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7)
〈 507화 〉 507 검문대
* * *
1.
사내 단합대회 준비 2일차.
10만 명에 달하는 직원 모두가 참가하는 이벤트에서 10만명을 하나씩 뒤지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세뇌술사를 찾는 난이도가 지나치게 올라간다.
해응응과 우지우는 좀 더 효율을 높일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방안을 떠올리지 못했다.
‘베스트는 세뇌술사가 우승을 목표로 도전하는 사이에 그의 정체를 식별하고 그가 들어간 캡슐을 급습, 밖으로 나오자마자 체포하는 것이에요.’
이 경우, 세뇌술사는 확실하게 제압된다.
원한다면 목숨도 바로 뺏어갈 수 있다.
‘반대로 세뇌술사가 대회 도중 저희의 수작을 눈치 채는 경우에는 두 번 다시 잡을 기회가 없겠죠.’
오만했던 히로시와 달리 세뇌술사는 해남파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꾀했을 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도 상관없다 여기며 복수를 진행하는 인물이 아닌 이상에야 그대로 음지로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맵 제작은 잘 됐나요?]“완벽합니다. 호러존 사설 맵 제작자에 실제 방탈출 대형카페 제작자를 붙여서 난이도 별로 빌딩을 짰는데, 탈출시간도 상당히 깁니다.”
[좋아요. 이번 일로 우지우 씨를 조금 더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하는 칭찬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래서 님 경지 어디?’ ‘검강 씀?’ 하는 눈으로 탐탁찮게 보는 길드장의 칭찬이라면 더욱 감격적일 수밖에 없다.
“전 이만 마무리 작업을 감독하러 가겠습니다!”
밤털처럼 짧게 깎은 머리를 제 손으로 만지는 모습에 해응응은 그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스스로가 대견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리 그래도 제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은 조금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그만 나와도 좋아요.]암막커튼을 내린 실내.
커튼 너머에서 낯선 사람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숨소리를 죽인다고 체내의 기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어려운 일이군. 특히나 다루는 기의 총량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검은 자켓. 깊게 눌러쓴 모자.
가죽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 무취의 체향.
그에 반해 태양처럼 일렁거리는 거대한 기.
구시대의 최강자.
지금은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인물.
십대길드의 전 수장.
조일성이 제 발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기척을 감지하고도 접촉을 허용하고 독대의 자리까지 만들다니. 이런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세뇌술사가 나오는 게임을 했다고 들었다. 이복아카 클리어 이후로 그간 관심도 없던 사내복지에 갑자기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똑똑한 사람은 사소한 일도 간과하지 않는다.
적은 정보로부터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조일성은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찾는 거겠지?”
[뭘 알고 있죠?]“너희가 찾는 인물이 최면술사라는 것.”
최면술.
히로시처럼 당연히 세뇌술사의 짓이겠거니 여겼던 그녀는 생각도 못한 기술이었다.
[각성능력인가요?]“그렇기를 빌어야지. 아니라면 네 ‘무공’처럼 권능에 가까운 힘이 될 테니까.”
[당신들도 당해봤나요?]“십대길드는 눈치 채는 것이 늦었다. 깨달았던 것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뒤였지.”
“작금의 서울 3강이라 불리는 해남파와 흑의종군, 하북팽가도 최면술사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의 전철을 밟게 될 거다.”
때때로 인간은 자신의 실수나 패배를 다른 이에게 투영하기도 한다.
같은 실수나 패배를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든 것을 앗아간 해응응에게 건넬 충고 치고는 지나치게 가치가 높은 정보였다.
[원망스럽지 않나요?]“아니.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초심을 잃고 괴물이 되어버린 우리를 막아준 것은 너뿐이었지. 네가 아니었다면 먼저 떠나갈 동료를 볼 낯도 없었다.”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나라를 자신의 손으로 파멸시키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다.”
[알아요.]“말이라도 고맙군.”
빈말이 아니다.
그녀는 한 차례 혈강시의 각인이 새겨져서 혈교 교주에게 마음을 조종당하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그녀를 파멸시킨 무림맹과 황제에게 복수를 한다는 명목 하에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수라귀녀라는 멸칭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사문의 어르신이 목숨을 걸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영영 각인에서 벗어날 기회는 없었겠죠.’
그때까지의 자신은 스스로가 옳다고 믿었으니까.
암기 대신 품에서 꼬깃꼬깃 접힌 포장지 속 당과를 보기 전까지는.
그때의 쓰라림과 고통이 조일성의 눈에서도 보였다.
“최면술사의 최면에 당한 사람에게 간파사실을 섣불리 드러내었다가는 이미 입력된 에 의해 즉각 자살을 실행하게 된다.”
[이미 겪어봤어요. 일단은 전부 잠재워서 시간을 벌고 있지만요.]“안전장치가 발동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감지할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점심 나가서 먹지 못하게 가두는 방법인가요?]“……?”
아닌가보다.
추측이 빗나갈 때의 민망함에 했던 말을 주워담기라도 하는 것처럼 괜히 갈 곳 잃은 펜과 수첩을 소맷자락 속으로 슬쩍 감췄다.
“정신수용력의 한계를 이용하는 거다.”
“?”
“인간의 정신은 극도의 절망이나 궁지에 몰리면 더 이상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멍한 상태나 무감각한 상태가 되어버리고는 하지.”
