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23)
〈 523화 〉 523 재평가를 안 할 수가 없는
* * *
1.
박재호가 남긴 자료를 보고 깨달았다.
가 아니면 세상에 화경급 몬스터가 등장할 수도 있었구나.
동급의 몬스터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반요곡의 대요괴.
수많은 부하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해치울 수 있었던 막강한 존재였다.
만일 현대에 대요괴가 나타났다면.
그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포식의 만찬이라도 연다면 하루아침에 천만 단위의 사람들이 제물이 되어 죽어나갔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군요.’
만일 그녀가 신체초기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아닌 다른 무림인이 귀환했다면.
다른 세계의 동급의 귀환자가 귀환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큰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누가 넘어왔든 그들이 게임을 등한시한다면 그 뒤에는 더 많은 불행과 파국이 시작되겠죠.’
인류에게는 다행히도 지구로 돌아온 귀환자는 자신이었고, 신체초기화로 인해 넘어올 당시에 판정된 전력은 캐릭터 생성 초기의 스펙이었다.
우연히도 게임방송에 재미를 붙인 스트리머가 되었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게임공략에 열광하는 대 스트리밍 시대를 만들어냈다.
게임을 통해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반 시청자들까지 게임공략에 뛰어드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긍정적이었다.
‘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덕분에 지구가 처한 위험이 상당부분 해소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류는 위기에 처해있다.
현존하는 미공략게임의 숫자만 무려 4817개.
협회에서 산하 각성자들에게 여가지원 및 복지혜택이라는 명목 하에 무료로 풀어주고 공략을 독려한 게임만 수천 개다.
개중에는 주기적으로 몬스터가 자주 나오는 게이트의 다음 웨이브 축소를 위한 공략도 있고, 선제적인 게임공략에 의한 게이트 등장 방지도 있다.
‘이렇게 귀찮은 일이 기다릴 줄 알았다면 그냥 살려둘 걸 그랬네요.’
악의 원흉으로만 보이는 이도 막상 암중에서 인류를 위해 해왔던 일을 알게 되면 재평가가 요구된다.
[그러니 대신 맡아주세요.]“아니 제가요? 이런 중요한 일을요?”
[지우씨도 슬슬 큰일을 맡을 때가 되었잖아요.]우지우는 민우성만큼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과거를 가슴 깊이 후회했다.
박재호를 쓰러뜨리고 늘어난 일거리는 모조리 우지우에게 떠넘겨졌으니, 우지우는 눈물을 머금고 비서실 전 직원을 집합시켰다.
“너희도 이제 큰 일 하나 할 때가 되었다!”
“…….”
비서들은 눈으로 우지우를 욕했다.
2.
비서들은 게임을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했다.
“시즌제 MMORPG? 신규레이드보스몹 저격이 필요하겠네. 근데 랭커들이 알아서 퍼스트킬 먹겠다고 레이드 뛰니까 얘넨 괜찮겠어.”
“타워디펜스? 주기적 소탕이 필요하겠군. 화력 위주의 각성자에게 넘겨야겠어.”
“해양의 공포… 해양서바이벌호러게임? 미친. 이거 풀리면 해양무역은 개박살나겠는데? 최우선공략사항으로 올려.”
기존 랭커들이 공략할 수 있는가.
다른 각성자에게 위임할 수 있는가.
해남파 고수들의 적극공략이 필요한가.
각 게임마다 게임 내부의 설정에 따라 재난이 벌어지는 시기는 모두 다르고, 이 때문에 설정조사를 위한 최저난이도 공략선발대까지 따로 조성되었다.
해남파에 남아도는 하급제자들과 게임공략에 대한 투철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인력을 모으고 수당을 지불하는 데에도 적잖은 소모가 따랐을지도 모른다.
“실장님. 건당 임금은 얼마로 측정할까요?”
“임금은 무슨 얼어 죽을 임금이야? 초식으로 때워.”
게으른 우지우도 나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여러 중요한 판단을 거듭하면서 판단력이 늘었다.
무림문파에서 임금을 왜 돈으로 주는가!
강해지고자 문파에 들어왔으면 문파에 남아도는 무공으로 때워야지.
사실 문도들도 그걸 더 좋아했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초식을 해남파에서는 간부들 눈에 잘 보이기만 하면 넙죽넙죽 받지 않는가.
물론 돈이 아주 많으면 게이트나 던전에서 나온 비급서 아이템을 사용해서 단번에 스킬의 형태로 무공을 습득할 수도 있다.
최근 게이트나 던전공략이 잦아지면서 그런 식으로 모인 비급서도 양이 적지 않다.
“시시한 무공이군. 창고에 박아두거라.”
내원주 백소천 선에서 거름당하는 수준이지만.
진정한 무림인 앞에서 스킬북은 편리하게 익히는 잡스러운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정해진 형식, 정해진 초식.
정형화된 동작과 정형화된 위력.
