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09)
〈 509화 〉 509 제 4의 멤버
* * *
1.
“우성선배님도 얼른 캡슐에 들어가시죠. 이왕 먼길 오셨는데 즐기다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자비’로 길드장을 모실 기회를 얻은 우지우가 괘씸하게 입을 놀렸다.
“그럼 우지우씨는 안 들어갈 생각이었습니까?”
“이번 작전은 비서실에서 주관하고 있기에 비서실장인 저는 캡슐 밖에서 길드장님을 도울 생각입니다.”
“그동안 길드장님은 멀뚱멀뚱 서서 구경만 하고 말입니까? 길드장님을 무료하게 만드는군요.”
이 인간은 현역에서 밀려났으면서 어떻게 예전이랑 존재감이 하나도 다르질 않지?
우지우는 조금 당황했다.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퇴물이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자기만의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허파에 바람도 들어가고, 간도 팅팅 붓고, 그러다가 오만한 발언으로 길드장의 눈총도 사고 말이다.
기대와 달리 말 몇 마디로 의표를 찌르며 남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는 해남엔터의 골칫덩어리 트리오를 겪으면서 더욱 성장하기만 했다.
“제가 비서실장이라면 길드장님을 위해 게임의 특수기능을 이용해서 길드장님이 맵 사이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할 겁니다.”
[☆][!]“길드장님도 눈앞에 별이 번뜩이는 것처럼 기쁘다고 하시는군요. 호러존에서 유령이 맵과 오브젝트를 넘나든다던데 길드장님께 드리면 딱이겠군요.”
우지우는 패배감을 느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올리는 민우성의 한 마디에 길드장은 더욱 좋아한다.
패배감이 들었다.
결국 대타로 기용된 인재는 누군가의 대용품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의 노력이나 성과, 그런 것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단 말인가?
회의가 끝나고 홀로 대기실로 돌아온 우지우.
민우성을 원망하는 마음보다 자신은 왜 저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앞섰다.
가슴에 독이라도 퍼진 것처럼 숨통이 꽉 조여드는 것을 애써 심공을 운기하여 가라앉히던 도중이었다.
“보답 받지 못하는 충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우지우군…. 당신, 참 가여운 사람이군.”
“여긴 해남파 비서들이 이용하는 대기실입니다. 비서들 부르기 전에 얌전히 나가…십…?! 아니, 당신은?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자네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
“설마 당신이 최면술사였어?!”
“자신에게 솔직해져보자고. 우지우군이 길드장과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민우성 저 자를 옆에 두고서?”
“최면술사. 길드장님께 당신을 갖다 바치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정말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나? 자네가 주도했던 그많은 일들을 거친 뒤에도 여전한 길드장의 모습을 보고도? 기껏해야 ‘충실한 대용품’인 주제에?”
움켜쥔 주먹에서 힘이 풀렸다.
힘없이 늘어진 두 팔.
의지가 꺾인 그에게 최면술사가 손을 내밀었다.
“더는 참지 않아도 되네. 자네의 마음도. 숨겨왔던 진심도. 내 손을 잡는다면.”
한 순간 풀어졌던 마음의 빈틈.
손쓸 새도 없이 최면술사의 능력이 우지우의 마음속을 비집고 파고들었다.
2.
대회는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보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참가하는 대회라면 더욱 즐겁다.
해남아이돌즈의 아이돌로서 경연대회에 참석한 경험은 있어도 묵언검객이 주최하는 대회에는 참가한 적이 없었던 김한나.
그녀에게는 이번 사내 단합대회의 참석이 그만큼 뜻 깊게 느껴졌다.
“대회야, 대회! 다들 왜 그리 울상이야? 모처럼 대회에 초대받았는데! 학교축제부터 사내대회까지, 아이돌이 부름 받으면 영광인 자리잖아?”
“한나야우리공포게임한다는얘기는없었잖아그런거좀비해저드에서끝내기로약속했잖아.”
“아하하…. 지수가 또 망가져버렸어.”
“뭐어? 정말 겁쟁이네, 지수는. 귀신같은 게 나와도 지수의 빨리 말하기를 들으면 귀에서 피가 나서 전부 도망치게 될 텐데!”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
물론 차지연은 알고 있다.
시작할 때에 가장 기세 넘치는 한나가 정작 본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멘탈이 갈린다는 것을.
언제나 씩씩한 한나는 멘탈이 가장 강해보이고, 평균적으로 뭐든 잘하는 지수가 그 다음, 마지막으로는 일반인 최고 아웃풋인 지연.
대외적으로 인식되는 멘탈순위는 한나 > 지수 > 지연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좀비해저드가 끝난 이후, 팬들에게 앙게이트 설문조사를 돌린 결과는 지연의 인기떡상!