“정신력의 한계가 찾아오면 뇌가 더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고통 받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원리는 같다. 정신계 능력도 한도 이상으로 걸리면 새로운 정신마법에 걸리지 않는다. 수용량의 한계를 넘어섰으니까.”
상당히 유용한 지식이었다.
소매 속으로 들어갔던 수첩과 펜이 쏙 굴러나왔다.
[정신력을 대거 소모하는 능력을 걸어서 능력이 발동되지 않는 사람들을 찾으면 되겠군요.]“그렇다. 이 방법이라면 검문대에 통과하는 사람에게 정신능력이 걸리게 만들기만 해도 능력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편리하게 대량으로 찾을 수 있지.”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는 뭘 원하죠?]“최면술사를 넘겨주길 바란다.”
[최면술사를 살려둘 수는 없어요.]“안다. 원한다면 놈의 처형을 입회해도 좋다. 우리 방식으로 놈에게 복수를 하고 싶을 뿐이니까.”
[불가능해요. 그 능력은 위험해서 순간의 방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니까.]히로시의 세뇌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과 눈을 마주친 사람들을 집단자살 시킬 수 있었다.
최면술사도 궁지에 몰려 비슷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 생포는 꿈도 꿔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군. 그럼 놈의 최후를 찍은 영상이라도 보내주었으면 한다.”
[그 정도 부탁이라면야.]“그럼 부탁하지.”
커튼을 들춰 그 너머로 들어간 조일성.
부풀어 오른 커튼자락이 흘러내리자 그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새로운 능력을 습득했군요.’
십대길드의 수장들의 기술을 연마했던 조일성도 강함으로 따지면 화경의 경지에 한 발을 올린 수준이었지만 어쩌면 그 너머로 올라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하찮은 능력들도 모으고 또 모으면 하나의 거대한 무류처럼 흐름을 보이게 만든다.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죠.’
도를 깨달으면 모든 것의 근본은 같다.
무술도 능력도 마찬가지다.
쌓고 또 쌓다보면 능력의 대해 너머로 올라설 깨달음이 찾아오게 된다.
지성으로는 이해해도 단순한 지식이지만.
본능으로 직감하고 몸으로 터득하는 순간, 그것은 초절정과 초인을 넘어선 경지.
인간의 거죽을 재구성하는 환골탈태를 동반하는 조화경의 경지가 된다.
‘기대해보겠어요, 조일성.’
당신은 싸우는 보람이 있는 상대니까요.
2.
조일성이 전한 방법으로 10만 명 내에서 세뇌피해자와 세뇌술사를 추려낼 방안을 확보했다.
대외적으로는 테러 저지를 목적으로 반입금지물품이나 흉기를 감지하기 위해 복수의 검문대를 설치한 것이 바로 그 방안이었다.
소경석은 소심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무술로는 제일가는 해남파에 테러를 저지르거나 반입금지물품을 가져올 정신 나간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건 완전히 예산낭비에 시간낭비입니다.”
“자, 자. 너무 그러지 말고. 길드장님도 네가 일으킨 회사가 걱정되어서 만든 절차잖아.”
50대의 검문대를 10만 명이 이용하면 무려 2천 번을 지나가야 한다.
검문에 10초가 걸려도 드는 시간은 4만 초.
무려 11시간이 넘게 걸린다.
업무지연으로 소경석과 직원들이 불평하는 것도 당연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발군이었다.
삑. 찰칵.
정신수용력 한계법칙에 걸려서 정신능력이 걸리지 않은 통과자들은 즉각 사진이 찍히며 사원증에 기재된 정보가 함께 전산에 기록된다.
최면피해자들을 검문대를 지나게 하는 것만으로 모두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모처럼의 편리한 감지기능에 이능력의 기본단위인 마나를 감지하는 마나감지기 기능까지 추가했으니, 최면술사가 될 수 있는 인물도 추려낼 수 있다.
‘그걸 감안해도 족히 수천 명 이상은 될 테니 단합대회 내내 검증을 계속해야겠지만, 이 정도로 충분히 큰 성과에요.’
대회 개최 하루 전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을 따로 추려내고 그룹별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명목 하에 다른 이들과 분리시킨다.
합숙으로 하루를 따로 보내고 그 뒤에 캡슐 속에 밀어 넣으면 자연스럽게 세뇌피해자들의 난동도 거르고 세뇌술사 조사에도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소경석의 협조까지 구하면 일의 진척은 훨씬 빨라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삑. 찰칵.
소경석이 지나간 검문대에서 셔터가 울리기 전까진.
“방금 셔터가 울리지 않았습니까?”
“겨, 경석이 너.”
“?”
“아, 아니야. 사진빨 잘 받겠다고.”
“뭐지. 벨트 때문인가?”
수동으로 스위치를 끄자 무사히 지나가는 소경석.
얼굴을 펴고 허물없이 우지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가는 그와 달리, 뒤에서 그를 바라보는 우지우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
지금의 해남 코퍼레이션을 일군 장본인이자 CEO인 그마저도 이미 최면에 당해있었다.
해남파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지만 소경석의 절친이었던 우지우로서는 더욱 화가 날 상황이었다.
최면술사는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해남파에 영향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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