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21)
〈 521화 〉 521 풀려난 최면
* * *
1.
발상은 간단했다.
최면술사는 순차적으로 최면피해자를 늘린다.
그가 취할 수 있는 공격방법은 기존에 최면을 건 최면피해자들을 이용하는 협박밖에 없다.
‘적이 사용할 초식을 깨닫는다면 그에 대응하는 파해법을 찾는 것은 무림인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매일같이 해오던 일이죠.’
대응책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비서들에게 컴퓨터를 붙여주세요.]“그런 고대유물 원시장난감으로 뭘 하려고?”
[댓글부대를 만들 거예요.]채팅방 매니저답게 이소혜는 가장 먼저 속셈을 깨닫고 치를 떨었다.
“와 진짜 잔인하다.”
[좀 그런가요?]“아니 잔인해서 너무 좋다고. 방송 킬 때마다 악질들 단속만 하느라 스트레스 받았는데 오늘은 개꿀잼 몰카로 내가 스트레스 풀 수 있잖아. 꼭 시켜줘.”
이소혜는 어떤 채팅을 쳐야 자연스러운지 채팅방매니저 경력 2년 반의 저력을 적극 발휘하며 비서들에게 직접 교육까지 시켰다.
게임 도중의 중계방송이라면 몰라도 캡슐에서 나오고 인터뷰 촬영이 시작된 시점부터는 스크린과 모니터에 비치는 채팅창은 모두 주작.
완벽하게 주작된 중계방송에 최면술사는 단단히 낚일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 이런 건 있을 수 없어!! 묵언검객은 기계치란 말이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절규하는 최면술사에게 이제는 냉혹한 현실을 되돌려줄 때가 되었다.
[스트리머 경력 2년 반이면 가짜 스트리밍도 할 줄 알아야죠. 저를 허초도 다루지 못하는 삼류 스트리머 취급하지 말아요.]스트리머적으로 자존심이 상하거든요.
콧대 높여 당당하게 수첩을 내미는 그녀를 보며 이소혜가 중얼거렸다.
“저 인간, 스트리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2.
[어울려주는 건 여기까지. 이만 붙잡으세요.]수첩을 본 비서들이 컴퓨터 조작을 멈추고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 사이에는 우지우도 있었다.
최면술사는 생각했다.
이게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명령한다! 진짜 방송을 켜라!”
우지우가 진짜 방송을 켜는 순간, 방송을 지켜볼 10만 해남파 직원들과 그들 사이에 섞인 최면피해자들이 인질극을 벌일 수 있다.
스르륵
우지우의 눈이 풀리며 그의 걸음이 비서들과는 반대로 컴퓨터 쪽으로 향했다.
최면에 당한 우지우는 중계방송계정의 아이디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 자판을 열심히 두들겼다.
12자리의 영문 대소문자와 특수문자, 그리고 숫자까지 혼합된 비밀번호.
입력을 마치자 창이 떠올랐다.
[잘못된 아이디 내지 비밀번호입니다.] [다시 입력해주십시오.]그리고 우지우의 손이 덩그러니 멈추었다.
“비밀번호가 뭐지? 비밀번호가 뭐지? 비밀번호가 뭐지? 비밀번호가 뭐지?”
비밀번호를 모르는 거냐!!!
최면술사는 혈압이 올랐다.
해남파 내원간부라면서.
해응응의 2대 전속비서라면서.
비서 수십 명을 거느린 비서실장이라면서!
어떻게 가장 중요한 최중요 핵심정보에 접근도 못하고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어리석군요. 제가 현장에 있는데 고작 우지우 따위를 이용해서 길드장님께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니.”
민우성은 대놓고 최면술사를 조롱했다.
마인드리딩.
마음을 읽는 그의 능력 앞에 비밀은 없다.
우지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은 진즉부터 그가 눈치 채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중계방송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작전의 전달도 금지했다.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게 길드장의 옆을 탐하던 우지우도, 감히 추잡한 능력으로 길드장님의 존체를 더럽히려 들던 최면술사도 이것으로 일망타진이다.
