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20)
〈 520화 〉 520 악질력 배틀
* * *
1.
최면술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회는 중지되었지만 생존자 여러분의 상태가 괜찮음을 보여주고자 잠시 카메라 라이브 촬영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방송에서 이복아카를 하면서 세뇌술사를 찾아내고자 안간힘을 쓰던 그 여자와 동일인이 맞나?
묵언검객일 때는 그렇게나 신중하고 처절하던 여자가 현실의 해응응일 때에는 안일함을 넘어서 한심하기까지 할 정도로 쉽게 틈을 드러낸다.
‘고작 이 정도였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묵언검객과 히로시의 대결만큼 극적인 대결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몸을 공유하는 또 다른 인격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얕구나. 너의 바닥은 너무나도 얕아.’
그렇다.
묵언검객이라는 존재는 연기된 인격.
가상의 게임세계에서나 완성될 수 있는 천재살인마.
현실의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누구든 ‘진짜 목숨’이 걸린 현실과 ‘현실감’만이 걸린 가상현실에서의 차이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묵언검객도 결국은 그 간극을 남들보다 적게 좁혀내었을 뿐, 끝내 없애지는 못한 자였다.
범인.
양민.
무엇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이 대결의 승패가 자신에게 기울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승리는 결정되었으니까.
“협력하겠습니다. 대신, 이제부터 정해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촬영을 절대로 멈추지 마십시오.”
“하하, 당연한 말씀을. 약속한 순간 이후로 허락 없이 카메라가 꺼지면 즉시 자살하는 것은 카메라맨으로서 당연한 ‘상식’ 아니겠습니까.”
이 카메라맨은 이미 이전의 촬영을 위해 대기실에 찾아왔을 때 최면을 걸어두었던 인물.
이제 물리적인 방해가 없는 한, 카메라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Live 시청자 수 10만 1150명]“전 해남파 직원에게 트리거 ‘해피타임’의 발령을 고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지시를 내리거나 저 또는 여러분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는 순간, 근방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죽이고 자살하십시오.”
???
이게 먼 소리임?
뭐임? 우리 옆부서 사람들 왜 다 일어남?
몰래카메라야?
호러존 실사판 개무섭네ㅋㅋㅋ
와 잠깐 쫄았다
근데 이거 몰카 맞지? 옆에서 사람 한 명 자살했는데 홀로그램이지?
탕 탕탕…
꺄아아아악…
산발적으로 들리는 총성과 사람들의 비명소리.
경고를 무시한 자들이 세뇌에 걸린 이들에 의해 주변인을 모두 사살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일어난 소란이다.
이것으로 10만 명에 달하는 해남코퍼레이션 전 직원은 단숨에 인질로 전락하였다.
“해남파 문주 해응응. 당신이 저를 위협하는 순간, 해남파에는 대참사가 벌어질 겁니다. 그때는 위협받은 소수가 아닌 최면에 걸린 전원이 날뛸 테니까.”
“이것은 10만 명을 상대로 펼치는 인질극이며 요구조건은 간단합니다.”
“제 최면능력으로부터 1시간 동안 저항해보십시오. 성공한다면 제 패배를 인정하고 순순히 물러나겠습니다. 도전을 거부할 시에는 모두가 죽을 겁니다.”
두려운가?
자신이 없는가?
그렇다면 달아나라.
이후의 참사는 당신의 탓이다.
당신이 거절했기에 모두가 죽는다.
그 사실이 전세계로 널리 알려진다면.
묵언검객의 위신은 곤두박질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열광하지 않는다.
죽은 이들의 유가족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무자비한 책임 없는 도덕론의 신봉자, 21세기의 선비들이 그녀를 헐뜯고 폄하할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지녔어도 본질은 인간.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자.
견고한 정신에도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망친다면 묵언검객의 필패.
자신의 필승이다.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물론 이 한 시간으로 네 전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시간 만에 네 모든 것을 장악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모두에게 자신의 능력이 묵언검객에게도 통했음을 보여줄 작은 암시뿐이라면 자신 있다.
묵언검객이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뒤에는 미리 준비한 편집영상을 더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상을 믿을까, 믿지 않을까.
소스는 차고도 넘친다.
가상현실게임 속 묵언검객이 가장 많이 했던 일이 남을 죽이는 일이니.
그 뒤에 벌어질 일은 그녀가 도망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면에 당해 저지른 죽음의 책임을 묻고, 자신을 믿지 않는 대중들에게 분노하고, 흔들리는 그녀의 정신에 파고들어 더 큰 암시를 새기고.
그 과정을 반복한 끝에 완전히 무너진 묵언검객의 마음을, 해남파 장문인 해응응을 손에 넣는다.
‘내게 가장 부족했던 무력을 손에 넣는다. 해응응을 손에 넣는 순간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무적의 권력이 탄생하는 순간.’
그 승리의 순간을 알릴 발소리가 다가온다.
자박. 자박.
자신을 숨길 생각도 없는 걸음으로 당당하게 대기실 정문을 열고 들어온 해응응.
눈을 마주치자 새삼 실감했다.
깊이 눌러쓴 삿갓과 붉은 망토로도 미처 다 감출 수 없는 미모를, 강직한 걸음걸이마다 울리는 진동에 실린 힘의 편린을.
매력과 무력.
미모와 카리스마.
현세대 최강의 각성자이자 귀환자가 긴 소매 아래로 두 주먹을 늘어뜨리며 우뚝 멈추어 섰다.
