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25)
〈 525화 〉 525 관계자
* * *
1.
유관심 변호사의 손목에 걸린 스크린폰이 진동했다.
그가 보낸 연락에 답신이 돌아왔다.
“‘이쪽’에서는 응답할 수 없다고 캡슐에 접속하라고 하십니다.”
해응응은 망설였다.
캡슐에 들어가면 현실의 육체는 무방비해진다.
당장 바로 얼마 전의 그녀만 해도 최면술사가 캡슐에 들어간 사이에 수면가스로 잠재워 제압한다는 작전을 세우지 않았던가.
“꼭 여기서 접속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해남파로 돌아가서 하셔도 될 겁니다.”
[꽤 확신하시네요.]“캡슐이야 어느 나라 어느 장소에서 접속하든 전부 멀쩡하게 작동하지 않습니까.”
일리는 있다.
캡슐이 신호연결이 약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난폭하게 대해서 미안해요.]“아닙니다. 묵언검객님의 실물을 영접한 것만 해도 영광인걸요.”
[그럼 사인지는 가져가도 되나요?]“그건 좀.”
변호사 괴롭히기를 끝내고 건물을 나와 근처 카페로 찾아갔다.
먼저 건물을 빠져나왔던 백소천을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사람이 잔뜩 모였다.
“저 남자 봐.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생각에 잠긴 모습도 진짜 섹시해.”
“와, 나도 옆에서 같이 고민해주고 싶다.”
“셔츠 밑으로 드러난 몸매 미치지 않았어?”
백소천을 향해 흠모하는 시선을 아끼지 않고 보내는 여자들.
흥미로운 광경에 팔짱을 끼고 간판 위에 걸터앉아 구경하니,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전화를 받고, 입소문을 듣고, 무슨 행사가 있나 싶어서 계속 모여들더니 급기야 카페 밖으로 줄까지 이어지고 있다.
점장은 매출이 오른다고 신났고, 알바는 예정에 없던 초과노동에 힘들어 죽을 것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 모여드는 시선이 짜증나기라도 하는지 백소천의 표정은 점점 굳고 쯧 하고 혀를 차는 빈도도 늘어났다.
“대낮부터 할 일 없는 아녀자들이 이렇게 많다니.”
“저렇게 한가하면 무공이나 배울 것이지. 쯧.”
“…….”
무림인답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백소천.
해응응은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근본 없는 현대지구 토박이 간부들과 달리, 무림비망록을 경험한 백소천은 역시 마인드부터 제대로 된 무림인다웠다.
“우왓, 저 사람 워야?”
“허공을 날았어.”
“앗, 저분 묵언검객 아니야?”
“저 남자랑 일행인가봐.”
여성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을 금치 못했다.
“무림인인가봐.”
“각성자 아니면 못 만나겠네.”
“하. 우리도 무공 배우면 저런 남자 만날 수 있나?”
백소천이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오래 걸리셨군요.”
[돌아가요.]“소득은 있었습니까?”
[관계자가 가상세계에서 접촉하자고 했어요.]해남파로 돌아갈 시간이다.
카페를 나서는데 어째서인지 여성들이 해응응을 향해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뿌듯한 기분이 드는 해응응.
‘뭘까요, 이 기분.’
잘 키운 해남파 애완동물 판다 한 마리가 소림사 애완동물 불곰을 기세로 제압할 때 느끼던 기분을 쏙 닮은 묘한 뿌듯함이었다.
2.
[가상현실세계 통합인터페이스에 접속합니다.] [실행할 게임 혹은 접속할 월드를 골라주십시오.]캡슐에 접속하면 으레 떠오르는 우주공간.
그녀에게 할당된 우주공간의 축소판이 배경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메인화면에는 다양한 게임과 선택 가능한 월드가 무지성하게 널려있었다.
깔끔하게 정리하는 스트리머들은 게임은 장르별로, 월드는 용도별로 착착 정리되기 마련.
그러나 무질서 속의 질서를 추구하는 어지럼쟁이들의 메인화면은 바탕화면 가득 아이콘이 펼쳐진 것처럼 온갖 게임과 월드가 무지성하게 펼쳐진다.
‘저야 사놓은 게임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렇게까지 어지럽지는 않지만요.’
게임보다 무공수련에 더 열심인 그녀의 메인화면에 있는 아이콘은 다 합쳐도 스무 개가 넘지 않았다.
휴방주기가 게임아이콘의 자전주기로 결정된다면 한 바퀴에 58일이 걸리는 수성급 자전주기를 지닌 게임이 한둘이 아니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감지되었습니다.] [채찍 시뮬레이터(update)] [좀비해저드(update)]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update)]전부 한 번씩 클리어했던 게임이다.
시기상 업데이트가 뜰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클리어한 게임의 관계자들이 저와 접촉하려고 한다는 의미이겠군요.’
흥미로운 일이다.
동시에 고민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창 세 개를 동시에 띄우는 컴퓨터게임이면 좋겠지만 가상현실게임은 오직 한 번에 하나의 게임만 실행할 수 있어요.’
어느 세계의 관계자와 마주할까.
만난다면 어느 쪽이 가장 흥미로울까.
관계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금이지만 예상은 된다.
