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99)
〈 499화 〉 499 키워드폭탄
* * *
1.
모두가 숙연함 속에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세뇌술사를 죽이면 저희는 살 수 있다면서. 그거, 죽여 달라는 부탁이지?”
마리는 무서웠다.
자신의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는 것이.
그녀의 한 순간의 질투에 무섭도록 일을 키운 다른 학생들이.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시작점이 되어버린 자신의 존재가.
그 전부를 없던 일로 되돌리고 싶었다.
“히로시군의 부탁대로, 히로시군을 죽여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마리! 그게 무슨…”
“무섭다고, 이런 거. 이런 커다란 일이 벌어졌는데, 그게 전부 내 질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냐고.”
마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자신의 입술에 손을 올렸다.
“멈춰!”
“저 녀석, 히로시에게 핸드키스 능력으로 부탁을 발동할 셈이야?!”
“린,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마리의 핸드키스는 발동하지 않아요!”
영민한 장녀 이오는 마리가 말하지 않았던 그녀의 능력의 숨은 발동조건을 파악했다.
전격펀치의 고통을 떨쳐낸 린이 재빨리 히로시를 뒤로 끌어당기며 마리의 앞에서 그의 얼굴을 몸으로 감싸 가렸다.
“비켜줘. 제발 날 방해하지 말아줘.”
“히로시는 몇 날 밤이고 유키를 울린 쓰레기지만 그래도 유키의 소중한 오빠야. 그런 히로시를 해치게 둘 것 같아?!”
“나, 죽어달라고 부탁할거야. 막는다면 당신부터 죽게 될 거야. 그런데도 막을 셈이야?”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리, 해치워버려!”
“그만 둬, 마리!”
말리려는 자와 거들려는 자.
편이 엇갈린 학생들이 줄에 묶인 손으로 서로를 잡아당기고 끌어내리며 몸으로 부딪쳐 쓰러뜨리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순식간에 몇 개인가의 능력이 발동하며 피가 튀는 가운데, 마리의 눈에서 빛이 어렸다.
“이제 이런 건 싫어.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아.”
[마리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입에 담았다.] [키워드폭탄이 발동했다.] [마리의 능력 가 폭주한다.] [마리의 능력이 로 변화한다.] [능력발동인원의 상한이 해제되었다.] [더 이상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도 자신의 부탁만 거듭 제시할 수 있다.] [폭주가 끝나는 순간, 자신이 했던 부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스스로에게 실현해야 한다.]마리가 손키스를 날리는 순간, 그녀와 눈을 마주친 모든 학생의 눈이 풀렸다.
“알았어.”
“죽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하면 간단하잖아.”
자신의 능력으로 머리를 터뜨리고, 몸을 불태우고,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리의 을 들어준 학생들이 죽어나간 직후, 그녀가 심장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다가 쿵 쓰러졌다.
“히로시가 또 멋대로 사라지게 되다니,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이신아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입에 담았다.]수라장이다!
얀데레 집단폭주ㄷㄷㄷ
눈나 나 죽어…
이러다 다 죽어!
라고 묘비에 적혀있군요.
와ㅅㅂ 방금 천장에 튄 에너지 파편 뭐냐?
매직애로우 능력자도 폭주한 듯
몇 명이 동시에 연쇄로 폭주한 거야?
시작되는 수라장.
아샤가 급히 뒷문을 열었다.
“다들 여기로 나와요!”
폭주하는 능력들을 피해 바닥을 기며 급히 교실을 빠져나온 학생들.
린과 이오를 먼저 보내고 뒤를 돌아보는 히로시에게 이신아가 말했다.
“괜찮으니까 먼저 가.”
펜을 쥐려는 히로시에게 이신아가 소리쳤다.
“이번에는 잃지 않을 거야. 3년 전이랑은 달라. 그때는 히로시가 힘들었을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도울 수 있어.”
“나, 지금 굉장히 행복해.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그러니까… 여기가 내 끝이라도 후회하지 않아.”
드르륵.
히로시를 문밖으로 떠밀고 문을 닫는 이신아.
닫힌 문으로 학생들이 쿵쿵 쓰러지고, 폭주하는 능력이 스치며 핏자국이 튀고, 문에 기댄 이신아의 몸이 스르륵 무너진다.
그 모든 참상을 문 하나를 앞두고 목도하면서도 해응응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경찰들이 올라오고 있어!”
“콜록, 콜록! 여, 연막탄 사이에 최루탄도 섞여있어요…!”
계단 밑을 보고 소리치는 린과 창문을 뚫고 날아드는 연막탄에 비명을 지르는 아샤.
