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5)
〈 505화 〉 505 물어본 내가 나빴어
* * *
1.
해남코퍼레이션은 아직 계열사 분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립된 지 이제 막 3년이 되기도 했고 해응응의 무력이 워낙 고강하기도 해서 재벌해체를 빌미로 정부가 압력을 넣을 수 없었다.
계열분리명령제가 허울뿐인 이름으로 전락한 사이, 해남코퍼레이션은 업력 3년차에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길드에 사원수는 10만 명을 넘겼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사기기는 하네. 세뇌술사 같은 수상한 사람이 꼬일 만도 해.”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아무리 십대길드가 박살나고 관련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긴 했어도 이게 평범한 일은 아니지.”
문제는 이 엄청난 수의 사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세뇌에 걸린 사람들을 찾느냐는 것이다.
“일단 무작위로 검증을 하는 게 어때?”
[검증방법은요?]“점심 나가서 못 먹게 가두면 어때?”
세뇌에 걸렸던 직원은 점심시간이 되면 나가서 점심을 먹는다, 라는 원칙을 지니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정말로 식사를 하는지, 아니면 그 시간에 누군가에게 기밀정보를 전달하는지, 세뇌술사를 만나 세뇌를 보강 받는지.
상세한 일까지는 알 겨를이 없지만 한 번 조사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고지식한 사람들을 모아보면 어떻겠습니까?”
우지우도 의견을 보탰다.
“시간계산이 칼 같고 정해진 일정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꽉 막힌 인간들이 세뇌에 걸린 성격하고 비슷해 보이니까 적발할 확률이 높을지도 모릅니다.”
[괜찮네요. 호출사유는 적당히 붙여주세요.]“어어, 제가요?”
[내원각주 겸 비서실장이잖아요.] [지우씨 정도면 이런 일 정도는 맡길 수 있죠.]“길드장님…! 그 믿음, 꼭 보답하겠습니다!”
이소혜는 신이 나서 달려나가는 우지우의 뒷모습을 불안한 눈으로 응시했다.
“쟤 또 사고 칠 것 같지 않아?”
[사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말도 있죠.] [지우씨도 요즘은 수련도 성실하게 하고 사람이 많이 달라졌어요.]하루아침에 여자가 된 남자도 있지만요.
아무리 괄목상대라도 우지우에게 그런 극적인 변화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애초에 우지우의 여자가 된 모습 따위를 봐서 무얼 하는가.
그저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을 본다면 저 덜렁이도 앞으로는 사람 구실은 하고 살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게 될 뿐이다.
“이게 정말입니까? 제가 부서 내에서 가장 인사평가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요?”
“실장님, 무슨 소리를 들으셨는지는 몰라도 이건 모함입니다!”
“곧 있으면 점심 나가서 먹어야 하는데 동료평가에서 인성점수가 1점이라서 추가검사를 실시해야 하다니요. 점심부터 나가서 먹은 뒤에 하면 안 됩니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충격받고, 사색이 되어 인솔자에게 애원하고, 곧 얼굴이 터질 것처럼 벌게진 얼굴로 점심타령을 하고.
시작부터 개판이 나버린 대기실 상황에 CCTV로 지켜보고 있던 상황실에는 한숨만 쏟아졌다.
“뭐? 사람이 달라져?”
[…제가 우지우씨를 너무 과대평가 한 걸까요.]“댁의 인사평가에는 무술수련 가산점이 너무 크다니깐. 수련만 한다고 사람이 달라지겠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나일 때도 딱히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슬슬 시작이야.”
세뇌에 걸린 사람을 찾는 절차는 간단하게 짰다.
의심되는 사람을 우지우를 시켜 같은 공간에 모아놓고 점심시간 대에 밀실에 가두어 또 다시 난동을 부리기를 유도한다.
평범하게 밥을 먹고 싶었던 사람도 점심시간을 박탈당해서 난동을 부리는 거 아닌가 우려가 될 수도 있지만, 세뇌에 걸린 사람의 난동은 차원이 다르다.
사람을 보고 군침을 흘린다니.
아무리 점심에 눈이 뒤집혀도 그런 해괴한 짓을 벌일 사람은 정상인이 아니다.
‘애초에 그 정도면 당장 회사에서 잘라야죠.’
본색을 드러내면 밀실 내에 수면가스를 살포하고 전부 잠재운다.
잠든 세뇌피해자들을 묶어두고 치료를 하면 끝!
덜컥덜컥덜컥
탕탕탕
문손잡이를 흔들고 창문에 머리를 박고 벌써 난리가 벌어졌다.
“13번, 정상입니다.”
“17번, 세뇌피해자입니다.”
“22번, 핸드백에서 초코파이가 나왔는데요?”
“누구야? 22번 식품반입검사 대충 한 놈.”
“오, 저런. 미친놈들이 초코바이 부스럭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 하고 있어? 전부 달려들잖아. 2번룸 실험 중지하고 수면가스 당장 살포해!”
시작은 미흡했어도 뒷수습은 나름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애초에 일을 벌이지 않으면 되지 않았나 싶지만, 제 손으로 친 사고를 제 손으로 수습할 줄 알기라도 하는 것이 어딘가.
우지우는 검증결과를 보고했다.
“후보자 50인 다섯 팀 중 한 팀은 반입검사에 착오가 있어 검증에 실패했습니다. 대신, 나머지 네 팀에서는 도합 22명의 세뇌피해자가 검출됐습니다.”
[비율이 높네요.]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많이.]제대로 된 검증은 10명 당 1팀으로 4개 팀에 실시했으며 그중 과반수가 세뇌피해자였다.
“하루 이틀 세뇌를 한 것이 아닌가봅니다. 진짜 좆 된거 같은데요?”
“우지우. 말.”
