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27)
〈 527화 〉 527 지옥의 쇼핑호스트
* * *
1.
가능하다.
절대로 안 된다고 거절할 것 같았던 이모티콘과 달리, 종말의 거인은 헤비쿠커를 가상현실게임 플랫폼에서 없앨 수 있다고 단언했다.
단, 이미 제천의례에 참여한 세계의 참가권한을 강제로 박탈하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
한 세계의 운명을 강제로 고쳐 쓰는 카르마를 대신 부담하려면 대납자를 구해야 하고, 그들의 의뢰를 수행해야만 한다.
나는 그 중계인의 역할을 맡아줄 수 있다.
무언가 아쉬움이 드는 이야기였다.
[종말의 거인 당신이 직접 도와줄 수는 없나요?]탐식아귀의 강욕은 나의 파괴욕구를 능가한다. 내가 지닌 업의 절대량으로는 그의 제천의례를 무산시키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하기야 채찍 시뮬레이터는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다.
채찍을 다루는 법 자체야 어렵지만 게임을 클리어하는 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다.
보이는 것은 전부 채찍질로 부수면 끝!
하다보면 차근차근 실력이 늘어서 채찍 하나로 한 세계를 다 때려 부술 수 있다.
만일 네가 세계 전체를 부쉈다면 그 업으로 다른 세계의 파괴를 대행할 수 있었겠지만, 너는 그보다 작지만 거룩한 성과를 거두었다.
몰살엔딩이 아닌 공존엔딩을 택한 결과, 종말의 거인이 힘을 쓸 수 있는 한도가 낮아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 때려 부술 걸 하는 후회가 드는 건 아니었다.
[까짓것 게임 하나만 더 깨죠. 헤비쿠커 같은 망겜만 아니라면요.]게임 하나 클리어하기.
반요곡의 대요괴마저 잡은 마당에 지금의 그녀가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종말의 거인도 웃는 이모티콘을 띄워 올리며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 게임을 최고난이도로 깨라. 그러면 헤비쿠커는 제천의례를 중단당하고 더 이상 ■■■■■의 가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카드 돌려막기 느낌도 들지만 아무렴 어떤가.
헤비쿠커보다 더한 망겜만 아니면 됐지!
[스트리밍 송출금지구간이 끝났습니다.] [방송이 다시 정상적으로 송출됩니다.]어느덧 제단 입구로 돌아온 해응응.
그녀의 시야 하단에 선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깜빡거렸다.
[선물발신인 성좌 종말의거인] [선물 쇼핑호스트Shopping host]쇼핑호스트.
홈쇼핑 방송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람.
‘…헤비쿠커보단 나은 게임 맞죠?’
상당한 망겜력이 느껴지는 수상한 게임이 도착했다.
2.
해응응은 정보조사를 위해 잠시 방송을 중단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게임을 깨면 헤비쿠커는 하지 않아도 돼요.]“그게 아니라 채찍 말이야. 영웅무희가 어떻게 그렇게 채찍을 잘 다뤄?”
이소혜는 눈에 불을 켜고 항의했다.
역시나 그럴 것 같더라니.
질투심 유발작전은 대성공했다.
[하도 채찍을 다루고 싶어 하기에 가볍게 몇 수 가르쳐줬어요.]“가볍게 몇 수 가르쳐준 정도가 아니잖아!”
해응응은 화를 내는 이소혜를 빤히 쳐다보았다.
[영웅무희 미니어처에게 가르쳐준 기술은 모두 당신에게도 보여주었던 기술과 같아요.]“!!”
[재능의 차이도 아니고요.]“그럼… 내가 영웅무희 미니어처보다 노력이 부족해서 실력에서 밀린다는 뜻이야?”
해응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소혜의 가슴에는 불이 붙었다.
“나, 수련해야겠어.”
[응원해드릴까요?]“필요 없어! 그렇게 됐으니까, 이번 매니저는 아영이한테 부탁해!”
돌려막기는 종류도 참 다양하다.
카드 돌려막기, 망겜 돌려막기에 이은 매니저 돌려막기까지.
‘뭐, 제 일도 아닌데 상관없겠죠.’
그런 이유로 열심히 수련을 하던 주아영은 졸지에 캡슐 앞으로 불려왔다.
“언니…”
[가끔은 바깥 공기도 쐬고 그래야죠.]“캡슐 속에 들어가는데 바깥 공기를 어떻게 쐬요…”
[바깥세계는 캡슐 속에 있어요.]뻔뻔한 해응응의 말에 언니가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는 후회가 든 주아영이었다.
“언니 요즘 방송을 너무 막 하시는 것 같아요.”
[역시 그렇죠? 너무 자주 키니까 시청자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랬는데.]“네??”
[오전에 한 번 보여줬으니 오후는 방송 끄고 게임할까요?]언니가 왜 이렇게 악질이 됐지?
악의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해맑은 표정과 달리, 시청자들을 괴롭힐 의지가 투철하게 묻어나는 필담에 인지부조화가 밀려왔다.
“한 번 켠 김에 오래 보여주기라도 하세요… 오랜만에 언니 본다고 신났는데 금방 돌아가면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것도 그렇네요.]회식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한다.
오래도록 기다린 회식이 회식 싫어하는 사원들 눈치 보고 1차만 하고 끝나버리면 얼마나 원통할까.
