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1)
〈 511화 〉 511 유일한 유망주
* * *
1.
대회 초반, 최면술사가 어느 정도 추려질 본선이 되기까지 해응응은 넋 놓고 구경만 하는 신세가 됐다.
‘심심하네요.’
그녀는 무료함을 느꼈다.
상황의 위급함.
적의 강대함.
그런 것들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계획을 실행한 시점에서 최면술사가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림의 강자들이 툭하면 대회를 여는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어제는 막둥이 감투 하나 주기 위한 친선비무대회, 오늘은 칼밥 좀 먹는 애들 주우려는 지역비무대회, 내일은 강성문파들의 잔칫상인 천하제일비무대회.
당시에는 대회개최에는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꼭 해결책이 대회여야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대회를 연 이유를.
삶이 무료했기 때문이다.
강자가 되면 속세의 일에 점점 둔감해진다.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이권.
그런 것들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지역의 패자.
한 문파의 최고고수.
그쯤 되면 어디 가서 앞에서 칼질을 하고 다니는 것도 체면이 상하고, 실력이 아깝게 양학이나 하고 다니는 잔혹한 인물이라는 평판딱지만 붙는다.
복수에 눈이 먼 복수귀 시절에야 그런 평판에 아랑곳하지 않더라도 복수를 끝내고나면 보이는 것은 엉망진창이 된 평판과 양민들의 두려워하는 시선 뿐.
술 한 잔을 즐길 친구도.
문주의 푸념을 들어줄 부하도 없다.
그렇기에 강자는 고독하다.
그렇기에 강자는 대회를 연다.
무림인이 아는 세상과 자신이 이어져있다고 느끼는 방법은 결국 무술뿐이니까.
‘하지만 무술대회만 계속 여는 건 너무 늙은 사람 같아서 싫어요.’
그래서 눈길이 닿은 것이 그녀가 강자로서 군림하는 또 다른 영역, 게임을 접목시킨 대회였다.
만인의 추종을 받으며 정상에 군림하는 천마의 삶.
그것을 누려보고자 스트리머의 길을 걸었지만 어느덧 게임은 그녀의 안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어쩌면 저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반요곡, 채찍 시뮬레이터, 이복아카, 좀비해저드, 검투사키우기, 배틀지뢰찾기, 마스터 오브 캐릭터즈.
수많은 게임을 거치며 다양한 재미를 누렸다.
무언가 하나 까먹은 게임이 있는 것도 같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호러존이라는 게임에 거는 제 기대도 그에 못지않았다는 사실이에요.’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도 이 정도는 아니다.
무림맹주가 무림맹 주최대회에 거는 기대도 이 정도는 아니다.
무림비망록의 천하제일을 겨루는 천하쟁투의 주역 신주이십사강이 서로에게 품던 호승심마저도 넘었다.
‘그렇게나 기대를 했는데 뭐죠, 이건?’
지인이나 같은 부서끼리 팀을 짜고 대회에 참여한 사내 단합대회 참가자들.
“1부터 999까지 자물쇠를 999번 돌리면 하나는 맞겠지!”
“방탈출 카페도 힌트 외치면 힌트 3번은 주는데 인간적으로 우리도 힌트 좀 주면 안 돼요??”
“괴기현상 10번 체험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아직 안쪽 방에 남아있다고? 응 안가~ 진엔딩 안 보고 타임어택 부문 입상 도전할거야~”
게임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저러면 멋이 없는데.
히든엔딩 안 보면 게임 했다고 인정 못하는데.
답답해도 너무 답답하다.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라는 놈들이 대회에 나와서 칼놀이나 하고 뿌듯해하는 얼굴을 볼 때의 살인충동이 느껴진다.
무대 위에 올라가서 칼 뺏고 검은 이렇게 휘두르는 거라고 교육시키고 싶듯이 울화가 치민다.
‘대회를 열 때마다 강호의 노고수들이 자기가 열자고 해놓고 죽상을 짓는 이유도 이래서였군요.’
고수들도 보면 다 안다.
저게 진짜 잘하는 건지, 더럽게 못하는 건지.
체면치례를 위해 어떻게든 칭찬을 쥐어짜내야 해서 제자의 외모가 헌양하구려, 스승을 닮아 눈이 참 맑구려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던 심사위원들.
그들의 심정마저도 이해가 간다.
“아~ 영업2부팀 30분 13초에 2단계 호러존 의 최소클리어조건을 충족하자마자 바로 탈출합니다. 해설역으로 초대받은 호러게임 전문 스트리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참가자들이네요. 미술실의 실종된 학생의 진상을 알아보지도 않고 도망치다니요. 해남파 본단과 달리 직원들은 도전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원이란 위험을 무릅쓰면 잘리기 마련이니 그런 점도 감안은 해야겠죠.”
알고 싶지 않다. 그런 사정 따위.
“오, 여기서 길드장님이 에너미 엔트리모드로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몬가잘못됨 씨는 이 모드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복수의 맵을 넘나들 수 있는 유령으로 게임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대회에서 옵저버나 관전으로 사용되는 포지션이죠.”
