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0)
〈 510화 〉 510 여기서 뭐하세요
* * *
1.
“푸하하핳!”
“너무해요. 절대로 웃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하핳하히힣! 하아아, 너무 웃어서 죽을 것 같아. 약속은 했지만 그 정도로 굉장한 닉네임이 나올줄은 몰랐는걸.”
지수가 등 돌려서 어깨를 떨고 지연이 악물고 웃음을 참는 것과 달리, 한나는 대폭소를 했다.
“그럼 중계팀이 화면에 영아를 잡을 때마다 도내초절정미소녀소영아라고 부르는 거야? 굉장해~!”
“아아악! 바꿀게요. 지금 바로 바꾸면 되잖아요!”
울상을 지으며 캡슐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소영아.
그 뒷모습을 보며 한나가 슬쩍 지수와 지연에게 엄지를 내밀고 윙크를 날렸다.
“어때? 긴장은 풀린 거 같지?”
“너무 웃었어. 미움 받을 거야.”
“애초에 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요.”
“난 내 닉네임이 부끄럽지 않아!”
“…그 배짱만큼 게임 속에서 탱킹을 잘 해줬으면 좋겠네요.”
2.
지연의 불안한 예감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엄마야! 아힝힝. 그림에서 왜 갑자기 사림이 움직이냐고오오. 얘들아 나 못하게써……. 제발 역할 바꿔주면 안 돼? 문제풀이 열심히 할게.”
“응 나도 무서워 절대 안 바꿔 니가 탱커한다고 했어 문제풀이 절대 안 바꿔.”
기다란 복도 저편에 보란 듯이 놓인 열쇠.
신이 난 한나가 달려가자마자 좌우의 벽에 걸린 액자에서 쿵쿵쾅쾅 난리가 났다.
이삭을 줍던 여인이 호미를 들고 액자 표면을 내리찍고, 공을 줍던 아이들이 공을 던진다.
액자 위를 덮은 유리에 금이 가고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리얼하게 울려퍼지는데 한나를 도와 달려들 용기를 보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아악! 한나 살려! 한나 주거욧!! 진짜 주거!!! 딜러어어어어!!!! 우리팀 딜러 어디써!!!!!”
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처절하네
아ㅋㅋ 탱커가 물렸으면 딜러가 딜 넣어야지
“어떡해어떡해!”
발을 동동 구르며 복도 앞에서 창을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소영아.
“빨리 나와요. 거기 있다가 죽으실 것 같아요!”
“딜 넣으라고오오오!!!”
“지금 안 오시면 저희 먼저 가요!”
입구 근처에 세워진 액자 속에서 얼굴에 검댕이를 묻힌 굴뚝청소부가 자신을 꼬나보는 광경에 소영아는 일찌감치 진입을 포기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괴기현상을 촬영하던 차지연도 와 이거는 좀, 소리가 나올 정도의 광경.
처음부터 호러존의 방탈출이 이 정도로 끔찍한 난이도를 지니지는 않았다.
“씨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기권하는 건데. 길드장님한테 속았어!”
한나는 길드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원망스레 소리쳤다.
3.
[3~5인 소규모 모드] [1130번팀 ] [참여자(4인) , , , ] [현재 난이도 3단계(그녀가 없는 카페)게임이 막 시작했을 때.
결국 그 닉네임을 그대로 들고 온 소영아를 보고 한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물었다.
“머야머야? 결국 도내초절정미소녀 타이틀은 포기할 수 없었어?”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닉네임은 1년 내에는 바꿀 수 없다는 알림창이 떠서…….”
“넵, 알겠습니다. 도내초절정미소녀소영아님!”
“아,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최고존엄귀염아이돌김한나쨩?”
“으헤헿. 더 불러줘! 더 칭찬해줘!”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소영아와 달리 김한나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만둬요. 그 바보는 수치심이라는 걸 모르니까. 좀비해저드 하다가도 지 혼자 복근 보여주고 춤추던 영상 봤어요?”
“…봤어요. 그치만 그땐 컨셉인줄 알았죠.”
“그거 아무도 시킨 적 없어요. 지 혼자 한거야.”
