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6)
〈 516화 〉 516 굴욕의 힘
* * *
1.
익사는 괴롭다.
숨을 못 쉬는 고통은 현실의 육체에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힌다.
그렇기에 가상현실게임에서 익사판정은 실제 숨이 막히는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HP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HP게이지가 없는 게임은?
화면이 뿌옇거나 어두워지고, 심장소리가 변하고, 물거품을 내뱉는 소리를 내다가 의식상실 이후에 완전사망으로 이어진다.
부그르르!
좀비해저드 이후로 가상현실게임에 부쩍 관심이 커진 예지수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가수 겸 모델로 데뷔하고 배우로도 견문을 넓히는 소영아는 미처 그런 사실은 알지 못했다.
정말로 물에 빠져 죽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며 발버둥치는 소영아!
‘저러다 상상통으로 심장마비라도 오겠네.’
지수는 생각했다.
저 대책 없는 아가씨를 죽게 두었다간 현실에서도 시체 한 구 치울 판이라고.
흐으읍
호흡기에 대고 숨을 잔뜩 쉰 예지수.
볼이 빵빵해진 채로 그녀가 소영아의 볼을 덥썩 붙잡았다.
‘얘 호흡기 줬다가 갑자기 내거 뺏고 지가 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도와주더라도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서야 본말전도.
호흡기를 주는 것보다는 안전한 방법이 필요했다.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
‘꼼짝 말고 있어.’
부그르르?!
마우스 투 마우스.
직접 숨을 불어넣어준다.
예지수의 터프한 행동에 채팅창은 또 한 번 스크롤이 대폭발을 했다.
2.
“쟤들은 게임을 왜 저렇게 하나 몰라.”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기는 합니다.”
“솔직히 조금 존경스러워. 용케도 저런 왈가닥들을 데리고 번듯한 아이돌로 키웠구나 싶어서.”
이소혜는 민우성의 수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실력으로는 절대로 이견이 없는 남자.
수완가 민우성의 존재감은 대회 때문에 마주한 잠깐 사이에 다시금 느꼈다.
“현재로서 수상한 팀은 두 팀이군요.”
민우성은 상위성적을 기록한 두 개 팀을 주목했다.
“길드장님이 나오면 곧바로 알려드려야 할 팀입니다.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중요한 부분의 영상 타임라인을 만들어두십시오.”
운영진을 수족처럼 부리며 빠르게 지휘한다.
신속함, 결단력, 통솔력.
민우성은 그가 민우성인 이유를 증명했다.
‘보면 볼수록 딱하네. 우지우는 하필이면 전임자가 저런 수완가이니.’
우지우의 고생도 적지 않았음은 다른 누구보다도 이소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전국팔도의 특산품부터 전 세계 각지의 특산품까지 한참 특산품에 꽂혔을 때에는 해응응의 부탁으로 해남파에 발붙일 때도 없이 돌아다녔다.
여러 게임을 소개하여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고, 나름 비서실을 꾸려 내원당주로서 자신의 영향력도 착실하게 넓혔다.
‘그 모든 노력이 하루아침에 복귀 아닌 복귀를 한 민우성한테 단번에 밀리는 것처럼 보이다니.’
열심히 키워놓은 비서들도 우지우보다 민우성에게 줄을 대고 싶어 하는 티를 드러낸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우지우 없는 곳에서 민우성에게 샤바샤바 손을 비비며 줄을 갈아타려고 시도하는 녀석도 있었다.
나 같으면 벌써 울지 않았을까.
이소혜는 생각했다.
민우성이 채팅매니저 역할까지는 관심이 없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아참. 이소혜씨.”
“응?”
“저희 해남엔터에서 괜찮은 매니저가 많은데, 몇 명 밑으로 데려가시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길드장님의 방송공백기에 그 친구들을 데리고 있으면 뭐든 시킬 일이 있을 겁니다. 소혜씨 혼자 고민하는 것보단 부하들을 쓰는 편이 능률도 좋겠죠.”
이 인간이 해남파 내원에서 떨어져나갔다고 이제 안에 사람까지 심으려는 건가?
혹여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의 속셈이 들키면 민우성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까봐 애써 모르는 척 하려던 이소혜였지만 그와 눈을 마주치고 깨달았다.
이미 알고 있구나.
내가 그의 속셈을 간파했다는 것을.
그를 꺼려하고 있는 마음도.
집착.
혹은 광기.
무엇이 되었든 네거티브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 사람, 조금 위험해지지 않았어?’
최면술사보다 민우성이 슬슬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이소혜였다.
3.
[진즉에 들어올 걸 그랬죠?]“그러게요. 밖에서 했던 고생은 다 뭐였는지…”
“덕분에 재밌었다요! 한나 무려 300킬!”
액자 속 세계가 액자 안에서는 모두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나와 지연.
곁에는 가만히만 있어도 귀신을 쫓아내는 길드장님도 있겠다, 자신감이 부쩍 넘쳤다.
“앗, 여기다.”
“밖이 보인다요!”
허공에 걸린 액자 너머로 보이는 저택 별관 복도.
액자 너머로 기어나가는 지연이의 모습에 한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귀신같다요!”
“…한나 너는 얼마나 예쁘게 나오나 두고 볼 거야.”
팔부터 꺼내고 머리, 어깨, 상반신을 축 늘어뜨리며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기어나온 차지연의 모습이 충격적이기는 했다.
꺄아악!
