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18)
〈 518화 〉 518 해남파의 유구한 전통
* * *
1.
옛말에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3대 구경거리는 불구경, 물구경,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어쩌다보니 오늘은 그 3가지를 다 보게 되었다.
침수되는 공포의 저택.
두 여자들의 기싸움.
눈에서 활활 불타는 불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이러니까 딴따라 놈들은.”
“하아? 예능각도 모르면서 심한 말 다메다요!”
“말끝마다 다요다요 거리기만 하면 귀여운 줄 아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흑의종군 간부 제시카와 해남아이돌즈 멤버 김한나.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서 불똥이 튄다.
마마. 좋은 구경은 함께 하는 겁니다.
머릿속 단말로 자기도 소환되어서 같이 현장직관을 하고 싶다는 마크2의 의지가 전해졌지만 애석하게도 실내는 금연이다.
촬영장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을 수도 없으니 마크2 소환은 물 건너갔다.
결코 생각보다 입맛에 맞는 과자를 나눠먹기 싫어서 소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제시카! 이 무슨 결례되는 행동이냐.”
“선배님…?”
“당장 사과해라.”
“하지만 저 여자가.”
“흑의종군과 내 얼굴에 먹칠을 할 셈이냐? 두 번 다시 해남파의 행사에 나오지 말라고?”
먹칠은 공포의 저택 속 액자도 많이 당했지.
통로가 막혀서 괴로워하던 괴물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번듯한 무도회관에서 나왔던 귀족들이 돌아갈 집을 잃고 괴물들이 떠도는 침수된 저택에 갇혀서 서로 부둥켜안고 망연자실한 꼴이 꽤 봐줄만했었다.
“…미안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 갑자기 기권을 강요받으니까 화가 나서 심한 말을 했어요.”
“한나야 너도 사과해…”
“이야다! 한나가 왜? 장난 한 번 걸었더니 정색하고 딴따라라고 욕하는데. 욕먹고 나서 사과하면 끝이면 한나도 욕부터 할래!”
“한나야 우리 아이돌이야…”
차지연이 진땀을 흘리며 말리는 덕분에 한나도 겨우 고집을 굽혔다.
“한나도 기권해달라고 해서 미안하다요.”
서로 사과는 했지만 부쩍 어색해진 분위기에 이정운이 사회자를 재촉했다.
“합동인터뷰를 위해 불렀다고 들었는데.”
“아 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요?”
카메라가 돌더니 전광판 구석에 Live 시청자 수 10만 1150명이 떴다.
“해남파 사내 단합대회에 참여하신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본선 마지막 경기에 앞서 호러존 7단계를 클리어한 세 팀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진행은 이번에도 저 방지철이 맡게 되었습니다.”
“보조역은 이번에도 저 이 맡게 되었습니다. 세 팀의 뚜렷하게 갈리는 컨셉이 흥미진진한데요. 우선 제가 각 팀의 스펙을 분석해봤습니다.”
===
○해남엔터연예인팀
예능 8점
협동 9점
담력 8점
능지 7점
특기 사격, 격투, 무술
멤버(4인/4인)
○해남코퍼레이션 기획조정실팀
예능 5점
협동 9점
담력 10점
능지 6점
특기 냉혹, 자폭
멤버(5인/8인)
○흑의종군 암부팀
예능 6점
협동 7점
담력 8점
능지 7점
특기 감지, 패링
멤버(5인/5인)
===
좀비해저드로 게임에 눈을 뜨고 서로 협력해서 나아가는 해남엔터연예인팀.
괴물이 나와도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고 즉시 동료를 하나씩 던져가며 위기를 벗어나는 해남코퍼레이션 기획조정실팀.
문제 풀 생각은 하나도 없이 전부 베고 쓸어넘기는 해남파식 진행을 하는 흑의종군 암부팀.
세 팀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소개와 함께 나왔다.