“용케도 도망치지 않았군요. 부하들을 아끼는 그 마음씨는 칭찬해드리겠습니다.”
역시 당신은 최고다.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자신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아차리고도 제 발로 나타났다.
그 용기.
그 각오.
자신의 정신력만으로 최면술사의 최면에 저항해보이겠다는 견고한 의지야말로 외면의 아름다움을 뛰어넘은 미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유감인 것은, 제가 바라는 당신의 모습은 좀 더 저의 입맛에 맞게 비틀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면술사는 말했다.
“십대길드는 어설펐습니다. 비각성자의 탐욕 앞에 공명정대 따위를 입에 담아 귀환자인 저까지도 운신에 제한이 생기게 만들었죠.”
“당신이 건너왔다는 무림에는 보통 하나의 제국만이 존재한다고 하지요?”
“제가 만들고자 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저는 이 고리타분한 세상을 저만의 정원으로 가꿀 겁니다. 제국을 세우고 황제가 되어 절대권력을 누릴 겁니다.”
많은 것도 필요 없다.
“오직 당신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제게 닥치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당신이 저를 구해준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전부를 손에 넣을 자신이 있습니다.”
해응응은 어떠한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자리까지 온 시점에서, 그럴 필요도 없었다.
무엇을 시도하든 맞선다.
그 당당함을, 한 팔로 삿갓을 움켜쥐고 망토와 함께 옆으로 치우며 펼쳐 보인다.
자색으로 빛나는 눈.
오만.
과신.
절대적인 자기 확신으로 물든 저 당당한 눈에 패배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 한 번 써보아라.
너의 그 잘난 최면능력을.
그렇게 고하듯이 한 점 흔들림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두 눈의 앞에서 피식 웃었다.
‘네가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규격 외의 능력을 지닌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8년 전, 국가안보국의 각성자들에 의해 궁지에 몰렸던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무분별한 능력으로는 자유도 복수도 꾀할 수 없다고.
정신적인 자기규정.
제약에 수반되는 힘을.
금제와 축복의 원리에 손을 뻗었다.
많은 제약을 얻은 만큼 그는 강해졌다.
한 번 최면을 건 대상이 세뇌에 완전히 지배당하거나 죽기 전에는 새로운 인물에게 최면을 걸 수 없는 제약이 걸렸지만, 그 대신에 누구든 최면에 빠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반대급부로 입수했다.
귀환자는 모두 자기규정의 달인들.
규정의 끝에 과업을 달성함으로써 현대지구로 복귀하는 것을 대가로 건 이들이다.
스스로를 넘어서 세계를 상대로 규정을 걸고 그에 맞는 과업을 이루어 돌아온다.
이만한 업적을 이룬 이들의 무력은 가볍지 않다.
그 가볍지 않은 무력에 걸맞은 힘을 지닌 것이 바로 그의 최면능력.
이세계에서도 걸지 않았던 제약을 검으로써 한층 더 성장한 것이 지금의 자신.
그러니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파직
“?!”
마주친 안구 위로 거칠게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반응은 설마 반발작용?!’
동일한 힘이 서로 충돌하며 일어나는 반응.
틀림없다.
이것은 정신지배능력의 일종이다.
심지어 그의 것보다도 강한, 엄청난 정신력과 마나감응력, 고도의 정신지배능력이 조화를 이루어 발휘되는 엄청난 마안이다.
한 시간도 채 버틸 수 없다.
10분도 버겁다.
1분만에 마음이 꺾일 것만 같다.
‘이거였나? 제 발로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멈춰라!”
“능력 발동을 당장 멈추란 말이다!!”
거듭되는 경고에도 굴하지 않는 해응응.
최면술사는 소리쳤다.
“난 분명 경고했다. 경고를 무시한 건 너다!!”
“전원, 즉시 폭주해라!!”
방송을 보고 있을 모든 최면피해자들을 향해 내리는 자폭선언.
그런데도 해응응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정말 무자비하군. 어차피 말단 부하직원들 따위,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 이거냐?”
“하지만 실수했다. 내가 최면을 건 것은 말단들뿐만이 아니니까!”
“명령이 내려진 시점에서 네 심복인 소경석은 모든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해남코퍼레이션을 공중분해 시켰겠지. 부하도 자산도 모두 잃은 네 패배다!”
코웃음 치는 해응응.
그녀가 처음으로 품에서 펜을 꺼냈다.
[아직도 모르겠나요? 당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함정? 그럴 리가. 궁지에 빠진 것은 누가 보더라도 너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십만 명의 시청자들을 말하는 건가요?]“그래. 내 최면에 당한 단말들에게 사로잡힌 십만 명의 인질들 말이다!”
[이상하네요. 이 방송, 보고 있는 사람은 비서들과 매니저밖에 없는데.]뭐?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이제 그만해도 돼요.]작업 끝났습니까?
아 댓글 치다가 손 아파 뒤지는줄 알았습니다.
무공 배워서 채팅 빨리치기 기술에 써먹는 내 인생 현타오네…
[Live 시청자 수 10만 1150명]내부시의 거대스크린이든 벽걸이 TV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방송화면.
그 하단에 자리한 시청자 수 표시가 마우스 드래그를 따라 스윽 딸려 나왔다.
‘아니 시발 저게 왜 딸려나와?’
가짜 시청자 수 아래에 드러난 진짜 수치에 최면술사는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현재 접속자 수 35명]제대로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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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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