무림인이 보기에는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짓이다.
“임기응변도 변초도 부족한 비무용 무공이다. 저딴 것도 돈 주고 사려는 이들이 딱하군. 노력으로 무공을 익히면 저 정도는 5년이면 아득히 넘을 것을.”
“놀 거 많은 현대에 5년이나 무공수련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니 요즘 것들은 근성이 부족하다는 거다. 같은 5년도 사람도 베고 생사의 갈림길도 넘나들고 하다보면 수련치가 올라서 1년 만에 성취를 이룰 수도 있는 법이거늘.”
“새삼 느끼지만 저는 무림비망록에 들어가지 않아서 진심으로 다행입니다…….”
“그래, 자네 정도면 일 년도 못 넘기고 죽거나 어디 표국에서 칼밥이나 먹고 살다가 무명으로 생을 마감하는 신세였겠지. 용건은 끝났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본론이 남았다.
“길드장님이 직접 나서야할 시급히 공략을 요구하는 게임이 여럿 존재합니다.”
“그럼 길드장에게 보고를 올릴 것이지, 왜 여기로 엄한 일을 가져왔나?”
“그게… 길드장님한테는 이미 보고를 올렸습니다만, 공략을 거부하셨습니다.”
우지우의 표정을 보아 거짓을 말하는 기색은 아니었기에 백소천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문인이 막나가는 인생처럼 보여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아는 자이네.”
백소천 본인이 생각하기로는 같은 인생, 같은 역경을 겪고도 저만한 인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노벨평화상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응응은 인격수양이 상당하고 까딱 천하를 뒤집을 살인마가 될 수 있음에도 제 안의 분노를 애꿎은 양민들에게 해소하는 대신, 게임 속으로 돌렸다.
무림인 기준으로는 상위 0.01%의 빛나는 인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장문인이 거절한다면 게임에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어디 리스트를 보여주게.”
우지우는 냉큼 리스트를 내밀었다.
━━━
*사이버정크2050
장르
위험요소 핵을 지닌 최종보스
특징 망겜. 너무 재미없어서 엔딩공략이 안 됨. 쓸데없이 난이도가 높아서 최종난이도 클리어가 없음.
*더 라스트 맨
장르
위험요소 인류에 종말을 부른 바이러스와 그것을 얻으려는 빌런.
특징 망겜. 주인공이 갑자기 시네마 컷으로 복수를 포기하고 엔딩에서 발암을 줌. 2회차 플레이를 아무도 시도하지 않아서 최종난이도 클리어가 없음.
*헤비쿠커
장르
위험요소 포만감이 없는 폭식능력을 지닌 빌런
특징 망겜. 최종보스를 해치우는 방법이 최종보스가 배터져 죽을 때까지 요구하는 모든 종류의 요리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임. 플레이타임 62시간에 공략진행도 10%를 보고 랭커도 공략포기선언.
━━━
“이런 것들인데요.”
“…”
보기만 해도 시야가 어지럽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문서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보아서는 안 되는 금기문서라고 칭할 자격이 있다.
백소천이 보기에는 시급한 공략을 요구하는 리스트야말로 금기문서가 되어야 할 존재였다.
“장문인이 정말 인격이 좋아지셨군. 이딴 똥겜을 하라고 내민 괘씸한 자의 목이나 손을 몸통에서 분리시키지 않다니.”
“제가 만든 게임도 아닌데 저한테 왜 그러세요…”
“화가 나니까 그렇지! 어떻게 저런 끔찍한 게임을 하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자네, 내게 무슨 원한이라도 지녔는가?”
막말로 해응응에게 먼저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고도 사지 성하게 돌아와서 봐주는 것이지, 만일 우지우가 이 종이를 들고 자신을 먼저 찾아왔다면?
장담컨대 백소천은 오늘이 우지우의 제삿날일 거라고 생각했다.
‘협회 녀석들, 뒤로는 협회장의 지시 하에 게임을 가지고 뭔가 이상한 짓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짓을 했을 줄이야.’
하는 일도 없이 게임이나 하면서 보수는 뭐 이렇게 많이 받아가나 의아해서 매번 심심하면 연봉을 깎고 파견직을 돌리고 괴롭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깎인 금액만큼 협회장 권한으로 보너스가 지급되고 다른 장소로 차출된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당시에는 따로 관심을 주지도 않았다.
무능한 것들이 협회본부에 얼쩡거리는 것이 보기 싫어서 괴롭히던 것에 불과했으니까.
‘엄청나게 미안한 짓을 했군.’
하지만 그런 무능한 이들이 뒤에서는 모두가 꺼려하는 망겜공략 전문가였고 협회장은 그것을 주도하는 총괄감독관 역할을 했다.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해왔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제는 이걸 내가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백소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점핑레빗보다 더한 쓰레기 게임들을 클리어해야 하는 미래가 너무 어두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