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4)
〈 504화 〉 504 세뇌피해자
* * *
1.
해남파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복아카를 통해 세뇌술사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하나를 지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님이 세간에 막 드러난 직후였다.
이런 타이밍에 터진 세뇌술사 소동은 신입비서들과 비서실장 우지우를 패닉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세뇌술사가 저희 기업체의 부하직원에게 세뇌를 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저흰 저희도 모르게 언제 어디서 세뇌를 당할지 몰라요!”
“사실 우린 이미 전부 세뇌에 걸렸던 건 아닐까? 내가 어제 가챠게임에 30만원을 박은 것도 설마?”
“그건 그냥 네가 도박중독인 거잖아.”
이소혜의 팩트에 우지우가 더욱 충격받은 얼굴로 머리를 쥐어 싸매며 괴로워했다.
“만일 내가 가챠에 폭사하고도 계속 10연차를 지른 것이 세뇌에 걸린 탓이 아니라면? 정말로 내 뇌가 도박에 중독되었을 뿐이라면? 나 이제 어떡해?”
“그런 쓰레기 같은 게임부터 스크린폰에서 지워, 이 얼간아!”
우지우의 호들갑과 달리 해응응은 그리 엄청나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언니는 무섭지도 않아요?”
[한 번 세뇌술사가 되어봐서 알아요. [세뇌는 편리하지만 발각되면 수습하기 어려운 능력이죠.] [반대로 처음 눈치 채기까지 과정이 어렵지, 일단 그 사실을 안 이상은 마냥 겁에 질릴 이유가 없어요.]사실 남들은 몰라도 해응응은 또 한 명의 세뇌능력자를 경험한 적이 있다.
대명제국의 황제.
무림비망록에서 그녀의 손으로 해치운 원수 중에 한 명이다.
세뇌각인????.
몸과 마음을 구속하는 특별한 각인을 정신에 새긴다.
오랜 시간 길을 들이면 마음의 심리적 저항선에는 점점 여유가 생긴다.
기존에 생긴 각인에 슬슬 여유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각인을 추가할 수도 있고, 기존의 각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
황제의 세뇌능력은 현대각성자의 등급체계로 치자면 기껏해야 C급.
아직 미숙하여 제약도 많지만, 황궁 안에서 그를 거스르려 하는 사람은 초고수급 실력자들을 제외하면 하나도 없었다.
모두 오랜 시간 세뇌각인에 당해 몸과 마음을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황제식 세뇌와 히로시식 세뇌. 둘은 달라요.’
황제는 하나하나 공 들여 관리한다.
수가공에 가깝다.
히로시는 다수를 편리하게 지배한다.
기계가공에 가깝다.
이번에 등장한 세뇌술사는 어떨까.
해응응은 전자에 가까우리라 생각했다.
‘그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도 해남파 본당이 아닌 제 눈이 닿지 않는 관심 밖의 해남코퍼레이션에 수작을 부렸다는 것은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상대는 그녀를 경계하고 있다.
무림인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그저 능력 뿐.
그런데도 상대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이런 기분이었겠군요. 황제가 수족에 들어온 초고수에게 섣불리 세뇌각인을 펼치지 못한 심정이.’
가지면 최강의 칼이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 시도하여 실패하면 자신이 죽는다.
자신의 약함을 알기에 고수는 건들 수 없다.
대명제국의 황제조차도 그랬다.
현대의 각성자 따위는 말할 것도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황제조차 그럴진대 일개 각성자가 무슨 용기로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지를까.
그 결과가 해남파가 아닌 해남코퍼레이션.
자신의 주변에 어중간하게 숨어 지낸 모습이다.
‘얼마나 참을 생각이었을까요.’
5년? 10년?
확실한 것은 아주 긴 시간이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녀의 시선이 닿지 못한 모든 곳에 세뇌술사의 힘이 닿을 때까지.
그 거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언젠가 감히 그녀에게도 마수를 드러낼 때까지.
그러나 운이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녀가 우연한 계기로 2년 만에 플레이하게 된 게임이 이복아카였고, 그곳에는 히로시라는 세뇌술사가 있었다.
‘꼬리 덕분일까요?’
구미의 꼬리.
아홉 개의 꼬리 중에는 길운과 액운을 점지하는 꼬리도 있다.
스스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 들지 않아도 좋은 운이 따르고 나쁜 운이 비껴나간다.
무의식중인 선호의 편중에도 운이 따랐다면 이 또한 운의 결과라고 부를 수 있다.
“역시 길드장님. 세뇌능력자의 존재에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시다니.”
“언니는 히로시도 이긴 실력자라고요. 세뇌능력자가 아무리 강해도 히로시보다 더 강할 리도 없고, 무조건 낙승일 걸요?”
[낙관하긴 이르지만 아영이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요.]우선은 조사부터 시작이다.
[세뇌에 걸렸다던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그게… 일이 크게 벌어졌는지라 일단은 영상자료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우지우가 USB 하나를 꺼냈다.
그걸 본 주아영이 냅다 우지우의 손을 쳐냈다.
티잉!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구는 USB.
모두가 USB를 내려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주아영을 다시 쳐다봤다.
“아니, 뭐하세요?”