가끔은 2차 3차 달리는 날도 있어야 한다.
[그럼 켜고 하죠.]영웅무희 미니어처가 채찍질 하는 모습만 깔짝 보고 힐링방송이나 잠깐 보다가 매드무비만 줄창 시청하고 방송이 끝났던 원한에 치를 떨던 시청자들에게 묵언검객의 방송이 돌아왔다.
쥐엔자앙 안돌아올 줄 알았다고!!!
안믿고있었다구!!
휴 너무 화나서 구독 18만1818번 눌렀는데 이제 그만 눌러도 될 듯ㅋㅋ
묵언검객 방송 덕분에 서울에 폭염주의보 그쳤네
왜?
열불 난 인간들 화가 가라앉아서ㅋㅋ
아ㅋㅋ 악질방송 보면 열 오르긴 해
한가을에 웬 폭염인가 했네
와! 포인트 무료나눔타임!
근데 애기궁수들 어디감?
영웅무희 채찍쇼 왜 끝났음?
이거 채찍시뮬레이터가 아닌데?
쇼핑호스트…? 이건 또 무슨 똥겜이야…??
제발반요곡을끝내제발반요곡을끝내제발반요곡을끝내
어디서 자꾸 이딴 게임만 주워오는 거냐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여러분 자꾸 그렇게 불평하시면 언니한테 점핑레빗 해달라고 하는 수가 있어요.
아 그건 좀;
다시보니 선녀같네
쇼핑호스트 정도면 갓겜이지
점핑레빗이 얼마나 싫으면 반응이 바로 바뀌냐고!
ㅋㅋㅋ 진짜 급변 실화냐?
이소혜가 채금난발에 의한 화제진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주아영은 점핑레빗을 들이대며 협박하는 레빗강매꾼이었다.
흉악한 방법이야 어쨌건 진정된 채팅창 분위기에 해응응도 비로소 안심하고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지우씨의 조사에 따르면 모르고 하는 편이 가장 재밌는 게임이라고 했죠.’
재밌으려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 헤비쿠커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하는 게임이지만, 그 해결책이랍시고 잡은 게임이 재미없으면 본말전도가 된다.
게임의 재미도 중요하게 여기는 해응응은 과감하게 사전정보를 보지 않고 게임에 들어왔다.
‘쇼핑호스트라. 혹시 홈쇼핑물을 경영하는 경영게임일까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암전되는 세계.
새카맣게 닫힌 화면 너머로 무언가가 올라가는 진동이 느껴지며 흐릿하게 소리가 들렸다.
“이번 쇼호스트는 도이치 제국에서 온 비스마르크 1세입니다. 비스마르크씨는 소싯적에 대륙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저희 헬즈TV쇼핑오락채널에서도 그 뛰어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나라를 팔아치우는 것만 아니라면야 뭐든 기꺼이 팔 자신이 있소.”
남성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좋습니다. 그 자신감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저희 쇼핑오락채널만의 특별 룰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블라인드 세일즈 마케팅입니다!”
“이건… 상품이 보이지 않소이다만.”
“대륙의 평화라는 무형의 성과를 일궈낸 비스마르크님이라면 정체불명의 상품을 시청자에게 판매하는 것쯤은 별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만일 자신이 없다면 지금 바로 저승으로 돌려보내도 됩니다만?”
“으으음. 한 번 죽은 목숨, 이제 와서 사려봤자 의미는 없겠지. 좋소. 한 번 해보지.”
해응응은 깨달았다.
이것이 튜토리얼이라는 사실을.
자신보다 앞서 먼저 ‘쇼핑호스트’로서 활약하는 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도전한다.
물론 이런 유형의 게임에서 주인공이나 플레이어보다 앞서 나서는 이들은 좋지 않은 최후를 맞이한다.
“비스마르크씨는 이것을 어떤 때에 주로 애용하시는 편인가요?”
“출근 전에 한 번, 퇴근 후에 한 번 애용하오.”
“자주 사용하면 불편하지는 않나요?”
“보기보다는 내구력이 좋은 편이오. 하나는 일년을 썼는데 아직도 멀쩡하지.”
“우와, 정말 관리능력이 대단하시군요?”
도대체 자신이 뭘 팔고 있는 걸까.
이걸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 맞기는 할까.
불안과 초조를 애써 감추며 문답에 성실하게 응하며 판촉행위를 끝마친 비스마르크.
“아하하, 훌륭해요. 그럼 판촉페이즈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본인이 무엇을 판매했는지 확인해볼까요?”
“오 이런. 안 돼. 이건 아니잖아. 당신들, 미쳤어? 도이치 제국의 재상이었던 내게 제국의 농민들을 상품으로 팔게 하다니!!”
“아하하하하! 출근 전에 한 번, 퇴근 후에 한 번 제국농민을 사용하고 일 년이 지나도 고장 나지 않게 성실하게 관리하다니. 참 친절한 주인님이군요!”
“이딴 놀이에는 놀아날 수 없어!”
“이런. 정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모두 지옥으로 떨어집니다만?”
“!!”
쇼핑호스트 게임.
어둠 속에서 게임 로고가 다시금 떠올랐다.
게임타이틀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숨겨진 새빨간 로고와 함께.
지옥의 쇼핑호스트
Hell’s Shopping host
이것이 게임세계의 관계자들이 헤비쿠커를 없애는 대신에 클리어하기를 요청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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