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89)
〈 489화 〉 489 세뇌술사를 찾는 법
* * *
1.
하루동안의 검증이 모두 끝난 뒤.
해응응은 집으로 돌아왔다.
“꺄아악!”
욕실에 들어갔다 온 린이 비명을 질렀다.
“피…… 이거 피잖아!”
“왔니, 린?”
“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욕실에 핏자국이 있어? 설마 그 사람을!”
“아니야.”
이오는 차분한 얼굴로 린의 발언을 부정했다.
그녀가 가리키는 것은 위.
히로시의 방에 들어가자 운동을 하던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검집에 채워넣은 검.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억지로 틀에 구겨넣듯이 반복해서 휘두르는 동작.
마치 스스로를 길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반복하며 바닥에 웅덩이가 고일 정도로 떨어진 땀방울까지.
“설명해줘.”
“오라버니가 사람을 죽였어.”
“하?”
“확인한 거야. 정말로 사람을 죽여도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지. 현장에 출동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살인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미,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오라버니는 지극히 이성적이야. 모든 살인에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은 철저하게 의 검증으로 이어졌어.”
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발견했어. 세뇌에 대한 중대한 단서를.”
“무슨 단서?”
“거실로 내려와.”
TV 앞에는 입을 헤하고 벌린 유키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린 오네쨩. 경찰이 일을 해!”
“거짓말. 그럼 어째서 우리 사건 때에는…….”
“오라버니의 짓이야.”
“뭐어?!”
“세뇌의 작동방식을 깨달았어. 세뇌능력은 전 세계 모든 인류에 걸린 것이 아니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아.”
“그러면?”
“아카데미 학생. 혹은 만 19세 미만의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응하지 않는 것. 적어도 그런 세뇌가 있고, 일정거리 바깥에서 모두가 인지하지 못한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이 움직여.”
이오의 눈에는 어두운 감정이 일렁거렸다.
마치 얀데레 특유의 것과 비슷한 기색.
그러나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결이 달랐다.
“그리고 단서에 19세 미만의 용의자, 혹은 아카데미 학생이 있다고 확인되면 즉시 수사가 종료돼.”
의도적으로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모습을 보인 히로시의 존재에 경찰이 도달하는 순간, 수사종료.
모든 사건이 없던 것으로 무마된다.
“이런 걸 알아서 어쩌겠다는 건데?”
“오라버니는 잡을 셈이야. 세뇌술사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상대는…!”
“세계를 장악한 세뇌술사.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오라버니의 검증으로 밝혀졌어. 세계장악에 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정말 장악한 건 아니라고.”
“이오언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오늘 하루, 줄곧 따라다니면서 확신했어. 이번 오라버니는 특별해. 정상적이지도 않아. 기억을 리셋할 때마다 발생하는 무작위성 인격발현이 최악의 방향으로 발현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야.”
그렇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할 정도의 강점이 있다.
“이번 오라버니는 강해. 그 어느 때보다도.”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나는… 오라버니를 돕겠어. 그게 아무리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해도, 이 길의 끝에 확실하게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방법이 있어. 그렇게 믿어.”
“…….”
“하고 싶잖아, 린도. 부모님의 복수. 그래서 줄곧 오라버니의 손에 죽지 않았던 ‘여덟 번째’ 습격자를 찾아다녔던 거지?”
“하. 제대로 허를 찔렸네. 설마 이오언니한테까지 들켰을 줄이야.”
“린은 운동신경은 좋지만 운동부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부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
“알았어. 도울게.”
“정말로?”
말을 꺼내고도 기대는 하지 않았던 이오가 린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뭐야. 자기가 도와달라고 말 꺼내놓고선. 도와달라는 얘기 아니었어?”
“오라버니가 하는 짓, 딱 봐도 보통이 아니야. 일이 잘못되면 뒷감당이 불가능해질 수준이야. 세뇌가 모두 풀리면 즉시사형감으로 처벌당하고도 남아.”
“그럼 적어도 세뇌술사만큼은 화실하게 해치울 수 있다는 뜻이네.”
린이 두 주먹을 쿵쿵 맞댔다.
“그 건방진 녀석을 찾아내서 한방 먹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어!”
진정한 적에는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서로 상처받은 마음이나 보듬어주며 나약하게 굴던 대쉬맨의 2회차와는 전혀 다른 여동생들.
그들의 대화를 이제 막 깨어난 오감으로 어렴풋이 엿들으며 해응응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xx년 4월 22일.]밤늦게 수련을 마치고 침상에 누운 뒤.
자동경과로 일주일이 지났다.
‘자동진행은 첫 날의 행동을 기반으로 일주일간의 행동을 결정짓죠. 첫 날부터 세뇌술사를 향해 과감한 수를 두었던 제 행보가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파라락.
일기장을 펼치자 일주일 치 기록이 과 를 통해 펼쳐졌다.
[그림일기 ] [날짜별 일기모음] [xx년 4월 16일] 8건 [xx년 4월 17일] 8건 [xx년 4월 18일] 8건 [xx년 4월 19일] 8건 [xx년 4월 20일] 8건 [xx년 4월 21일] 8건 [xx년 4월 22일] 8건누구도 그녀의 기억을 건들지 않았다.
