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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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9화 〉 479 여우에게 홀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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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리적으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여우불(강환)의 힘으로 2라운드에서 승리한 해응응.
그녀에게 드미트리는 면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다.
“좋은 승부였다. 과연 묵언검객의 팬답게 대단한 실력이더군. 넌 역시 현실에서도 구미호겠지?”
모처럼 정체를 감춘 와중에 자신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드미트리의 훌륭한 분전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추측이 맞았다고 알려주었다.
“역시 그랬나.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에서는 종족이 같지 않으면 게이지 외 기술을 이 정도로 많이 사용할 수는 없지.”
해응응도 궁금한 점은 있었다.
당신이 특별한 건지 다른 고인물들도 다 이정도는 하는 건지.
그밖에도.
이 게임이 지닌 가능성과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좀 더 알고 싶었다.
“…”
그래도 글씨를 써서 묻고 싶은 욕망을 꾹 참았다.
필담으로 소통까지 한다면 자신이 묵언검객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들킬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도 명심해둬라.”
‘다른 플레이어는 자기보다 더 강하다는 으름장일까요?’
“너 같은 건 내가 아니라 묵언검객이 상대였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게 뭐죠.
신종 수치플레이인가요.
묵언검객이 듣는 묵언검객 칭찬.
도저히 필담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저도 그분 알아요.]“닥쳐라! 너 같은 게 그분의 뭘 알아!”
[묵언검객은 비둘기를 싫어해요.]“틀렸다!!”
내가 싫어한다는데 왜 틀리냐고.
“묵언검객이 비둘기를 잡는 이유는 참을 수 없는 흡혈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임이 틀림없다. 사람의 피를 빨 수 없으니 비둘기의 피로 만족하는 거겠지…”
[그건 절대로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요.]뭔가 자기만의 상상 속 묵언검객을 만들고 있는 드미트리의 만행에 해응응은 억울했지만 개인채팅으로 이소혜의 귓속말이 연이어 도착했다.
이소혜 : sss
이소혜 : ㄴㄴㄴ
이소혜 : 말하지마
이소혜 : 절대ㄴㄴ
묵언검객 : 말리지 마요. 저 사람이 절 비둘기를 산 채로 뜯어먹는 사람 취급하잖아요.
이소혜 : 생각해봐. 네 정체를 모르고도 미친놈처럼 구는 인간이 네 정체를 알면 얼마나 더 미친 짓을 하려고 들겠어?
묵언검객 : !
이소혜 : 너도 스트리머면 병먹금 정도는 알아둬야지. 먹이 금지. 알았어?
묵언검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드미트리가 흡족해하였다.
“방금 고개를 끄덕였지? 자네도 역시 묵언검객 진조 뱀파이어설을 지지한다는 말이지? 묵언검객의 혈장조종술은 솔직히 엘더급 이상은 되는 게 당연하지.”
“…….”
병먹금. 병먹금.
이소혜가 전해준 말을 주문처럼 속으로 되새기는 그녀에게 드미트리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구미호는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먹고 살기 힘들거든 연락 한 번 하게. 사람 구실하는 뱀파이어는 자기 소유 병원 하나쯤은 가지고 있거든. 같은 아인종끼리 불우한 이웃 하나쯤은 도울 수 있네.”
[미호(익명) 님이 재대결을 신청했습니다.]병먹금은 모르겠고 한 판만 더 패자.
주먹이 우는 묵언검객의 대결신청에 드미트리가 “이런 이런”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20분 뒤에 마력반도체 산업발전 전략회의에 관한 주주의회 초청을 받았네. 한가하게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끝나고 와서 맞아요.] [끝나고 와서 대결해요.]“후후. 죄 많은 몸이란. 또 이 몸의 매력에 반한 여자가 늘었나. 정 그리 다시 만나고 싶다면 친구추가를 해두게. 신청은 받아주지.”
[미호(익명) 님이 재대결을 신청했습니다.] [미호(익명) 님이 재대결을 신청했습니다.] [미호(익명) 님이 재대결을 신청했습니다.]능글거리는 꼬라지에 화가 난 묵언검객이 재대결 버튼을 광클했지만 드미트리는 자신의 경기를 구경하는 팬들에게 손인사나 한 번 해주고 로그아웃했다.
갈 곳 잃은 해응응의 분노는 갑자기 애먼 관중석으로 향했다.
어? 머지? 팬서비스인가? 갑자기 미호유저가 나한테 대전 검.
헐. 미호님 저한테 걸어주세요!
미호님 그새끼 대머리 인남캐밖에 안해요!
대머리 인남캐가 아닙니다. 킹갓성능캐입니다.
근데 니들은 드미트리 상대로도 2라승을 따낸 고수하고 격투를 하고 싶음?
앗
팬서비스(개같이 두들겨 맞기)
팬서비스(냥냥펀치+꼬리폭행+여우불바다)
[관전자(익명) 님이 대결 신청을 거절했습니다.] [관전자(게임진짜못한다) 님이 대결 신청을 거절했습니다.]보기는 재밌지만 맞기는 싫었던 팬들은 이 악물고 대결을 거절했다.
2.
“그럼 다음 총회 때 다시 뵙겠습니다.”
