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98)
〈 498화 〉 498 사건의 전말
* * *
1.
메모리얼 앨범의 발동량은 하루 8회.
하루일과를 8장의 사진으로 압축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런 메커니즘의 능력이라고 여겨왔었다.
그러나 진정한 능력을 깨달은 지금.
적은 수량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뇌의 운용으로 지친 두뇌를 회복시키기 위해 능력의 출력을 스스로 제한한 것이었어요.’
메모리얼 앨범은 평범한 기억능력이 아니다.
과거의 한 시점을 사진으로 찍어내거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써 내릴 수 있는 .
설령 만들어낸 더미데이터Dummy data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떠올린 거짓기억을 타인에게 각인시킨다면.’
그것은 뇌조작Brain Manipulation의 영역으로 이어지게 된다.
[뇌의 신경세포는 낮은 주파수의 전기에 잘 반응한다.] [당신의 낮은 적성의 전기조작능력은 뇌의 뉴런이 주고받는 활동 전위신호 펄스에 개입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전기자극감지Electrical Detection능력이 감지해야 할 대상입니다.]그가 지닌 모든 능력의 방향은 하나로 이어진다.
[섭혼술은 뇌조작Brain Manipulation 기술의 일종입니다.] [목격하는 것만으로 타인의 뇌에 특정 전기자극을 발생시키는 저주파를 지속적으로 중첩발동 합니다.] [단, 이 능력은 해당능력의 발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출력이 강해지며 자신의 눈에 쌓이는 피로와 데미지도 커집니다.] [당신의 전투능력과 운동신경은 근육기억Muscle Memory을 통해 발현되는 운동학습을 자기세뇌를 이용해 갖춘 것입니다.] [고도로 훈련된 달인의 근육움직임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여 자신에게 기억각인을 하는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단, 이러한 근육기억각인이 많아지면 본래 자신의 운동능력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힘 조절이 불가능해지거나 행동이 과격해집니다.]최상위 전기능력자에게만 허락되는 제한적인 정신조작에 도달한 기능.
, , .
능력을 발동하는 하위요소의 원리를 모두 접목시켜 응용한 결과, 비로소 세뇌능력이 탄생한다.
‘이것은… 히로시의 기억인가요?’
그리고 지금.
플레이어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히로시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2.
3년 전.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으로 한 학생의 억울한 죽음과 진상이 유린당한 뒤의 어느 날.
히로시는 생각했다.
이런 자신은 싫다고.
자신의 비겁함을 용서할 수 없다고.
“■■. 네가 그 아이의 여동생이지?”
“##! #####! ## ### ## # ## # ### ### #### ##!”
“미안해. 난……. 두려웠어. 너희 남매가 겪은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도저히 나설 용기가 없었어. 정말 미안해.”
혼자가 된 여동생에게 용서를 구했다.
울면서 화를 내는 아이의 분노를 받아주었다.
그녀는 혼자였다.
오빠는 불타죽고 엄마는 자살했다.
아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다.
혼자다.
아무런 죄 없는 아이는 하루아침에 혈혈단신이 되고 말았다.
자신이 용기를 냈다면 어머니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가해자 녀석들을 막아설 수 있었다면 그녀의 오빠가 불합리한 죽음을 맞이할 이유도 없었다.
전부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힘이 필요해.’
히로시는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자신의 능력을 연구했다.
그리고 깨우쳤다.
이능이 없이도 그가 을 지니고 있고, 은 이를 제한적으로 해방시키는 역할을 할 뿐임을.
한 번 보기만 해도 뭐든지 전부 기억한다.
편리한 능력 앞에 학업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았다.
능력을 응용해 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 일생을 들여 단련한 근육의 움직임을 그는 완전기억과 메모리얼 앨범의 응용으로 한 순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복수하고 싶었다.
한 아이의 성실한 오빠를 폭주능력자로 만들고 진실을 왜곡시킨 가해자들의 인생을 부수고 싶었다.
[ 능력을 이루는 전자기력을 손끝으로 사출해 물질을 스캐닝 하는 를 깨달았다.] [물질의 현재구조를 만지는 것만으로 파악한다.] [파악한 물건의 파괴방법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부수는 것은 아마도 어렵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 부수는 방법 따위는 간단히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복수를 거행하지 않은 이유.