소영아는 해남아이돌즈의 팀원들이 한나의 기행을 보며 ‘그래 니 하고 싶은 거 다해’ 같은 표정을 짓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한나는 거기서 그러고 있어. 우리는 카페 갈 거야.”
“힝 같이 가.”
들어오시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간 네 사람.
은은한 조명 아래, 먼지 묵은 테이블과 테이블 위에 얹힌 의자들, 전선이 뽑힌 커피포트 따위가 묘한 감정을 자극했다.
“공포게임보다는 감성게임 같지 않아?”
“그런 말 하면 꼭”
쿵쿵.
카페 2층.
천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뭔 일이 생기더라.”
“…미안. 얌전히 문제나 풀게.”
“이거 봐. 2층으로 가려면 퀴즈를 맞춰야해. 4자리 숫자문제야.”
===
오늘도 내일도 나 홀로 쓸쓸히=5
오늘도 내일도 너 몰래 쓸쓸히=5
오늘도 내일도 그녀 없이 고독히=A
오늘도 내일도 그 홀로 고독히=B
오늘도 내일도 그 이름 불러보네=4
오늘도 내일도, 오늘도 내일도.=4
AABA = ?
===
퀴즈 앞에 모인 일동이 나란히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이 실연했나봐!”
“한나야, 저기 가서 놀고 있을래?”
“힝. 자꾸 나만 가지고 뭐라 그래.”
시무룩해진 한나가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이게 모지?”
“단어랑 숫자 사이에 규칙성이 있을 거야. 그걸 알아내면 답이 나올 텐데.”
나란히 고민하는 그녀들의 눈앞에 불쑥 채팅창이 떠올랐다.
오 대박
ㅎㅇ
ㅋㅋㅋ
“이게 다 뭐야?”
“길드장님이 방송인이잖아. 이번 대회도 중계방송 띄우고 그랬겠지.”
“……예선전은 찍을 팀 너무 많다고 중계방송 안한다고 했는데?”
예지수의 말에 공기의 온도가 10도는 더 내려간 것처럼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설마 싶어 스크린샷 기능을 켠 예지수가 스크린샷 촬영 버튼을 누르자 카메라로 사진 한 장이 드르륵 인출되었다.
[괴기현상 증거물(사진)을 수집했습니다.] [괴기현상 01 보일 리 없는 채팅(환각)]“와.”
“좀 무섭다……?”
“이게 3단계면 윗 단계는 얼마나 무서운 거야?”
예지수와 차지연은 1층에서 의자 두 개를 양팔에 하나씩 끼우고 “두댜댜댜~”를 외치며 달리는 한나를 째려보았다.
1단계는 너무 쉬울 것 같다고 시작부터 고를 수 있는 최고난이도인 3단계를 고른 결과가 이 꼴이다.
“방금 결심했어. 무서운 거 나오면 절대로 한나는 안 도와줄 거야.”
“나도 카메라만 찍을 거야.”
채팅창을 손으로 드래그해서 시야 구석으로 밀어낸 두 사람.
지수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단어 숫자 아닐까? 봐봐.”
오늘도 / 내일도 / 나 / 홀로 / 쓸쓸히 = 5
첫 문장을 짚으며 뿌듯해하는 예지수.
“그건 아닌 것 같아.”
차지연은 곧장 다섯 번째 줄을 짚었다.
오늘도 / 내일도 / 그 / 이름 / 불러보네 = 4
예지수의 규칙대로면 5여야 할 문장이 4였다.
“그러네?”
“진짜 뭘까?”
다시금 갸웃하는 고개.
세기의 난제를 맞이한 것처럼 나란히 고뇌에 빠졌던 차지연이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받침!”
“받침?”
“글자 밑받침의 개수를 봐.”
오‘늘’도 내‘일도’ 나 ‘홀’로 ‘쓸’‘쓸’히 = 5
오‘늘’도 내‘일’도 그 이‘름’ ‘불’러보네 = 4
각 문장의 밑받침 개수가 숫자와 일치했다.
“대박. 지연이 너 이런 것도 풀 줄 알아?”
