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1)
〈 501화 〉 501 마지막 생각
* * *
1.
최중요 보안시설로 가는 길.
프리스톤 가 소속 능력자들은 앞을 가로막는 대신, 제어실까지 향하는 통로를 개방했다.
기척은 모두 안에서 느껴졌다.
모든 전력을 한 자리에 모은다.
이능을 해제할 수 있는 캔슬능력자가 있는 이상, 그를 지키는데 모든 전력을 동원하겠다는 심산이다.
“잘도 뻔뻔하게 이곳까지 왔구나. 세뇌술사.”
“자신이 세뇌시킨 사람의 얼굴 정도는 기억해보지 그래?”
캔슬능력자의 눈에는 강한 증오가 어렸다.
강한 분노는 강한 정신으로 이어진다.
화가 나면 동작이 커지고 전투에서 빈틈이 생기는 것과 달리, 정신력은 분노에 비례해서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즉, 섭혼술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서있는 것도 고작.
잠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으로 한계.
이런 몸으로는 섭혼술을 사용하지 않고 캔슬능력자를 세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고 있나? 네가 거리에서 저지른 살인. 거기에 희생되어서 죽은 사람 중에는 내 가족도 있었다.”
“네 짓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건, 어떤 이유가 있었건.”
“네가 저지른 짓은 변하지 않아.”
“세뇌술사 히로시. 나는 네 세뇌를 쳐부수고 세계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겠어. 그리고 네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주겠어.”
“네게 안식을 허락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주겠다. 세뇌에 당한 세상도, 만들어진 가족도, 네가 소중히 여기는 그 꼬마애까지 전부!”
업보란 그런 것이다.
통화량이 증가한다고 곧바로 인플레이션이 찾아오지는 않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플레이션은 극단적으로 찾아온다.
통화팽창을 억제하고 경기침체를 각오해야만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업보도 똑같다.
죄를 짓는다고 곧바로 역풍이 불지는 않지만 어느 선을 넘는 순간 역풍이 불어 닥친다.
자신이 쌓아온 죄악의 업을 청산해야만 비로소 인과응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업보청산이라. 정사지간의 해남파 문주에게는 딱 어울리는 최후군요.’
악에 치우치지도 않지만 정의에 굴종하지도 않는다.
오직 실리만을 쫓던 자신의 최후다.
자신은 옳았다고.
내게는 죄를 범한 이유가 있었다고.
너희는 나를 부정할 수 없고 내 사정을 인정해야한다고.
업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무인되는 자.
칼을 휘두르면 베일 각오도 해야 하는 법.
‘이젠 제 차례군요.’
업보가 쌓이고 쌓여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
어떤 악인은 오늘이 자신이 죽을 날임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평소처럼 옷을 차려입고.
평소처럼 자신의 구역을 순찰하며.
당당하게 자신을 노리는 적의 앞에 나설 때가 있다.
강호에서는 황제가 그러했다.
왠지 이런 예감이 들었지. 오늘 어전에 들렀다가는 크게 화를 치를 것이라고.
짐이 도망치지 않고 이곳에 온 이유를 아는가?
알고 싶지 않았다.
묵묵히 칼을 겨누던 그녀에게 황제는 답했다.
짐이 대명제국의 황제이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취하는 자, 죽음조차 외면하지 않으리니.
짐의 생의 끝에 기다리는 사신이 짐의 손으로 피워낸 천하제일미라면, 이보다 사치스러운 최후가 어디에 있겠는가.
오라. 자화요녀여. 그대의 검을 대명제국의 황제가 받아주마!
황제는 마지막까지 비겁하고 교활한 존재였다.
타인의 마음을 유린하며 그녀가 가장 싫어할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다.
그 자부심을.
그 당당함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대명제국의 황제가 대명제국의 황제로서 죽었듯이 무림인은 무림인답게.
그리고 세뇌술사는 세뇌술사답게 죽는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키에게의 속죄를 끝마치지 못하고 죽는 것’.]팔랑거리며 내려앉는 수첩페이지.
그와 동시에 전에 없이 거대한 힘이 히로시의 몸에 들끓어 올랐다.
[히로시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필담으로 적었다.] [키워드폭탄이 발동했다.] [히로시의 이 폭주한다.] [히로시의 능력이 로 변화한다.] [능력발동인원의 상한이 해제되었다.]“세뇌술사! 널 죽이기 전엔 절대로 죽지 않아!!”
[캔슬능력자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입에 담았다.] [키워드폭탄이 발동했다.] [캔슬능력자의 능력이 폭주한다.] [캔슬능력자의 능력이 로 변화한다.] [반경 20m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능력을 강제로 해제한다.] [자신이 캔슬한 능력 1개당 1분씩 캔슬한 능력 전체량만큼 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능력캔슬의 반동을 폭주가 끝날 때까지 축적한다.]히로시의 하나뿐인 눈이 번뜩이며 주변 능력자들을 정지시킴과 동시에 캔슬능력자의 눈이 번뜩이며 정지된 능력자들의 신체가 풀려난다.
발동으로부터 불과 1초 차이로 광역능력해제를 발동하는 캔슬능력자.
자신이 만들어낸 이름조차 모를 엑스트라를 최대의 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이 순간만큼은 극심하게 후회되었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저질러보라 이건가요?’
몇 번을 세뇌해도 상관없다.
얼마나 많은 능력자를 세뇌해도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페널티는 이 싸움이 끝난 뒤.
폭주가 끝난 뒤에 치르면 그만이니.
히로시의 능력폭주의 페널티를 거듭 축적시킬 작정이다.
“모두 움직이십시오!”
지이잉 카강!
지지징 챙강!
발동과 캔슬을 거듭하면서도 능력자들의 눈과 손은 확실하게 해응응을 뒤쫓았다.
