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7)
〈 517화 〉 517 인터뷰
* * *
1.
저택에 물을 공급하는 액자와 한층 위에서 물이 닿기만 기다리는 액자를 예지수는 먹물을 터뜨려 덮어버렸다.
[공포의 저택의 원흉을 제거했습니다.] [말라붙은 재앙은 더 이상 액자 너머의 세계에 관여하지 못합니다.]놀라운 분전으로 막판 하드캐리를 한 예지수.
캡슐 밖으로 나온 그녀는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
“물어보면 때릴 거야.”
“…아직 아무것도 안 물어봤거든?”
“한나는 배고프다요.”
“저, 저는 잠깐 쉬고 올게요.”
호다닥 대기실을 벗어나는 소영아.
그 뒷모습을 심란하게 쳐다보던 예지수도 대기실을 나갔다.
“한나야.”
“하잇?”
“우리 쉬는 동안 중계방송 다시보기나 돌려볼까?”
지연이 품은 호기심은 이내 한나의 눈에도 똑같이 떠올랐다.
2.
수치와 맞바꾸어 공략속도를 얻은 해남엔터연예인팀은 호러존 7단계 공략에 성공했다.
‘나쁘지 않았어요.’
일행의 모습을 줄곧 액자 안팎에서 지켜본 해응응은 이들의 유능함을 확신했다.
‘이 팀이 우승하지 않는다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합이 좋아요.’
막판에 공략속도가 부쩍 올라간 이유는 황당했지만 아무튼 그것도 기본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실력이라고 여기며 캡슐 밖에 나온 그녀에게 진행요원이 다가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길드장님. 해남엔터연예인팀이 두 번째로 7단계를 클리어했습니다.”
“?”
“아, 길드장님은 안에 계셔서 못 보셨겠군요. 다른 팀이 조금 더 빨리 깼는데, 이 팀도 의외로 저력이 상당하더라고요.”
[뭐하는 팀이죠?]“우지우씨가 기록지를 준비해놓으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해남엔터연예인팀을 제외하면 분명 기대미만의 참가자들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막판에 뒷심을 발휘해서 7단계를 한발 빨리 깬 팀이 있었다.
7단계 호러존 클리어.
기록 0:52:52
발견 괴기현상 10개 이상
특이사항
사건의 진상에 도달함
사건의 원흉을 쓰러뜨림
1단계, 3단계, 5단계, 7단계.
첫 시작은 1단계로 시작한 주제에 갑자기 두 단계씩 껑충껑충 올라오더니 덜컥 7단계도 클리어했다.
심지어 해남엔터아이돌팀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그 7단계를 더 빠른 기록으로.
물론 미숙한 점도 있다.
희생자를 내지 않은 해남엔터아이돌팀과 달리 이쪽은 세 명이 탈락했다.
팀의 숫자도 여덟에서 다섯으로 줄어든 상황.
‘7단계는 아무리 날림으로 깨도 쉬운 난이도는 아니에요. 슬슬 최면술사의 후보군이 나올 때가 됐죠.’
그 유력한 후보팀이 지금 눈앞에 있다.
귀신이 나와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가서 때려잡거나 아군 한 명이 귀신을 붙들고 시간을 끈다.
누가 봐도 기이할 정도의 용감함은 최면술사의 개입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앗, 지금 막 세 번째 7단계 통과팀이 나왔습니다.”
“?”
아이돌팀과 기획조정팀.
두 팀 뿐이라면 최면술사가 어느 쪽인지는 간단하게 추려낼 수 있다.
그런데 새로 올라온 팀이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보이면 안 될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은 또 왜 여기에 있죠?]흑의종군의 고위간부.
광아검 이정운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건 해남코퍼레이션 사내 단합대회잖아요.]“아, 자문위원님이요? 외부전문가로 저희 일 많이 도와주셔서 따로 초대한 걸로 기억합니다.”
[붤 도와줬는데요?]“소경석의 확장주의적 행보에 방해되는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해서 해남코퍼레이션 CEO 소경석님께서 몇 번 기용하셨다고 전산기록이 있네요.”
“…….”
…최면술사는 소경석을 이용해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걸까.
해응응은 길드의 일에 무심했던 과거를 반성했다.
3.
광아검 이정운.
그는 빌런조직 흑의종군에서도 오래도록 음지의 일만을 도맡아 진행해왔다.
묵언검객배 제 2회 무술대회 이후로는 세간에 종적조차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해치운 일들만 포함하면 백의자리를 넘볼 지경이었다.
“꺄아악! 선배님 너무 멋있어요!”
“광아검 이정운 파이팅!”
“흑의종군 고위간부의 저력을 보여주세요!”
이정운은 어이가 없었다.
“너희들도 같은 팀인데 왜 구경꾼처럼 말하고 있냐.”
“아앗, 그랬었죠?”
“죄송합니다. 제시카 간부님이 응원하라고 하셔서.”
묵언검객을 가상현실게임에서나마 한 번 죽인 남자로 유명한 고위간부 위스퍼.
흑의종군 신입간부 대부분이 위스퍼만 알고 그의 라인에 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정운은 이름을 아는 이도 적고 그를 따르는 간부의 수도 적었다.
