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77)
〈 477화 〉 477 청정수 vs 고인물
* * *
1.
“시간이군. 잡담은 1라운드가 끝난 뒤에 마저 하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사이, 해응응은 무언가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정황상 드미트리는 묵언검객의 팬이다.
본모습은 하나도 없는데도 무술의 흔적만으로 자신을 알아봤으니 상당한 안목도 겸비했다.
‘실력은 어떨까요.’
[대결개시]90초간 펼쳐지는 3판2선승제 결투.
그 1라운드의 시작과 함께 드미트리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지닌 무기를 사용할 뿐이다. 설마 비겁하다고 말하지는 않으리라 믿겠다.”
짧게 끊어치는 작은 동작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드미트리의 검.
보폭도 검의 간격도 철저하게 자신의 호흡에 맞춰 이루어지는 공격에는 여유를 넘어선 품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러지. 특기인 냥냥펀치술은 보여주지 않는 건가? 아니면… 내 검의 간격에 겁이라도 먹었나?”
팬의 재주를 지켜보겠다며 꾸준히 뒷걸음질을 치며 실력을 가늠하던 해응응의 발이 우뚝 멈추었다.
드미트리는 느꼈다.
말 따위는 하지 않아도 미호의 캐릭터를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도발에 넘어왔음을.
검을 피해 같은 간격으로 차분히 뒷걸음질을 치던 걸음이 도리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따다당 따당!
물리력 하위권의 미호가 검을 맨손으로 쳐내며 접전을 벌인다.
그 놀라운 결투에 관중들은 탄성을 내뱉었지만 이소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력계수에서 미호는 2성인데 비해 알큐러스백작은 1성이잖아.’
순수한 물리력으로만 따지자면 미호가 알큐러스백작보다 강하다.
그런데도 세간의 인기가 알큐러스백작에게 기울고 관중들이 응원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 노신사 캐릭터가 그냥 검사가 아닌 뱀파이어검사라는 사실에 있었다.
파바바밧!
검을 쥔 손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펼쳐지는 4연속 잡기동작과 무장해제 공격을 체술로 받아치다가 안개화를 통해 검과 육신 모두 해응응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알큐러스 백작.
배후에서의 기습을 받아낸 해응응의 팔에 칼자국이 새겨졌다.
와아아아아!
알큐러스 백작님 너무 멋져요!
썰어라! 썰어라!
처형모션 보여주세요!
미호 지지마!
힘내!
응원에 힘입어 눈에 불을 켠 해응응의 권각술 연속기가 재차 펼쳐지자 환호가 더 커졌다.
와 방금 봤어?
알큐러스백작이 검 들고 방어모션 하면 공격자가 출혈스택 쌓이지 않아?
검날만 피해서 때려서 출혈판정이 하나도 안 뜬 듯
그럼 저게 다 어시스트액션이 아니라 자기 피지컬로 때리고 있었단 말이야?
동화율 무슨 일이야
개쩐다…
순수한 감탄을 부르는 피지컬.
검날에 베이지 않는 부위로 타격을 넣으면서 몸 가눌 틈도 허락하지 않는 매서운 연타가 무서운 속도로 알큐러스 백작의 검신과 몸을 가격했다.
[5Combo!] [17Combo!]삽시간에 HP게이지가 주르륵 밀리며 감소폭이 눈에 띄게 넓어지던 도중, 알큐러스 백작이 망토를 크게 펄럭이며 자신의 상반신을 가렸다.
와 벌써 기술 2칸을 채웠어?
큰 거 온다!
적절한 회피액션과 반격액션 등으로 빠르게 기술게이지를 올린 알큐러스 백작이 재빨리 전황을 반전시킬 승부수에 돌입했다.
작은 동작으로 착실하게 이득을 보려던 전투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큰 동작에도 해응응은 물러서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그녀를 응원하는 관중석에서 탄성이 이어졌다.
아 그거 들어가면 안 되는데;
뉴비이슈 떠버렸고
이분 전적사이트에 최근 30판 상대전적 뜨는 항목 확인해보니 알큐러스백작이랑 매칭 된 판이 없음. 이번이 처음이시네…
저런… 모르면 당해야지.
[알큐러스 백작] [암흑쇄도]망토 너머로 불쑥 튀어나오는 검은 구체를 받아치니 주변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암흑천지로 변한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는 검을 든 알큐러스 백작.
일격을 받아낼 때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알큐러스 백작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연이어 튀어나오며 이격, 삼격을 더한다.
소위 말하는 극딜을 넣는 필살기콤보!
뉴비들은 이 콤보 막는 법 절대 모르지
막기도 급급한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녀석한테 유효타를 입히라니, 보통은 무리잖아.
몇 대 맞을 각오로 무작정 딜 박을 게 아니고서야 범위기를 써야 하는데 드미트리님이 조종하는 알큐러스 백작이 그리 간단히 맞아줄 리가 없잖아.
맞아! 러시아의 영웅 드미트리 대공전하의 암흑쇄도에 걸리고 살아서 탈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이 짭퉁검객아!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 최약캐 중 하나인 미호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며 찾아왔던 시청자들은 알큐러스 백작 팬들의 야유에 울분만 삭혔다.
