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94)
〈 494화 〉 494 3년 전, 구교사의 사건
* * *
1.
1 대 3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아샤는 침착하게 반격에 나섰다.
“눈을 마주친다. 그것이 발동조건이라면 치에선생님도 입학식에서 교단 위에 섰으니 세뇌능력을 발동할 요건은 충족되었겠네요?”
“재학생 대표랑은 다르지! 아샤는 연설문을 읽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보냈지만 선생님은 이름과 담당과목을 알리고 차례가 지나갔잖니.”
“눈을 마주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는 것이 세뇌의 조건이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선생님은 그런 조건이 있을 거라는 전제를 두시죠?”
“그, 그냥! 조건이 있다면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야!”
“그럼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용의자를 제시하고 학생회장인 저를 세뇌술사라고 음해하신 거군요. 누구라도 좋으니 세뇌술사로 몰고 싶으셨죠?”
치에선생님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마리. 히로시를 군이라고 부른 유학생은 당신이 유일하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여동생분이 오라버니라고 부르니까 짐작했을 뿐이라고!”
“그렇다고 보통 저런 ‘여성스러운 걸음’에 ‘조신한 몸가짐’에 ‘수려한 문필’에 ‘여자교복’까지 보고도 히로시군을 남자라고 생각할 수가 있나요?”
마리 역시 위기를 깨달았는지 눈물이 잔뜩 고였다.
“이신아. 당신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어디가?”
“당신은 히로시의 소꿉친구. 그것도 언제 어디서든 히로시와 떨어지질 않아서 이미 사실혼 관계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의 사이였죠.”
“그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야. 요즘의 히로시는 거리감이 느껴지니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요즘의 히로시가 아니에요. 과거의 히로시죠.”
“…?”
“3년 전, 방화사건 당시 히로시군이 현장을 목격했다면 그의 곁에 이신아양이라고 없었을까요?”
이오와 린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분명 오라버니의 곁에 있었겠죠.”
“근데 저년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던 거야?”
“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잖아!”
“그땐 우리도 몬다이나이 아카데미 재학생이 아니었으니까요.”
“이오언니랑 나는 올해 처음 이 아카데미로 전학 왔다고. 너랑은 입장이 달라.”
“이거 봐. 지금도 언니랑 나를 물고 늘어지잖아.”
서로 물고 늘어지며 난장판이 된 교실.
해응응은 책상 위에 검집을 올려놓고 휙 하고 돌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검집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멈춰서자 검집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본 학생이 경기를 일으키며 뒤로 자빠졌다.
머쓱.
딱히 검이 가리키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가할 예정 따위는 없었던 해응응이 안심하라고 윙크를 날렸다.
주인장 너무 악질 아니냐?
ㄹㅇㅋㅋㅋㅋ
방관검객(딜 안넣음)
방관이 그 방관이었냐고
차라리 얌전히 있을 때가 낫지 저거 움직이면 다 죽어!!
당신은 몰살검객의 죽음의 윙크를 받았습니다. 효과는 딱히 없고 귀엽습니다.
효과 없는 거냐고ㅋㅋㅋ
솔직히 귀엽긴 했음ㅇㅇ…
“다들 스스로의 입장은 자각했겠죠? 이신아. 치에선생님. 마리. 여러분 셋은 가장 유력한 세뇌술사 후보라는 사실을.“
1 대 3의 싸움은 끝내 학생회장 아샤의 압도적인 우세로 끝났다.
아샤의 우아하고도 냉철하게 빛나는 스카이블루Sky Blue색 눈이 세 여자의 복종을 강요했다.
“여러분의 입으로 3년 전의 사건과 자신의 연관점을 설명할 기회를 드리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에요.”
“만일 누락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세뇌술사로 지목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학생회장인 제 정보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저라면 그러지 않을 거예요. 저는 다재다능. 뭐든지 능숙한 학생회장이니.”
세 여자는 우울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빙글빙글.
얼마간 교실에 들리는 소리란 책상 위를 도는 검집의 소리밖에 없었다.
“…그래. 이 지경까지 왔다면 더는 숨길 수도 없겠네. 선생님이 먼저 말할게. 아니, 내게 선생을 자처할 자격 따위는 없지만.”
가장 먼저 자신과 3년 전의 과거사를 고백한 사람은 치에선생님이었다.
그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이복아카의 분위기는 다시금 반전되었다.
2.
3년 전.
치에라는 이름의 초임교사가 있었다.
담당과목은 특활.
능력자의 인성함양을 위한 봉사활동과 외부활동.
제 앞가림도 하기 벅찰 시기지만 갑작스레 그녀는 30명의 인생의 일부를 책임지게 됐다.
“치에선생님. 저의 이번 주 주말에 취약가정 봉사활동 하러 가려는데 외부활동 승인해주세요!”
“어린 나이에 기특하네. 선생님보다도 어른스러워.”
“히히. 뭘요.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사는 거죠.”
한 여학생이 있었다.
성격 좋고 심성도 바른,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올곧게 자라준 착한 아이가.
