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6)
〈 536화 〉 536 공포의 역발현
* * *
1.
사람은 보통 자신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모른다.
공포를 이해하려면 경험이 따라야만 한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고소공포증.
노약자와 여자를 두려워하는 약자공포증.
암컷타락을 시키려고 덤벼드는 촉수공포증.
해응응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자신의 공포를 하나씩 깨달았다.
‘전부 경험해봤으니 알 수 있어요.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이 다른 정상급 스트리머와 해응응의 공략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솔직히 1회차에서는 긴가민가했지만 2회차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따르는 것을 보고 깨달았죠. 이 게임의 상품은 뒤로 갈수록 플레이어가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과응보를 두려워하는 요호호는 자신의 업보를 마주보고 나서야 상품선정 메커니즘을 깨닫고 기권했다.
칼로리를 두려워하는 헬스몬스터는 가혹한 공포를 견디지 못해 기권했다.
해응응은 궁금했다.
‘제 업보와 시련이라면 역시 무림과 관련된 것이 되겠죠.’
세상에는 알기에 두렵지 않은 공포와 알아도 두려운 공포가 있다.
알기에 두렵지 않은 쪽은 스스로 충분히 단련하여 강해지고 방심하지도 않으면 노약자와 여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알아도 두려운 것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잃어버리는 상실의 고통이다.
괘씸하게도 말이다.
해응응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반요곡 이외의 게임에서 진심이 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오늘만큼은 진심이 되어줘야겠어요.’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파헤치며 굴복시키려 드는 건방진 게임이다.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이것부터 시작해보죠.’
해응응은 다음 판촉페이즈가 돌아오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는 사회자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철퍽.
카메라에 튄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던 카메라맨이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2.
[속보> 묵언검객 10킬 0뎃 달성 중]뭘 10킬함?
사회자요
예???
나보다 약한 녀석이 건방떠는 꼴은 못 본다고 사회자들 올라올 때마다 베어 넘기는 중
ㅋㅋㅋㅋㅋㅋㅋ
지옥에 떨어져도 위화감 1도 없는 무친련…
왜 또 심술이야 심술검객련아!!
사회자 좀 띠껍긴 했지
지는 상자에 손 안 넣는다고 깝치는 것부터 느낌 싸하긴 했음ㅋㅋ
ㄹㅇ 이 정도면 몰살검객 치고는 많이 참았다
참으신 분이 1회차에서 악마주민들을 그렇게 썰고 다니심…?
다 죽이지는 않았자너
아ㅋㅋ 그만하면 자비로운 편이지
묵언검객의 2회차 플레이는 자신만의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사회자죽이기.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플레이에 방송PD와 지옥은 난리가 났다.
“미친 요호가 악마 다 죽이네!”
“힘 좀 쓰는 악마는 다 데려와. 저 건방진 요호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아니 홈쇼핑 방송 틀었더니 사회자참수쇼가 나오는데 이거 실화냐?”
방송심의도 없고 규제도 없는 지옥방송국에서 사회자죽이기는 긴급체포 요건이 아니라 천하제일 사회자 뽑기 요건이었다.
“요즘도 이런 화끈한 방송이 다 있네?”
“뒷감당은 어쩌려고 저리 다 죽이냐? 사회자가 진짜 뒤져보라고 상품 빡세게 고를 텐데.”
처음에는 축제 분위기였다.
힘이 센 악마, 덩치가 큰 악마, 아주 뜨거운 불을 뿜을 줄 아는 악마, 무술의 달인인 악마.
유명세를 노리거나 참교육을 꿈꾸며 나선 악마들이 전부 목과 몸통이 분리가 되었다.
악마망신이 따로 없다며 혀를 차거나 비웃던 악마들도 점점 유명세와 실력을 겸비한 악마들이 죽어나가자 차차 웃음이 그쳤다.
정색하며 추이를 지켜보던 이들도 시체가 열구나 쌓이고 도전자가 뚝 끊기니 모두 겁에 질렸다.
“방송이 너무 매워. 나 너무 무서워.”
“뒷감당이 안 되잖아. 저 미친 요호는 누가 지옥으로 데려온 거야!”
“저거 진짜 어쩌냐? 방송 망하나?”
더 이상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자 시점이 변경되며 스토리 모드가 나타났다.
[Story mode] [Side 염라대왕]관복을 입고 옥좌에 앉아 집무를 살펴보던 거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지금 무어라 했느냐.”
소식을 전해온 말단관리 주악동자가 고개를 조아리며 다시금 아뢰었다.
“불미스럽게도 방송국이 요호에게 장악 당했습니다. 그 강함이 범상치 않아 당해낼 자가 없어 벌써 열이나 되는 악마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허어. 쏟아지는 영혼이 하도 많아 내 업무부담을 줄여보겠다고 악마들을 기용했건만, 기껏 받아준 것들이 저들이 맡은 사업 하나 감당을 못하는구나.”
헬즈TV쇼핑오락채널은 지옥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상품으로 곱게 포장해서 팔아치우기 위한 일종의 고급화 마케팅 전략의 부산물.
차원전쟁이네 뭐네 영혼이 쓰레기처럼 범람하는 와중에 넘쳐나는 영혼을 편리하게 다른 차원으로 떠넘길 수 있는 좋은 장사거리였다.
악마들도 큰 이권이 달렸음을 알았기에 한동안은 아무 잡음 없이 무사히 진행되는가 싶었더니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났다.
“대악마를 불러라. 녀석이 아니라면 감당하지 못할 놈이다.”
“대악마가 순순히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무례한 소리를 전했다고 죽기라도 할까봐 걱정 되느냐? 그런 걱정은 할 것도 없다. 놈이 포기하거든 모든 이권을 반납해야 하리라고 전해라.”
