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80)
〈 480화 〉 480 합법적 핑계
* * *
1.
[드미트리님이 친구요청을 수락했습니다.] [드미트리님이 채팅을 입력합니다.]드미트리:진짜 묵언검객님이십니까?
묵언검객:모르겠어요?격투까지 직접 했잖아요.
드미트리는 감격했다.
설마 그 여자가 묵언검객 본인이었다니!
어쩐지 꼬리랑 여우불을 너무 잘 쓴다 싶었다.
현실에서도 꼬리 아홉 개가 달린 뿔달린매지컬구미마룡검객이면 그럴 만도 했다.
드미트리:설마 제게 친구신청을 보내주신 것은…
드미트리:뱀파이어의 매력에 반했기 때문입니까?
묵언검객:당신 때리고 싶어서 친추 보냈는데요.
묵언검객:결투신청이나 받아요.
이유야 어쨌든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묵언검객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다.
팬이라면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같이 게임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그렇게 기뻐하던 때가 있었다.
[묵언검객 님이 승리했습니다.] [묵언검객 님이 재대결을 신청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승리했습니다.] [묵언검객 님이 재대결을 신청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승리했습니다.] [묵언검객 님이 재대결을 신청합니다.]“…얼마나 때리고 싶어 하는 겁니까?”
[그만 받을 때까지?]“그럼 그만하겠습니다.”
다행히도 묵언검객은 신나게 팼으니 이제 네 쓸모는 다했다며 친삭하고 나갈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았나보다.
“방송 끄고 게임하는 법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부하가 알려줬어요.]“이런 천인공노할 녀석을 봤나.”
분노도 잠시.
드미트리는 묵언검객과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허비하는 대신, 좀 더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이 있는데 물어봐도 됩니까?”
“비둘기는 역시 흡혈을 위해서 잡으시는 거죠?”
[무례하잖아요.]바로 쓴 소리를 들었다.
‘흡혈귀는 아니시군.’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일이었다.
천상의 미모와 압도적인 카리스마, 어느덧 한국 제일의 재벌급으로 급부상하는 해남파의 길드가치를 감안하면 뱀파이어가 아니기가 힘들었다.
분명 숨겨둔 재산과 실력을 꺼내며 본색을 드러낸 원로 뱀파이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요괴의 피를 꺼려하는 이유도 맛없는 피를 거부하는 뱀파이어의 특징 탓이 아니었다니.’
그럼 묵언검객은 정체를 숨긴 뱀파이어가 아니라 단지 흑발자안의 요망한 미녀였을 뿐이란 말인가?
‘오히려 좋아.’
전혀 실망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뱀파이어가 아닌데도 저 정도의 외모와 무력을 겸비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혹시 묵언검객님께서는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의 비밀을 알고 계십니까?”
[비밀이요?]“이 게임의 상위랭커들은 던전을 돌지 않아도 현실에서 추가마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각성자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는 은밀한 비밀.
상위랭커 중에는 현직 A랭크 이상 각성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각성자들의 단골게임이라는 뜻이다.
[알고 있었어요.]“역시 그걸 노리고 이 게임에 도전하셨군요.”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요.]드미트리가 하루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해응응은 몇 번의 게임을 더 진행했다.
그리고 냥냥펀치 선에서 정리되는 적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느꼈다.
그녀의 적수가 될 만한 상대는 드미트리뿐이었다.
좀 더 티어를 올린다면 드미트리급 강자도 차츰 등장하겠지만, 그의 존재를 몰랐을 때라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된 지금은 지루한 대전에 흥미가 사라졌다.
‘친구신청을 수락할 때까지 조금 검색이나 해볼까요.’
검색어 : 드미트리
연관검색어 : 드미트리 이고르비치 벨로프
이름 드미트리 이고르비치 벨로프
출생년도 불명
출생지 러시아 연방 사할린 주
각성일 불명
각성등급 S급(러시아 1위)
스테이터스
파워A 스피드A+ 테크닉S+ 지능S 카리스마S
상세활약내역에 이르러서는 더욱 굉장했다.
‘이 사람이 없었으면 러시아가 무너졌겠네요.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구권의 나라들까지 모조리 전부.’
게이트 사태로 몬스터가 속출할 무렵에도 이를 기회로 삼아 국토확장을 꾀하던 어리석은 대통령을 손수 처단한 것이 드미트리였다.
이 남자가 있었기에 러시아는 국토의 50%를 잃는 선에서 국가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고, 작금의 러시아 영토를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동구권의 게이트 탈환을 간접적으로 돕고자 남부전선에서 몬스터들의 영역에 방면군의 침공을 건의, 몸소 돕기까지 한 전적이 있다.
‘이런 영웅조차도 제 팬을 자처한다니, 왠지 조금 쑥스럽네요.’
이브와의 차이가 있다면 종말점을 맞이했던 이브와 달리, 드미트리는 그런 전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실의 육체를 보지 않아도 기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한정된 사용법이라도 출력이 거칠지 않고 깨끗했죠.’
혈류가속.