치에는 그 아이의 선행을 응원했고, 외부활동을 승인하였다.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저 녀석, 짜증나지 않아?”
“또 경쟁해야 될 인성점수부문이 늘어났잖아.”
“다 같이 안하면 아무도 안 해도 되는 짓을 쟤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다른 학생들은 그녀가 받는 봉사활동에 따른 추가점수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앞 다투어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그 목적은 오직 점수 하나뿐이었으니.
불만과 원망의 감정은 쌓이고 쌓여, 끝내 향해서는 안 될 방향으로 분출되었다.
“그 녀석, 알아보니 차상위계층이더라?”
“능력자 부모가? 말도 안 돼.”
“아빠가 능력자였대. 지금은 죽어서 없고.”
“편모가정?”
“집에 돈도 없어?”
“어쩐지 가난해보이더라니.”
“봉사활동은 무슨, 지가 봉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 보고 싶어서 그러나보지.”
“하하하. 그거 대박이네.”
“우리가 찾아가볼까? 걔네 집에.”
학생들은 그녀의 집을 방문했고, 깨달았다.
그녀가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힘겹게 살았는지.
그것이 자신들과 얼마나 다른 삶인지.
그들은 다름을 이해하지 않았다.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떠올린 것은 오직 하나.
이 불편한 위선자를 자신들의 아카데미에서 없애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꺼져! 내 여동생에게 찝쩍거리지 마. 다시 한 번 이러는 모습이 보이면 죽여버리겠어!”
여학생의 오빠는 가정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또래들에게 맞섰다.
그러나 한 사람의 능력자가 여러 명의 능력자에게 집단으로 괴롭힘 당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파멸한다.
“선생님. 우리 오빠 좀 도와주세요. 네?”
학생들은 여동생에서 오빠로 목표를 바꿨다.
착한 학생이 의지할 사람은 선생님밖에 없었다.
치에는 돕고 싶었다.
그러나 초임교사가 감당해야 할 짐은 너무 많았다.
수많은 외부활동 일정.
행정서류작성 및 공문발송.
일정조율과 현장담당.
학생들의 외부활동 기록확인 및 평가.
한 명의 착한 아이가 일으킨 봉사활동 경쟁은 과도한 업무량이 되어 그녀에게 돌아왔다.
“이건 선생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경찰에 연락하자. 알겠지?”
눈 감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또 다른 짐을 짊어졌다.
아카데미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교장이 용납할 리가 없다.
그래도 저질렀다.
당연히 인사고과에는 즉시 페널티가 돌아왔고, 보복성 업무에 하루도 편히 쉴 수 없었다.
그래도 자신은 옳은 일을 했다고.
그 아이도 분명 이걸로 괜찮아졌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그녀의 눈에, 중등부 건물을 불태우는 불길이 보였다.
뒤늦게 현장에 달려왔을 때.
그녀가 본 것은 불타버린 학생의 시체와 그 앞에서 목 노아 우는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걔 능력이 폭주했어요.”
“우리는 그 아이를 말리려다가 공격당했다고요.”
“우린 스스로를 구하려고 저항했을 뿐입니다.”
“따돌림? 능력조작이 미숙한 아이에게 훈련을 도운 것도 잘못인가요?”
“저흰 아무 잘못 없습니다.”
가해자들은 입을 맞춰 진술했다.
불타 죽은 학생의 능력이 폭주했고, 그의 공격으로부터 저항하려다가 건물이 불탈 정도의 사고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그들의 부모, 집안, 후원자들은 사회적 권력과 변호인단을 구성하였다.
편모가정에 하나뿐인 오빠마저 잃은 일개 여학생이 이겨내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였다.
치에를 도울 진술을 약속했던 경찰은 법정에서 말을 바꾸어 가해그룹의 손을 들었다.
1계급 승진과 1억을 대가로 이루어진 위증이었다.
치에의 진술 따위는 돈과 권력으로 자아낸 거짓의 벽 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선생님. 어제 엄마가 자살했어요.”
“미안해… 도움이 되지 못한 선생님이 미안해…”
“알아요. 선생님도 힘들었다는 거.”
등교 첫 날.
자신을 찾아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배시시 웃음 짓던 착한 아이는 잔혹한 소식을 전하면서도 여전히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기쁨에서 비롯된 웃음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게 최선이었나요?”
치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퇴서를 내는 학생의 뒤를 쫓아갈 수도 없었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처가 미흡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자신만 똑바로 대응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다고.
분명 이건 최선이 아니었다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 아이의 괴로움을 자신이 짊어진 교사로서의 업무와 동일시하며, 순서에 따라 처리해야 할 짐 정도로 여기는 자신이 있었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짐이었다고.
깨달아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고등부 입학식이 시작되었으며.
세뇌빌런이 세상과 아카데미를 개변시켰다.
자신만이 멀쩡한 교사이자 어른이다.
그때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제자가.
그녀가 돌아왔음을.
그녀는 처음부터 세뇌술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