채찍 시뮬레이터라면 종말의 거인을.
좀비해저드라면 인류의 생존자를.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라면 히로시를.
각 세계의 진짜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들었다.
*종말의 거인* : 미니어처계의 악몽. 종말을 부르는 거인.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칭호장착효과 : 근골 +10P
칭호보유효과 : 근골 +3P
*최후의 인류의 리더* : 좀비아포칼립스로부터 살아남은 인류. 당신은 그들을 이끄는 자다.
칭호장착효과 : 매력 +10P
칭호보유효과 : 매력 +3P
*진정한 세뇌술사* : 히로시의 인정을 받은 진정한 세뇌술사.
칭호장착효과 : 세뇌완전저항
칭호보유효과 : 정신지배저항력 대폭증가
게임마다 클리어하고 얻은 칭호.
이것이 추측을 보태는데 가장 큰 몫을 했다.
‘칭호도 제법 많아졌네요.’
게임을 깨고 얻은 것이 몇 개.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 수십 개.
수를 더하고 더하면 서면으로도 종이 몇 페이지는 가볍게 넘긴다.
물론 능력치의 벽은 높고도 높다.
그렇게 수련을 하고 칭호를 모아도 벽에 막힌 능력치들은 쉽게 뚫리지 않는다.
‘깨달음과 새로운 무공은 전부 갈무리했어요. 슬슬 강자와의 싸움이 필요할 때가 되었죠.’
누군가의 게임을 구경하는 시간 대신, 자신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할 때가 되었다.
이번 게임관계자와의 만남 이후에는 오랜만에 게임을 해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렇지만 방송을 꼭 해야 할지는 의문이 든다.
‘다들 우주에서 즐겁게 지내는 것 같은데 괜히 게임을 켜서 방해하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회식만 해도 그렇다.
정사지간과 마교를 막론하고 높으신 분들은 어찌나 그리 눈치가 없던지.
상석에 앉아 어디 다들 재롱 한 번 떨어보아라, 하는 눈으로 눌러앉아 분위기는 다 말아먹고 제 위주의 회식을 주도하는데 심지어 내공도 세서 아무리 술을 먹여도 취하지도 않는다.
2차 3차 다 버티면 장로들은 죽어나가고 젊은 고수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얼굴로 필사적으로 심공을 행공하기 급급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고수들은 에잉쯧쯧 요즘 젊은 것들은 공력이 약해가지고 해독도 늦고 말이야, 같은 복장 뒤집어질 소리나 하면서 떠난다.
이게 어디 회식인가.
고인물 놀이터지.
방송도 어쩌면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애들 노는데 다 큰 어른인 제가 방송을 켜서 찬물 끼얹고 방해하면 미안해지죠.’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방송은 자제하자.
그렇게 결심하며 게임 하나를 골랐다.
[▶채찍 시뮬레이터를 실행합니다.]채찍을 휘두르는 종말의 거인(플레이어).
그로부터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미니어처들.
스테이지 형식으로 펼쳐지던 이 게임은 해응응이 귀환 이후에 클리어한 첫 번째 게임이었다.
완결 이후 가장 오래된 게임.
이따금 미니어처들을 만나러 놀러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검투사키우기와 좀비해저드 엔딩 이후의 세계 때문에 발길이 뜸해진 곳이었다.
[^ㅡ^/] [^ㅇ^/]애기궁수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서운해 하는 기색도 없이 눈을 마주치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평화롭네요.’
저들보다 더 작은 애기청설모를 사냥해서 등에 매고 다니는 애기궁수들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옮기며 건축을 돕는 기간트 바퀴벌레.
저 멀리 채찍을 들고 게으른 거대 우랑우탄을 채찍질하는 영웅무희 미니어처까지.
[(?ÒÓ)] [(_)]스테이지형 시뮬레이션 게임은 엔딩을 보면 힐링게임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누굴 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채찍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잘 쓰네요.’
일상에 취하기도 잠시.
최종전투 이후 재건된 숲의 중심부에 세워진 제단에서 빛이 깜빡거렸다.
채찍 시뮬레이터.
미니어처계의 관계자가 그녀를 부르고 있다.
[(へ)!]제단의 이변에 깜짝 놀라 펄쩍 뛰던 영웅무희 미니어처가 이번에는 해응응을 발견하고 더욱 놀랐다.
쫄랑쫄랑 달려와서 연신 이모티콘을 띄우는 행동이 퍽 귀엽게 보였다.
‘성취를 보여주고 싶다는 건가요.’
제단에 가기 전에 잠시 자리에 앉으니 영웅무희 미니어처가 엔딩 이후에 그녀에게 배웠던 채찍술을 술술 펼쳐내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 실력이 이미 이소혜의 것보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방송을 키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이소혜가 이 광경을 보았으면 아무리 무공을 반쯤 내려놓았어도 마음에 큰 상심을 입었으리라.
‘그럼 더 좋은 거 아닌가요?’
근데 잘 생각해보니 마음에 상심을 입으면 분해서라도 무공을 더 수련하지 않을까?
[▶방송을 시작합니다.]그래서 방송을 켰다.
아주 불순한 동기를 지닌 복귀방송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