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72)
〈 472화 〉 472 공세의 끝
* * *
1.
인류의 역사란 발전의 역사와도 같았다.
인류는 불을 통해 향상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도구는 풍부한 자원으로 돌아왔고, 이는 생존경쟁으로부터의 해방을 초래했다.
경쟁에서 해방된 인류는 삶의 풍요에 눈을 떴고, 예술과 문화, 더 많은 도구와 기술의 발전을 이룩했다.
수천 년에 걸친 발전의 역사.
그 결실로 존재하는 발전소의 소실은 인류가 축적해온 수천 년의 역사를 상실하는 것과 같다.
자동화 공정이 극도로 발전된 좀비해저드의 세계에서 전기의 소실이란 곧 문명의 쇠퇴로 직결되기에 생태계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가혹한 미래일지. 영광스러운 인류의 전성기를 기억하면서도, 살아생전에는 다시는 누릴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것도.”
“그런데도 발전소를 포기하겠단 말입니까?!”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11번째 거대좀비.
자이언트 노이즈가 뿜어내는 강력한 사념파에 저 강력한 묵언검객마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진화를 이룩한 궁극의 변이체들 앞에서는 제아무리 개조인간이라도 한계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하물며 무력한 인간들과 그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이마에는 뿔이, 엉덩이에는 꼬리가 달리도록 개조당한 가엾은 여자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그런 인류에게 살아남을 가치가 있습니까?”
“하지만 저 여자는 저희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렇게 세븐님의 희생을 지켜봤습니다.”
“…….”
“리츠비어드 가문의 일원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우리 힘없고 버려진 자들을 지키고자 스스로를 희생했던 회장님과 같은 최후를 두 번이나 볼 셈입니까?”
직원들은 침통한 마음에 눈물을 터뜨렸다.
그 울음이 말하고 있다.
그들도 무엇이 옳은 길인지 깨달았다는 사실을.
“그래. 저 여자를 봐. 사람답지도 않은 누군가의 노리개로 개조된 꼴을 보라고. 저런 비인간적인 개조를 당하고 얼마나 절망했겠어.”
“크흑. 알티어 씨의 말이 옳아. 저런 불쌍한 여자의 도움이 없어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반성했다.
“묵언검객님. 무전의 내용은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더 이상 저희를 지키기 위해 억지로 불리한 전장에서 버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티어 로엔은 생각했다.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무전으로 이쪽의 뜻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비겁한 일인지.
그래도 그는 비겁해지기로 결심했다.
먼저 멋대로 희생을 각오한 것은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는 인류를 위해 희생했지만, 이번에는 보호받기만 하던 인류도 먼저 희생을 선택했다.
아니 이게 머선 일이구
살라고 도와줬더니 왜 자살을 하냐고!
NPC이슈ㅋㅋㅋㅋ
이건 불쌍하게 보인 묵언검객이 잘못했네
ㄹㅇ 뿔 달고 꼬리 달고 불쌍하게 싸운 묵언검객이 잘못했어
해응응은 당황했다.
그러지 말라고 말려야하는데,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화경의 무위에 올라서지 못한 몸으로는 함묵증의 금제를 이겨낼 수 없다.
‘바보 같은 소리들 하지 말아요. 뭘 위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익을 위한 전쟁이다.
자신의 손으로 키운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해치운다.
결자해지를 위한 자기업보의 청산이다.
모든 사태의 비밀을 아는 시청자들의 시점에서 보기에도 좀비해저드 세계의 인류가 그녀에게 부채감을 느낄 이유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 딱한 사람들은 이미 일을 저질렀고, 그들이 버린 터전을 지키기 위한 해응응의 노력은 좀비를 오히려 더욱 자극했다.
이 정도로 나를 자신의 뒤로 보내기 싫어하는구나.
인간들의 터전을 공격하는 것이 묵언검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구나, 하고.
기기긱 기기기기긱!
일순간, 자이언트 노이즈가 선사하는 정신공격의 강도가 정신방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초고강도의 출력을 발휘했을 때.
해응응은 괴물을 자신의 너머로 보냈음을 깨달았다.
“오지 마십시오!!”
“!!”
“늦지 않게 발전소를 폭파시키려면 한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저, 알티어 로엔이 그 중임을 맡았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온다면 저는 발전소를 터뜨리지 못하고 개죽음을 맞게 될 겁니다.”
사지를 골랐음에도 그 목소리에는 오히려 감출 수 없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역시, 당신은 상냥하군요. 이 지경이 되어서도 저 같은 사람의 부탁에 발을 떼지 못하다니.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죽기에는 너무 가엾은 사람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말로 가엾은 사람은 그녀가 아닌 저들이다.
“가을은 혹독한 계절입니다. 다가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알면서도 그것을 맞이해야 하니 말입니다. 앞으로의 겨울은 분명 지금까지 이상으로 혹독하겠죠.”
그들을 혹독하게 내모는 것은 자신들이 지닌 엄격한 자기규정에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양심의 무게가 그들의 마음속에 가장 혹독한 겨울을 불러왔다.
“그래도 그것이 한 불행한 여자의 희생을 담보로 피할 계절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원시 이래로 가장 혹독한 겨울을.”
