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1)
〈 531화 〉 531 제가 자주 해봤는데 별 일 없어요
* * *
1.
【사용페이즈】
[당신이 진술했던 사항을 모두 실천하여 상품의 가치와 판촉행위의 진정성을 입증하십시오.] [매진완료!] [마진의 10%인 10000 카르마를 보너스로 받습니다.] [사용페이즈가 스킵되었습니다.]방송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용페이즈가 통스킵이 될 정도의 진정성!
누가 봐도 안사면 죽겠다는 실감이 판촉페이즈만 봐도 확실하게 드는 상품!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참 미안하게 됐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럴까.
해응응은 상품의 정체를 뒤늦게라도 물어보았다.
[그래서 제가 뭘 완판한 건가요?]“지점토 촉수괴물입니다.”
“…”
뭐야 그건.
그런 걸 왜 사는데.
[보통은 어디에 쓸모가 있나요?]“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마계갯벌에 주로 서식하는 해파리나 문어 비슷한 놈들인데 밟히면 기분 나쁘고 달라붙는 감촉도 기분 나쁩니다.”
[데리고 다니면 피부미용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나요?]“피부미용은 모르겠고 독성이 심해서 장시간 접촉하면 피부질환이 생깁니다.”
[그런 걸 저보고 팔라고 한 건가요?]해응응의 손날에서 빛이 번뜩이기 시작하자 사회자가 기겁을 하며 손사래 쳤다.
“제가 팔자고 한 거 아닙니다! 위에서 시킨 거예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요!”
지점토 촉수괴물은 소비자에게 이딴 것도 돈 주고 사고 싶으냐고 조롱하는 수준의 상품.
본래 계획대로라면 미친 요호를 지옥에서 쫓아내기 위해 시청자에게 최대한 모욕감이 드는 쓰레기를 상품으로 올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요호가 쓰레기 대신 생존권을 팔기 시작하니, 악마들이 눈이 뒤집혀서 너나 할 것 없이 구매전화를 득달같이 돌렸다.
덕분에 홈쇼핑 사상 최단기 매진이라는 쾌거를 이룩하기까지 했다.
사용페이즈에서 고생하는 쇼핑호스트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 메인인 방송에서 알짜배기 코너가 스킵된 것은 덤이다.
[누가 시켰나요?]“피디님이 시켰습니다!”
[그 악마는 어디 가면 볼 수 있죠?]“저기에…”
사회자가 가리킨 곳에는 이미 활짝 열린 문과 복도를 달리는 피디의 발소리만 들렸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녀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행동방침이 그려졌다.
【행동방침】
1. PD를 쫓아 윗선을 더욱 캐낸다.
2. 프리페이즈에서 밖으로 나가 카르마를 삥 뜯는다.
3.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 정보를 수집한다.
첫 번째는 이 게임 속에서 지옥의 주민들을 이용해 사악한 방송을 꾀하는 원흉을 찾아낼 수 있다.
예상되는 인물은 저승의 주인인 염라대왕과 대악마, 각각 지옥의 지배자와 악마군주라 불리는 존재들.
‘윗선과 바로 담판을 짓는다면 게임의 성립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겠죠.’
애초에 이 게임은 클리어 목표가 불분명하다.
쇼핑호스트로 방송을 착실하게 진행하다가 게임 클리어를 하려면 종편까지 계속 방송을 해야 하나?
아니면 시청률이 천장을 찍어야 하나?
전설적인 쇼핑호스트로 명성을 떨쳐야 하나?
도통 알 길이 없다.
클리어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예 방송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그 방면으로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했다.
채찍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게임의 골격 그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는 공략실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숙지했다.
‘이 방면으로 공략을 시도한다면 방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외부변수와 직접 마주하고 변수를 차단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에요.’
다음으로 카르마를 삥뜯는 행위.
첫 프리페이즈에서는 용케도 그만한 자유도가 허락되었지만, 이 방법도 계속 고수하면 지옥의 지배자나 대악마가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짓이다.
치안마비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초래될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방관할 권력자가 어딨을까.
‘전자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갈등을 빚었다간 게임이 터질 가능성이 높죠.’
마지막은 스튜디오에서의 정보수집.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행위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이 세 번째 행동이었다.
“저, 촬영도 끝났는데 슬슬 퇴근하셔도…”
은근히 눈치를 주는 사회자.
해응응은 그의 팔을 덥썩 붙잡았다.
그녀의 손에 붙잡힌 촉수괴물이 어떻게 산산이 터졌는지를 기억하는 사회자는 냉동창고의 물고기처럼 바짝 얼어붙었다.
숨소리도 마음 편히 못 내고 바짝 얼은 사회자에게 해응응은 수첩을 내밀었다.
[이 프로그램을 견학하고 싶어요.]“그, 그건 스태프들의 허가가 있어야…”
사회자 딴에는 필사적인 저항의 시도였지만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열쇠와 키부터 내밀었다.
“이건 종합편집실 출입키입니다!”
“대본은 저기로 가시면 됩니다.”