“헤헤. 운이 좋았지 뭐.”
규칙에 따르면 A와 B에 들어갈 정답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녀 ‘없’이 고‘독’히=A
오‘늘’도 내‘일’도 그 ‘홀’로 고‘독’히=B
“일단은 둘 다 4 4로 보이는데 없의 받침은 비읍이랑 시읏이 동시에 있잖아. 문법상으로 겹받침은 하나로 치지만 방탈출에서는 상식적인 법칙을 파괴하기도 해. 비읍이랑 시읏을 각각 따로 계산할 수도 있어.”
“그럼 A는 5이고 B는 4야?”
“일단은 그렇게 해봐.”
2층으로 올라가는 복도계단의 문에 걸린 자물쇠를 돌려서 AABA에 해당하는 비밀번호를 5545로 입력한 예지수.
찰칵 소리와 함께 딱 맞아 떨어진 자물쇠가 열리자 짜릿한 손맛이 느껴졌다.
마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를 낚아 올린 기분!
“가서 한나랑 영아 데려오자.”
밑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구석에 의자 열댓개를 쌓아놓고 벌벌 떠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뭐해, 거기서?”
“테이블보 밑에! 테이블보 밑에!”
“저 테이블? 이게 뭐.”
“밑에 다리가 없는데 테이블이 떠있어!!”
“오.”
정말이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찰칵 찍는 차지연.
[괴기현상 증거물(사진)을 수집했습니다.] [괴기현상 02 다리 없이 떠있는 테이블]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괴기현상이 숨겨진 방들을 오가면서 더 많은 괴기현상을 수집하고 10개를 채우는 게임.
호러존의 컨셉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 차지연은 공포심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쉬운 게임이다.
좀비해저드에 비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도 않고, 열심히 생각하고 착실히 노력하며 약간의 두려움을 떨쳐내기만 하면 넷이서도 충분히 깰 수 있다.
‘낙승인데?’
2층 복도에서 새로운 퀴즈와 괴기현상 몇 개를 더 풀고 쿵쿵 소리가 들리던 방이 카페와 연결된 주거공간의 안방이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저기가 마지막 방이야. 조금 빡센 경험이 될지도 모르니까 다들 조심해.”
“한나가 의자다리를 뽑아왔다요!”
“조, 좋아요. 딜러인 제가 귀신이 나오거든 이 의자다리로 혼쭐을 내주겠어요!”
찰칵.
열쇠를 꽂아 잠긴 문을 연 네 사람.
그들은 보았다.
이번 3단계 난이도의 호러존.
의 보스급 귀신인 동업자 겸 아내를 잃고 카페의 문을 닫고 자살했던 남자사장을.
쿵. 쿵.
그 남자사장은 사방으로 안방 안의 물건을 로 띄워 올려서 집어던졌다.
개중에는 위험한 날붙이나 맞으면 이마가 찢어질 수도 있는 단단한 물건도 있었다.
하지만 날아드는 물건이 노리는 대상은 그들이 아닌 같은 유령이었다.
“읭?”
“귀신이 둘?”
“길드장님?”
“저, 저분.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님이잖아요.”
보스급 귀신이 던지는 물건을 흐릿한 귀신의 형상으로 를 사용해 피하고는 손바닥을 들어올린 해응응.
그녀가 빡 소리가 나게 귀신의 머리통을 때리자 쿵 소리와 함께 귀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저게 귀신이 맞고 있는 소리였어?”
“진짜 여기서 뭐하세요?”
황당해하는 지수와 지연의 물음에 해응응은 안방에서 주워든 펜으로 사각사각 벽에 글씨를 적었다.
[심심해서 대회방을 돌아다니면서 놀고 있어요.]“네?”
“아…. 그거 참……. 길드장님다우시네요.”
본인이 주최한 대회에서 점핑레빗 필드의 정상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등산을 해버리던 전적을 떠올리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귀신은 왜 때리고 계셨는데요…?”
[인사를 했는데 건방지게 물건을 던지잖아요.]“…….”
그래도 역시 귀신이 불쌍해.
차지연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