하나같이 서로 뭐 따위로 게임을 깨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본다.
그런데 유독 한 팀의 하이라이트 영상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어맛! 남사시러워!”
“세상에. 세상에…!”
한나와 지연은 경악했다.
다시보기로 보자고 벼르고는 있었던 소영아와 예지수, 두 사람의 플레이영상이 당당하게 하이라이트 모음집에 포함되어 등장했다.
산소중독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소영아에게 입으로 공기를 전달해주는 예지수.
열심히 숨을 불어넣어주는 모습이 참 정성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아니 미친. 이게 왜 하이라이트야.”
예지수도 나름 얼굴이 빨개졌지만 목까지 빨개진 소영아만큼은 아니었다.
‘어느 팀이건 이 게임의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요.‘
공포게임의 권위자라고 세간에 유명해서 초청했던 몬가잘못됨도 몬가 아니다 싶었는지 표정이 해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세요. 님들 이거 몰래카메라죠? 저 속이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무슨 공포게임을 초심자들이 이렇게 해요.”
“하하하, 그건 아닐 겁니다. 저희 길드장님 구독자수가 올해 한국 전체 인구수보다 더 많은 8200만명을 기록했는데 33만 브이튜버한테 몰카를 왜 합니까?”
“비유가 매워요! 너무 맵다고요, 사회자님!”
잠시 후, 이어지는 합동인터뷰 질문시간.
사회자는 사전에 준비된 대본대로 질문을 읽었다.
“이번에는 기획조정실팀에게 질문할 차례군요. 여러분들의 리더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을 리더로 정했는지 한 사람씩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최면술사가 속한 유력후보군.
그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이를 한층 더 추려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정하준 실장님입니다. 이유는 인품이 뛰어난 분이셔서 그렇습니다.”
“정하준 실장님이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로 고른 이유는 지휘를 아주 잘하셔서?”
그렇게 말하는 팀원들의 뒤로 동료들을 방패삼아 괴물의 공격을 피하고 돌격을 지시하는 정실장의 모습이 지나갔다.
거침없이 자폭돌격을 시키는 인성 터진 모습에 사내 채팅창의 민심도 같이 터졌다.
이딴 게 기획조정실?
저런 분들이 우리 위에서 기업의 나아갈 길을 지시한다고?
와 진짜 너무 무섭다
사원들은 총알받이로 갈려나가는 거 아니냐?
팀원들 돌려까기ㅋㅋㅋ
ㅋㅋㅋ 이거 아부 안하면 바로 썰려나가겠네
독하다 독해
저 저 독사놈 눈도 깜빡 안 하네;
진짜 호러는 저런 인간이 우리 상사라는 거였고
개같이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채팅창 분위기.
심약한 직장인들의 겁에 질린 채팅이 빗발쳤다.
“…….”
정하준 실장은 싸늘한 눈으로 채팅창을 쳐다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거, 실명공개도 됩니까?”
불순한 의도가 아주 강력하게 느껴지는 한 마디.
ㄷㄷㄷㄷㄷ
다들 키보드에서 손 떼!!!!
어 익명채팅창이야~
닉네임이라서 못 잡지?ㅋㅋ
오우ㅋㅋ 부하직원 총알받이로 내던질 땐 시원하게 내던지더니 막상 지 욕먹는 건 듣기 싫으신가?
“설정만 바꾸면 되는데요.”
우지우의 말에 채팅창은 공포에 휩싸였다.
???
채팅로그 삭제하는법 아시는분;;;
아니씨발 그딴 기능이 왜 있어요
우지우 저 미친인간이 진짜;;
실명공개 되면 회사 정문에서 트월킹춘다 나 분명 경고했어 개새끼들아
여자임?
남자다
휴 다행
?