[한 시간이면 제게 최면을 걸 자신이 있었나보죠? 그럼 저도 같은 조건으로 승부를 걸어보죠.] [제 섭혼술을 1시간 동안 마주치고도 당하지 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드릴게요.]해응응의 눈동자에서 자색의 안광이 형형하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마크2의 안광플래쉬빔과 비슷한가 싶으면서도 다른, 시신경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혼란에 빠뜨리는 동술이 최면술사의 정신에 파고들었다.
일다경.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정신방벽은 뚫렸다.
나름 견고했던 방어.
감히 해남파에 더러운 수를 벌일 용기를 품을 정도로는 견고했던 정신력이지만 끝은 비참했다.
마개가 열린 와인.
뚜껑이 따인 통조림처럼 열려버린 정신방어.
낱낱이 드러난 속마음을 읽어내는 섭혼술.
한 번 섭혼술에 당한 자에게 다음은 없다.
혈교교주 혈목린의 구사하던 기술.
인간의 속마음을 읽어내어 마음을 조종하는 교활한 기술이 그녀의 눈에서 재현되었다.
‘어디 한 번 읽어볼까요. 당신의 약점. 과거. 최면능력 하나만 쥐고 기고만장했을 속마음을.’
만나서 반갑네. 이 순간을 보고 있다면 최면술사는 이미 자네 손에 넘어갔다고 봐야겠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친구도 내가 부리는 단말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네. 스스로가 최면술사라고 믿고 있는 복제능력자이지.
“?”
하지만 맹세컨대 이런 메시지를 받으리라고는 그녀로서도 생각할 수 없었다.
해남파에 침입한 최면술사를 배후에서 조종한 진정한 최면술사가 따로 있고, 심지어 그가 자신보다 못한 최면술사의 머릿속에 환영인사를 남기다니!
인형 속에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따로 없다.
마치 이복아카의 히로시가 떠오르는 광경이다.
‘물론 이 남자는 달라요.’
히로시와 달리, 이 남자는 최면술사의 기억 속에 있는 과거의 타인일 뿐.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도.
이중인격도.
그녀가 동정할 존재도 아니다.
언젠가 최면술사가 생포되어 그 기억을 읽혔을 때에 대비하여 마련해둔 일종의 메모리레코드, 인간의 뇌에 각인된 메시지이자 누군가의 과거일 뿐.
최면술은 강한 능력이네. 동시에 사용자에게도 강력한 담보를 요구하지.
그래서 나는 영리한 방법을 취했네. 내 능력을 모방할 모방계 능력자들을 모아서 나 대신 뜻을 펼칠 최면술사들을 모아두었지.
하지만 언젠가 이들이 마음을 바꾸고 손을 더럽힌다면, 그 기억 속에서 내가 남긴 메시지를 읽을 기회가 온다면 이 안배도 비로소 빛을 보겠지.
최면술사의 기억 속 남자는 말했다.
지구에는 게임을 통해 이세계로 전송되었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귀환한 귀환자들이 있네.
이들은 가상현실게임을 통해 이세계에서 힘을 얻었지만, 게임은 마냥 힘을 선사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네. 일종의 훈련장이라고 할 수 있지.
가상현실게임과 그 제작사는 인류를 후원하는 선신이자 아군이라고 생각해도 좋네.
가상현실게임과 귀환자.
남자는 2030년 이래로 급격히 달라진 현실세계의 변화를 입에 담았다.
단, 세상의 인과는 언제나 카르마와 다르마를 합하면 제로에 수렴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반대급부인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함을 아는가?
각성자가 늘면 몬스터가 늘고, 게이트가 늘면 신규게임도 늘지. 귀환자가 돌아오면 언리미티드U급 레이드보스몬스터가 새로이 등장함도 같은 이치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두려움에 빠졌네. 사용에 제한이 있지만 위력만큼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내 능력의 반대급부로 등장할 몬스터가 너무나도 두려웠지.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 능력을 복제할 각성자들을 모아 마이너카피 최면술사들을 양산했다네.