“솔직히 말해요. 우지우아저씨, 세뇌 걸려서 USB에 이상한 세뇌영상 담아온 거 아니죠?”
“아니거든요? 제가 가져온 건 어디까지나 현장상황을 담은 영상이란 말입니다.”
우지우야 억울했지만 막상 말하고보니 본인도 찝찝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세뇌에 걸린 건 아닐까?
정말로 세뇌영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똑같이 세뇌에 빠뜨리려고 영상을 공유하는 거라면 어쩌지?
저걸 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 길드장님이 USB 줍는데?
“기, 길드장님! 그거 보시면 큰일이 날 것도 같고 안 날 것도 같고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찝찝한데요!”
“저거 봐요, 언니. 가져온 본인도 못 미더워하는데 굳이 그걸 봐야겠어요?”
해응응은 코웃음을 치며 꼬리 하나를 슬쩍 들어 우지우의 머리를 툭 밀었다.
[애초에 영상세뇌가 가능했으면 좀 더 빨리 본색을 드러냈겠죠.] [히로시가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세뇌에 당했을 거고요.]“역시 대 세뇌술사 색출전 전문가답게 날카로운 관찰력이었어요, 언니!”
USB를 적당한 기기에 꽂아 틀자 불이 꺼진 컴컴한 사무실이 나타났다.
“어? 뭐야? 정전인가?”
“아씨, 파일 날아갔어!”
“그러게 Ctrl+s를 주기적으로 눌렀어야지.”
푸념하는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들 사이로 한 사원이 문 손잡이를 돌렸다.
덜컥.
닫힌 문 옆에서 다른 사원들이 말했다.
“하사원. 그거 안 열려. 우리 잠금장치도 전부 디지털로 돌아가잖아. 우리 소경석 최고경영자님이 오죽 사업수완이 뛰어나야지.”
“점심 공쳤네. 탕비실도 못 들어가고. 구출될 때까지 불 꺼진 사무실에서 죽치고 있어야되나?”
“누가 스크린폰으로 라이트 앱 좀 켜봐요. 어슴푸레하게들 있지 말고.”
덜컥덜컥덜컥.
“하사원 저것도 참 고집 심하네.”
“근데 어떻게 점심시간 딱 되자마자 사고가 터지냐 진짜?”
“그러게 말이야. 하사원 저것도 엥간히 빡쳤나보다. 점심시간만 되면 칼같이 먹고 출퇴근시간도 칼같이 지키는 양반이잖아.”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아니 미친. 저 새끼 왜 저래?”
“하사원. 거 적당히 하라는 말 안들려?”
“이 새끼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점심… 뭐? 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
“야, 야. 저 새끼 누가 좀 말려봐라. 저러다 문 손잡이 떨어지고 정전 끝나도 못 나가겠다.”
“하사원, 성주임님 말 들어. 일단 진정하고”
억지로 문손잡이를 붙잡고 덜컥덜컥 흔드는 하사원의 손을 붙잡아 떼어놓는 동료사원들.
뒤에 선 여직원이 활짝 펼친 스크린폰으로 하얀 플래시를 쏘아내자 동료들의 손에 붙잡힌 하사원의 모습이 사내 CCTV에도 드러났다.
“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점심나가서먹어야하는데!!!!!”
“우와아악!!”
“이 자식,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자신을 붙잡은 동기들을 파티션에 등을 들이받으며 떨쳐내고, 손으로 잡아뜯어 팔을 꺾어 집어던지고, 박치기를 하며 자빠뜨린 하사원.
피가 철철 흐르는 이마로 빛이 비치는 스크린폰을 돌아본 그가 입에서 침을 뚝뚝 흘렸다.
“아. 이제 나가서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비명을 지르는 여사원.
피가 튀는 벽.
허공을 비친 채로 멈춰선 빛과 어둠 속에서 들리는 비명과 절규.
이어지는 끔찍한 광경에 해응응이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와씨. 점심 나가서 못 먹었다고 사람이 저렇게 미쳐버릴 수가 있네. 앞으로 점심 나가서 못 먹겠다는 채팅 보면 이거 생각나서 섬뜩하겠다.”
옆에서 같이 CCTV 영상을 보던 이소혜가 그리 중얼거렸다.
[원래 CCTV가 음성녹음도 되나요?]“2035년까지는 음성녹음이 불법이었는데 능력자 범죄가 워낙 성횡하다보니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능력발현의 전조를 소리로 알 수도 있거든요.”
“라고 합니다.”
비서의 말에 수저만 얹는 우지우.
그의 얄미운 대답에 해응응은 꼬리를 들어 또 한 번 우지우를 툭 밀어 털썩 넘어뜨렸다.
하는 거 없이 얄미운 사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세뇌가 확실하네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저렇게까지 미치진 않겠죠.] [저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아쉽게도 저항하는 사원들의 반격에 당해 죽었다고 합니다. 추가적인 세뇌피해자를 발견하려면 저희 쪽에서 수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합니다.”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서 그리 말하는 우지우.
해응응은 세 번째는 당하지 않겠다며 양 팔로 안면을 가드하는 우지우의 발목을 꼬리로 감아 휙 당겨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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