공합니다.]“제 2 공세가 감지되었습니다!”
“자이언트좀비 도착 예정시각 16시 20분. 현재시각으로부터 정확히 10분 뒤입니다!”
“정비할 시간도 빠듯하군요. 총력전에 돌입한 이상, 불필요한 여유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겠죠.”
자주포와 차량부대를 위험요소로 각인시켜 유인한 뒤에 요새화빌딩 내부를 빼곡하게 채운 총포부대로 끝장을 낸다.
첫 단추는 완벽하게 꿰맸지만 문제는 두 번째부터였다.
“신속하게 철수해라!”
“서둘러서 제 1 퇴각지점까지 물러서! 늦는 놈들은 전부 죽는다!”
50층 높이 빌딩에 주둔한 병력이 모두 철수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10분의 시간.
예상보다 한층 빠르게 두 번째 자이언트 좀비가 잔해가 파헤쳐진 다리 너머로부터 나타났다.
쿵. 쿵. 쿵.
거침없이 다가오던 걸음이 포신의 사거리 너머에서 정확히 멈추었다.
그 사실에 의문을 표하기도 잠시, 좀비의 흉각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샤우터다!!”
“모두 귀를 막아!!”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뇌리가 찌이잉 하고 울리며 균형감각을 상실할 정도로 강력한 비명.
전술헬멧의 청력보호기능을 쓴 차지연조차도 빌딩 전체가 흔들리는 비명에 온 몸이 덜덜 떨리는데, 적절한 보호수단이 없는 민간인들이 어떨지는 뻔했다.
주르륵
귀에서 피가 흐르는 정도면 차라리 양호했다.
족히 수백이 넘는 민간인들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헛구역질을 하거나 눈물을 쏟으며 빌딩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투척공격에 휩쓸려 사망했다.
총포의 사거리 밖에서 일방적으로 무너진 다리의 잔해나 건물잔해를 집어던지는 자이언트 샤우터.
“역으로 우리를 유인하고 있군.”
“차량을 다시 내보내봤자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기 전에 전멸할 겁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보기만 하면 샤우터의 증폭기관이 다시 재생되어서 목숨만 간신히 건진 민간인들을 모조리 죽일 거라고!”
완전히 다른 타입의 좀비로 허를 찌른 좀비커맨더.
그의 두 번째 공세에 거대한 빌딩의 요새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었다.
‘고작 두 번째만에 이 정도로 유효한 패를 내밀다니. 좀비커맨더의 솜씨가 예상보다 훨씬 좋군요.’
해응응이 건물 너머로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면 그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뭘 그리 서두르시나. 그쪽이 나설 차례는 아직 한참 말었는데.”
그런 해응응을 한 사람이 불러 세웠다.
“이번에 나서는 건 우리들이다. 경찰특공대 SIZ가 살아있는 한, 민간인들이 먼저 나서게는 두지 않아.”
경찰특공대 SIZ의 특공대장 한정수.
그가 주사기엠플을 꺼내들어 제 팔뚝에 꽂았다.
무전으로 차지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정수아저씨! 그걸 썼다간 아저씨도…!”
“전부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녀석이 소모전을 선택하겠다면 우리도 소모전으로 맞대응한다. 단지 이번에는 우리 차례가 되었을 뿐이네.”
“……아저씨….”
“차지연. 자네는 세븐 리츠비어드도 쓰러뜨린 저 개조인간을 보필할 마지막 지휘관이네. 자네가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모두가 불안해할 게야.”
“……SIZ 대원 여러분들과 한정수 대장님. 여러분에게는 그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댁이 데리고 다니던 아가씨도 이렇게 말하고, 변이인자도 벌써 몸에 주입했네. 이래도 말릴 텐가?”
플레이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는 NPC들의 투지에 해응응은 도저히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죽더라도 로그아웃만 하면 현실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몸도 아니다.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저들이 인지하는 바로는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자신들을 위해 바친다.
그 숭고한 희생을 덧없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척.
포권지례를 취하며 건투를 비는 해응응.
이에 한정수와 SIZ 대원들은 경례로 답했다.
돌아서서 빌딩 너머로 향하는 그들의 팔뚝 위로 검은 힘줄이 돋아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