그들이 보기에도 미호의 처지는 너무 위태롭고 도저히 가망이 보이질 않았다.
‘아, 또 한 명의 미호유저가 여기서 저무는구나!’
‘그래, 6단이 어디야. 이것만 해도 멀리 왔지.’
모두가 애써 마음의 위안을 품는 사이, 이소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째서인지 길드장이 다루는 미호는 평타밖에 못쓴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기술은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거거든?’
한 번 사용하면 0.3초 동안 적의 기술을 캔슬할 수 있는 강제캔슬기 .
한 라운드에 3번밖에 쓸 수 없는 기술이지만 평타만으로도 충분한 전투력을 지닌 해응응에게 0.3초는 연타를 끊는 적의 기술을 밀어버릴 수 있는 사실상 필살기급 기술이다.
‘써버려. 가진 건 귀여운 얼굴이랑 귀여운 꼬리, 귀여운 목소리와 귀여운 모션, 귀여운 스토리밖에 없는 미호라고 무시하는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이소혜는 묵언검객을 닮은 꼬리 캐릭터의 취급이 나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마치 묵언검객이 대신 모욕을 당하는 것처럼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것을 설욕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호]“???”
어???
머임?
왜 패링?
어케 받아침?
와 시발 피지컬 뭐야
이걸 기술도 없이 평타랑 반속으로 받아친다고?
해응응은 이소혜의 바람을 뛰어넘었다.
캔슬기를 사용해서 적의 공격을 절묘한 타이밍에 끊는 것도 충분히 찬사를 부르는 피지컬이다.
그러나 캔슬기의 사용을 강제로 요구하는 강력한 기술에 당하고도 평타로 그 기술의 다단히트를 모두 상쇄하는 플레이를 보인다면?
그건 ‘충분히’를 넘어서 ‘개쩌는’ 피지컬이 된다.
사선으로 몸을 기울이며 팽이처럼 회전하는 몸이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는 알큐러스 백작의 공격을 연달아 맞받아친다.
심지어 ‘출혈’스택조차 쌓이지 않고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미친 플레이였다.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상대해주겠다는 오기가 기어이 놀라운 피지컬로 승화된 것이다.
“나 정도는 기술을 쓰지 않고도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거냐? 건방떨지 마라!”
[출혈 1스택 누적] [출혈 2스택 누적]“?!”
완벽한 패링만을 거듭하던 미호의 몸 위로 핏줄기가 생기는 맺히는 이펙트가 연달아 터졌다.
[알큐러스 백작] [혈류가속]기존의 속도보다 한층 더 빠르게 어둠 속에서의 돌진을 거듭하는 알큐러스 백작.
그의 돌진속도 및 공격속도 상승의 비결은 상처를 입을수록 더욱 빨라지는 알큐러스 백작 캐릭터의 고유한 특징에 있었다.
죽음에 이르지 않는 부상을 입을수록 점점 더 많은 피를 흘리고, 그 피로 다양한 뱀파이어 기술을 사용하는 뱀파이어검사.
그 진가를 발휘하고자 드미트리는 제 몸을 검으로 그어 피를 뿜으며 가속했던 것이다.
[출혈 7스택] [출혈 8스택]직전까지 입혔던 데미지가 무색하게 출혈데미지로 인해 빠르게 줄어드는 미호의 HP게이지.
‘쓰기 힘들군요. 제 것이 아닌 몸은.’
자신의 몸이었다면 심공을 발휘해서라도 가뿐히 조종했겠거늘.
기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꽉 막힌 미호의 몸은 내공의 운용이 통하지 않았다.
리얼모드가 아니기에 자유자재로 펼칠 수 없는 심공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무림인의 저력이란 내공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무기를 손에 쥐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능히 다뤄내야만 하는 것이 무림인의 상식.’
그것이 미호의 육신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빠아악!
[시간초과]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경기가 끝난 직후.
풀려난 어둠과 함께 미호의 꼬리에 제대로 복부를 강타당해 공격이 캔슬된 알큐러스 백작.
카운터 데미지와 크리티컬 데미지까지 가산된 일격에 판정승 결과가 나왔다.
[1라운드 승자 ]와아아아아!
엄마난커서미호가될래요!
이걸 받아쳐?
못 쳤던 게 아니다. 뉴비라서 안치고 있었던 거다!
인기순위 최하위의 귀여움 원툴 미호한테 졌죠? 현 시즌 2티어 알큐러스 백작 들고 졌죠?
응 아직 1라운드밖에 안했어
솔직히 팽이치기로 그걸 막을 줄 누가 알았냐고
그래서 미호 신기술 언제 업뎃됨?
업뎃 안 됐는데?
ㅇㅇ?
저거 그냥 플레이어가 한 거임
;;;;
저 잠깐 팬티 좀 갈아입고 올게요
미호를 조종한 플레이어의 경악스러운 피지컬에 경악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정작 해응응과 드미트리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훗. 결국 써버렸군? 평타 외의 기술을.”
‘분하네요. 권각술만으로 이길 생각이었는데 제게 꼬리기술을 쓰게 하다니.’
뉴비치고는 참 건방진 생각이지만 무림인으로서는 제법 자존심이 상한 해응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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