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2)
〈 502화 〉 502 진엔딩
* * *
1.
캔슬능력자를 해치우고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 해응응.
그녀의 뒤로 연막 속에서 능력자들의 능력이 연달아 폭주했다.
“이젠 틀렸어.”
“아무도 세뇌술사를 막을 수 없어.”
“우린 다 죽을 거야!”
빗발치는 능력.
피아의 구분도 없이 겁에 질려 전력으로 능력을 발산하는 적들.
그 마지막 저항을 돌아보며 해응응은 연막탄의 연기가 걷히는 족족 세뇌를 걸어 폭주하는 적의 힘을 벌려 적들을 모두 소탕했다.
“오라버니!”
“히로시 오빠!”
엔딩이 코앞인데….
정말 다 왔는데…….
아쉬움과 함께 해응응의 눈이 닫혔다.
2.
“오니쨩! 아사다요!”
그런 그녀의 귓가에 다시금 들리는 목소리.
커튼 너머로 비치는 햇살.
다리를 붙잡고 흔드는 자그마한 손길.
‘처음으로 돌아온 건가요.’
허망함을 느끼기도 잠시.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있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림인인 그녀는 그 이유를 금방 눈치 챘다.
능력이 없다.
기가 조금도 투영되지 않는다.
‘1회차에서도 시작하는 순간에는 능력이 발동되지 않았던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유 키!! 깨우라고 보낸 사람이 같이 잠들면 어쩌자는 거야!!”
“으갸갹, 작은언니~ 귀아파~~”
“아프라고 잡은 거거든? 그리고… 그쪽도. 얼른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한다고. 언니가 기껏 고생해서 만든 아침을 식게 만들 셈이야?”
린의 닦달에 정신없이 끌려나와 거실로 내려오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어서 오세요. 오늘 아침은 기합을 넣어서 만든 동파육이에요. 겉만 익힌 통삼겹에 야채를 넣고 푹 삶고 소스와 함께 졸였어요. 맛있겠죠?”
“와아아!”
“쓰읍.. 역시 언니는 요리사를 해야 해. 아카데미 다닐 필요 없다니깐?”
“오라버니도 얼른 와서 앉아요. 오늘은 다 함께 아카데미에 등교하는 날이잖아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이어지는 일상.
아카데미에 등교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일가족 동시등교야? 깨가 떨어지네. 그러다 결혼까지 하겠어, 아주.”
“마리도 질투가 나요~. 히로시군이랑 같이 살면 이오언니의 근사한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을 텐데!”
학교에 등교하자 양옆에 붙어 조잘조잘 수다를 떨며 웃는 소꿉친구 이신아와 유학생 마리.
“히로시군. 당신은 학생회에 어울리는 재목이에요. 오늘이야말로 당신을 학생회에 넣겠어요!”
“그건 곤란해요, 아샤양! 히로시군은 선생님만의 우등생으로 남아주면 좋겠는걸요.”
시간이 빌 때마다 종종 찾아와서 실컷 떠드는 학생회장 아샤와 담임선생님 치에.
모두와 재회하며, 모두가 평범한 학창생활을 즐긴다.
이곳에는 3년 전의 사건도 없다.
죄를 범하고 무마하던 학생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리는 질투심이 많을 뿐, 따돌림의 시초가 아니다.
아샤의 프리스톤 가문도 능력자를 이용해 마력재해를 일으킨 범죄기업이 아니었다.
능력자들이 다니던 아카데미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니는 사립아카데미가 되었다.
해응응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평화.
이런 세계.
누군가가 꿈에서나 그려왔을 가 아닌가, 하고.
‘유키. 당신이 능력증폭기를 사용했군요.’
세상의 더러운 면만을 모조리 덜어낸 선량한 세계.
그것은 유키의 순수함과 다르지 않았다.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을 만들고.
서로를 지켜줄 이오와 린을 만들고.
그 뒤에는 안식을 허락할 상냥한 세계를 만든다.
유키의 능력 .
그것이 증폭되어 만들어진 .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지난 전투를, 지금까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방과 후 시청각실.
히로시의 컴퓨터 좌석에 앉아 비밀폴더를 열어도 메모리얼 앨범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을을 순찰하는 경찰들.
그들은 허수아비가 아니었고,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유키. 이것이 당신이 바라던 세계였나요?’
2회차가 아니다.
여기는 아직 1회차의 연장선상이다.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가 여기에 있다.
아마도, 바란다면 평생 계속될 수 있는.
해피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
그러나, 단 한 사람이 이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해응응.
그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거짓된 세계임을.
현실을 정교하게 모방했을 뿐인 세계단위의 거대한 모형정원임을.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거울에 비친 히로시가 말을 걸었다.
저것이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진짜 히로시’.
세뇌술사의 본모습임은 명백했다.
“이곳은 평화롭다. 여동생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행복을 너라면 함께 누릴 수 있지.”
“이것을 내가 얼마나 바랬는지 너는 꿈에도 모를 거다. 오랜 시간, 정말로 오랜 시간 세계에 자신의 기억을 증폭시켜 각인시키고 되돌렸다.”
“시작의 그날로. 4월 15일로.”
“그럼에도 도달할 수 없었다.”