피를 다루는 뱀파이어의 능력은 필연적으로 기혈에 손상을 입기 쉬운데도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의 정순함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호기심도 들었다.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혹시 같은 영웅끼리 이브와도 사적으로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지.
“그래서 반요곡은 언제 다시 키십니까?”
[끝을 볼 각오를 끝마친 뒤에요.]“내일 켜주시면 안 됩니까?”
[주변에서 짜증난다는 소리 가끔 듣죠?]“한 10년 전까지는 있었군요. 대통령을 날려버린 이후로는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실제로 본 소감은 ‘끈질겨’.
묻고 싶은 말도.
은근 생기던 호감도 죄다 사라졌다.
그래도 하나.
이 남자를 의지하는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알 수 있었다.
[보기와 달리 고민이 많은 성격이군요.]“제가 말입니까?”
[느껴져요. 정신적인 피로감이.]원래도 신체적 피로를 육안으로 일견하는 것만으로 감지할 수 있었지만 꼬리가 생기고 신통력에 눈을 뜬 뒤로는 정신적 피로도 쉽게 감지가 됐다.
이 남자가 느끼는 중압감은 지금껏 보아온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크다.
빗대자면 흑의종군의 보스보다 더한 중압감.
‘조직을 이끄는 자와 국가를 지키는 자의 차이겠군요.’
대통령직만 없을 뿐이지 러시아는 사실상 이 남자에 의해 보호받는 것과 다름없다.
그 사실을 드미트리 본인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몰려있다.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가 피로를 해소하는 방법.
그것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세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게임을 통해 확인하는 것임을.
그 조건에 누구보다도 부합하는 것이 자신이며, 그렇기에 그가 자신의 팬을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도.
[실제로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이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요.] [각성자로서, 그리고 영웅으로서.]드미트리의 붉은 눈이 세상의 시간이 멎은 것처럼 커진 채로 멈추었다.
“과찬이십니다. 동구권의 게이트 수복전에 성공한 이브와 달리, 저는 국토수복을 못한 처지니까요.”
[언터쳐블이라는 괴물등급 때문인가요?]“국토수복에 성공하는 순간, 러시아 군부의 적이 몬스터가 아닌 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해응응이 가상현실게임에 안주하는 사이.
이 품격 있는 뱀파이어는 조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었다.
“몬스터 사태 이후, 서방세계는 국제조약을 맺어 자국 내 고등급 게이트에 세계각국의 각성자들이 공략하는 행위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러시아의 각성자들은 미국의 S급 게이트 봉쇄에도 힘을 보탰고, 고국에도 S급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서방세계의 지원을 요청했죠.”
“그리고 그들은 러시아 연방을 배신했습니다. 서방에서 귀국일정이 잡혔던 각성자들은 돌아오지 못했고, 게이트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만이 돌아왔죠.”
유독 각성자 전력이 우수했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배신했다.
“러시아 군부에는 이 일을 잊지 못한 자들이 존재합니다. 각성자세력에 대격변을 맞은 한국에도 머지않아 같은 미래가 닥칠지 모릅니다.”
[저는 일개 스트리머일 뿐이에요.]“그래서 더욱 노파심에 드리는 말입니다. 묵언검객님은 지금 서방정부만큼이나 커다란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제가요?]“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상현실게임을 시작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가상범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는 경고했다.
“마스터 오브 히어로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에는 인류를 지키는 각성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범죄자들도 존재합니다.”
[저는 검투사키우기에서 나라를 지웠는데요.]“…얘기 그만할까요?”
[미안해요. 계속하세요.]“이들은 가상세계에서의 성취가 현실에서도 혜택이 들어옴을 이해하고 게임 안팎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고위각성자를 PK하여 사망후유증이 일어난 틈에 무력테러를 저지르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죠.”
요컨대, 해남파의 장문인임과 동시에 스트리머 묵언검객이기에 찾아올 위협도 있다는 말이었다.
“저 같은 고위각성자들이 마스터 오브 히어로즈 외에는 다른 게임을 쉽게 하지 않는 이유가 이겁니다. 매칭을 돌리는 테러조직들이 사망후유증을 확신하는 순간, 곧바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고생이 많네요.]“만에 하나 그런 자들과 매칭이 된다면 절대로 봐주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러시지도 않겠지만 테러조직의 신분을 감춘 언노운 각성자들이 힘을 얻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기억해둘게요.
해응응은 그의 선의에서 비롯된 충고를 받아들였다.
[미호(익명) 님이 200연승 중입니다.] [9단으로 승급합니다.]그렇게 정의구현을 핑계로 메챠쿠챠 매칭을 돌려서 단급을 잔뜩 올렸다.
“…저기. 슬슬 방송 켜주지 않을래?”
[그건 곤란해요.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도.]“세계평화고 자시고 이쪽은 불량마망검객이 시청자를 유기했다고 폭동이 일어나고 있거든?”
해응응이 방송을 키지 않아도 될 핑계를 얻고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 삼매경에 빠진 사이, 커뮤니티 관리도 병행하는 매니저 이소혜만 속을 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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