“아니. 다음 주에 열릴 세계 각성자협회 공식협의회에 참석할 예정이네.”
해응응 앞에서는 그저 눈치 없는 팬이었던 드미트리도 현실에서는 정재계의 유명인사들도 고개 숙이며 눈치를 보는 거물이었다.
“드미트리님께서 말입니까?”
“볼고프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성녀가 타계한 틈에 동구권에 허튼 짓을 하려 들더군. 언터쳐블급 몬스터로부터 어렵게 국토를 수복한 나라에 사익을 앞세우는 침공행위는 결단코 허락할 수 없네.”
“허어. 아직도 그런 사람이 남아있단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저희도 의석에 참여해서 볼고프 총리 파벌을 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고위각성자 전용 수행차량에 탑승한 드미트리.
“금일 일정은 끝인가?”
“미하일 장관님이 주최하는 자선파티가 있습니다.”
“캔슬하게. 그 인간이 쓴 돈은 모두 제 주머니로 돌아오게 되어있으니 장단에 놀아날 생각은 없네.”
“이후 일정은 없습니다. 그럼 어디로 모셔드리면 되겠습니까?”
“자택으로 부탁하네. 오늘은 캡슐을 이용하고 싶거든.”
운전기사는 생각했다.
좀처럼 웃는 일이 없어서 냉혹한 드미트리라 불리는 뱀파이어 영웅께서 저리도 기대된다는 미소를 짓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러시아의 유일한 S급 각성자인 드미트리는 그 기색을 눈치 채고는 먼저 물었다.
“그리도 궁금한가?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드미트리님 곁에서는 생각도 조심하라던 뜻을 매번 실감하게 되는군요. 솔직히 여자라도 생기신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워낙 외모도 출중하신지라…….”
“외모라.”
드미트리가 불쑥 물었다.
“자네, 구미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꼬리가 너무 많다?”
“외모에 대해 말이네.”
“얼굴이 예쁘고 색기가 있다는 평가가 많더군요. 그리고 소설에서는 악어 다음으로 해로운 동물로 손꼽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악어?”
“어째서인지 작가들이 악어와 구미호를 등장시키면 연중을 피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둘 다 꼬리가 있군.”
드미트리는 유독 꼬리가 매섭던 미호를 떠올렸다.
“분명 뱀파이어보다 성질나쁜 구미호나 악어인간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각성자의 종족특성 말이십니까?”
“꼬리 달린 것들은 성질이 드세지. 자네도 조심하는 게 좋아. 예전 시대엔 꼬리친다는 말이 귀엽게 들렸을지 몰라도 이제는 물리적으로 위험한 시대니.”
어디서 꼬리 달린 것한테 맞고 오기라도 하셨나?
의아해하던 운전기사는 차창에 드미트리가 직접 붙인 묵언검객 스티커를 보고 납득했다.
저 스트리머도 꼬리가 있었지.
뿔달린매지컬구미마룡검객의 악명을 떠올리면 꼬리치기의 무서움도 이해가 갔다.
“늦은 시간까지 수고했네. 수혈팩이라도 한 팩 하고 가겠나?”
“하하. 저는 인간인지라 수혈팩은 필요없습니다.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운전기사를 돌려보낸 뒤, 탈의 후 샤워를 마친 드미트리.
뿌연 증기 너머로 비치는 조각 같은 몸매에 어쩐지 자신감이 생겼다.
이만하면 묵언검객의 곁에 서도 꿇리지 않는 외모가 아닐까?
그 대단한 여자에게 어울릴 남자는 역시 자신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내게는 나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지.’
2020년대에 일어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부채의식을 느끼는 참된 지성인 드미트리.
그는 동구권의 성녀이자 전쟁영웅 이브가 묵언검객의 곁에 머무를 때는 최대한 존재감을 낮췄다.
괜히 자신의 존재가 이브와 묵언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감각링크나 채팅방에서도 가급적 티를 내지 않았다.
‘당대의 영웅 중 하나가 이승을 떠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덕분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하지만 묵언검객은 오늘도 방송을 키지 않았다.
묵언검객의 브이튜브에도 올라오는 영상도 그가 바라던 게임영상이 아니다.
[마크2와 함께 하는 묵언먹방 젤리편] [무술 배우러 온 엄길동 괴롭히는 장문인] [플라잉마룡검객 비행클립모음15분]재미는 있지만 뭔가 부족한 현실영상뿐이다.
문득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에서 손속을 겨뤘던 익명의 미호 플레이어가 떠올랐다.
“흐음.”
고수가 많은 묵언검객 팬 사이에서도 S급 각성자인 자신에게 2판 연속 승리를 따낼 정도의 실력.
현실종족이 구미호라고 확실시되던 게이지 외 기술의 연속사용.
어쩌면 그 플레이어는…….
“묵언검객의 가족인가?”
마크2 이외의 가족은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던 묵언검객이기에 제법 그럴싸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묵언검객 본인일리는 없지.
캡슐치인 묵언검객이 방송 끄고 게임하는 법을 알 리가 없으니까.
“으음?”
[새로운 친구신청이 1건 들어왔습니다.] [요청자 묵언검객]“으으음???”
그러면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날아온 친구신청일까.
꼭 여우에게 홀리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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