“자신의 비겁함을 용서할 수 없어서, 자신의 나약함을 이겨내지 못해서, 여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유키를 돌보지 않고 혼자 행복해지려 해서.”
“수많은 이유로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렸다.”
히로시는 말했다.
자신의 실패로 얼룩진 역사를.
그것은 수많은 ‘회차’로 이루어진, 마치 플레이어를 닮은 공략을 상기시켰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그녀가 그와 같을 수는 없지만.
잠깐이지만 안식을 얻었다.
이런 세계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그럴 수 없었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인 수많은 이들을.
자신을 위해 죽은 수많은 이들을.
자신이 함께 하지 못한 소중한 여동생들을.
현실의 그들을 전부 버려두고.
이런 영문 모를 세계에서 자신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것이 히로시가 말한 혼자만의 행복과 무엇이 다른가.
그가 겪은 실패와 무엇이 다른가.
“다르다. 이것은 유키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세계. 비록 만들어진 세계일지라도 이곳의 모두는 현실의 인물을 거울로 비친 것처럼 닮았으니까.”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여동생들과 행복하게 살아남는 최후라고 할 수 있다.”
히로시는 말했다.
“만족해라. 이것이 네가 쟁취해낸 승리다.”
“행복이며, 그리고 일상이다.”
해응응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주어진 행복 따위.
이걸로 만족하고 눈을 감으라는 선택 따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고.
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이 여동생들의 소망을 저버리는 일이라도?”
거울 속 히로시의 물음.
해응응은 수첩을 들어 답했다.
[저는 세뇌술사.]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능력자에요.]설령 소중한 가족의 염원이라도 들어주지 않는 이기적인 욕심쟁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욕망 따위, 얼마든지 무시하고 비틀어버릴 수 있다.
유키가 능력증폭기를 이용해 만들어준 모형정원의 세계를, 오직 한 명의 오빠를 위해 만들어준 상냥한 세계를, 그 존재의의마저 부정한다.
“수많은 무의식이 내 자리를 대신했지만, 역시 넌 특별하군. 어느 때보다도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나를 닮았어.”
“실은 누구보다도 나약한 주제에 강한 척 하는 모습도. 약해지고 싶으면서도 모질게 마음을 먹는 것도.”
“바보처럼 고집을 부리고 미련하게 힘든 길을 걸어나가는 것도 세상에 둘도 없을 멍청이야.”
그것은 매도도, 비난도 아니었다.
그저 진심이었다.
“그런 너니까, 맡기겠어.”
거울 속 히로시의 눈이 빛났다.
세뇌발동의 전조였다.
“거짓 된 인격은 이상세계 속에 가두고 떠날 작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남겠어.”
수많은 회차의 반복.
플레이어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계속되었을 히로시의 플레이.
그것의 끝이 지금 이 자리에서 맺어졌다.
“너는 이 너머, 현실세계를 되찾도록 해.”
하나의 몸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통로.
의식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선.
거울의 경계면 안에서 히로시가 명령했다.
“영원한 거짓의 행복은 나의 것. 짧고 고된 진실은 너의 것. 이제부터는 네가 ‘히로시’다.”
거울 밖으로 나온 히로시가 그녀의 몸을 거울 속에 밀어 넣었다.
수면 속처럼 일렁거리는 거울 저편의 광경이 점차 멀어졌다.
이상세계에 플레이어를 봉인하고 자신이 진실된 세계에서 의식을 되찾을 수도 있었건만, 히로시는 스스로 그럴 기회를 넘겨주었다.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여정을.
여동생의 행복을 위한 그녀의 노력을.
‘정말 당신다운 최후군요.’
작별인사는 필요없다.
서로 그것을 바라니까.
3.
급부상하는 의식.
온 몸으로 전해지는 고통.
그런 고통 속이기에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눈을 뜨는 해응응.
능력증폭기 앞에 쓰러진 그를 이오가 무릎베개를 하고, 린이 곁을 지키며, 유키가 품에 안겨있다.
“정말 이걸로 된 걸까?”
“적어도 오라버니는 행복하겠죠. 유키도 그것을 바라고 있고요.”
씁쓸하게 대화를 나누던 이오와 린.
두 사람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는 깜짝 놀랐다.
“오라버니?”
“히로시? 너, 어떻게…….”
수첩과 펜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품을 뒤져도 보이지 않는 필기도구에 손가락을 들어 피를 잉크삼아 적셨다.
[다녀왔어요.]삐뚤삐뚤 피로 적는 글씨.
이오와 린이 울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오라버니.”
“바보. 왜 돌아온 거야?”
두 사람의 너머.
복부에 고개를 묻고 있던 유키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어라 말해야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멈칫멈칫.
주저주저.
입을 열고도 말하지 못하고.
손을 뻗고도 붙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인 끝에, 유키가 고른 것은 언제나의 인사.
“오니쨩! 아사다요…!”
쌓아온 인연이 있기에 비로소 생기는 감정의 깊이.
세 사람을 안아주며 생각했다.
역시, 나한테는 이쪽이 이상적인 세계라고.
[축하드립니다.]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를 클리어했습니다.] [진엔딩 02. 이상적인 세계현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