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74)
〈 474화 〉 474 천기누설
* * *
1.
해남파 및 흑의종군 고위관계자, 이다혜 정도를 제외하면 게임만 잘해도 인간 자체가 강해진다는 사실은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덕분에 해남파와 흑의종군에서는 비교적 쉽게 내공을 모을 수 있는 멀티게임에 대거 모여들었다.
“반요곡 같은 스토리겜은 무리여도 같은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게임이면 할 만하지 않나?”
서울의 패권을 거머쥔 거대조직들이 게임에 몰려들기 시작하니, 민간에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게임에 뭐 있나?
어떻게 수련시간이랑 게임시간이 1 대 1임?
나도 해남파 수련제자 할래
그래서 점핑레빗 6시간 하겠다고?
그건 벌칙게임이잖아요ㅅㅂ
아ㅋㅋ 점핑레빗도 멀티서바이벌모드 지원한다고
응 이 악물고 안 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점핑레빗은 에바였지만 다른 멀티게임들은 상당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배틀로얄류 멀티게임인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월드 오브 탱크.
AOS류 멀티게임인 도타, 리그 오브 레전드, 사이퍼즈.
고전게임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가상현실로 이식한 후속작 게임, 유사장르게임이 대대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니ㅅㅂ 핵 유저 없는 청정게임에 무림인이 왠 말이냐고요
개잘핵 제발 사라져
이 괴물들! 우리 게임에서 당장 나가!
기존유저들의 애타는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생태계교란종마냥 닥치는 대로 매판 게임을 휩쓸어버리며 악명을 떨치는 무림인과 각성자들.
고수들의 대거 등장에 순혈 플레이어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며 게임을 돌리는 고인물들까지.
멀티게임은 어느 게임이든 모두 아수라장이 열렸다.
“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다 지워주세요.”
우지우는 그런 논란 있는 게임을 모조리 에서 지워버렸다.
애초에 실력에 자신이 있는 길드장이 저런 자잘한 게임으로 자잘한 내공을 모으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우지우 간부님. 장문인께서는 이미 헬세살이랑 이복아카를 찍먹하지 않으셨습니까? 반요곡을 안 한다면 다음에 할 게임은 그 게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검투사키우기랑 좀비해저드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으시던데, 다른 게임을 굳이 찾아야할까요?”
“쯧쯧. 다들 아직 장문인을 잘 모르시는군요.”
해남파의 세력이 크게 확장되며 비서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수가 부쩍 불어난 비서들.
우지우는 제 밑에 들어온 내빈당 소속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
“길드장님은 원래 악질이라서 이유 없이 하던 게임을 때려치우고 새 게임을 하러 갈 수 있습니다.”
“소름끼쳐.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기본적으로 길드장님은 한 게임만 바라보는 순정파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마음에 들면 다 찔러보는 카사노바형 플레이어죠.”
“그럼 헬세살은 어장관리 당한 건가요?”
“아마도?”
비서들은 시무룩해졌다.
“그럼 계속 조사하고 있어. 구작게임 신작게임 가리지 말고. 길드장님이 어떤 게임을 고르든 곧바로 질문에 답이 나올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공부해둬. 그리고 한 명은 천안 내려가서 호두과자 사오고.”
우울해하기도 잠시.
방에서 편하게 앉아서 정보조사 하기 vs 운전대 잡고 10% 확률로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고속도로 달려서 천안 갔다오기.
박살난 업무벨런스에 이 악물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비서들을 뒤로 한 채, 우지우는 해응응을 찾아갔다.
‘슬슬 여쭈어볼 때도 됐지.’
좀비해저드 엔딩이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길드장님의 심중에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들어볼 때도 되었다.
“실례합니다.”
해응응 전용의 야외연무장에 들어간 우지우는 마당에 세워진 전광판의 표시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꼬리치기 연습하기 1000/1000] [아이언테일 연습하기 1000/1000] [아쿠아테일 연습하기 1000/1000] [드래곤테일 연습하기 850/1000]길드장은 모니터 속 포켓몬스터의 기술을 보며 포켓몬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길드장님. 그거 다 포켓몬 기술이거든요? 사람이 따라하라고 있는 기술 아니라고요. 그보다 그걸 왜 연습하고 계시는 겁니까?”
언제나 딴지가 걸릴 사고만 치는 우지우였지만 오늘만큼은 흔치 않게 그가 딴지를 거는 입장이 됐다.
우지우의 격한 반응에 해응응은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땀을 닦고는 수련장 한 편에 비품처럼 마련된 보드마카와 화이트보드를 허공섭물로 손에 쏙 잡아당겼다.
[꼬리로 무심결에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훈련하는 중이에요.]“사람은 아이언테일만 맞아도 죽어요.”
[저기선 안 죽던데요.]거대한 스크린에 분할화면으로 떠오르는 포켓몬스터들의 다양한 꼬리기술과 그 공격에 맞아 쓰러지는 포켓몬, 자연지물, 그리고 사람들.
그중 사람에 해당하는 부분이 길드장의 터무니없는 수련이 시작된 이유였다.
