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5)
〈 515화 〉 515 다시 생각해
* * *
1.
공포의 저택 공략은 세 개의 페이즈로 나뉜다.
초반부 좀비습격.
여기서 좀비아포칼립스사태라는 페이크를 한 번 주고 좀비를 피해 신중한 움직임을 취하게 만든다.
그런 상식에 발이 묶이는 사이.
저택 도처의 액자에서는 괴물들이 활개 친다.
중반부 액자 속의 괴물들.
좀비에 속은 플레이어들이 뒤늦게 액자 속 괴물들을 눈치 채고 대항수단이나 생존수단을 찾기 급급할 때, 괴물들은 한발 앞서나간다.
플레이어를 완전히 끝장낼 방법인 액자를 찾아내어 저택을 침수시키는 것.
후반부 물바다.
완전히 물에 잠긴 저택에서는 깨어나선 안 될 존재가 액자 너머로부터 공급되는 물을 마시며 기어이 눈을 뜨게 된다.
이것이 공포게임 전문가 이 알고 있는 공포의 저택 필드의 구성이다.
“아, 빠릅니다. 이 팀, 노출이슈로 시간을 상당히 소모했는데도 공략속도가 정말 빨라요! 방지철 메인MC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상위 0.01%입니다!”
“물속이라서 총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도 변치 않는 전투력도 대단하네요! 양학급으로 괴물들을 쓸고 있습니다. 방지철 메인MC는 모르겠지만요!”
“스프레이가 다 떨어지자 오징어를 붙잡아서 먹물을 쥐어짜내는 임기응변도 대단합니다! 방지철 메인MC는 모르겠지만!”
뭐 다 모른데ㅋㅋㅋ
아는 게 뭐야?
MC되기
조금 메인MC스럽게 생기고 진행 잘하고 시간땜빵 잘하는 거 빼면 아는 것도 없는 바보네
거기서 뭘 더 알아야하는데ㅋㅋㅋ
이것은 칭찬인가 야리돌림인가
“아니 저도 그 정도는 알거든요? 아까부터 왜 이렇게 저를 놀리십니까?”
“그야 방지철 메인MC는 호러존을 플레이해보지 않으신 분 아닙니까? 게임중계방송을 하는데 경험자가 아니면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 점은 개인적으로 시청자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혔던지라…”
“그래서 대회 끝나면 7단계까지 게임 하신다고요?”
“이 사람 말 너무 심하게 하시네요.”
호러존 7단계 깨라고 권할 정도면 전생부터 이어지는 원수 아니냐?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인 듯
7단계부터 그 정도면 8단계부턴 뭐라고 함
대머리
씨발
ㅋㅋㅋㅋㅋㅋㅋ
머머리 혐오를 멈춰주세요…
대머리를 대머리라고 놀리는 것은 살인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찐텐이라 더 무섭네ㄷㄷ
근데 영화 속 악당도 은근 대머리가 많음
누구?
타노스
궁예
둘리
마인부우
골룸
저 많은 대머리가 1초 만에 다 나오네
ㅋㅋㅋㅋㅋㅋ
그거 빼면 다 대머리 아니잖아 ㅅㅂ
오ㅋㅋ 쟤는 똑똑한 대머린가보다
똑똑한 대머리ㅋㅋㅋㅋ
웃음 넘치는 채팅방과 달리, 완전히 침수된 지하층을 통해 저택 별관으로 넘어가야 하는 해남엔터연예인팀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한나가 스쿨미즈 챙길 때 옆에서 비키니 뺏어 입을 걸!”
“헤헹. 한나의 선견지명이다요!”
“한나야… 너는 닥쳐올 미래를 대비한 게 아니라 일이 닥쳐서 어쩔 수 없이 입은 거잖아….”
“이이익! 조용히 하세욧! 깡!”
“깡은 왜 입으로 말하는 거야…?”
“깡깡 때려주고 싶으니깐!”
아등바등 때를 쓰는 한나와 지하실 입구에서 싫은 티를 잔뜩 보이는 두 사람과 달리, 소영아는 근처 문에서 산소통을 찾고 호흡기를 연결했다.
