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2)
〈 532화 〉 532 영악한 권리
* * *
1.
리스크 없는 도박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한테 힘들 일은 없는데 돌아올 이득은 큰 승부가 이에 해당한다.
가위바위보 해서 지면 아무것도 없고 이기면 1억 받기, 묵언검객 챌린지에 참여해서 1등하면 휴방하고 못하면 방송하기, 비둘기를 탄지공으로 맞추면 기분이 좋아지고 못 맞추면 기분 나빠지기가 그렇다.
해도 그만 못하면 아쉬운.
그렇다고 엄청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다시 시도하거나 다른 시도를 하는데 지장이 없을 간편한 내기들.
헬즈 쇼핑호스트 일주일 휴방 시키기도 해응응에게는 비슷한 일이었다.
“이러면 진짜 안 되는데요. 분명 엄청난 일이 벌어질 텐데…”
[굳이 키고 싶다면 켜도 괜찮아요.]“그… 칼부터 좀 내려놓으시고 말하면 안 되나요?”
PD의 부탁에도 해응응은 아랑곳 않고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참격이 방송사 건물 2층의 뿔 달린 악마조각상의 뿔을 베어 넘겼다.
쿵 하고 굴러 떨어지는 뿔에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칼끝으로 뿔을 받아낸 해응응이 제 옆에 키보다 큰 뿔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방송을 꼭 켜야겠다면 뭔가를 이렇게 베고 싶어질 테니 조심은 해야겠죠.]수첩을 내밀며 시선은 PD의 목에 고정되는 해응응의 모습에 결국 프로그램 첫 편성 이후로 처음으로 휴방을 하는 날이 도래했다.
여태까지 이런 마인드로 휴뱅한 거야…?
흑흑 대체 불쌍한 헬즈 쇼핑호스트 시청자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저런 고문을 당해야해?
악마도 아니야! 인간! 쓰레기! 묵언검객 같은 년!
왜 인간이 악마를 욕하는 말이 되냐고ㅋㅋㅋ
비속어 역전세계라서 그럼
솔직히 묵언검객은 인간이 아니라 요호니까 우리 잘못은 아닌 듯
아ㅋㅋ 인간들도 피해자니까 요호 만든 반요곡에나 항의하라고
게임 바깥의 현실 시청자들은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서 막 화가 나고 열이 뻗쳤다.
제발 참교육 해줘 제발 참교육 해줘 제발 참교육 해줘
외계에서 분노한 시청자가 막 메테오 떨구고 그랬으면 좋겠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한 말들은 아니었다.
하도 당한 게 많으니 누구라도 대신 이 울분을 갚아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을 뿐.
저지른 해응응도.
지켜보는 현실 시청자들도.
그리 진지하지 않은 눈으로, 그래도 뭐가 일어나기는 하나 싶은 은밀한 기대가 담긴 눈으로 상황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재해급 게이트 발생이 감지되었습니다.]도시 전체에 비상경보가 울리고 긴박한 경고와 사이렌이 오가기 시작했다.
“아이고, 침공이다!”
“시청자들이 진짜 개빡치셨나보다!”
“??”
화가 나면 씩씩거리며 묵언검객 매드무비를 정주행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시청자들과 달리, 이계의 시청자들은 분노를 참지 않았다.
당장 지옥과 이어지는 차원균열이 창공 저 위에서 떠오르더니, 그 숫자가 순식간에 십여 개로 늘었다.
‘뭐가 저렇게 강하죠?’
차원균열을 올려다보던 해응응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에서는 그렇게 드물다던 S급 게이트가 지옥에서는 순식간에 열 개도 넘게 열렸다.
심지어 탈S급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그 사이에서도 격이 다른 게이트도 하나 있었다.
‘지옥에 정말로 헬게이트를 열어버렸네요.’
작은 게이트에서 용암이 콸콸 쏟아지며 화염정령이 뛰쳐나오고, 날개를 접은 조각상들이 잇달아 지상으로 착지하며 도로를 파괴했다.
나팔을 부는 천사를 따라 순백의 하얀 날개를 흩날리는 천사들이 방송국 옥상에 내려앉는가 하면, 저 위의 가장 큰 게이트에서는 정말로 운석이 떨어졌다.
쿠구구구구!
오늘이 지옥 멸망의 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순식간에 파멸 직전으로 치닫는 지옥.
“이놈들이 왜 남의 영역에서 깽판을 치고 지랄들이냐!!!”
갑자기 몸이 크게 불어나며 건물만큼 커진 거인 한 명이 운석을 손으로 붙잡아 게이트를 향해 역으로 집어던졌다.
쿠과과과광!!
휴방을 하면 시청자들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아시겠어요?