한나 너무 빨리 지쳐. 춤 좀 그만 춰.
지수 너무 빨리 죽어. 랩 좀 그만 해.
지연 의외로 유능해.
생각지도 못하게 엇갈린 평가.
그렇지만 이번 대회가 이라는 게임의 방탈출 컨셉 사설방에서 열린다는 말에는 걱정이 앞섰다.
방탈출이라.
피지컬 게임이 아니라는 건데.
무공이 요구되지 않는 게임이라는 점은 안심이지만 반대로 머리 쓰는 게임이 될 것 같아 불안해졌다.
“한나야… 이번 대회는 팀별 탈출기록대결이 될 텐데 자신 있는 분야라도 있어?”
“분야? 탈출이면 대충 문 따고 나가면 그만 아니야? 문제없다고? 한나는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서 귀신의 집만 열 번을 돌았으니까!”
“그럼 한나는 탱커네.”
“탱커?”
“무서운 거 담당.”
뭔가 느낌이 싸한데.
한나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지연은 그럴 틈도 주지 않았다.
“지수는 무서운 거도 싫고 빨리 탈출하고 싶지?”
“응.”
“그럼 결정이네. 지수는 문제가 나오면 문제지에만 고개 박고 열심히 수식계산을 하거나 퀴즈를 풀거나 자물쇠를 돌리는 문제풀이담당!”
“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나는 괴기현상을 겪으면 증거를 수집하는 카메라맨 담당을 맡을게.”
좀비해저드 이래로 여러 NPC들의 생사를 책임지는 경험을 하면서 차지연은 그룹멤버들이나 현장스태프, 회사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밖에서 대기실의 대화를 듣던 민우성은 그것을 대견하게 여겼다.
‘길드장의 배려로 시작된 게임이기는 해도 성격적인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룰 줄은 아무도 몰랐지.’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에 쿨럭쿨럭 흙먼지나 토해내던 일반인 이미지의 차지연이 모두의 믿음직스러운 지휘관이 되었다.
한나는 현장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위기대처능력과 부족한 멘탈이 크게 상승했다.
지수도 멘탈이 터지는 선은 여전하지만 회복속도가 상승했고, 다른 두 사람의 성장에 영향을 받아 능력전반이 한두 단계 올랐다.
“안녕하세요. 민대표님이 보내서 왔는데 저도 이번에는 같은 팀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오늘만큼은 제 4의 그룹멤버가 된 것처럼 열심히 할게요.”
“그럼 영아가 딜러야?”
“네?”
“한나가 탱커에 지수가 문제풀이에 지연이가 카메라맨이니까 괴기현상이 우리를 공격할 때 같이 괴기현상을 때릴 딜러도 필요하잖아?”
“아, 아니. 저 무술 안배웠는데요?”
“한나가 가르쳐줄게!”
“속성으로 배운다고 물리력으로 퇴마될만큼 게임 속 괴기현상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노력은 해볼게요.”
“와, 대박. 정말 하려고? 영아 짱이다.”
아산엔터에서 스폰계약을 강요받던 때의 암담한 상황에 비하면 단합대회용 공포게임에 참여해서 괴기현상과 싸우는 것쯤은 별 것도 아니다.
“자, 수다는 그만. 예선전이 곧 시작한다니까 이만 캡슐 속에서 봐요.”
“하~~잇.”
“중계카메라에는 조금만 나왔으면 좋겠어. 멘탈 터져서 랩하고 있을 때 잡히면 민망한걸.”
“아참. 영아씨는 닉네임이 뭐에요?”
“…꼭 말해야해요?”
소영아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소극적으로 굴었다.
“닉네임을 모르면 친구추가로 4인큐로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걸요.”
민우성은 소영아를 세 사람에게 붙여주면서 심각한 어조로 경고했다.
“일단은 전부 해남코퍼레이션 직원들이니만큼 돌발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 쉽게 범죄를 저지르곤 합니다.”
“손을 붙잡거나 껴안으려 드는 것은 예사고 개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해남아이돌즈의 세 사람과 붙어있으십시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한다면 영아양의 이번 단합대회 참여는 권장할 수 없습니다.”
민우성은 자신을 지옥 같던 아산엔터에서 꺼내준 은인이기도 하고 여러 일감을 물어주며 업계에서 싱글가수 겸 모델로 데뷔,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은인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같은 여자연예인끼리 팀이 된다는 것은 심리적인 안도감이 든다.
해남아이돌즈의 세 사람이 좀비해저드 합방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저기에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이유도 이해하고.
스스로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망설여지게 만드는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그냥 대회참여를 포기할까……?’
닉네임 : 도내초절정미소녀소영아
도저히 이런 닉네임을 세 사람에게 알려줄 용기가 나질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