“앗, 혼자만 치사하게!”
“솔로가수는 소속사만 믿고 혼자 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굶어죽어요. 이 정도 생활력은 기본이죠.”
“같이 쓰면 안 돼…?”
“더 찾아보세요. 퀴즈를 풀면 장비가 보관된 문을 열 수 있어요. 저기까지 물이 들어서면 그것도 못 열겠지만요.”
“지, 지연아. 빨리 풀자!”
“앗, 한나도!”
해남아이돌즈 3인방이 뒤늦게 문제풀이에 급급한 사이, 소영아는 고민에 빠졌다.
문제 푸는 걸 도와주고 같이 갈까, 아니면 혼자 먼저 진행할까.
‘…역시 혼자는 무리지. 이거 공포게임이고. 물 밑에서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하필이면 지하실이라는 점도 찝찝하고.’
무엇보다도 근처 액자 속에서 빤히 쳐다보는 해남파 길드장의 시선이 너무 무섭다.
사각사각.
이쪽을 보고 무어라 글씨를 쓰더니 액자 속에서 수첩을 내밀었다.
“…너무 작아서 안보여요.”
55x50mm 미니액자 속에서 저러는 건 너무하잖아.
처음에는 저기에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목소리는 들렸던 걸까.
뭔가를 던지는 시늉을 하더니 미니액자 밖으로 종이비행기가 날아왔다.
“앗.”
그리고 물에 빠졌다.
“으엣. 다 젖어서 글씨가 번졌어!”
알아볼 수 있는 글씨라고는 [다시] 두 글자 뿐.
액자를 들여다보아도 길드장은 제 할 일은 다했다는 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라니, 뭘 다시 하라는 걸까?
혼자 가는 걸 다시 생각하라는 뜻인가?
“문제풀이 저도 도와드릴게요.”
역시 같이 가야겠다며 다른 사람들의 진행을 도왔다.
“오. 내건 공기통이 더 크네.”
“힝. 한나는 오리발만 여섯 개 나왔어!”
“…튜브를 들고 물속에 들어가지는 못하겠죠?”
뽑기 운도 지지리 없었던 김한나와 차지연은 망해도 제대로 망했다.
오리발 부자ㅋㅋㅋ
와 다리 많아서 좋으시겠다!
다리가 일반인 세배니까 수영속도도 세배 빠르시겠다ㅋㅋㅋㅋ
다리 많으면 수영속도 빨라짐? 그럼 삼두육비는 머리 셋에 팔 여섯 개라서 접영 세배 빠르게 함?
튜브는 물에 떠올라서 그거 가지고 잠수 못해요
공기를 안 넣으면 ? 되지 않을 ? 까 ?
그럼 튜브 왜 가지고 들어가는데 ㅁㅊ놈아
산소저장용
와 ㅋㅋ 싱크대로 한 대 내리치고 싶을 정도로 신박하시네요. 고도 3000m에서 낙하산 없이 프리다이브 잘하실 듯
그럼 죽잖아요ㅅㅂ
잘 죽을 것 같다고ㅇㅇ
살려줘;;
살려줘ㅋㅋㅋㅋㅋ
아 댕귀엽다 진짜ㅋㅋㅋ
결국 차지연은 결단을 내렸다.
“시간이 없어. 지수야. 이 앞으로는 영아랑 둘이서 들어가.”
“너희는 어쩌려고?”
“따로 방법을 찾아볼게. 지금은 불리한 걸 알아도 인원을 나눠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물이 나오는 액자를 막아야해!”
결국 그들은 공포영화나 공포게임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짓 3순위 ‘사람들과 흩어지기’를 해버리고야 말았다.
‘와. 진짜 너무 쫄려. 한나랑 지연이랑 떨어지니까 바로 죽을 것 같아.’
2.
언제나 엉뚱한 행동과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를 뛰어넘는 웃음도 함께 안겨주는 김한나.
흙먼지쿨럭쿨럭좌에서 지휘관으로 떡상한 모두의 엄마처럼 든든한 멘탈담당 차지연.