기억의 내용 또한 뜻대로 이루어졌다.
[xx년 4월 16일(001) 아사다요!] [xx년 4월 16일(002) 다른 이의 손에 칼을 쥐어 휘두를 때에도 경찰반응 없음] [xx년 4월 16일(003) 원격으로 다른 이가 범죄를 저지를 시, 경찰반응 있음] [….] […….] [xx년 4월 16일(008)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범행사진을 보여줄 시, 경찰반응 있음]해응응이 하루 동안 했던 조사활동.
그것이 일주일 간 발전되었다.
[xx년 4월 22일(001) 아사다요!] [xx년 4월 22일(002) 키워드를 접할 시, 경찰관의 폭주현상 관측] [….] […….] [xx년 4월 22일(008) 의문의 습격자, 가볍게 생포했지만 스스로 숨이 멎음]성과가 나왔다.
세뇌술사가 자동진행 도중 히로시가 보여왔던 행동을 인식했다.
‘정찰에 나섰군요.’
일방적으로 적진 한복판에 들어가서 휘말렸던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해응응은 아카데미 외부에서부터 세뇌술사가 경계할 정도의 검증과 조사를 반복했다.
‘22일자에 일어났다던 습격은 세뇌술사가 제 행동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에요.’
세뇌능력은 무적이 아니다.
“여자교복…? 누구야 저거.”
“히, 히로시잖아.”
“!!”
2주차의 월요일.
아카데미 등교 첫 날.
아카데미 학생들은 더욱 패닉에 빠졌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해응응은 등굣길에 벤 수급 하나를 책상 위에 보란 듯이 올려놓았다.
“꺄아악!”
“우웁.”
“미쳤어. 저 녀석, 완전히 미쳤다고.”
“아직도 폭주하는 거야?!”
“엄마야… 흑흑.”
“나 수업 못 듣겠어…”
어른들과 달리 정신은 멀쩡한 고등부 학생들.
그들 모두 패닉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거나 입을 틀어박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등 명백한 반응을 보였다.
역시 학생들은 ‘키워드’에 걸렸을 뿐, 어른들과 같은 인식장애 세뇌에 걸리지는 않았다.
반면, 선생들은 달랐다.
“자네는 누구지? 책상 위의 그건 치우게. 수업을 시작하는데 교과서랑 필기구 말고는 책상 위에 두면 안 되지 않는가.”
물리선생님.
“오늘은 결석이 많네. 학교에 무슨 병이라도 도니? 너희도 아프지 않게 조심하렴. 오늘은 자습으로 돌리는데 책상에 이상한 거 올려놓고 그러지는 말고.”
국어선생님.
“에? 저, 저기… 그거 조금 무섭거든? 진짜 사람 머리는 아니지?”
담임선생님, 당첨.
옆자리에서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이신아의 시선은 무시하고 방과후가 되자마자 교무실을 찾아갔다.
“뭐, 뭐니? 히로시군? 이, 이제는 히로시양으로 불러줘야 하나? 하하.”
[선생님은 안 걸렸죠?]“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병 말하는 거야? 선생님은 몸이 튼튼해서 병 같은 거 안 걸려.”
필사적으로 시치미를 떼는 담임선생님.
그녀를 보며 해응응이 스르릉 검을 뽑았다.
시퍼렇게 빛나는 날에 담임선생님이 비명을 질렀다.
“우, 우리 말로 하자. 응? 선생님이 잘못했어. 뭔진 몰라도 선생님이 잘못했으니까, 응?”
[세뇌에 걸린 선생님은 비명 따위 지르지 않아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반응이 삭제되어 있어요.]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죠.]빠르게 넘어가는 수첩페이지에 치에는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히로시를 쳐다봤다.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세뇌에 걸리지 않았어.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게 들키면 심한 일을 겪을까봐 전부 모르는 체 했어.”
[제 부모님의 피습사건 때에도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무시하고 넘어갔었죠?]담임선생님의 명찰에 적힌 이름은 치에.
이복아카 오프닝영상에 나왔던 선생님 이름이다.
호감도 기능이 있는 대상.
그것의 의미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호감도가 있는 대상은 모두 인식장애세뇌, 약칭 A타입 세뇌에 걸리지 않은 대상.
반면에 키워드 언급으로 폭주를 일으키는 B타입 세뇌에는 걸린 대상들이다.
‘즉, A타입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B타입에는 걸린 사람은 모두 결백한 대상.’
찾아야 할 사람은 세뇌술사.
그를 찾는 방법도 정해졌다.
A타입과 B타입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인물.
어떤 세뇌에도 걸리지 않은 완벽한 백지.
폭주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면 그가 바로 세뇌술사.
이 모든 사태의 원흉.
이 세계관에 도사리는 주인공의 숙적.
흑막이다.
그러니까 얼른 대답해라.
[선생님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뭔가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미쳐 날뛰게 만들 수 있죠?]당신은 폭주할 수 있는 B타입 세뇌대상자인가?
당신의 키워드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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