“현장에서 보다 생생하게 지켜보기 위한 요소라는 말이군요?”
“아뇨. 주로 도전자들을 구제해야 할 때 사용하는 모드입니다. 액자를 떨어뜨리거나 서랍을 열고 닫는 모습만 보여줘도 괴기현상으로 판정되거든요.”
“아. 괴기현상 10개 수집을 앞당길 수 있으니 탈출을 못하고 갇힌 참가자들을 위한 일종의 구제요소군요?”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구제 따위.
“말씀과 달리 길드장님은 그냥 맵을 돌아다니며 불만스럽게 참가자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도와주러 온 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대회에서는 보통 구제용도로 사용하는 기능이지만 악질들이 잡으면 참가자를 깜짝 놀래키거나 겁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하하. 해남파 길드장님에게는 정말 딱 맞는 행동이네요.”
흥미조차도 없다. 이런 겁쟁이들 따위.
맵에 있는 연필로 글씨까지 써서 친절하게 도전욕구를 일으켜줘도 열에 일곱은 도망간다.
“악, 출구가 사라졌어! 시간초과 엔딩이야!”
“아니 미친. 제때 못 깨니까 살인자가 돌아오네. 이거 진엔딩 어케 봄? 무림인 아니면 살인자 못 이기지 않아?”
“아, 그때 잠긴 문. 혹시 거기에 공략아이템 있었던 거 아니야?”
도전하는 셋도 시원찮기는 마찬가지다.
도전하기가 두려워서.
꼼꼼히 공략하지 못해서.
무술을 익히지 않아서.
온갖 이유로 줄줄이 진엔딩 도전에 실패한다.
각 호러존에 얽힌 비밀.
진상을 깨닫더라도 그 원인을 배제하는 진엔딩 공략에 성공하는 팀은 하나도 없다.
역시, 그녀가 기대할만한 팀은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서 5단계 호러존을 클리어하고 7단계로 바로 도전하는 팀 !”
예선전에서 봤었던 해남엔터연예인팀.
좀비해저드에서 한 차례 합을 맞추고 실력을 확인했던 그녀들밖에 없다.
총을 쏘는 적에게도 과감하게 뛰어들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기로에서도 과감하게 자신의 목숨을 베팅하며.
생존에 안주하지 않고 숨은 이야기, 진 엔딩을 향해 달려 나갈 의지도 충분하다.
심지어 그것을 성공시키는 실행력도 있다.
‘좀비해저드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죠.’
그래서 더욱 기대감이 들었다.
이번 대회.
그녀가 지켜보고 싶은 팀은 이들밖에 없다고.
2.
[3~5인 소규모 모드] [1130번팀 ] [참여자(4인) , , , ] [현재 난이도 7단계(공포의 저택)]3단계 그녀가 없는 카페는 길드장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마지막 귀신이 무력화되어서 비교적 간단히 클리어할 수 있었던 네 사람.
이후 5단계에서는 자신들의 힘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세 번째 도전이자 7단계 호러존에 진입했다.
“비, 빛이 없어…”
“암실 아니야?”
“아무것도 안 보여…”
시작부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 저택에서 시작되는 7단계 호러존.
“어, 잠깐만. 우리 입고 있는 복장이 뭐가 달라요. 이거 헬멧 아닌가?”
“잠깐만 있어봐. 내가 카메라로 플래시를 켜볼게.”
지수는 침착하게 목에 건 카메라로 플래시를 켰고, 그제야 네 사람은 자신들이 입은 복장이 좀비해저드의 경찰특공대 복장과 비슷함을 깨달았다.
“우, 우리 총을 왜 들고 있어요?”
“하잇. 한나는 총을 쏠 일이 있으니까 들려줬다고 생각합니닷!”
“저, 저 총 쏠 줄 모르는데요?!”
“우리도 모르거든?”
“진짜 싫다아…….”
울상을 짓는 세 사람.
지수는 냉정하게 할 일부터 가르쳤다.
“일단 우리 헬멧 앞에 고글이 있거든요? 나이트비전 기능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것부터 켜요. 카메라 플래시는 너무 눈에 띄고 배터리도 빨리 닳아요.”
스위치를 돌리자 헬멧의 감지장치들이 작동하며 내부 디스플레이어 위로 정보가 떠올랐다.
“시체닷!!”
“이게 다 뭐에요? 피부 색깔은 왜 이래?”
기겁하는 김한나와 소영아.
두 사람의 뒤로 시체를 살펴보던 예지수가 시체 하나를 가리켰다.
“다, 다들 이것 좀 봐봐.”
“물린 자국?”
“엑. 잠깐. 이 얼굴, 어디서 많이 본 거 아니야?”
시체가 가득한 방에서 깨어난 네 사람.
그들의 발치에 뒹구는 것은 이빨에 물린 자국과 검에 돋아난 핏줄, 검에 물든 눈자위에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특징적인 신체를 지닌 시체들.
소영아는 몰라도 다른 세 사람은 싫어도 눈치 챌 수밖에 없는 특징이었다.
“또 좀비야?!”
공포의 저택.
이곳에는 좀비들이 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