욱씬.
왼쪽 눈에 일어나는 따끔한 통증.
그것이 말하고 있다.
이런 무의미한 교착을 몇 십번이고 계속해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눈은 내구력이 좋지 않다고.
보는 것만으로도 발동할 수 있는 편리함.
그 이면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페널티가 강제되는 위험이 공존한다.
불리함과 페널티, 그로 인해 초래될 파멸을 고려하지 않는 능력발동.
‘그렇기에 폭주인가요?’
하지만, 이쪽도 일단은 무림인이다.
심공을 돌릴 수도, 공력을 사용할 수도 없지만.
적을 향해 최단거리로 달려가는 것쯤은.
앞을 막는 적 능력자들의 공격을 최소피해로 받아치는 것 정도는.
무림인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해낸다.
‘1초 만에 캔슬하는 능력. 반대로 말하자면, 제게 허락된 1초 동안의 세뇌.’
그 1초마다 해응응의 육신이 무서운 속도로 적의 신체가동범위를, 능력조준범위를 비껴나간다.
그에 비해, 캔슬능력자에게 허락된 시간은 같은 1초조차도 아니다.
0.3초.
무림인의 반응속도는 하나의 행동을 끝마칠 여유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시야가 붉게 물들어도 상관없다.
눈물이 저절로 흐를 정도로 눈이 건조해져도 이 눈은 감지 않는다.
한 번의 깜빡임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한 번의 공격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빠르게 좁혀지는 양자간의 거리에 캔슬능력자는 두려움을 느꼈다.
‘좀 더 확실하게 끌어들인 뒤에 꺼내고 싶었지만, 더는 내게도 여유가 없다.’
그런 캔슬능력자의 생각을 읽어냄과 동시에 그의 품에 들어간 손을 피해 회피했다.
타앙!
품에서 꺼내지도 않은 손으로 옷 속에서 총을 쏘는 캔슬능력자.
탄환이 팔뚝을 스치자 린과 이오가 뒤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다가올 수 없다.
20m의 간격.
이 안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능력은 매 1초마다 해제된다.
유키의 능력 으로 빚어낸 그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 역시 불과 1초만의 일.
‘여동생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나 자신의 힘만으로 끝낸다.
세뇌술사의 세뇌는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 힘.
이기적인 세뇌술사의 싸움에 배려는 없다.
오빠를 지키기 위한 여동생의 마음조차도 배려하지 않는다.
[근육기억Muscle Memory 페널티 발동.] [당신은 각인한 움직임이 아닌 ‘자신의 실력’에 의한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당신은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피비린내 나는 일상을 살아왔습니다.] [이 전투는 ‘일상생활’로 판정됩니다.] [이 전투에서의 움직임이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으로 판정됩니다.] [페널티 ‘일상생활에서의 힘 조절 불가능’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근육이 의도치 않게 과한 힘을 주었습니다.]그러나, 이기적인 것은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몸의 주인인 히로시가 그의 죽음을 바라는 것처럼 캔슬능력자의 지척에 도달하기 직전에 발이 헛디뎌졌다.
무림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
아니, 무림인이기에 발동한 업보다.
탕!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탄환.
그것을 몸을 틀어 어깨를 대신 맞았다.
“지금이다!”
‘아차…!’
사격에 움직임이 멎은 순간, 후방의 능력자들이 일제히 이쪽을 겨냥한다.
자칫 감당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을 위기.
“린, 이걸 던져주세요!”
“오빠, 엎드려!”
이오가 건넨 섬광탄을 린이 있는 힘껏 던졌다.
쾅!
눈부신 섬광에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능력자들.
시간이 벌렸다.
연이어 던져진 연막탄이 시야를 덮는다.
세뇌능력이 적을 포착할 수 없지만.
동시에 적도 그녀를 포착할 수 없다.
“이쪽이다!! 내쪽을 향해 공격을 날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연막 속에서 캔슬능력자가 소리쳤다.
“!!”
자신이 능력에 공격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뇌술사를 같이 공격당하게 만든다.
연막 너머로 날아든 공격이 등판에 연달아 꽂혔다.
울컥.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핏물이 올라온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휘청거리는 걸음을 더욱 세차게 내딛으며, 억지로 버텨 섰다.
후방에서 날아드는 능력 셋을 직감적으로 감지하며 이미 총에 맞은 오른팔로 받아냈다.
“어째서냐. 왜 쓰러지지 않는 것이냐!!”
타격의 흔들림까지 담아내어 몸을 회전하며 왼팔로 검을 뽑았다.
번뜩이는 검광.
지척에 둔 캔슬능력자.
배후에서의 공격을 무시하고 정면에서 날아드는 공격만 검으로 받아치며 달려든다.
이 간격은 완벽하게 그녀의 간격이다.
수많은 능력을 등 뒤로 두고 달려드는 최후의 돌격에 캔슬능력자의 눈이 번뜩였다.
촤아악!
절단된 팔과 함께 지면을 구르는 권총.
배후에서 날아드는 능력자들의 공격은 캔슬되었지만 캔슬능력자의 코앞에서 해응응이 휘두르는 검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어떤 능력의 보조도 없이 순수하게 그녀의 실력만으로 휘두른 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한 운동능력에, 그만한 검술이… 세뇌로 얻은 힘이 아니었다니.”
능력의 폭주까지 발동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휘두른 검은 순수하게 노력으로 쌓아올린 힘이라니. 캔슬능력자의 얼굴에 허망함이 드리웠다.
‘업보를 받아들이려는 자, 자신의 죽음도 각오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자신만은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 했던 욕심이 결정지은 당신의 패배에요.’
[캔슬능력자의 수급을 베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