그것은 복수 이후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몇 명 정도는 해치울 수 있겠지. 하지만 전부를 혼자서 해치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능력자는 자신 혼자만이 아니다.
세상에 능력자는 많고,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파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 능력이 막힌다면.
복수를 끝마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는 것은.
구금. 고문. 사살.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미래뿐이다.
그 미래가 닥쳐온다면.
■■는 또 다시 홀로 남겨진다.
“어떡하면 좋을까, ■■? 모르겠어. 아무리 기억으로 스스로를 속이려고 해도 난 역시 겁쟁이야.”
삶의 희망을 내려놓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아이의 인생을 책임진다.
그 일상에서 자신이 사라지는 순간, ■■가 아무리 많은 유산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생활조차 해내지 못하고 죽을 것임은 명백했다.
다만, ■■는 그보다는 덜 겁쟁이였다.
히로시는 그녀를 돌봤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상대를 지켜본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도 그를 지켜보아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쪽은 왜 혼자 사는 거야?”
“마력재해로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든. 덕분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어서 부모 없는 고아인 내게도 살 곳이 주어지고 무상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어.”
“마력재해가 뭐야?”
“이능력을 물질에 담아내기 위해 기업이 이능력자들의 능력을 강제로 출력한도 이상으로 끌어올리다가 발생한 재해야. 10년 전에는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에 그런 짓을 저질렀거든.”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와 기업은 마력재해의 원인을 감추고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부모님을 잃고 친척에게 재산을 빼앗긴 히로시가 홀몸으로 5년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그의 인생은, 혼자가 된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그가 권력을 두려워했던 이유를.
불의 앞에서 나서지 못했던 이유를.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집도, 학교도.
아무것도 없이 버려진 채 홀로 살아가는 미래를.
“…그쪽을 전부 용서한 건 아니야. 그렇지만 부모님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는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어냈다.
자신과 자신을 닮은 히로시가 더는 원망과 슬픔 속에 죽어가지 않도록.
거짓된 연극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부감마저 들었다.
이런 건 진짜 부모님도 뭣도 아니라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행복했다.
어쩌면 이대로 평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망가진 한 아이가.
자신을 위해 베풀어준 이.
정말, 미치도록 행복했다.
“뭐야. 겁쟁이 녀석이 불타죽은 놈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었잖아. 이거 실화야?”
“아~ 즐거웠었지. 3년 전에는.”
“확 너희도 불태워줄까? 풋. 막 이래.”
행복할 수 있었다.
“히로시라고 했지? 너 이번에 1학년이 된다며?”
“잘됐네. 좋은 선배들이 잔뜩 생겨서.”
“야. 앞으로 부르면 바로 튀어나와라.”
“근데 여동생 녀석, 좀 예쁘지 않아?”
“그러네? 야, 여동생도 데리고 나와라.”
3년 전의 쓰레기들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윽, 뭐야 갑자기!”
“무능력자 주제에 부모라고 까불지 말라고!”
거짓된 가족이었을 부모가 자신들을 지키려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으아아아앙!”
두 번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울음을 터뜨리는 ■■의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제, 됐어.”
“충분히 알았어.”
히로시는 깨달았다.
[당신은 세상의 악의를 파악했다.] [파악한 세상을 파괴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단란한 일상, 소소한 행복.
세상이 자신들에게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세상을 부숴주겠다고.
“가지 마! 그러다가 오빠까지 다치면…!”
“유키.”
히로시는 유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다녀올게.”
그날, 히로시는 처음으로 유가족의 인터뷰 촬영에 응하였다.
그가 촬영에 협조한 인터뷰 영상을 통해 전세계의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그가 심어둔 세뇌에 걸렸다.
불의에 눈을 감는다.
불공정에 거스르지 않는다.
불합리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능력자에 대한 일은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일에 외부인은 관여하지 않는다.
‘너희가 만든 지옥에서 살아가게 해주마.’
그로부터 수개월 뒤.
일곱 명의 학생이 죽었다.
그리고 4월 15일.
플레이어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히로시의 기억이 전한 사건의 전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