와씨 먼 일이고
행성 뿌서지겠네ㄷㄷㄷ
저거 염라대왕임? 쥰내 쌔보인다
종말의 거인보다 더 쌜 듯
ㄹㅇ
폭음과 함께 가장 큰 게이트가 닫히자 작은 게이트에서 뛰쳐나왔던 화염정령과 강철조각상, 천사 등등이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리며 눈치를 봤다.
“지랄은 네가 먼저 하지 않았느냐, 염라대왕!!”
화염정령들이 나온 게이트에서 진노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매달 카르마로 구독료까지 내어가면서 보는 방송이 사전예고도 없이 휴방이라니, 지옥을 불지옥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이상에야 이럴 수는 없지!!”
강철조각상들이 나온 게이트에서 금속음이 묻어나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약위반은 용납할 수 없다. 강철의 단죄를 받아 마땅한 짓이다.”
천사들이 쏟아진 게이트에서는 휘광이 번뜩이며 성스럽고 거룩한 목소리가 진동했다.
“주께서 일컫기를 너희는 도적질하지 말며 속이지 말며 서로 거짓말하지 말며. 너희는 내 이름으로 거짓 맹세함으로 네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라고 하셨습니다. 대천사의 이름을 걸고 경고컨대 즉시 방송을 재개하십시오.”
반응이 아주 뜨겁다.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자들의 진심어린 경고.
그들의 너머, 메테오가 되돌아간 가장 큰 게이트에서는 격이 다른 압박감이 새어나왔다.
“염라. 계약을 이행해라… 상품의 공급에 실패한 이상, 위약금으로 영혼 1억 개를 받아갈 것이다…”
[이 계약의 이행을 촉구합니다.]거물급 시청자들은 항의도 급이 달랐다.
단순한 항의나 욕설을 넘어서 단체로 시위행렬을 그릴 뿐만 아니라 물리적 피해조차 서슴없이 끼치고 위약금까지 받아내는 철두철미함까지.
차원 간 시청계약을 맺고 방송이 이루어지는 거물들의 관계는 참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PD.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절대로 휴방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하지 않았던가?”
염라대왕은 PD에게 화풀이를 했다.
PD는 억울함 가득한 얼굴로 항변했다.
“제 잘못이 아닙니다. 저 여자가 절 협박했습니다!”
“무엇이 어째? 쇼핑호스트가 PD를 협박해?”
염라대왕은 기가 막혀서 해응응을 노려보았다.
“뭘 위해서 이런 대소란을 일으켰지?”
해응응은 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요.]솔직함이 언제나 미덕이 되지는 않는다.
솔직한 발언으로 누군가를 매우 많이 화나게 할 수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 미친 요호가 보자보자 하니까 지옥을 말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났구나!! 네게 지금부터 인간영혼 1억 개 상당의 카르마를 ‘빚’으로 매기겠다!!!”
이런 짓을 벌이면 빚이 생기는구나.
그다지 달갑지 않은 전개였다.
[거부할 수는 없나요?]“당연히 없다!!! 모든 빚을 갚을 때까지 네년이 개판을 친 헬즈 쇼핑호스트에서 직접 일해서 갚을 각오를 해야 할 거다. 실패하면 수천만 년 이상을 지옥에서 보내야 할 테니까!!!”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았다.
‘받아들이면 쇼핑호스트로서의 활동이 배는 어려워지고, 거절하면 전쟁이 시작되겠군요.’
느껴지는 기운들도 심상치 않다.
하나하나가 최소 수백 년 공력을 모아왔던 대요괴 존재감에 염라와 유성우의 주인은 대요괴가 요괴왕으로 진화했을 때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세상은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
이 정도로 강대한 존재들이 정한 법은 한줌도 안 되는 힘을 지닌 아랫것들은 순응할 수밖에 없다.
헬즈 쇼핑호스트의 이면에는 이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절대로 힘으로 깨라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어요.’
무언가가 있다.
쇼핑호스트 활동으로만 끝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자신의 플레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뭔가 엄청 망했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역시 하나밖에 없다.
다 때려잡나?
지옥의 패권을 두고 누가 진정한 마왕인지 자웅을 겨루시나요?
왜 당연하게 지배권을 두고 다투냐고ㅋㅋㅋ
그야… 마왕검객은 악마 뺨치는 요호니까
근데 메뉴창 왜 부름?
타이틀 화면으로 나가기 왜 클릭함?
??? 얘 어디감????
[▶메인화면으로 나갑니다.] [진행상황이 자동으로 저장됩니다.] [▷이어하기] [저장된 게임을 이어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하기]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응 공략 실패해봐 ㅋㅋ 리셋하면 그만이야
리셋런ㅋㅋㅋ
플레이어만의 영악한 권리에 눈을 뜬 해응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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