인류의 희망을 버렸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들의 희망은 살아남았다.
그들의 희망은 한낱 발전소와 인류의 역사 따위가 아닌, 한 차례 잃었던 그들의 은인인 세븐 리츠비어드와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묵언검객이었기에.
자이언트 노이즈는 거침없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도시를 파괴했고, 그 끝에서 발전소에 도달했다.
“기기긱?”
자이언트 노이즈의 고개가 모로 기울더니 불길한 빛이 번뜩였다.
“크으윽?! 어, 어째서… 어째서 손이…!”
한 인간이 품은 결연한 의지의 총량을 노이즈의 강제되는 념파가 억누른다.
누를 수 없다.
최적의 거리, 최적의 타이밍이 모두 찾아왔지만 도저히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노이즈의 정신공격, 실제로 당하는 사람은 이 정도의 중압에 시달리는 건가…!”
의식이 새하얗게 짓눌릴 것만 같은 고통에 휩싸였지만 알티어 로엔의 각오는 더더욱 굳어졌다.
“하나로 안 된다면 둘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백업요원, 그걸 해라!”
가상대도시 연주시 너머, 야전지휘소에서 무전을 들은 백업요원들이 씁쓸한 얼굴로 엔터키를 눌렀다.
“인류의 희망에 이어 인류의 유산까지 사용하다니, 문명인 생활은 확실하게 끝장이군요.”
“모두가 각오한 미래다. 설령 그 미래마저 허락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허락되지 않는 것은 두려워 물러서는 것. 그것뿐이다.”
무언가가 온다.
상공을 향해 고개를 든 자이언트 노이즈의 눈에도 육안으로 이변이 포착되었다.
우주의 저편에서부터 추락한 하나의 거대한 위성.
그것은 정지궤도에서 발전소를 향해 추락하는 세븐사의 위성이자 인류의 유산이었다.
“기기긱?”
노이즈는 이번에도 손을 들어 념파를 사출했다.
지금껏, 그 의지 하나만으로 수많은 인간의 의지를 짓눌렀던 것처럼.
그러나 위성에는 마음이 없었다.
3만6천km 너머에서부터 추락하는 1000kg을 웃도는 대형위성의 추락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소를 강타했고, 이번에야말로 발전소는 폭발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노이즈를 격퇴했습니다.] [제 11 공세를 막아냈습니다.]거대한 버섯구름의 너머, 수족이 될 수많은 좀비를 소모한 좀비커맨더는 최후의 자이언트 좀비와 함께 전진을 개시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언노운이 침공합니다.] [제 12 공세가 감지되었습니다.]좀비도 인간도 모두 깨달았다.
이번이 최후의 공세.
이 행성에서 살아남을 종족이 어느 쪽인지를 가를 분수령이라고.
12기의 거대좀비로 묵언검객 공략에 도전하는 좀비커맨더와 인류 최후의 전력으로 맞서는 묵언검객.
그 최후의 전투가 시작됐다.
구구궁
끼기기기긱!
자이언트 언노운이 지나가는 경로마다 좀비의 몸에 달라붙는 장갑과 포신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시청자들도 깨달았다.
뉴 타입?
금속장비를 흡수하는 건가?
좀비 막는다고 쓰다 부서진 병기랑 퇴각하면서 못 챙긴 병기들은 다 흡수하네
좀비커맨더 뜨는 회차는 진즉에 패망해버려서 몰랐는데 마지막까지 가면 저런 것도 나오네ㄷㄷ
왜 게임을 자발적으로 더 어렵게 하냐고!
인류의 잃어버린 유산과 희망, 그리고 병기들.
그 모두를 모방한다.
“타입 웨폰마스터. 자아를 지닌 병기이자 인류 최후의 시련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저 기도할 뿐.”
묵언검객의 검이 총천연색의 빛을 휘어감은 구를 날리자 자이언트 언노운의 포신형태로 개조된 몸체에서 피와 살, 뼈를 빚어 만들어낸 구체가 쏘아졌다.
처음에는 허망하게 뚫리며 격파 당하던 구체도 점점 압축율이 높아지며 밀도가 높아지더니, 어느덧 강환과도 맞설 정도의 물리적 강도에 도달했다.
인간. 너의 에너지는 계산했다. 네 가동한계는 여기까지다.
세상에 무한한 동력은 없다.
연료가 다하면 전차는 멈추고, 에너지병기도 빛을 잃는다.
인류 최후의 보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나에너지를 개방합니다.] [요력에너지를 개방합니다.]그녀의 뿔과 꼬리에 빛이 맺히기 전까지는.
[부족한 기가 대량으로 충원됩니다.]그것은 분명하게 좀비커맨더의 예상범주를 벗어난 힘이었다.
그녀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사용했던 수많은 전력들로도 미처 이끌어내지 못했던 예비에너지.
인류의 희망과 유산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자이언트 노이즈와의 결전에서 사용했을지도 몰랐을 묵언검객의 최후의 전력이었다.
아, 아아?
좀비커맨더가 고장 난 기계처럼 이어지지 않는 념파를 흘렸다.
차저 2호 시절부터 쌓였던 묵언검객을 향한 근원적인 공포가 그의 몸을 잠식했다.
계산이 틀렸다면 이제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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