“지난 회차는 여기 기록실에 가면 자료 다 보관되어 있으니 같이 보시면 되세요!”
우르르 쏟아지는 출입권한.
뒤늦게 자신에게 짬처리를 때리고 있음을 깨달은 사회자가 직원 한 명을 덥썩 붙잡았다.
“나 혼자는 못 당해!! 너도 같이 당해!!!”
“이거 놓으세요!! 죽을 거면 당신 혼자 죽어!!”
“절대 못 놔!!”
직원은 붙잡힌 상의를 벗어던졌다.
사회자가 냅다 뒷덜미를 잡자 부욱 하고 탈피를 하며 우다다 달렸다.
필사적으로 쫓아간 사회자가 머리끄댕이를 붙잡자 슉 하고 가발까지 딸려왔다.
망연자실한 사회자를 뒤로한 채, 그렇게 마지막 직원마저 스튜디오에서 철수했다.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야 이 나쁜 놈들아!!”
ㅋㅋㅋㅋㅋ
삼단분리 실화냐?
ㄹㅇㅋㅋ
무슨 로켓인줄 알았네
상의분리, 탈피분리, 가발분리 레전드
해응응은 혼자 남은 사회자의 팔을 슬쩍 잡아당겼다.
[어디부터 시작하나요?]쓸데없이 초롱초롱한 그녀의 시선이 방송국 견학 온 애기악마 같아서 열 받는 사회자였다.
2.
【프리페이즈】
[정보수집을 통해 어떤 고객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고객과 상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십시오.]프리페이즈의 본래 역할이 저것이라면 그녀는 의도치 않게 제대로 된 공략을 하고 있었다.
[헬즈TV쇼핑오락채널] [헬즈 쇼핑호스트 1회 방송]1회부터 90회에 달하는 90회간의 방송을 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악마, 제 옆에서는 순하고 약한 척 내숭은 다 떨더니 방송에서는 아주 순 나쁜 놈이네요.’
무덤가의 시체를 상품으로 걸어놓고는 한 가구에 몇 개나 소장하는 편인가요?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나, 이것을 부먹이나 찍먹한다면 어느 쪽이 좋은가 같은 대놓고 낚시용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덕분에 집에 쟁여놓고 심심하면 꿀에 찍어먹거나 부어먹는 꿀과자 정도로 생각했던 1회차 쇼핑호스트는 무덤의 시체 먹방을 포기하고 지옥으로 송환되었다.
[사회자씨는 오는 길에 전 정말 착한 놈이고 아무 잘못도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저거 다 대본대로 읽은 겁니다. 제 잘못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럼 오늘방송 대본도 있었겠네요?]“그을쎄요.”
꼼지락거리며 바짓속에서 대본을 구기고 있기에 손톱으로 슥 바지춤을 그어서 천을 찢었다.
바닥에 툭 떨어지는 대본.
부리나케 주우려고 몸까지 던지는 사회자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허공섭물을 펼쳤다.
쏙 하고 손에 들어온 대본.
내용을 읽으니 아주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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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검객 쇼핑대본]상품 : 지점토 촉수괴물
먹는 질문 2회
소장가치 질문 2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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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유해생명체 겸 쓰레기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면서도 악의적인 질문을 던지라고 명시된 대본.
“안돼요!! 제발 살려주세요!!”
슬쩍 째려보니 냅다 엎드려 살려달라고 비는 폼이 아주 절박해보였다.
이거 하나 잡아봤자 어차피 얼굴만 다른 악마가 또 기어 나올 거라는 생각에 그냥 이 녀석이나 계속 부려먹자는 생각으로 살심을 거두었다.
[이 프로그램의 방영목적이 무엇인가요?]“지옥에 남아도는 쓰레기들로 유희거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누가 계획했죠?]“PD님이 윗분의 부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려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많나요?]“저희가 원조이자 최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응응은 진지하게 물었다.
[제가 방송국을 파괴하면 이런 프로그램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나요?]“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겁에 질린 사회자치고는 꽤 자기주관이 뚜렷한 대답이었다.
[왜죠?]“저승 너머의 후원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방영하는 방송을 본 각 차원의 지배자들이 무척 만족스러워하고 계시거든요!”
[다른 차원이요?]“왜 있지 않습니까. 중간계라거나 정령계, 마계, 천계 그런 것들.”
[그들이 이 방송이 존속하는 원인인가요?]“현재로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정해진 기일에 방영을 하지 않으면 그분들이 굉장히 화가 나서 지옥에 항의를 하시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 문득 궁금해졌다.
“네??”
[다른 차원의 시청자들은 휴방을 하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졌거든요.]야 이 악질검객아!!
휴방에 미쳐서 방송에서까지 휴방을 하네ㅋㅋㅋ
이게 머선일이고
“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
“…농담 아니셨어요?”
사회자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럼 엄청 큰일이 날지도 모르는데요.”
[괜찮아요.]해응응은 사회자를 안심시켰다.
[휴방 그거 제가 자주 해봤는데 별 일 없어요.]“…”
호기심 100%에서 비롯된 악의가 다른 차원계의 시청자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