인간은 식량을 먹고 자란다.
골렘은 광물을 먹고 자란다.
마찬가지로 악마는 영혼을 먹고 자란다.
영혼이 쓰레기처럼 넘쳐나는 작금의 지옥은 악마들에게 있어서 천국이 따로 없을 상황.
이권을 반납하고 지옥에서 추방된다 함은 천국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가혹한 일이다.
“대악마가 대왕님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잘했다. 어디 오랜만에 대악마 녀석의 솜씨 구경이나 한 번 해보지.”
염라대왕은 내심 기대했다.
지옥에서 깽판을 부리는 기개 있는 양아치들은 악마들이 지옥의 옥졸 행세를 한 이래로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들은 지옥의 관리들보다 악마들을 더욱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악마는 그 수장격에 해당하는 인물.
저 성깔 사나운 요호도 언제까지고 암코양이마냥 사납게 굴 수는 없을 것이다.
염라대왕은 저 요호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선처만 호소하는 광경이 보고 싶었다.
“허허. 고놈 참 탐스럽게도 생겼구나. 기세가 꺾이거든 모든 죄를 사하는 조건으로 첩실이 되겠느냐고 넌지시 권해봐야겠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미모에 한심한 얼굴로 웃기도 잠시, 대악마가 스튜디오 위에 오르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히자 웃음이 싹 그쳤다.
대악마 정도면 싸가지는 없어도 능력은 출중하다고 나름 인정하기에 보낸 것이건만, 그 대악마가 꼬리에 맞아 스튜디오 벽을 뚫고 튕겨나갔다.
3.
[Player mode]처음으로 검으로 베고도 목이 떨어지지 않고, 꼬리로 쳐도 몸이 터지지 않는 존재가 나타났다.
“본인은 지옥의 일부를 통치하는 악마군주Devil Lord로 악마동지들에게는 라고 불리고 있다. 네가 찾는 가장 강한 악마는 나를 일컫는 것이다.”
혀가 길기에 냅다 검으로 목부터 쳤는데 검이 캉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제법이라고 생각하며 꼬리로 몸을 후려쳤더니 벽을 뚫고 날아갔던 대악마가 슈슉 하고 공간을 왜곡시키며 스튜디오에 다시 착지했다.
대요괴와 비슷한 이름을 지닌 녀석이라 유난히 몸이 튼튼하기라도 한 걸까.
살짝 붓기는 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다.
이제야 상대할만한 거물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영인사가 거칠군.”
[남이 싫어할만한 물건을 상품으로 골라서 판매하려 들었다면 이 정도는 감당해야죠.]“그렇군. 불쾌했다면 사과하지. 원한다면 방송은 지금 즉시 끝내도 좋네. 자네는 자유계약자이니 언제든지 방송출현을 그만둘 수 있네.”
[그래봤자 지옥에 있기는 마찬가지인걸요.]“그럼 100억 카르마를 모으게. 지옥에서는 모든 빚을 청산하고 100억 카르마를 모으면 환생을 하거나 천국으로 갈 수 있다네.”
새로운 루트가 해방되자 관련 알림이 떠올랐다.
[신규목표가 생성되었습니다.]100억 카르마를 모아라
탈출루트다.
해피엔딩은 아니라도 노말엔딩 정도는 될 수 있는, 이 가혹한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
“100억 카르마를 모으는 가장 빠른 길은 쇼핑호스트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지. 이 방송은 각 차원의 유력자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네.”
“그들의 눈에 상품이 매력적으로 보이거든 대량의 카르마는 간단히 벌 수 있지. 상품이 많이 팔릴수록 자네에게 돌아갈 몫의 카르마도 더욱 많아질 걸세.”
대악마는 현실적인 타협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경고도 잊지 않았다.
“지금처럼 깽판만 쳐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네. 지금까지는 해프닝으로 여길 수 있지만 지옥의 2인자인 내가 쓰러지거든 염라대왕도 결단을 내리겠지. 자네를 가만 둘 수 없다고.”
“그러니 방송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날뛰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게.”
1회차의 파국을 재현하는 결과는 그녀도 원치 않았기에 이쯤에서 한 번 굽혀주었다.
“자, 그러면… 상품의 판촉페이즈로군. 상품의 정체는… 으음?”
대악마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난리 통에 상자 속 상품이 무엇인지 은근슬쩍 엿보았던 해응응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뭐 이런 상품이 다 나왔나 싶겠죠?’
상품은 플레이어가 두려워하는 존재.
이 사실을 역이용하면 두려움의 감정을 조절하여 특정상품이 나오도록 역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묵언검객의 세 번째 상품
상품명 : 소림사 땡중들
특징 : 정파무인, 악마사냥꾼
“…이번 상품은 특별히 판매하지 않고도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팔 거예요.]“그냥 카르마를 내가 지급해주겠네. 소정의 위로비라고 생각하게.”
[팔 거라고요.]“방송일정 문제로 금일 방송은 이만 끝내야 할 것 같군. 어쩔 수 없으니 양해해주게.”
[방송국에 PD가 한 명만 남으면 송출할 프로그램도 하나만 남겠죠?]“…”
대악마가 치를 떨었다.
상품을 안 팔고 깽판을 쳐도 문제, 성실하게 팔아도 문제였다.
안사면 그만이라고 대충 넘길 수도 없다.
죽기 싫어서 악마사냥꾼을 카르마 주고 사야 하는데, 악마사냥꾼이 악마를 곱게 놔둘 리도 없어서 제 돈 주고 산 악마사냥꾼과 죽어라 싸울 미래가 선하다.
그 혼란을 겪느니 그냥 100억 카르마 통으로 안겨주고 지금 당장 이 미친 요호를 지옥 밖으로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 *