조직의 비밀스러운 일과 음지의 일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입장이니 규모가 적은 것은 당연하지만 제시카는 내심 그것을 섭섭하게 여기고 있었다.
‘선배님의 노고를 사람들이 더 알아주면 좋겠어. 뭘 했는지는 몰라도 어디 가서 무시 당하지는 않을 정도로만 기를 살려드리고 싶어!’
딴에는 기특한 마음을 품은 제시카.
그녀의 강요로 응원을 했던 부하들은 이정운의 눈초리 한 번에 이실직고를 하고는 합죽이가 되었다.
“제시카. 정신 똑바로 차려라. 우리는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의 사내대회에 참가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정운에게는 이 대회장이야말로 호러존이었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절대로 해치울 수 없는 괴물이 존재하는 최고난이도 호러존.
놀러 온 기분으로 대회에 참여했다면 큰 오산이다.
제시카는 당황했다.
그녀는 놀러온 기분으로 존경하는 선배를 따라 참여한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저, 선배님. 슬슬 저희가 이 대회에 참여한 이유를 알려주셔도 되지 않나요?”
“그런가. 여기까지 온 이상 너희도 슬슬 미리 알아둬야 대비가 가능하겠지.”
이정운은 잠시 눈을 감고 기감을 넓혀 대기실 주변을 확인했다.
엿듣는 기척은 없다.
감시카메라로 지켜보거나 도청기로 엿듣는 이가 없다는 사실도 다시금 철저하게 확인했다.
“현재 해남파에는 특S급 빌런이 신분을 감추고 잠입해있다.”
우리도 빌런 아닌가.
제시카의 의문에 이정운은 부연설명을 했다.
“추정살인 3000명. 우리 흑의종군에도 손을 뻗었던 녀석이다. 보스가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백명도 넘게 녀석의 능력에 당해 단말이 되었다.”
“단말이 된 분들은 어떻게 됐는데요?”
이정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시카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우리들의 목적은 해남파 문주 해응응보다 먼저 빌런의 정체를 특정 짓고 녀석을 납치하는 것이다.”
“…선배님. 그렇게 위험한 빌런이 순순히 저희를 따라올까요? 저항이라도 하면 해남파에 들키지 않고 납치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문제없다. 특정 짓는 것 까지가 일이었지, 정체를 식별한 다음에 납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납치와 탈출.
두 가지는 모두 자신이 있었다.
그가 자신이 없는 것은 자신이 정체를 식별할 때까지 해응응이 특S급 빌런을 곱게 살려둘지, 먼저 죽이지는 않을지에 대한 것.
“알겠습니다. 마음에 준비를 해둘게요. 탈출루트는 어디로 잡으면…”
“쉿.”
대기실에 접근하는 사람이 감지되자 이정운이 제시카의 입을 막았다.
똑똑.
“인터뷰 나왔습니다. 다음 도전이 결승전이 될 것 같아서 7단계 클리어 기념으로 카메라 한 번씩 잡아드리려고요.”
“…사내단합대회에 중간인터뷰도 있나?”
“길드장님 덕분에 대회운영에 노하우가 생겨서요. 원래 대회는 이렇게 하는 거잖아요?”
방송프로그램 찍냐고.
이정운은 어이가 없었지만 여기서 인터뷰를 거절하면 해응응이 자신들을 얼마나 수상쩍게 바라볼지가 마음에 걸렸다.
“알았다. 지금 하지, 인터뷰.”
대기실에서 카매라맨을 앞에 두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되는 것을 예상한 이정운이었지만 짧은 소감발표 이후에는 장소를 옮겼다.
얼마나 거창한 걸 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스튜디오 무대 위까지 끌려왔다.
“와! 경쟁팀이다요!”
“???”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아이돌과 그 동료들.
“잘생긴 아저씨! 한나가 우승하고 시푼뎅. 그냥 기권해주면 안 돼여?”
“…….”
옆 테이블에는 정장차림으로 자리를 지키는 엘리트 회사원들.
“이쪽 테이블에 앉으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네, 합동인터뷰요.”
합동인터뷰 이지랄 하는 촬영스태프까지.
이정운은 이미 자신이 이곳에 방문한 이유를 눈치 챈 해응응에게 조리돌림이라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무대 한쪽 구석에서 해응응이 손님용 다과를 오독오독 씹어먹고 있다.
“기, 길드장님. 더 드시면 저분들 드릴 과자가.”
“야이 미친놈아. 그게 지금 길드장님한테 할 소리야? 나가서 다과를 더 사와!”
해응응의 근처에서 우지우가 기겁하며 비서들을 밖으로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해남엔터의 수완가라 불리는 민우성과 해응응의 충실한 매니저 이소혜까지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함.
이정운의 불길한 예감대로 일은 터졌다.
“당신이 뭔데 우리 선배님보고 기권하라 마라 그래요? 연예인이면 다야?”
평소에는 순한 양처럼 말 잘 듣던 후배 제시카가 한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터질 줄을 몰라서 문제지.
오독오독오독.
흥미진진한 싸움에 해응응이 과자를 입에 넣는 속도만 더 빨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