인류의 미래에 닥칠 거대한 위험을 두려워해서 만들어낸 최면술사.
그 중 하나가 인류의 위험을 자처하는 불순한 빌런으로 전락했다니.
내가 느끼는 절박함을 이 불민한 제자들도 깨우치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들었네.
이들이 진정 달라질 수 있는지. 내 대신 지구에 닥쳐올 위기에 맞설 수 있는지.
자문 끝에 답을 얻었네. 결코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남자는 호소했다.
그러니 이 메시지는 내 불민한 제자가 끝내 과오를 저지를 때 그를 붙잡아 속내를 간파할 정도의 실력자만이 볼 수 있는 것이네.
그런 자네에게 부탁 하나만 하지.
초심을 잃어버린 이 어리석은 최면술사를 부디 내 대신 벌해주게.
기억의 끝에 남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모든 일을 끝마친 뒤에는 각성자협회를 찾아오게. 이 협회장 박재호가 특별히 사례를 하겠네.
최면술사의 머릿속 깊은 곳에 심어졌던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각성자협회의 협회장이라. 마냥 허수아비로만 생각했지만 이런 중대한 비밀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요.’
동시대에 등장한 가상현실게임과 게이트, 그리고 각성자와 몬스터.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을지는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의 비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잠깐 나들이를 나가야 할 일이 생겼네요.]3.
최면에서 풀려난 우지우는 냅다 점프하며 물구나무를 서는 점핑그랜절부터 박았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예의가 뭔지는 잘 아는군요.]“협회장의 얼굴을 하며 다가와 말을 건네는데 순간 방심해서 최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민우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번에야말로 우지우를 솎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건만.
저 대범한 길드장은 고작 점핑그랜절 따위에 순순히 그를 용서해주었다.
[무림에서도 멸문의 위기에 장로님보고 점프나 뛰라고 종용하지, 자신이 직접 점핑그랜절을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은 극히 드물었죠.]저 세계의 무림에는 도대체 무슨 예절이 정착되어 있는 것인가.
해응응이 주아영을 그렇게 좋아하며 수제자로 두는 이유가 점핑레빗 때문이었던 건가.
세상 심란한 민우성의 속마음이야 어쨌건, 해응응은 우지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다.
[교활한 능력을 지닌 사특한 사파놈의 잘못이지, 어디 당한 사람 잘못인가요.]“꺼흐흑. 길드장님의 홍해와 같은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홍해는 예수가 반으로 가른 바다고 보통은 하해와 같은 은혜라고 표현하지 않아?”
“아직 최면에 당해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충격요법으로 복부를 가격해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우지우가 어설픈 것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에요. 오히려 최면이 제대로 풀렸다고 볼 수 있죠.]우지우에 이어 최면에서 풀려난 소경석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걸 다 제가 만들어냈단 말입니까?”
[기억이 나지 않나요?]“비몽사몽한 상태로 간간히 수련이나 받았더니 어느새 직원 수 10만 명이 넘는 대기업 오너가 된 기분입니다. 정말 영문을 모르겠군요.”
소경석의 경영능력은 최면에 의해 주입된 능력으로 추정되었다.
[원한다면 제 섭혼술로 다시 경영능력을 키워드릴 수도 있는데요.]소경석이 움찔하더니 물었다.
“그거, 부작용은 없습니까?”
[딱히 큰 건 없어요.]“정말입니까?”
[정신방어력과 면역력이 약해지고 치매에 걸리기 쉬워지며 주화입마가 쉽게 찾아오기는 하지만 겸사겸사 수련을 열심히 하는 세뇌를 걸면 이득이 더 크죠.]“현대사회는 그걸 부작용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길드장님.”
소경석은 정색하고 거절했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셔도 싫습니다.”
거듭 거절했다.
“…벌꿀사탕을 내밀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수련을 열심히 하는 세뇌라도.]“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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