애들 다 정신줄 놓았네ㅋㅋㅋ
그러게 클린한 채팅을 쳤어야지ㅋㅋ
채팅창에선 ㄹㅇㅋㅋ만 치라고
ㄹㅇㅋㅋ
“아 걱정들 마세요. 가능하다고 했지 한다고 한 적은 없으니까. 블라인드 평가로 욕을 먹는 것은 CEO도 피해갈 수 없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채팅창의 상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곱창났다”에 가까웠다.
군침이 싹 도는 요약이었다.
‘요즘 따라 부쩍 식욕이 돋네요.’
식탐이 너무 강하면 경지상승에 독이 되는데.
곁에 온 민우성이 말했다.
“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슨 근거로요?]“감입니다.”
민우성의 감은 제법 잘 맞는 편이다.
사장직함 달아주자마자 해남엔터를 십대엔터가 공중분해된 엔터계의 정점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끌어올리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길드장님.”
[지우씨도 감인가요?]“하이라이트 영상만 봐도 정하준 실장이 단단히 팀을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민우성과 우지우.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당사자들은 어째서인지 서로를 굉장히 불쾌하다는 얼굴로 노려봤지만,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부하들이 척을 지는 모습도 종종 있는 일이다.
해응응이 눈짓으로 주의를 주자 신경을 곤두세우던 두 사람도 차분히 기를 가라앉혔다.
예전엔 친하게들 지냈던 것 같은데.
[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말씀하시죠.”
“저도 아는 대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길드장님!”
[CEO도 욕을 먹으면 저도 욕을 먹고 있나요?]“네.”
“당근빳다죠.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다시 보니 예전이랑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아무튼 인터뷰가 끝나고 캡슐에 들어가면 곧바로 수면가스 살포 시작하겠습니다.”
“전 그럼 인터뷰진행은 이쯤에서 끝내고 캡슐로 유도하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수면가스야 캡슐에 넣기만 하면 날로 먹는 거니까요.”
“날로 먹는 일도 혼자 못해서 부하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걱정 마십시오. 저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아닌가? 아님 말고.
[쿠키를 다 먹었어요.]“새걸로 더 사오겠습니다.”
우지우가 과자봉지를 들고 막 달려온 비서에게 봉지를 넘겨받자마자 한 박스를 사오라고 쫓아냈다.
헥헥 거리며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돌아나가는 모습이 보기 짠하다.
“유도 시작했습니다.”
“각 팀 통로 진입 중.”
“어? 흑의종군 쟤네들, 갑자기 어디 가?”
“기획조정실팀 가는 방향인데.”
“막판 도발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
새로운 과자봉지를 뜯었다가 막상 입이 물려서 손이 멈칫하던 그때.
감시카메라 너머로 흑의종군 소속 각성자들이 기획조정실 직원들과 정하준 실장을 덮쳤다.
“어어?”
“패싸움?!”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갑작스레 벌어진 싸움.
“구역 폐쇄하고 수면가스부터 살포하십시오. 당장!”
민우성이 지시를 내렸지만 흑의종군이 정하준 실장을 생포하는 것이 한발 더 빨랐다.
퍽!
구슬 하나를 내던지자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사람들.
복도에는 각성자들에게 때려눕혀진 직원들만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나, 납치?!”
십만 명이 지켜보는 대회 도중 대기실로 돌아가는 복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사건.
이정운의 간 큰 행동에 통제실은 충격에 빠졌다.
“최, 최면술사를 납치당했습니다!!”
[아닌데요.]“예? 하지만 길드장님도 동의하지 않으셨습니까! 정하준 실장이 최면술사라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야기였다.
[제가 언제 동의를 했나요. 그냥 듣기만 했지.]“그럼 길드장님은 정하준 실장은 최면술사가 내세운 속임수였다고 생각했고 진짜 최면술사가 누군지도 짐작하고 계셨단 말입니까?”
[대충은요.]“그럼 왜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해남파에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저한테 물어본 적 없었잖아요.]“…….”
물어보기 전에는 안 알려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