“그 동네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포켓몬이랑 이종교배라도 해서 비인간적인 내구도를 지닌 것이 틀림없는 초인들이라고요.”
해응응은 진심으로 충격받았다.
민간인이 아니었다니!
우지우도 그런 그녀를 보며 충격 받았다.
이 사람, 꼬리로 바워도 때려 부수는 주제에 사람이 안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그녀의 머릿속에선 바위를 부수는 꼬리도 감당하지 못할 허접들은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강해야 하는 걸까.
나는 사람취급을 받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상념은 한숨을 푹 쉬며 리모콘을 삑삑 누르는 해응응의 모습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건 뭡니까?”
한 개의 꼬리를 지닌 이브이나 피카츄, 파이리부터 여러 개의 꼬리를 지닌 식스테일, 나인테일까지.
참 다양하게도 연습하고 있다.
“아니 연습을 하실 거면 현실에 있는 고양이나 여우 꼬리로 하시지 왜 가상현실게임으로 출시된 상상 속 동물 꼬리로 연습을 하고 계십니까?”
[현실의 동물들은 꼬리가 하나잖아요.] [강한 힘과 기를 지니지도 않았고요.]비인간적인 강함을 지닌 해응응은 꼬리에 실리는 힘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참고할만한 수준의 꼬리를 찾으려면 가상매체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야 그냥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라도 하러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또 뭐죠?]“검투사키우기가 판타지세계의 몬스터를 검투노예 삼아 출전시키는 게임이라면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는 가상세계의 역대 인기 캐릭터들을 하나 골라서 서로 대전격투를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역대 인기 캐릭터에 빙의하는 편이죠.”
해응응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검투사키우기가 그런 게임이었나요?]“그쪽에 놀라는 겁니까?!”
아무튼, 이 게임을 우지우가 해응응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게임은 공격을 하지 않고 서있으면 ‘대기모션’으로 해당 캐릭터의 유명한 포즈를 취하는데, 그중에 꼬리가 아홉 개인 캐릭터가 있습니다.”
[전투기술은 별로인가요?]“길드장님이 어디 실력이 부족한 분이십니까? 그리고 리얼모드로만 게임을 하셔서 게임이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하는 재미는 모르시지 않습니까.”
우지우 딴에는 나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내놓은 제안에 해응응도 깊이 고민했다.
‘맞는 말이네요. 지금껏 리얼모드가 아닌 방식으로는 게임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죠.’
무림인 본연의 강함 때문에 게임캐릭터에 의지할 마음이 없었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왠지 부끄러운걸요.]“부끄럽다니요?”
[명색이 한 문파의 시조이자 장문인이잖아요.]“그런데요?”
[꼬리의 자연스러운 처리를 위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백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요.]“그럼 방송을 안 키고 게임하면 되잖아요.”
해응응이 눈을 깜빡거렸다.
너무나 태연한 대답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가상현실게임은 키기만 해도 언제나 자동으로 방송이 되는 거 아니었나요?]“그거야 약관동의로 사기 치는 반요곡 같은 뉴비학대게임이나 그렇고요. 가상현실캡슐에서 스트리밍 송출버튼 해제하면 방송 안 키고 게임 되는데요.”
갑자기 몰려오는 빡침에 손가락에 뚜둑 힘이 실리고, 아홉 개의 꼬리와 머리카락까지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 부스스 떠오르고, 뿔에서는 빛이 파지직 맺혔다.
[그걸 왜 지금 알려줘요?]“예? 물어본 적 없었잖아요.”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답에 해응응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러네.
물어본 적이 없었네.
그 장문인에 그 비서 아니랄까봐 남 킹받게 하는 소리는 태연하게 잘하는 우지우의 존재에 해응응은 거울치료라는 개념을 깨달았다.
저거, 굉장히 열 받는 말이었구나.
2.
캡슐에 들어가려는 해응응의 모습에 이소혜가 오, 하고 감탄을 내뱉으며 졸졸 뒤따라왔다.
“평소랑은 방송주기가 다르네. 또 다른 게임이라도 하려고? 이번에야말로 반요곡 엔딩을 본다던가?”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를 할 거예요.]“대전액션게임? 이상한 게임을 하려고 하네.”
[오늘은 매니저 일은 안 해도 돼요.]“채팅봇 매크로로는 안 돼. 애들 포인트토토도 열어주고 도네테러도 관리하고 하려면 캡슐 안에서 배속기능 따라가면서 조절해야 하는걸.”
[오늘은 방송 안 키고 게임할 거예요.]자연스럽게 근처 캡슐에 함께 들어가서 매니저 노릇을 하려던 이소혜가 흠칫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 그 기능.”
[이소혜. 당신도 알고 있었나요?]“당연히 알지. 매니저 노릇을 하려면 그 정도는 상식으로 공부하게 되는걸.”
[근데 왜 안 알려줬나요?]“왜냐니…… 그야 안 물어봤으니까?”
확 그냥 한 대 때릴까 고민하는 해응응의 머릿속에 사자성어들이 떠올랐다.
유유상종.
근묵자흑.
문파원들의 귀감이 될 자신을 보고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화풀이를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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