“이크. 죄송합니다.”
“너 발언 10분 금지.”
이소혜가 우지우를 흘겨보다가 습관처럼 채팅금지를 먹였다.
지퍼로 입 잠그는 시늉을 하는 그가 어지간히도 얄미웠는지 째려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일단 치료가 가능한지부터 확인해보죠.]“관련 능력자를 수배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한 명은 제가 실험해볼게요.]해응응은 잠든 세뇌능력자의 굳게 닫힌 눈을 손으로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내면을 비트는 세뇌기술에는 당연히 세뇌를 해제하는 해주기술도 존재한다.
‘꼭 가시 뽑기 놀이 같네요.’
컴퓨터도 캡슐도 없는 미개한 무림에서는 별 해괴한 놀이가 다 존재했다.
그중에는 커다란 실타래에 기다란 장침을 잔뜩 꽂고 한 사람씩 5초마다 가시를 하나 뽑는 가시 뽑기 놀이도 있었다.
장침의 주인은 약방의 허 노야.
신선처럼 수염을 길게 기르는 보통의 노인들과 달리, 말끔하게 턱수염을 깎은 단정한 어르신이었다.
이 개후레잡놈들이 감히 소독까지 끝낸 장침을 어지럽혔겠다? 잡히면 네놈들이 쓴 장침을 그 몸뚱이에 모조리 꽂아 넣어주마!
으아앙! 살려주세요!
으, 응응아. 너라도 먼저 도망쳐!
구 해남파에서 쌓였던 짧은 추억.
다 큰 사형들이 이 악물고 달리며 도망치는 광경이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랬지.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그때 허 노야에게 사형들의 장난질을 이른 것은 자신이었지만, 조금은 그때의 놀이를 즐겼던 자신도 있다.
폭신한 실타래에 기다란 장침을 쑤욱 쑤셔넣을 때의 쾌감이란.
속이 적당히 익어서 손가락을 넣으면 쑥 들어가는 무화과나 부드러운 홍시를 다루는 것만 같았다.
‘물론 느낌이 비슷할 뿐이지, 그때처럼 실수를 하면 큰일이 나지만요.’
지금 그녀가 다루는 것은 사람의 뇌.
무화과나 연시를 손가락으로 거칠게 헤집던 것처럼 다루었다간 백치가 된다.
실에 쑤셔 넣은 장침을 마구 잡아당기던 것처럼 거칠게 굴면 신경을 잘못 건드려 반신불수나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정교한 작업.
뇌에 파고든 탁기를 정교하게 뽑아 제거하는 작업을 이다경(30분)간 실행한 끝에 겨우 한 시름 덜었다.
[깨워주세요.]세뇌가 풀린 직원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우지우의 부하비서들이 다가와서 질문지에 적힌 질문을 하나씩 했다.
“점심을 나가서 먹고 싶습니까?”
“네? 배가 고프긴 고픈데요.”
“문고리를 부숴서라도 나가고 싶습니까?”
“무슨 질문이 이래요? 이거 뭐하는 겁니까?”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결국 모든 질문에 답한 직원.
검증결과,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폭력적인 성향이 사라졌습니다. 점심에 대한 집착은 남아있지만 평범한 사람의 식탐 수준입니다.”
[주변인 조사를 실시하세요. 어떤 경위로 누구에게 세뇌를 당했는지 알아내야 해요.]후속조사를 실시하는 사이, 이소혜가 물었다.
“어때? 전부 해제 가능하겠어?”
[혼자서는 무리에요.]한 번도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작업으로 1인당 30분이 걸린다.
하루에 10건을 해결해도 300분.
무려 5시간이나 된다.
‘세뇌를 거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만일 30분보다 안쪽이라면… 제가 세뇌를 거는 속도보다 세뇌에 걸리는 속도가 더 빠를 거예요.’
개개인의 해주는 오히려 이쪽이 세뇌술사를 눈치 챘다는 힌트를 주는 행동밖에 되지 않는다.
“길드장님. 세뇌피해자 한 명이 깨어났습니다. 약물내성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일단 바로 만나보죠.]해제를 하지 않고도 세뇌피해자들을 설득해서 돌발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면. 상황은 이쪽에게 조금 더 유리해진다.
[당신은 이미 세뇌에 당했어요.] [해제를 원하나요?]“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죽으면 세뇌는 걸리지 않는걸요.”
뭘까, 이 반응은.
“자 보세요. 이렇게 빌딩에서 뛰어내리면 죽는데 세뇌 같은 거 걸릴 리가 없잖아요.”
급발진이란 무섭다.
갑자기 자동차가 지 혼자 벽을 향해 돌진하거나, 멀쩡하게 대화하던 상대가 면전에서 욕을 박거나, 비급서를 팔던 잡상인이 표지사기가 걸리자마자 고객님 맞을래요를 외친다거나.
세뇌에 걸렸다는 사실을 조곤조곤 알려주자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직원은 더욱 그렇다.
빌딩 안으로 도로 끌어당기자 이번에는 펜을 잡고 자기 얼굴을 찍으려고 하기에 수혈을 짚었다.
다시 잠든 직원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거 진짜 큰일이구나.
세뇌에 당했다는 사실이 들키자마자 이 난리라니.
정해진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면 급발진을 하고, 세뇌사실이 들켜도 급발진을 한다.
세뇌피해자 개개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세뇌술사 본인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느껴졌다.
“히로시를 직접 상대해본 건 너잖아. 뭔가 떠오르는 방법은 없어?”
방법. 방법이라.
[일단 몇 명 죽이고 보면]“그만. 더 안 말해도 돼. 물어본 내가 나빴어.”
이소혜가 이마에 손을 얹으며 꼭 우지우를 보는 눈으로 해응응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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