귀신보다 더 무서운 플레이어ㅋㅋㅋ
왜 니들이 귀신이 되냐고!!
플레이어로부터 방탈출하기(귀신편)
화기로 무장한 4인조 괴한이 점령한 공포의 저택
액자마다 나타나는 브이를 하는 여자도 있음
한나 쟨 뭐하냐?
“악! 꼈어!”
“어디가?”
“가, 가슴이…!”
차지연의 얼굴에 이루 말못할 짜증이 일었다.
누구 절벽이라고 놀리는 것도 아니고.
예쁘고 조신하게 나온다며 까불던 한나가 액자에 끼어서 나오다말고 발버둥 쳤다.
“호에에엥!! 한나 좀 꺼내줘어어!”
“한나는 거기서 살아. 엄마는 먼저 갈 거야.”
“아니 저기요? 제가 여기에 끼어있고 싶어서 끼어있는 게 아니거든요??”
너무 놀란 나머지 컨셉까지 그만두고 진심으로 식겁하는 한나.
누구보고 귀신같다고 놀리니까 업보를 치르는 거라며 속시원하게 여기기도 잠시, 괜히 마음이 약해진 지연이 한나의 팔을 붙잡고 꾹 잡아당겼다.
“너무 아파. 살살 해줘, 살살!”
“쓸데없이 가슴이 크니까 그렇지. 괘씸해죽겠네.”
“악!”
외마다 비명과 함께 상체가 쏙 빠져나온 한나.
울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한나의 몸이 덜컥 멈췄다.
“아 진짜… 너 일부로 그러는 거 아니지?”
“헤헤… 지연아? 나 골반도 꼈어…”
ㅋㅋㅋㅋㅋ
STUCK IN WALL!!
지연이는 하나도 안 걸렸죠? 슴부격차에 골반격차까지 이중고 터졌죠?
이중고는 느그 한나가 겪고 있는데요
ㄹㅇㅋㅋ
근데 몸매는 길드장이 더 쩔지 않음?
그러네?
길드장은 어케 지나다님?
해응응은 그 답을 아주 간단하게 보여주었다.
스르륵
한나의 몸을 영체화 상태로 뚫고 나와서 액자에 낀 그녀의 앞에 나온 해응응.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대회규정위반이 될까.
지연이 속으로 고민하던 그때.
찰칵.
찰칵찰칵찰칵.
스크린샷 찍는 소리가 연발로 터졌다.
벽에 낀 한나와 그녀의 팔을 잡고 탐탁찮은 눈을 한 지연, 그런 두 사람의 옆에서 쪼그려 앉은 해응응이 브이를 내밀고 있었다.
“…길드장님. 지금 뭐하세요?”
[기념사진을 찍고 있어요.]“이야다! 한나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기념사진 찍지 말아주세요!”
[걱정 마요. 앞으로 백장만 찍고 그만 찍을 게요.]“엄청 걱정 된다요!”
굴욕사진에 대한 공포심을 참을 수 없었던 한나가 이 악물고 액자에 살이 찝히는 고통을 꾹 눌러 삼키고 힘을 주어 빠져나왔다.
당사자는 굴욕에 치를 떨었지만 옆에서 그 꼴을 지켜보던 차지연은 감탄했다.
‘굴욕이 힘이 되었구나!’
역시 길드장님.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려고 이런 방법을 썼어.
때마침 통로를 지나온 두 사람도 물에 축 젖은 몸으로 걸어 나왔다.
“뭐야. 너희 어떻게 건너왔어?”
“액자 속에 길이 있더라고.”
“아놔. 미리 알려주면 얼마나 좋냐고.”
투덜거리는 예지수.
차지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같은 그룹멤버니까 알 수 있다.
털털한 척 말하고는 있지만 지수가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는 것쯤은.
힐끔힐끔 소영아를 의식하는 시선도 보인다.
두 사람의 거리감도 묘하게 멀었다.
짜증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채팅창에는 백합이 어쩌고 둘이 사귀네 어쩌네 자꾸 이상한 소리가 올라오고.
“지수야. 뭔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
나중에 방송 다시보기나 보면 되겠지.
사내 단합대회 중계방송에 다시보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해치워버리자!!”
“지수가 갑자기 엄청 의욕적으로 변했네.”
“…….”
“영아 쟤는 말수가 굉장히 적어졌고.”
진짜 둘이 사귀기라도 하나?
차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사람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너희 혹시 눈이라도 맞았니?”
“무, 무슨 소리를!”
“하도 수상하게 구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공기통은 왜 하나만 들고 나왔다요?”
“사, 사고가 있었어요.”
줄곧 침묵하던 소영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아아아! 됐으니까 빨리 깨버리자고!!”
예지수가 비명을 지르며 별관 2층으로 돌격했다.
“앗, 잠깐. 기다려.”
“혼자는 위험하다요!”
기겁하며 동료들이 뒤를 따라갔지만 좀비해저드에서도 급발진하는 주아영을 따라잡을 정도로 순발력이 좋은 그녀는 본인이 급발진할 때도 속도가 대단했다.
“그러다가 괴물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어?”
“다 죽었는데?”
저 멀리서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복도를 가로지르는 예지수.
그녀가 지나가는 길마다 괴물들이 도륙이 나있었다.
혼자서 괴물을 만나는 두려움보다 동료들에게 붙잡혀서 추궁을 당하는 것이 더욱 두려워서 일어난 황당한 무쌍이었다.
‘세상엔 이런 훈련법도 있군요.’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해응응의 눈만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