난리통 속에서 이오가 소화전을 열고 숨겨둔 방독면을 꺼냈다.
“다들 이걸 쓰세요.”
급히 방독면을 쓰며 숨을 돌린 아샤가 당황하며 물었다.
“어째서 아카데미 소화전에 방독면을 숨겨뒀나요?”
“오라버니가 학교생활 도중 또 다시 학생들 때문에 상처 입는 일이 벌어진다면 교실에 터뜨리고 학생들을 독살할 때 쓰려고 남겨둔 방독면이에요.”
“…….”
“미안해요. 농담이에요. 타이밍이 조금 나빴죠?”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지만 일단은 넘어가죠.”
아샤가 물었다.
“히로시. 당신이 세뇌술사라면 어째서 경찰들이 당신을 죽이러 오는 거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플레이어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대부분은 를 통해 이루어진다.
누군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언급하는 순간, 능력이 왜곡되며 벌어지는 참사.
이오는 오라버니가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얻으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했다.
린은 여동생들을 상처 입히는 히로시의 행동을 두려워했다.
그런 미래는 모두 히로시의 여동생에게 충실하지 못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설령 충실하더라도 끝이 아니죠.’
대쉬맨의 2회차에서 NPC들은 대쉬맨이 아무리 그들을 아끼더라도 점점 미쳐 돌아갔다.
대쉬맨이 아닌 히로시가, 진짜 세뇌술사가 스스로를 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이런 일상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짜 적은 세뇌술사가 된 히로시. 기억을 잃은 자기 자신이에요.’
침묵으로 인해 유키의 친오빠의 명예를 더럽혔다.
안일함으로 인해 유키의 이상적인 부모를 잃게 만들었다.
복수심으로 인해 유키가 이상적인 자매들을 만들어서라도 되찾고자 했던 가족의 형태를 위협했다.
그런 자신만이 행복해진다.
유키와 관게없이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 스스로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폭주시키고.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고.
죽음을 자처했다.
‘그런 악순환은 이제 벗어나야만 해요.’
유키를 위해서라도.
린을 위해서라도.
이오를 위해서라도.
모든 진상을 듣고 히로시를 위해 폭주하는 학생들의 심박수를 낮추어 그들의 폭주를 저지, 연이어 다가올 자신의 죽음마저 받아들인 이신아를 위해서라도.
진상추리에 힘쓰며 마지막까지 힘을 보태는 학생회장 아샤를 위해서라도.
‘히로시는 저와 한 몸이에요. 자살해봤자 플레이어도 같이 죽고 게임은 데드엔드로 끝날 뿐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히로시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끝에 깨달았다.
‘기억을 되찾는 것이 세뇌술사 히로시라면 기억을 잃는 것은 플레이어.’
두 번 다시 기억을 되찾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물론 정답을 알아낸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아마도 이것이 이 게임의 최종과제.’
플레이어와 히로시.
플레이어와 세뇌술사.
하나의 몸을 지닌 두 사람의 마지막 싸움이다.
‘이미 여기까지 일을 진행했어요. 세뇌술사는 결코 다음번 일주일을 허락하지 않겠죠.’
오늘이다.
오늘, 모든 것을 끝내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이오. 린.] [침입한 경찰들을 제압해줄 수 있나요?]“언제나 오라버니는 무모한 일만 저지르시네요.”
“이러니 유키도 언니도 매일 걱정할 수밖에 없지!”
푸념하면서도 재빨리 코너로 숨어든 두 사람.
계단 위롤 오르는 경찰들을 향해 이오가 정체불명의 액체가 들어간 앰플을 던졌다.
챙강!
부그르르
“끄아악!”
“저기다! 쏴!”
“언니에게 총구를 겨누지마!”
린이 힘껏 집어던진 책상이 경찰들을 덮쳤다.
독에 당해 전술헬멧이 녹고 책상에 치여 자빠진 경찰들.
무력화된 그들을 향해 이번에는 해응응이 나섰다.
[당신은 섭혼술을 발동했다.] [상대는 극도로 동요했다.] [상대는 극도로 겁에 질렸다.] [당신의 정신력이 상대를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정신방벽의 완전돌파에 성공했다.] [상대의 정신에 강력한 세뇌를 걸 수 있다.] [이제 경찰들은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오라버니, 그 힘은?!”
“당신, 또 위험한 기술을 쓰는 거야?!”
괜찮다.
적어도 이 자리를 모면할 여유는 남아있다.
[가요. 유키를 만나러.]무엇을 하든 유키가 없다면 의미는 없다.
그러니 우선, 유키를 구한다.
그 뒤에는.
그 뒤에는…….
이복아카의 끝을 본다.
엔딩의 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