그에 비하면 춤도 노래도 끼도 머리 쓰는 일도 전부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에 불과한 자신은 랩이나 조금 잘할 뿐, 별것 아닌 사람이었다.
‘이 팀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저그런 랩 담당으로 데뷔해서 소리소문 없이 묻혔겠지.’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기이한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해남파 출신 치고 멘탈이 빨리 깨지고 랩을 잘하는 것뿐인 자신의 장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지금 옆에서 같이 수영을 하는 소영아와 비교해도 그렇다.
그녀는 함께 데뷔한 팀도 없이 소속사도 이적을 했는데 혼자서도 데뷔에 성공했다.
싱글가수 겸 모델.
소속사 내에서는 소영아가 배우로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아이돌 멤버로서 육각형의 능력을 지닌 그녀와 달리, 소영아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다방면에 진출에 성공하는 육각형 인간이었다.
‘완전 내 상위호환 아닌가?’
산소통을 얻은 것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문제를 푼 것보다 10분은 더 빨리 문제풀이에 성공했다.
우리들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그렇지, 혼자서 행동했다면 훨씬 빨리 지나갔을 것이다.
무술은 배우지 못했으니까 그 차이가 있지 않냐고?
전투 도중 언뜻 따라하는 동작들을 보면 가슴이 막 섬뜩해진다.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 이런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금방금방 무술의 움직임에 실린 묘리를, 원리와 의도를 이해한다.
‘뭔가 우울하네. 나보다 잘난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건.’
지하통로를 지나가며 우울한 기분에 속을 썩이던 도중이었다.
부그르르륵!
갑자기 소영아가 입에 문 호흡기를 거칠게 벗어던지더니 부그르르 숨을 마구 내뱉었다.
놀란 예지수가 급히 호흡기를 붙잡아 입에 물려주려고 했지만 소영아는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양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었다.
아 결국 이걸 눈치 못챘네
산소통을 매고 잠수를 하니까 당연히 힘들지ㅋㅋ
산소 없으면 숨 못 쉬는데?
산소통이 아니라 공기통을 매고 들어가야지… 산소 마시면 산소중독 걸려 이 바부야!
구라 아님? 검색하니까 잠수산소통 뜨는데?
해양경찰청이 일을 안 하니까 오기된 용어가 계속 민간에서도 쓰여서 그럼
“!”
예지수는 덜컥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산소통과 공기통의 차이.
그딴 걸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까딱 재수가 없었으면 자신도 산소통을 매고 잠수할 뻔했다.
얘도 사람은 맞구나.
뭐든지 다 알고 다 잘하는 건 아니었어.
나보다 잘난 녀석도 운이 없어서 고난을 겪는다.
기묘한 우월감에 취하는 예지수.
그녀의 눈을 보며 소영아가 급히 손을 내밀었다.
‘제발 숨 좀 나눠줘.’
소영아는 깨달았다.
길드장이 말한 ‘다시’의 의미를.
그건 산소통은 잘못된 것이니까 공기통을 매라는 의미였을 것이 틀림없었다.
길드 이름부터가 해남파.
수상레저와 관련된 활동을 정말 잘할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분명 공기통과 산소통의 차이도 알고 있었기에 줄곧 저러면 죽을 텐데?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결과, 그녀는 예지수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3.
액자 속 세계는 사실 액자와 액자 사이를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
일찌감치 호기심에 액자 속에 들어갔던 해응응은 그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았다.
그래서 의아했다.
‘편하게 액자 속으로 걸어오면 될 걸, 뭐 하러 밖에서 수영까지 하면서 지나다니는 걸까요.’
수영복을 입고 오리발에 산소통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면 수영이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숨 참고 잠수하면 재밌긴 하지.
그녀도 해남파에 갓 들어갔을 때에는 수영도 배우면서 덩달아 잠수훈련도 해본 적 있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수영에 그리 재주가 없었고, 바닷물이 짜다는 사실만 원 없이 체험했다.
지하실에 차오르는 물은 민물이라서 괜찮을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해응응.
당연히 그녀는 공기통과 산소통의 차이를 몰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